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 서민규 "대구 계속 남아 성공 아이콘 될래요"

대구에서 출생해 줄곧 지역에서 훈련…앞으로도 대구가 근거지
훈련 환경 열악…마음대로 훈련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졌으면

인터뷰를 하면서 활짝 웃고 있는 서민규 선수. 전창훈 기자
인터뷰를 하면서 활짝 웃고 있는 서민규 선수. 전창훈 기자

"대구에 계속 남아 지역의 '성공 아이콘'이 되고 싶어요."

지난 2일 한국 남자 피겨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정상을 차지하며 국내 피겨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서민규(16) 선수가 최근 대구로 돌아왔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사대부초교·경신중을 거쳐 올해 경신고에 입학하는 등 줄곧 지역을 떠나지 않았다. 보통 피겨 선수들이 외국이나 서울에서 훈련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대구가 주요 훈련지이다. 대표팀 훈련 등을 제외하곤 웬만한 개인 훈련은 지역에서 진행한다. 서 선수는 앞으로도 지역을 떠날 생각이 없다.

그는 "굳이 타지에서 훈련할 필요성을 잘 못 느낀다. 고향에서 훈련하고 생활하는 것이 심적으로 편하면서 안정적"이라며 "지방에 머물면서도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걸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대구를 떠나지 않은 데는 부모와 코치 영향이 크다. 특히 어머니 김은주 씨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지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서 선수의 개인 코치를 맡고 있는 김아영 씨도 대구빙상연맹 출신이다.

서 선수는 이번 대회 우승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대회 참가할 때만 해도 전혀 우승을 생각지도 못했는데,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을 때 '잘 하면 우승도 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 우승은 2006년 김연아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18년 만의 일이다. 더욱이 여자 피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남자 피겨에서 이룬 결과라 더욱 값지다.

피겨를 4살 때부터 시작한 서 선수는 피겨에 남다른 재능과 열정으로 2022년 세계대회에 첫 출전하자마자 메달을 따냈다. 2022 세계빙상연맹(ISU) 주니어그랑프리시리즈 6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 이후 2023년 중학생 신분임에도 당당히 시니어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어머니 김 씨는 "민규가 4살 때 처음으로 피겨를 접했고 초등학교까지만 한 번 시켜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스스로 피겨를 재미있어하고 열심히 했다. 예술성이 뛰어난 반면 기술성이 다소 약해 피겨를 계속 시킬지 고민을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해보겠다는 민규를 믿었기에 기대 이상의 결과가 있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선수는 지역의 열악한 훈련 환경을 몸소 느낀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대구실내빙상장과 수성아이스링크를 번갈아 다니며 훈련을 하는데, 일반 개방 시간이나 대관 시간을 피해서 훈련 시간을 잡다보니 학교 수업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 그는 "마음대로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그는 반짝 하지 않고 꾸준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서 선수는 "제 롤모델은 차준환 선배님을 비롯해 캐나다 패트릭 첸 선수, 일본 카기야미 유마 선수다. 그들처럼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당장 올해 목표는 주니어 세계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후 목표는 한국 남자피겨 사상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는 2008년 10월생으로, 나이 제한 때문에 2026년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는 참석하지 못한다. 대신 2030년 동계올림픽을 노리고 있다. 서 선수는 "그 때가 되면 20대 초반으로, 선수로는 절정의 기량을 보일 수 있다. 꾸준히 힘과 기술력을 키워 반드시 금메달에 따겠다"고 했다.

한편 박영기 대구시체육회 회장은 6일 대구시체육회를 찾은 서 선수를 격려하고 격려금을 지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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