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업까지 해도 서민 살림 힘들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 주 50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자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한 10%대로 떨어졌는데, 법정 최대 근로시간(주 52시간) 초과 근로자는 오히려 늘었다는 역설적 결과가 보고됐다. 주업(主業) 근무시간은 법 기준 이내이지만 부업(副業)을 병행해 전체 근로시간이 늘었다는 말이다. 주 52시간 도입과 '워라밸' 확산으로 장시간 근로자 비중이 꾸준히 줄었는데, 최근 다시 늘었다. 통계청 분석 결과, 지난해 주 53시간 이상 근로자는 306만7천 명으로, 전년보다 11만7천 명 늘었다. 2014년 600만 명대에서 꾸준히 줄다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부업 근로자는 57만5천 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주 52시간 근무를 중소기업까지 확대한 2021년부터 부업 근로자는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올해 1~3월 부업 근로자는 전년 동기보다 22.4%나 늘었다. 60대 이상이 19만4천 명으로 최다지만, 증가세는 청년층과 40대에서 두드러졌다. 청년층과 40대 부업자는 30%가량 늘었다.

고금리·고물가로 가계 사정이 어려워져서다. 물가는 말할 것도 없고,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 가구당 평균 이자 비용은 2022년 3분기 사상 처음 10만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4분기 13만원을 넘기며 6개 분기 연속으로 10만원대다. 점심값 부담 탓에 구내식당, 편의점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싼다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업까지 해도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부업자의 월 평균 소득은 294만7천원이었다. 단독 일자리 종사자에 비해 겨우 21만원 많았다. 시간당 소득은 오히려 적었다. 그럼에도 부업자가 느는 것은 불안감이 커서다.

신한은행 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 가구의 30% 이상이 올해 가계 경제가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불안은 비관적 인지 편향을 가져온다. 바꿔 말하면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져야 지지율도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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