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1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대상 수상소감>

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대상 당선자 박성근 님.
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대상 당선자 박성근 님.

그날 어느 빌딩 5층에서 지상의 수국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바람이 그 꽃잎과 다투더니 급상승하여 제게도 시비를 걸었습니다. 이상하게 고독을 느끼던 순간 모르는 번호로 반가운 문자가 왔습니다. 문득 어느 늙은 노숙인의 환영이 제 안에 너울거렸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볼수록 친밀해집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시대에는 잔뜩 거리를 두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정부의 호소와 국민들의 불안이 맞아떨어져 잘 이겨냈습니다. 반면, 정부의 개입을 축소하고 개인의 자율은 중시하느라 집단의 안전망이 악화된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나라들은 더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사실 거리 두기는 제게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과거 저는 노숙인 등 불편한 사람들과 마주치면 조금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참혹한 한 노숙인을 만나고부터 제 내면의 셈법이 바뀌었습니다. 물론 서로의 우정이었는지 제 웃자란 열정이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이제 추억은 제 기억보다 멀리 있고 낭만은 너무 낡았습니다. 휘모리장단 같았던 낱말들도 속도를 잃은 폐역처럼 연신 하품만 합니다. 그러나 그리 슬프진 않습니다. 오히려 전체 관람가 영화처럼 젊은 날보다 더 열린 마음으로 성찰하기 좋은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확신은 없습니다. 가끔은 진지하게 스스로를 탐색하지만 자주 통속으로 돌아가는 제 습성을 잘 아니까요. 그러나 저는 실패한 과거완료의 울퉁불퉁한 경험보다 확률은 낮지만 차츰 나아지리라는 미래완료를 더 믿고 싶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저보다 더 깊게 해석해주신 매일신문사와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이 이야기의 찬조 출연자인 제게 지금도 하늘 발신으로 우화등선의 불멸을 전송하는 주연배우 이 선생님께 이 상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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