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억 속 고향의 풍경 아스라이…윤종숙 개인전 '봄(Bom)'

6월 28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

윤종숙, Mountain and Water, 2025, Oil on canvas, 140 x 120 cm
윤종숙, Mountain and Water, 2025, Oil on canvas, 140 x 120 cm
윤종숙, Meine Heimat(나의 고향), 2025, Oil on canvas, 195 x 250 cm
윤종숙, Meine Heimat(나의 고향), 2025, Oil on canvas, 195 x 250 cm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윤종숙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윤종숙 작가. 이연정 기자

"몸은 독일에 있지만 어릴 적 보고 자란 자연의 모습을 더듬으며 작업합니다. 그 소중한 기억은 머릿속에, 가슴속에 항상 남아있어요."

독일 뒤셀도르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윤종숙 작가의 개인전 '봄(Bom)'이 리안갤러리 서울(종로구 자하문로12길 9)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고향인 충남 아산시 온양의 풍경을 화폭에 옮긴다. 태양과 구름, 언덕, 호수, 산과 같은 기억의 원형을 담은 요소들이 화사하고 투명한 색채와 간결한 붓질로 나타난다.

최근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계절마다 색이 다양한 고향의 설화산, 개울가 등이 기억난다. 그땐 몰랐는데 참 아름다운 추억이고, 잊히지 않는다"며 "독일의 작업실은 공장지대에 있다보니 옛날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며 작업하곤 한다"고 말했다.

작업할 때 중요한 것은 작가가 느끼는 그 때마다의 감정이다. 대부분 100호 이상의 대형 작품이지만 구체적인 작업 계획을 짜거나 스케치를 하지 않는 이유다. 그는 작업도 인간처럼 자신의 '운명'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작업은 일찍 끝나지만, 어떤 작업은 정말 오랜 시간 붙잡고 있거나 일주일 동안 한 번도 손을 안대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옛날에는 포기하고 싶었는데, 작업한 지 30년 넘으니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제는 눈에 안 보이는 곳에 뒀다가 어느 날 꺼내면 그렇게도 힘들게 하던 작업이 다른 시각으로 보이고 아주 성공적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제가 생각할 때는 운명 같아요."

그 운명의 순간, 작가는 가슴이 뛰면서 즉흥적인 붓질로 작업을 완성한다. 그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기보다 생명력을 가진 작업이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림들은 각자의 삶이 있고, 그들을 살게 끔 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말했다.

윤종숙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윤종숙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장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장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장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장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그의 작업에 대해 유진상 미술비평가(계원예술대 교수)는 "윤종숙 작가의 작품은 시공간의 단면이 기억들과 만나 오랜 시간 걸쳐 중첩된 얼룩들로 돼있다"며 "풍경을 추상화한 작가들은 있어왔지만, 작가는 기억의 원형을 시각화하며 훨씬 원시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어 독특한 케이스라고 보여진다"고 했다.

작가는 최근 미국의 유명 갤러리인 메리언 굿맨 갤러리의 한국 첫 전속 작가가 됐다. 메리언 굿맨 갤러리는 피에르 위그, 안리 살라, 마우리치오 카텔란 등 유명 작가들이 소속돼있다. 그는 이제 작가로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높이 날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작은 작업을 하더라도 진솔되게 하고싶어요. 제가 죽고 나서는 미술관에 걸린 작품이 곧 나의 얼굴이잖아요. 사람들이 그 작품을 보면서 저를 못 느끼는 작업은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행복한 날도 지옥 같은 날도 있지만, 다시 태어나도 작가가 될 거라고 말할만큼 작가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어요. 날개를 달고 열심히, 힘차게 비상하고 싶습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02-730-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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