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도덕적 해이 부추길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밀어붙일 기세다. 21대 국회 종료 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지난해 대통령의 1호 거부권 행사로 국회 본회의 재표결까지 거쳤으나 통과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었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 의무 매입 조항을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심의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해 다시 제출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세트로 묶었다. 농가 경영과 농산물 가격 안정화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생산된 쌀을 사실상 모두 정부가 책임져 농민 시름을 덜어 주자는 게 골자다. 공급이 넘쳐 쌀값이 폭락할 때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한다는 거다. 수입이 보장되니 생산 과잉은 사실상 막을 수 없다. 도덕적 해이를 부채질하는 것이다. 쌀에만 유독 이런 혜택을 주는 데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시도에 정치적 계산이 있다는 의구심을 배제하기 어렵다. 호남 지역에 쏠린 벼농사 보호를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농민 단체마저 반대 목소리를 낸다. 정부가 쌀이 아닌 다른 작물 재배를 권장하면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해 주는 건 모순이라는 것이다. 시장 왜곡이 자명하다는 견해는 중첩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예상되는 부작용이 매우 엄중하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쌀 매입과 보관 등에 3조원 넘게 든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그런 점에서 개정안은 미래 세대에 짐을 지울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정부의 올 연말 양곡 재고량은 약 140만 톤으로 전망된다. 적정량은 80만~100만 톤이다. 수년째 반복되는 공급 과잉이다. 쌀 소비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90년 119.6㎏에서 지난해 56.4㎏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쌀 소비량 급감에 쌀 농가 소득 보장 카드를 꺼내는 건 아무리 양보해도 수용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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