매일신문

[세풍] 문재인의 자화자찬 회고록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무엇이 그렇게 당당해서 '변방에서 중심으로'란 제목을 단 회고록을 냈을까? 그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다가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코로나19 사태 때 재난지원금을 남발하는 등 국가부채를 400조원 늘렸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는 사상 최초로 1천조원대로 진입하게 됐다. 그런 실정(失政)의 총책임자가 바로 문 전 대통령이다.

회고록에서 그는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다고 주장했지만 한반도에는 평화 대신 고도화된 북핵 위협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고 거짓 평화가 잠시 있었을 뿐, 남북 관계는 2020년 6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북한이 무단 폭파하는 사태로 파탄이 났다.

문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우리의 국격과 우리 외교는 변방이 아니라 동북아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친중·친북'으로 외교 기조가 급선회하면서 한미동맹은 흔들리고, 중국에 홀대받고, 북한에 조롱당하고, 미국은 끊임없이 동맹을 의심했다. 자화자찬도 유분수이고 유체 이탈 화법도 정도껏 해야 한다.

그는 회고록에서 "핵은 철저하게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 우리가 핵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뭣 때문에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 힘들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는가. 내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김정은의 달콤한 도보다리 속삭임을 전하며 김정은에 대한 변치 않는 믿음을 재확인해 줬다.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란 블룸버그 통신의 표현 그대로다. '삶은 소대가리' '등신 머저리'란 김여정의 표현을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은 게 국민의 심정일 것이다.

그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철저히 지켜졌다. 역설적 의미에서. 2017년 중국 국빈 방문 때의 '혼밥' 논란에 대해 그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쌀국숫집 방문을 예로 들면서 "서민 식당을 방문해서 그들과 같은 음식을 먹는다든지 하는 행보만큼 (외교에) 효과적인 것이 없다"며 "혼밥 논란은 우리 외교를 굉장히 후지게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어이없는 변명을 했다. 중국몽 동참 선언에도 중국 측의 노골적인 홀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희대의 외교 참사를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3박 4일 국빈 방문 일정에서 중국 측과의 공식 오·만찬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 만찬과 천민얼 전 충칭시 서기와의 오찬, 단 두 번에 불과했던 것이 의도적인 홀대 아니고 무엇인가.

이런 홀대와 국격 추락은 한 묶음이다. 국빈 방문 직전 중국과 합의한 '사드 3불1한'은 우리의 안보 주권 포기 선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사드 문제에 대해선 철저하게 '우리의 주권적인 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려 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놨다. '팩트'는 이를 정면으로 부인한다. 인도 정부가 두 차례나 장관급 초청장을 보냈으나 문 정부 외교부는 '김 여사를 초청해 달라'고 해 김여사의 인도행이 성사된 것이다. 왜 그랬을까. 타지마할이 김정숙의 '버킷리스트'이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문재인 정권 5년이 남긴 폐해는 오늘도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참회록 대신 자화자찬 회고록을 당당하게 내놓은 그 후안무치(厚顔無恥)가 하늘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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