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유일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정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과 15일 광복절 모두 휴관으로 문을 닫았다. 역사관을 찾은 시민들은 아쉽게 돌아서야 했다.
15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의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입구에는 정기 휴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14일 기림의 날은 월요일로 역사관의 정기 휴무일과 겹쳤고, 15일은 법정공휴일이라 일요일과 월요일, 화요일까지 사흘 내내 역사관의 문이 닫혔다.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 운영하는 이곳은 위안부 피해자를 후원하는 물품 수익금과 대구시, 여성가족부의 지원금 등으로 지난 2015년 12월에 개관했다.
광복절을 맞아 희움 역사관에 들러봤다는 관광객들은 정기 휴관 안내문을 읽으며 허탈해했다. 인천에서 온 이단비(32) 씨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해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소녀상밖에 없고, 학교에서도 잘 가르쳐주지 않는다"며 "마침 대구에 피해자분들의 역사를 담은 역사관이 있다고 해 찾아왔는데 문을 닫았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리는 14일에도, 일본으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는 15일 광복절에도 잇따라 휴관한 것은 개관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경북대에 다니는 하태훈(30) 씨는 "공교롭게 휴일과 겹쳤다고 해도 융통성 있게 날짜를 조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희움 역사관을 운영하는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측은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 기념식을 대구 중구 '오오극장'에서 여는 등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날 기념식도 일반 시민들보다는 주최 측 관계자만 참석하는 등 조촐하게 열렸다.
희움의 운영주체가 시민단체이다보니 운영비 등이 열악한 탓도 있다. 서혁수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는 "'기림의날' 행사에만 지원금을 겨우 활용했고 나머지는 전부 시민 후원으로 이뤄진다"며 "대구경북 정치인이나 지자체의 관심이 적어 역사관이나 행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피해자들이 겪었던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도 풀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의 공간인 만큼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준호 경북독립운동기념관 학예연구부장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역사관이 되려면 기획전이나 체험 프로그램, 혹은 교육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운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역사관이라도 일본군 위안부 역사는 우리 모두의 역사이니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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