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후 신드롬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처음인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의 위상과 중요성을 인정받은 중요한 사건으로 작품에 나타난 한국 현대사를 통해 바라본 인간의 고통과 희망이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전 세계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작가와 관련된 키워드도 함께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021년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판한 문학동네는 작가가 집필 당시 들었던 음악의 플레이리스트를 직접 소개하는 영상을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이 영상에서 작가는 해당 곡들의 선정 배경과 집필 과정에서 음악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언급했다. 음악이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때가 있다고 밝힌 작가는 '소설을 쓸 때 이미지가 중요하며 꼭 시각적이 아니더라도 음악이 가지고 있는 어떤 정서가 내면의 정서와 만나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또한 플레이리스트 중 비킹구르 올라프손(Vikingur Olafsson, 1984~)이 연주한 필립 글래스(Philip Glass, 1937~)의 에튀드 제5번을 좋아하는 이유로 '침묵이 들어있어서'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침묵은 예술에 있어 비어있는 시간이 아닌 서사의 일부분으로 기능한다. 언어와 소리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나 의미를 전달함으로써 침묵은 작품의 서사적 요소를 강화하고 흐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침묵을 통해 확장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감정의 표현은 극대화되고 의미는 더욱 강조될 수 있다. 침묵은 내적 성찰과 함께 본질에 가까워지는 수단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하고 단순함과 반복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드려내려는 미니멀리즘 음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필립 글래스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미니멀리즘 음악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그의 음악은 단순한 음형의 반복과 간결하고 정제된 표현, 미세한 변화를 통해 음과 음 사이에 존재하는 여백과 정적을 인지하게 함으로서 내면의 침묵을 경험하게 한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올라프손은 이러한 미니멀리즘적 미학을 충실히 구현하면서도 단순함 속에 내재된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담아낸 탁월한 해석을 들려준다. 맑고 투명한 음색과 세련된 감각을 바탕으로 한 그의 해석은 바흐를 비롯해 필립 글래스 같은 현대 작곡가에 이르기까지 그만의 신중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스웨덴 공영방송에서 '지금은 주목 받고 싶지 않고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상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던 작가는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를 모두 고사하며 침묵을 선택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전 결정되었던 포니정 혁신상 수상에 따라 지난 10월 17일 시상식에 참석해 간단한 소감을 밝히긴 했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공식 소감은 12월 10일 노벨상 시상식에서 낭독되는 수락 연설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릇 침묵 뒤의 울림은 의미가 더 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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