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세 서한' 이어 '고율 부과' 예고…트럼프 '압박 외교' 최고조

104분 내각 회의서 "유예 없다" 메시지
의약품 200%·구리 50% 적용…대상국 20개국으로 확대 전망
일부 국가 軍·외교 대응 '칭찬'…NYT "아첨, 새로운 전략" 분석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내 TV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공습 관련 대국민 연설이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내 TV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공습 관련 대국민 연설이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9일을 기점으로 무역 협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관세 유예 시한을 앞두고 한국·일본 등 14개국에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서한으로 통보한 데 이어, 특정 품목에는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구체적 수치를 공개했다. 구리, 반도체, 의약품이 주요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내일 아침 최소 7개 국가, 오후에는 추가 국가를 대상으로 무역 관련 조치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대상이 무역 합의인지, 혹은 추가 관세 서한 발송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각 회의에서도 무역 압박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는 "구리에 50%, 의약품에는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의약품의 경우 최대 18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겠다고 언급했다. 반도체 관세율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으나, 이달 말까지 조사 후 최종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관세 예고는 단순한 경제 조치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와의 협상도 곧 종료되며 관세 서한 발송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4개국을 넘어 20개국 안팎으로 관세 대상국이 확대될 전망이다. 그는 "연장은 없다"며 기존 유예 조치의 연장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각 회의에서 104분간 폭넓은 주제를 다루며 감정 기복이 뚜렷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매번 친절하지만 모두 거짓말"이라며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고, 연준 파월 의장에 대해서도 "거짓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 막판에는 백악관 인테리어에 대해 15분 넘게 언급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실 천장의 금박 몰딩과 벽면의 그림, 식기류 등을 언급하며 웃음을 유도했다. 언론은 이를 "자신의 표현 무대"로 활용한 장면으로 해석했다.

이 같은 '관세 압박' 국면에서 전 세계 정상들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서를 직접 전달했다. 파키스탄,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는 미국의 군사 대응과 외교를 극찬하며 '칭찬 외교'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상 간 비공식 소통조차 공개되는 시대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아첨이 새로운 외교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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