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닭똥집·곱창골목은 잘나가는데…대구 명물 '북성로불고기' 존폐 위기

한 때 20여 곳이 운영 중이었지만 현재는 6개소만 남아
관할 구청은 담당 부서 하나 없이 방치
현대화에 성공한 닭똥집·곱창골목과 대조

지난 19일 오후 11시 30분에 찾은 북성로 연탄불고기 거리에 있는 한 점포. 자리에 앉은 손님보다 종업원의 숫자가 더 많아 보인다. 박성현 수습기자
지난 19일 오후 11시 30분에 찾은 북성로 연탄불고기 거리에 있는 한 점포. 자리에 앉은 손님보다 종업원의 숫자가 더 많아 보인다. 박성현 수습기자

최근 오후 11시 30분쯤 찾은 대구 중구 수창동 북성로 연탄불고기 거리에는 점포 3개소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 중 가장 유명하다는 A점포는 가게 안에 손님보다 종업원이 더 많았다. 다음 날 오후 9시도 비슷했다. A점포는 문을 닫은 상태였고 인근 점포 2개 손님을 합해도 30명이 되지 않았다. 점포 주인은 "이러다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손님들도 걱정한다"고 한탄했다.

대구시민들의 추억이 서린 '북성로 연탄불고기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대구의 명물 중 하나로 꼽히던 북성로 불고기는 주변 아파트 단지와 구청의 무관심이 코로나19와 겹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지속적인 현대화에 성공해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동구 평화시장 닭똥집골목과 남구 안지랑 곱창골목과는 대조적이다.

북성로 공구골목의 발전과 함께 생겨난 북성로 연탄불고기 골목은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영업장이 13개소에 달했다. 당시 주변 아파트 민원으로 촉발된 중구청의 불법 포장마차 영업정리 계획에 따라 절반이 넘는 8개소가 문을 닫았다.

이후 허가를 얻어 다시 영업을 한 곳도 있었으나 그마저도 코로나19로 영업시간이 제한되자 문을 닫았고 현재는 6개소만 영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 중 1곳은 다음 달 폐업을 앞두고 있다.

30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김선숙(66) 씨는 "코로나19 전만 하더라도 서울, 부산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단체로 찾곤 했었는데 지금은 30%에 불과하다"며 "영업장 수가 줄고 거리 자체가 침체되다보니 관광자원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들도 거리 침체가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가족들과 함께 불고기와 우동을 먹고 있던 김득식(48) 씨는 "아버지에 이어 자식들까지 3대의 추억이 서려있는 공간인데 점점 그 규모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이곳을 찾았다는 손지원(27) 씨 역시 "20살 때부터 이곳을 자주 찾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도 없고 조용해 거리를 잘 찾지 않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상인들은 거리 침체 원인으로 무분별한 재개발과 구청의 무관심을 꼽고 있다. 재개발로 인해 점포 수가 줄고 임대료가 높아졌을뿐더러 연기, 소음 등으로 인한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중구청도 현재로선 북성로 연탄불고기 골목 활성화와 관련된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평화시장 닭똥집골목과 안지랑 곱창골목은 올해와 지난 2020년 '대한민국 최우수 외식거리'에 선정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2개 업소가 모여있는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은 꾸준한 시설개선과 스토리 발굴로 관광명소로 거듭났고 안지랑 곱창골목은 35개 업소들이 2018년부터 매년 골목축제를 개최하며 시선을 끌고 있다.

대구경북지역학회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박승희 대구경북학회장(영남대 국문과 교수)은 "북성로 연탄불고기 골목은 기본적인 브랜딩조차 되지 않은 상태"라며 "대구시와 중구청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은 2019년 행정안전부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은 2019년 행정안전부 '지역골목경제 융복합상권 개발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5억, 시비 5억을 지원받아 시설개선과 스토리발굴, 캐릭터 제작 등을 해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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