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애 낳으면 1억 지원’ 여론 수렴, 정책 전환은 신중해야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7일부터 출산·양육 지원금 1억원 지급 방안에 대한 국민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 26일까지 진행되는 설문 조사는 '정부가 1억원의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출산에 동기 부여가 되겠는지'와 '이에 따른 재정 투입(연간 약 23조원)에 동의하는지'를 묻고 있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시행되는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저출생 대응 정책의 전환을 모색하기 위해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380조원을 풀었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지난해 0.72명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보육·돌봄, 자녀 수당, 주거 등 직·간접 지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출산 장려금 등의 정책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셈이다.

기존 정책은 효력이 없고, 인구 절벽 위기는 사회 전반을 덮치고 있다. 정부가 저출생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출산 지원금 1억원'은 파격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 살림이 문제다. 신생아 1명당 1억원을 일시 지급할 경우 올해 기준 22조4천억원이 들어간다. 이는 지난해 정부의 저출산 대응 예산 총액(직접 지원 21조원, 간접 지원 27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기존 저출산 예산을 유지하면서 매년 20조원 이상을 추가 투입하면 재정 탕진은 시간문제다.

'현금 지급'의 효과도 의문이다. 국내 지자체들이 출산 장려금 지원으로 출생아나 인구가 늘었다고 하나, 인접 지역 인구를 빼간 결과일 뿐이란 지적이 있다. 현금 지급의 정책 효과 분석은 연구자에 따라 결과가 엇갈린다. 양육비 부담 탓에 애를 낳지 않는 게 아니다. 결혼·출산의 지연과 기피는 노동시장의 불안정, 고물가, 비싼 집값 등의 총체적 결과다. 특히 여성이 일을 하면서 어머니로 살아가기에는 현실은 가혹하다. 정부는 이런 점들을 충실히 감안해 정책을 세워야 한다. 1억원 지원이 복잡하게 얽힌 저출생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묘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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