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요한 건 '성장하는 과정'…장애인 수영 선수의 끝나지 않는 도전

15일 전남 광양서 열린 전국장애학생체전에서 대구 대표로 출전해 4위 차지
지난해 사설수영장 전전…훈련 장소, 코치 지원받으며 새로운 영법 터득
의젓한 수영선수로 성장…어머니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겠다"

지난해 대구 달서구 두류수영장에서 세명학교 소속 수영선수인 김시혁 군이 훈련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해 대구 달서구 두류수영장에서 세명학교 소속 수영선수인 김시혁 군이 훈련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힘들었을 텐데 고마워. 너무 잘했어."

경기를 마치고 물 위로 올라온 김시혁(15)군을 향해 어머니 권은정(46)씨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결승 출전'이란 목표를 달성하고 돌아온 아들을 보자 권 씨는 눈물이 차올랐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겨낸 아들이 고맙고 대견했다. 이런 권 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 군은 해맑은 모습으로 '잘했어'라는 말을 연신 따라 읊었다.

일반 학생들의 수영 수업에 밀려 교내 특수 수영장을 사용하지 못했던 장애인 수영 선수(매일신문 2023년 5월 1일‧8일‧6월 1일)가 그간의 우여곡절을 넘어 최근 열린 전국 대회에 지역 대표로 출전했다. 1년간 실력을 갈고닦은 끝에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김 군은 지난 15일 전남 광양성황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18회 전국장애학생체전에서 수영 남자 평영 50m와 100m 부문 결승에 올라 4위를 차지했다. 비록 메달권은 아니지만, 50m 경기에선 54초51 만에 결승 패드에 닿아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100m 부문은 경기 중간에 물 위로 올라오면서 실격한 전적도 있지만, 이번엔 끝까지 완주했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건 매일신문 보도 이후 이어진 도움의 손길 덕분이었다. 김 군은 지난해 특수학교 학생이지만 교내 수영장을 사용하지 못해 사설 수영장을 전전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소식이 알려지자 김 군이 재학 중인 세명학교에서 평일 오후 하루 2시간씩 학교 수영장을 열어 수업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구장애인수영연맹에서 소개해 준 전문 코치 아래서 새로운 영법을 익힌 것도 도움이 됐다. 김 군은 잘못된 자유형 영법이 몸에 익어 수정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코치는 새로운 영법인 평영을 처음부터 가르쳤다. 덕분에 지난달 열린 충청북도지사배 전국장애인수영대회에서 김 군은 평영 50m 부문에서 은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김 군이 수영을 계속할 수 있게 되면서 스스로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김 군은 훈련이 끝나면 혼자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낯선 경기장에서도 자신 있게 입수해 물속을 누비고, 반환점을 정확히 기억하고 돌아와 다른 선수들의 도착을 기다리는 의젓한 '선수'로 성장했다.

어머니 권 씨는 '몇 등'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아이가 성장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혁이는 물속 세상을 느끼며 돌고래처럼 유영한다. 욕심을 내자면 순위권 안에 들 수 있겠지만, 메달을 따려고 수영하는 건 아니다"라며 "수영을 하면서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을 배운 것이야말로 소중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실패하진 않을까' 걱정하던 권 씨는 요즘 '끝까지 해보자'고 생각한다. 그는 "처음 자폐 진단을 받았을 땐 힘들었지만, 이제 아들은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 주는 존재"라며 "시혁이가 원하는 동안은 수영을 놓지 않을 것이고, 저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겠다. 앞으로도 장애인 수영 선수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시설 지원 등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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