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인 권오봉 작가의 개인전이 대구미술관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열리고 있다.
이인성미술상은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로 불리며 한국 근대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이인성(1912~1950) 화백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예술 정신을 기리고자 대구시가 1999년에 제정한 상으로, 2014년부터 대구미술관이 운영하고 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상패, 이듬해 개인전 개최를 지원한다.
제24회 수상자로 선정된 권 작가는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계명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작가는 1970년대 후반부터 어떤 특정 그룹에 편향되거나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예술 활동을 펼쳐왔다. 1980년대 대구 인공갤러리, 수화랑, 갤러리 댓(THAT), 시공갤러리 등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전시에 참여했으며, 이후 일본, 경주, 서울 등에서 작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자유로운 선과 힘 있는 필획을 보여주는 회화를 통해 '낙서 회화'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권 작가의 40여 년 작업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을 4개 구획으로 나눠, 작품 특징별로 분류한 회화 80여 점과 아카이브 일부를 전시했다.
3전시실에서는 '넓은 붓질'을 주제로 큰 붓, 큰 움직임으로 탄생한 대형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대 걸레, 헝겊 등과 같이 넓적한 도구를 이용해 두터운 질감을 주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자아내는 이 작품들은 작가의 대표적인 시리즈다. 예술가의 신체적 행위의 결과물로 표현된 작품들을 소개하는 이 섹션에는 신작 유화 작품도 포함됐다.
선큰가든과 2전시실에서는 '종이작업 시리즈'(2019)를 만날 수 있다. 캔버스 천이 아닌 종이 표면에 유화, 콜타르 재료로 그려낸 이 시리즈는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여러 선적인 표현들이 재료 특유의 질감과 어우러져 있다. 특히 종이작업에서 점, 선, 면들로 탐구되는 작업들은 작가 특유의 필세(筆勢)를 느끼게 하며, 화면을 검게 채우는 최근의 회화 연작과도 연결된다.
'상감기법' 섹션에서는 보다 즉흥적이고 무의식적인 경향이 잘 드러나는 '선 긋기 회화'의 여러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고려청자와 분청사기에 쓰이는 기법으로 알려진 상감기법을 회화에 적용했다. 특정 색의 물감을 올리고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해 긁어낸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다시 색을 올리는 이 시리즈는 선적 요소의 풍부한 세계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투박하면서도 목적 없는 행위로서의 조형적 표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마지막 '구상, 초기 작품' 섹션에서는 작가의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구상성(具象性)이 보이는 회화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작가는 30~40대 시기에 상감기법의 '낙서회화'를 진행하는 동시에 숫자, 기호, 단어, 누드, 동물, 물고기, 산 등의 형상들을 표현한 작품을 제작했다. 최근작들에 무채색이 많은 것에 반해 이 작품들에는 다채로운 밝은 색들이 보이고, 일부 개념적이거나 콜라주 형태의 특징도 볼 수 있다. 이외에 작가 활동 초기의 아카이브도 전시됐다.
전시를 기획한 박보람 학예연구사는 "권오봉 작가는 오랜 시간 무위적이고 부단한 예술가의 '몸의 움직임'의 흔적이 담긴 회화를 탐구했을 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충돌하는 선의 조형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동시대 한국 미술사에 있어 중요한 지점에 있다"며 "회화 앞에서 한결같은 태도와 역량을 보이는 그의 작품의 정수를 감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053 430 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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