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대구산단] 1천평 짓는데 최소 33억…내부 설비·세금 더하면 부담↑

공사비 뛰어 투자 난항, 가동률도 뚝…앞으로가 더 걱정

15일 대구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집적단지 전경.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5일 대구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집적단지 전경.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대구 지역 공단이 암흑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투자를 축소하며 버텨온 기업들이 공장 신축을 하려 해도 높은 금리와 공사비로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단의 중소기업들은 침체기에 들어섰다.

◆공사비 증가…땅 있어도 투자 '멈칫'

지난 15일 오후 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 내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집적단지. 물기업들의 공장으로 가득해야 할 곳이지만 건물이 없는 빈 땅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땅 계약을 완료했던 한 기업 관계자는 "설계 준비까지 다 마쳤는데 코로나 사태를 맞이했다. 매출이 3분의 1로 줄면서 착공을 할 수 없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매출이 서서히 올라오고는 있지만 금리도 오르고 공사비도 높아지면서 예상한 것보다 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여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이후 총 46만4천209㎡에 달하는 이곳 집적단지에 분양이 완료된 곳은 33만여㎡. 대구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39개사가 이곳에 입주하기로 협약을 체결하며 71%의 분양률을 기록했지만 공장이 들어선 곳은 25개사이다. 공장을 짓고 있는 3곳을 제외하면 아직 11개 기업의 땅은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시는 현재 집적단지 내 입주를 결정한 기업 중 아직 착공되지 않은 9개 관리기업 가운데 3개 사가 당장 착공을 결정 내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구시는 미착공 중인 기업에 대해 "올해와 내년 착공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있다"며 "기업 내부적인 이유보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서 현재 집적단지에서 착공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과거 싼값에 땅을 분양 받았음에도 기업들이 공장을 못 짓는 이유는 높아진 금리와 껑충 뛰어버린 공사비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2023년 건물신축단가표'에 따르면 공장 공사비의 경우 ㎡당 101만7천원으로 전년도(97만6천원) 대비 4%가 뛰면서 100만원을 넘어섰다. 한 건설 관계자는 "싸게 땅을 샀더라도 당장 1천평 규모의 공장 하나 짓는데 최소 33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소리다"며 "내부 설비에 더해 각종 세금 등을 계산하더라도 비용 부담이 크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14일 공개한 지난달 건설공사비 지수를 보더라도 2020년(118.9) 대비 28.9% 상승한 153.3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 100억원 수준이던 공사비용이 현재 130억원으로 뛴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땅을 매입해 공장을 새로 짓기보다 기존 공장을 구입해 내부 설비만 손보는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성서산업단지 소재 자동차부품 기업인 A사는 신축 대신 경북 경산의 공장을 매입했다. A사 대표는 "미래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새로운 생산 라인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나대지를 사서 신축을 하려고 했는데 최근 원자재·인건비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너무 컸다"면서 "대신 다른 공장을 인수해서 개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경기 침체에 가동률도 뚝

공장 증축 등 투자만 멈춘 것이 아니다. 경기 침체로 대구 산업단지 내 가동률도 하락하고 있다. 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입주 기업 공장 가동률은 68.4%로 전 분기 대비 1%포인트(p)하락했다. 총생산액의 경우 지난해 4분기 4조3천478억원으로 전 분기(4조4천393억원) 대비 915억원 감소했다.

서대구산업단지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동률이 눈에 띄게 오르지 못하고 있다. 서대구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올 1분기 기준 가동률은 70%로 지난해 연간 가동률 68.7% 보다는 올랐다"며 "하지만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125% 감소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장윤재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경영지원본부장은 "환율, 금리 이슈 등으로 인해 현장에서 공장을 가동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귀한 일손마저 잃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공장을 가동하지 않아도 직원은 둬야 하는 상황이 사업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국가산업단지 가동률의 경우 기업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심각하.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업단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대구국가산업단지평균 가동률은 87.0%로 안정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단지 내 50인 미만 기업 가동률은 35.7%로 집계됐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 가동률(98.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작기계 업체 A사 관계자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매출은 줄고 경기침체 영향도 커진 상황에 재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 중소 제조업체들의 시련은 지금부터다.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이미 생산실적도 밀리고 있다. 대구국가산업단지 생산 실적은 지난해 12월 6천27억원, 올해 1월 5천984억원, 2월 5천765억원을 기록해 3개월 만에 4.3% 하락했다.

산업연구원은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선 시장을 주도할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고 기존 스타기업 유출을 막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준석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산업단지 전반에 걸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구에는 산업을 이끌어 줄 대기업, 중견기업 유치가 필요하다. 투자 유치 실적은 좋은 편이지만 최근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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