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 여당, 쇄신과 소통 의지 안 보인다

총선 참패라는 민심의 경고장에도 정부 여당에 쇄신과 소통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역사적 총선 참패가 있은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원내대표 선출 과정은 위기 불감증을 그대로 노출한다.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중진 의원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시민 숙의를 거친 연금개혁안을 해석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정무 감각마저 상실한 듯 보인다.

쇄신과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총선 이전부터 중첩돼 나왔다. 문제는 개선되지 못할 것처럼 비친다는 것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달 3일로 예정됐던 원내대표 선거를 9일로 연기했다. 연기 사유와 과정이 탐탁지 못하다. 누구도 나서지 않자 소위 '찐윤'이라는 이철규 의원만이 "누군가는 악역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며 출마가 유력해 보였던 터다.

이를 두고도 온당치 못하다는 대내외적 비판이 쏟아졌다. 이 의원은 22대 총선 인재영입위원장에 공관위원까지 맡았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과 원활한 소통을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찐윤'이 아니면 소통이 안 되는 것이냐는 비판만 가중된다. 총선 참패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이 중책을 맡는 데 강한 거부감이 감지되자 이 의원은 최근 당 지도부에 불출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들의 이름이 다시금 하나씩 거론된다. 갈팡질팡하는 당내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시민 숙의를 거친 연금개혁안 풀이 방식도 부자연스럽다.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이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된다는 부정적 의견은 낼 수 있다. 다만 일리 있는 분석일지언정 장시간 숙의로 도출된 결과를 곧장 반박하는 건 바람직하다 보기 어렵다. 불통 이미지만 누적될 뿐이다.

선거 참패를 겪은 공당이라면 패인 분석과 향후 전망 등을 내놓느라 분주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정부 여당 앞에는 험난한 정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국무총리 인선과 소통 노력 등에서 쇄신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 민심은 더 멀어진다. 민심을 듣고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야 한다. 국민의힘은 어떻게 해야 민심을 얻을지 자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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