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경북 구미시 선산읍의 한 마을. 쌀쌀한 가을 바람이 강하게 부는 가운데도 인근 축사에서 나오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한 마을에 축사만 4곳이 넘었다. 민가와 가까운 곳뿐만 아니라 800m 이상 떨어진 축사에 나오는 가축 분뇨 냄새가 한 마을을 가득 채웠다.
악취만 문제가 아니었다. 축사를 주변에 둔 한 마을회관은 청소를 위해 문을 열고 나면 축사에서 회관 내부로 몰려드는 파리를 잡는게 일상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주민들 역시 한여름에도 파리떼 걱정에 창문을 열지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이곳 주민 A씨는 "예전에 축사가 들어설 때 가축분뇨 등을 '깨끗하게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출가한 자식들이 집에 올 때마다 악취와 파리떼에 항상 마음 아파한다. '제발 이사가자'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경북 구미 축사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 악취를 차단하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도농복합도시 특성상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축사(돈사, 우사 등)가 설치돼 있지만 가축분뇨에 의한 고질적 악취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축사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 악취 피해는 옥계동, 고아읍(문성), 산동읍, 선산읍 등 농촌과 도심지역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주변 주민들은 만성 두통과 구역질,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구미에서 발생한 축사 악취 민원만 모두 219건을 기록했고, 농촌에서 신도시까지 번졌다.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된 고아읍 경우 2022년 한 해에만 45건의 민원이 속출했다. 지난해 기준 구미에서 허가된 양돈장 19곳 중 10곳이 이곳에 밀집한 탓이다. 구미시가 신도시 인구 유입에도 인근 축사 악취 문제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이 새로운 거주지를 찾을 때 우선 순위로 가축 분뇨 냄새가 안나는 곳을 추천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사가 쉽지 않고, 이미 지어진 축사 운영을 막을 방법이 없는 농촌 지역 주민들은 악취를 피할 방법이 아예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
지난 5월 구미시의회에서 '구미시 악취방지 및 저감에 관한 조례'가 통과됨에 따라 시는 축산악취, 분뇨처리 등 축산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을 지원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개선 효과는 크지 않다.
축사 악취로 고통받는 주민들은 구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선산읍 주민 B씨는 "허가를 받고 만들어진 축사에 대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저 악취를 줄여달라는 부탁만 할 수 있을 뿐"이라며 "다같은 마을 주민들끼리 서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완벽하게 냄새 확산을 막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축사 내 기술적, 제도적 개선 이외에도 축사 주변으로 나무 심기 등을 활용한 냄새 이중차단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전남 보성군 등은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 사업'으로 축사 밀집 지역에 숲길을 조성해 악취 유입 억제에 효과를 보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2주 전부터 안개 분무 시설을 도입하는 등 악취 저감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개방형 우사의 경우에는 한번에 퇴비를 다 처리할 수는 없지만 퇴비가 쌓이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조치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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