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실로 드러난 민주당 ‘비명횡사’, 이러고도 시스템 공천인가

'과하지욕'(袴下之辱)의 끝은 공천 탈락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현역 박용진 의원이 고배를 들었다. 유치원 3법 등을 발의하며 합리적 인사라 평가받던 재선 의원의 공천 탈락에 경악한 건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 주장 탓이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가 의정 활동 평가 하위 10%에 해당한다는 것부터 설득력이 떨어졌다. 비명(非明)이라는 이유 외에 공천 탈락 설명이 난망하다. 특히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이 '수박'으로 낙인찍었던 터다.

공천장은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의 몫이 됐다. 박 의원을 향해 "민주당답지 않은 분"이라 저격하며 '자객 출마'에 나선 친명계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국회에 입성했었고, 이명박 정권 말기에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크고 작은 가짜 뉴스를 퍼뜨린 무리 중 하나다. BBK 의혹 제기에 따른 선거법 위반으로 수감됐고, 2018년 서울시장 출마 선언 직전 성추행 의혹 보도가 나오자 정계 은퇴를 선언한 전력이 있다.

서울 서대문갑 공천을 받은 김동아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된 정진상의 변호를 맡은 속칭 '찐명'이다. 고약한 대목은 그가 애초 '3인 경선' 명단에 없었다는 점이다. 심판 역을 맡은 전략공관위 등은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진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을 배제하고 김 변호사를 명단에 넣었다. 4위였던 그가 별안간 공천권을 따낸 과정이다. 시스템 공천이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눈속임' 말고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유력 공당의 공천 과정에 잡음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당수의 입맛에 맞는 이들이 대거 공천받은 걸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괴이한 공천 과정을 견디지 못한 옛 민주당 주도 세력들의 탈당 도미노는 당연해 보인다. 종북 세력의 국회 입성 길을 터준 민주당 주도의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도 오십보백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객관적이라 자찬하며 혁신 공천의 불가피한 진통이라 포장한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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