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간 미술이론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인 저작에 수여하는 제4회 정점식미술이론상에 유운성 영화평론가의 '식물성의 유혹: 사진 들린 영화'가 선정됐다.
최근 시상식 참여 차 대구미술관을 찾은 그는 "공모가 아닌 추천 방식이다보니 수상 소식이 너무 갑작스러웠다.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영화 분야는 기획자나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이나 시상이 전무하기에 그간 기대한 적 없는데, 생각지도 않게 미술 쪽에서 연락이 와서 놀라웠다. 굉장히 놀란 한편, 기분이 좋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서울대 물리교육과에 진학한 뒤에도 영화동아리 '얄라셩'에서 활동하며 영화를 꾸준히 가까이 했다. 2001년 '씨네21' 영화평론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영화평론가로 등단했고,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 운영하는 '문지문화원 사이' 기획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개봉작 리뷰나 작가 인터뷰 등을 쓰다가,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일하면서부터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통상적인 영화 탐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글을 쓰게 됐다"며 "영화를 매개로하지만 미술이나 공연, 문학 등과 결부시켜 쓰면서, 스스로 영화계 안에서도 약간 가장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상작 '식물성의 유혹: 사진 들린 영화'는 소설가 이인성의 산문집 '식물성의 저항'에서 영감을 받은 제목이다. 동물성에 비해 덜 활동적이고 소극적인, 나아가 부정적인 의미로 여겨지는 식물성이 사실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뭔가를 변화시키는 큰 잠재력을 담고 있다는 책의 내용이 그를 자극했다.
"동적인 영화를 동물성에, 정적인 사진을 식물성에 빗대서 생각해봤습니다. 사진이 띠고 있는 어떤 모종의 식물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활동하게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쓰게 됐어요. 사진과 영화의 관계에 대한 관습적인 생각을 피해보려고 한거죠. 그래서 구로사와 기요시, 홍상수 감독처럼 사진 매체의 잠재력을 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주는 이들의 구체적인 예를 책에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그는 "독자들이 영화 책이라고 접근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고 넌지시 말했다. 그는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사진이 영화에 전해준 것 혹은 사진이 담지하고 있는 식물성이 어떻게 영화를 활성화하는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차분히 따라가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평론도 일종의 작품이 될 수 있어요. 때로는 작품으로부터 떨어져 나와서 그 자체로 읽히는 글이 이상적인 비평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으로 영화의 의미 등을 분석하기보다 클레멘트 그린버그처럼 동시대의 문화를 담아내서 좀 더 넓은 분야를 일으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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