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동산 PF 구조조정, 늦출수록 위험하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은행, 금고, 증권사 등 대주단이 시행사에 사업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호황기엔 모두 돈을 벌 수 있지만 자재비와 인건비 폭등에다 부동산 불경기, 고금리가 맞물리면서 일이 틀어졌다. 착공조차 못 하거나 대금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돼 '유치권 행사 중' 현수막을 내건 현장들이 생겨났다. 준공 후 미분양이 쏟아지면서 분양대행사에 수천만원씩 주고 물량 처리를 맡기다 보니 수익성은 악화됐다. 솟아날 구멍은 없는데, 대출 만기가 다가왔다. 갚을 돈이 없으니 대주단은 해당 물건을 경매나 공매로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한다. 막대한 손실이 확정될 수밖에 없다. 대출 만기가 몰린 '4월, 5월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한폭탄처럼 부동산 시장을 압박했던 230조원 규모의 PF에 대해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 나선다. 사업성 기준을 강화해 문제 해결의 방향을 시간 벌기에서 부실 정리로 옮겼다.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이던 사업성 평가 분류를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나누는데, '유의' 등급 사업장은 재구조화나 자율 매각을 추진하고, '부실 우려' 사업장은 상각(손실 처리)이나 경매·공매를 추진토록 했다. 쉽게 말해서 유의나 부실 우려 사업장은 구조조정한다는 뜻이다.

구조조정 대상은 전체의 5~10% 수준이다. 23조원 규모의 PF 사업장이 구조조정 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은 수조원대 추가 손실이 우려된다. 경매·공매에 따른 손실 확정에다 부실 우려 사업장 대출금의 75% 수준까지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금융권 손실액 예상치는 8조~13조8천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시장이 감내할 수준이라는 안일한 판단에 매몰돼선 안 된다. 아울러 늦은 감이 있지만, 그 탓에 손실을 더 키웠지만 지금이라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부동산 바닥에 널리 알려진 말처럼 고름은 절대 살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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