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대생 외면받는 공중보건장학제도…공공병원 의료 인력 확보 난항

의무 근무 기피로 의사 모집 항상 미달…"근무태만 가능성도 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대구시내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의로 근무하는 A씨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다. 공중보건장학제도를 활용해 장학금을 받고 의대를 졸업한 뒤 인턴이 됐지만, 전공의 과정이 끝나면 경북 지역의 공공의료원에서 2년동안 의무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장학금을 신청할 때에는 진로가 보장돼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인턴 과정을 거치고 보니 대학병원에서 전임의로 경험을 더 쌓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차라리 받았던 장학금을 다 변제하고 의무 근무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의료인력 공백이 심각한 비수도권 공공병원에 의료진을 공급하고자 도입된 '공중보건장학제도'가 의대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지역거점공공병원에 일정 기간 의무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문의 및 간호사 면허 취득 후 지역거점공공병원에서 2~5년간 근무할 것을 전제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한 학기 기준 의대생에게는 1천20만원, 간호대생에게는 820만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신청한 의대생은 선발 정원의 절반 가량만 간신히 채우고있다.

21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제출받은 '공중보건장학제도 선발 및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신청한 의대생은 52명으로 선발 정원이었던 100명에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에서 근무하게 될 인원이 17명으로 신청 인원의 32.7%를 차지했다. 경북도는 4명으로 7.7% 수준이었다.

의대생들이 신청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전문의 자격을 얻고 나면 지역거점공공병원에 의무적으로 근무를 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통상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상급종합병원에서 전임의로 지내며 임상 경험을 쌓은 뒤 교수 또는 개원의가 된다.

그러나 공중보건장학제도를 통해 장학금을 받으면 전공의 기간이 끝나는대로 지역거점공공병원에서 근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에서 쌓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원 규모나 향후 경력 등을 따져본 뒤 장학금을 받고 지방 공공병원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수도권 또는 대도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의대생들이 많다"면서 "장학금 증액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반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의무 근무'라는 족쇄가 근무 태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김경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공중보건의도 불성실한 근무에 따른 질타가 자주 나오는데, 공공병원에 강제 배치된 의사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방 공공병원을 살리고 싶다면 의사들이 지원할 만한 다양한 '당근'을 만드는 게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신현영 의원도 "제도를 재설계하고 이 제도가 지역의료 활성화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장기적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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