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국채지수(WGBI) 편입(編入) 결정은 우려스러운 상황에 예방주사처럼 놀랍고 반가운 소식이었다. 내년에 역대 최대 규모인 200조원 이상의 국고채 발행을 앞두고 나온 대형 호재였다. 발행 물량이 많아 소화할 곳이 마땅찮다는 우려 속에 국채 금리를 상당 폭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나랏빚을 내는 데 이자 부담이 커질까 봐 걱정하는 와중에 국가 경제 규모나 신인도에 걸맞은 성적표가 날아든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국고채 발행이 증가하면 만기가 긴 장기물에 대한 시장 부담은 커진다. WGBI 편입 소식이 외국인들의 장기물 수요를 키울 수도 있다는 기대감 속에 통화 정책이나 경제 상황을 무시하고 장기물이 무조건 강세일 수 없다는 냉정한 분석이 나온 이유다.
그런데 외국인의 국고채 잔고(殘高)에서 만기 10년 이상 장기물 비중이 25%를 넘어섰다고 한다. WGBI 편입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14일 기준 외국인의 국고채 잔고 226조4천억여원 중 만기 10년이 넘는 장기물 잔고가 56조7천억여원(25%)을 차지했다.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외국인의 원화 채권 듀레이션도 길어지고 있다. 듀레이션은 채권 투자 원금의 회수(回收)에 걸리는 시간인데, 장기 채권 보유가 많을수록 듀레이션도 길어진다. 외국인의 원화 채권 듀레이션은 6.41년으로, 역대 최장 수준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WGBI 편입을 계기로 금융시장 선진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15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자본시장에 폭과 깊이를 더해 줄 물길이 열렸다. 75조원의 글로벌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 금리가 안정돼 정부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절감되고 외환 유동성 공급도 원활해질 것"이라면서 ▷공매도 제도 손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밸류업 프로그램 정착 등을 약속했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 저평가에 억울해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체급을 올려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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