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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 26만명 참여에도 고질병 '심각'

공사비 갈등·불투명 운영 등 구조적 리스크 반복
국토연 "제도 개선 시급" 정책보고서 발간

2019년 7월 대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이 시공예정사와 업무대행사 등을 규탄하며 대구동부경찰서 앞에서 연 집회 모습. 매일신문 DB
2019년 7월 대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이 시공예정사와 업무대행사 등을 규탄하며 대구동부경찰서 앞에서 연 집회 모습. 매일신문 DB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참여한 조합원이 26만명에 달하지만 공사비 갈등과 불투명한 운영 등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9일 발간한 '국토이슈리포트' 제89호에서 "최근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며 조합원 수가 약 26만명에 이르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공사비 증액 요구, 사업 운영 불투명, 토지 확보 지연 등 구조적 리스크가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마련 수단으로 청약통장 없이도 주택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조합원 모집 이후 5년 이상 착공하지 못한 사업장이 248곳에 달하고 있다. 조합설립인가조차 받지 못한 '모집신고' 단계 사업장이 전체의 절반 이상(51.2%)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심각한 문제는 공사비 갈등이다. 시공사가 준공 직전 공사비를 대폭 증액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대구에 한 조합은 시공사가 준공 4개월 전에 674억원을 추가 청구해 조합원당 1억8천만원의 분담금이 발생하면서 입주 지연과 소송 위기까지 치닫기도 했다.

국토연은 공사비 분쟁의 구조적 원인으로 조합의 낮은 전문성, 시공사와의 정보 비대칭, 사업 지연 시 조합이 감수하는 리스크의 일방적 전가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공사비 검증제 의무화 ▷표준계약서 도입 ▷공사비 갈등 중재기구 설치 ▷부당 증액 시 페널티 부과 등 재발 방지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또한 일부 업무대행사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합원 대상 과장광고, 정보 비공개, 운영비 집행 불투명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업무대행사 등록제 도입, 정보공개 시스템 구축, 광고 규제 강화 등 투명성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토지 사용권 확보 비율 요건(조합설립 시 80%)을 충족하지 못해 사업이 장기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보고서는 자치단체의 감독 권한 확대 등 제도적 관리체계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제 국토연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장은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의 자력 주거 마련 수단으로서 의미 있는 제도지만, 현장의 다양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공사비 갈등 조정과 사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한편, 국토부는 전날 "지난해 기준 전국 618개 지역주택조합 중 187개 조합(30.2%)에서 293건의 민원 등 분쟁이 발생했다"(관련 기사 지역주택조합 30% 분쟁 발생…45년 만에 제도 손질)고 밝혔다. 대구와 경북에는 각 15개, 13개 조합이 있으며, 양 지역에 각각 세 군데 조합에서 분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1980년 제도 도입 이후 45년 만에 지역주택조합 제도 개선에 나서 다음 달 말까지 전수 실태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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