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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멧돼지 어디로 갔을까?"…'ASF 방역' 포획에 개체 수 감소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환경부 '유해조수 포획' 강화…1㎢ 당 멧돼지 5마리→0.7마리 관리
작년 경북 멧돼지 포획량 감소, '잡을 놈 씨 말랐다'…군위군, 작년 유해조수 포상금 1억8천만 '1년 새 3배↑'

대구 지역 유해조수팀이 멧돼지를 포획해 옮기는 장면. 매일신문 DB
대구 지역 유해조수팀이 멧돼지를 포획해 옮기는 장면. 매일신문 DB

"대구경북 농촌에 멧돼지들이 안 보인다. 모두 어디로 갔을까?"

29일 대구 군위군 우보면 주민 A씨는 "겨울은 멧돼지가 먹이활동과 및 번식을 왕성히 하는 시기다. 멧돼지가 주로 나타나는 장소도 잘 알고 있는데 최근엔 보기가 힘들다"며 "혹시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옮기며 폐사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25일 군위 부계면 창평리 김동수 이장도 "2022년 하반기엔 멧돼지가 떼지어 다니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작년부터는 멧돼지들이 놀던 구덩이 등의 흔적 뿐, 눈으로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멧돼지는 농민이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는 골칫덩이였다.

가을 수확철만 되면 멧돼지 떼가 민가 주변에 내려와 농작물을 헤집고 다니곤 했다.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실습장(군위군 효령면)에선 멧돼지들이 옥수수밭 수천 ㎡를 폐허로 만든 적도 있다.

최근 멧돼지 출몰이 줄어든 건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이후 정부가 멧돼지 개체수 조절에 나선 영향이다.

환경부는 그간 멧돼지·고라니 등 유해조수 개체수를 관리하고자 엽사 등에게 포상금(1마리 당 20만~30만원)을 지급하는 포획 정책을 펼쳐 왔다.

이런 가운데 2019년 국내 ASF가 발생하자 전염을 막고자 멧돼지의 단위면적(1㎢) 당 서식 목표 개체수를 기존 4~5마리에서 0.7마리로 줄이고 포획 포상금에 배정하는 예산도 연간 100억원 수준으로 확대했다.

연간 국내 멧돼지 포획량은 ▷2019년 10만923마리 ▷2020년 9만7천45마리 ▷2021년 7만1천943마리 ▷2022년 7만6천736마리 등으로, ASF 발생 이전인 2018년(5만412마리) 대비 40~100% 증가했다.

4년(2019~2022년) 간 포획두수를 시도별로 보면 경북이 9만5천504마리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강원(6만63마리), 충북(4만2천331마리), 경남(3만9천466마리), 경기(3만6천37마리) 등의 순을 보였다.

대구 지역 유해조수팀이 멧돼지를 포획해 옮기는 장면. 매일신문 DB
대구 지역 유해조수팀이 멧돼지를 포획해 옮기는 장면. 매일신문 DB

그 결과 지난해 경북에선 멧돼지 포획량이 급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 편입한 군위를 포함해 연간 멧돼지 포획량은 ▷2020년 2만5천마리 ▷2021년 2만3천마리 ▷2022년 2만4천마리 ▷지난해 1만8천여 마리로 집계됐다.

기초단체들은 이를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인다. 농작물 보호, ASF 예방, 멧돼지 개체 수 조절 등 '일석삼조'라는 것.

군위군은 매년 엽사 30명을 동원하고 지난해 유해조수 포획 예산도 1억8천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배가량 늘리며 유해조수 포획에 열올리고 있다.

군 관계자는 "아직까지 군위에는 ASF가 발병하지 않았고, 농가 피해도 크게 줄어 다행"이라고 했다.

한편, 환경부는 최근 도심 지역에서 멧돼지가 늘어난 것 같다는 반응에 대해 '착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행인·등산객이 많은 도심에선 엽사가 인명사고를 우려해 포획활동을 하기 힘들다. 이에 도심의 단위면적 당 멧돼지 수가 비교적 많다"면서도 "한 마리를 보고 여러 사람이 신고하거나, SNS 등에서 자주 언급돼 그 수가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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