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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사라진 ‘처서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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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오늘(22일)은 24절기 가운데 하나인 처서(處暑)다. 처서는 '늦여름 더위가 물러가는 때'이다. 처서가 기세등등한 더위를 한순간에 꺾는다 해서, '처서의 마법(魔法)'이란 조어도 생겼다. 한자 처(處)는 지위, 신분, 장소를 뜻한다. 여기서는 날뛰던 호랑이(虎)가 멈춘 듯한 글자의 형상처럼 '물러난다'는 의미로 봐야겠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처서의 선선함이 모기를 내치고, 귀뚜라미를 불러들인다는 의미다. 언제부턴가 처서를 만끽(滿喫)할 수 없다. 올해는 밤낮 없는 더위가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입추(立秋)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고, 처서에는 '처서의 마법'이 없다. 인간의 탐욕(貪慾)이 자연의 마법을 풀어 버린 건가. 기후변화가 절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온대기후로 사계절 뚜렷한 우리나라에 아열대 작물이 자라고, 동남아의 '스콜'을 닮은 비가 내린다.

올여름 더위는 압도적(壓倒的)이다. 폭염 일수는 역대 최악이라는 2018년(35일)에 못 미치나, 열대야(서울·부산·제주 기준)는 118년 기상 관측 사상 가장 길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가축과 어패류(魚貝類)가 죽어간다. 지구촌으로 시야를 넓히면 더 혹독하다. 10억 명이 50℃가 넘는 '살인 폭염'에 노출돼 있다. 이슬람 성지순례 기간에 1천300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다고 한다.

기상청이 '폭염 백서(白書)'를 만들고 있다. 장마나 태풍, 엘니뇨(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현상) 등에 대한 백서는 나왔지만, 폭염 백서는 처음이다. 우리나라가 겪은 폭염 관련 기록과 폭염 발생의 원인과 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폭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을 백서에 담을 예정이다. 기상청이 백서를 내는 이유는 최근 폭염이 재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는 우리 삶의 결과다. 산업화와 대량생산은 물질의 풍요(豐饒)를 선물(膳物)했지만, 지구를 병들게 했다. 우리는 쓰고 버리는 데 중독됐다.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희곡 '도살장의 성 요한나'의 대사는 꽁꽁 언 호수를 깨는 도끼다. "난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아무런 성과 없이 서둘러 이 세상으로부터 사라지면서 나는 말한다.… 선량하게만 살다 떠나지 말고, 좋은 세상을 남기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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