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포아풀

박상봉 시인

박상봉 시인
박상봉 시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물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사막. 놀라운 일은 이런 사막에도 식물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포아풀'은 한겨울 사막의 박토 속에서도 죽지 않고 잘 자라는 특이한 식물이다. 이 식물의 키는 고작 높이 50㎝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작은 키 밑에 전체 길이가 놀랍게도 600㎞가 넘는 거대한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있다. 사막의 포아풀이 척박한 땅에서도 말라 죽지 않고 한겨울 박토 속에서도 꿋꿋하게 잘 자라고 언제나 싱싱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감동하게 하는 그 비결은 바로 '뿌리'에 있다.

깊고 넓게 퍼진 뿌리, 나무의 높이와 비교할 수 없는 긴 뿌리가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양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준다. 뿌리가 물이 있는 곳까지 뻗어 멀리서 물을 공급해온다. 뿌리와 뿌리가 가족처럼 얽혀 서로 수분을 전달해주기도 한다. '포아풀'의 열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어떤 환경이라도 이겨내는 힘, 시들지 않는 꿈과 비전일 것이다. 내일의 희망이 없다면 성장은 멈춰버린다. 멈춤이 잠시 쉬어가는 쉼이 아니라면 죽음일 것이다. 꿈과 희망이 없는 삶은 오늘이 마지막이고 꿈과 비전이 있는 삶은 미래의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사막에서 자라는 '메스키트'라는 식물도 생명력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메스키트 묘목의 뿌리는 마른 모래 속으로 9미터 혹은 그 이상 깊이 뿌리를 내려 땅 밑 깊은 곳에 있는 지하수를 빨아들인다. 특히 희한한 것은 어떤 메스키트 뿌리는 물을 찾아 무려 60m나 뻗어 내려간다는 사실이다. 지하에서의 물 공급이 풍족한 곳에서는 메스키트 나무가 높이 12m 이상, 지름이 1.2m까지 자랄 수 있다. 사막의 가뭄 기간 동안 다른 사막의 식물들은 시들어 죽을지라도 메스키트만큼은 지하수를 빨아들여 저장해 놓은 물로 가뭄을 버틴다.

선인장의 가시도 원래는 잎사귀였는데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로 변했다고 한다. 선인장꽃은 화려한 게 매력이다. 송곳 같은 가시 속에서 어떻게 저리 고운 꽃이 피어날까? 선인장의 꽃말은 열정과 정열이다. 열정은 어떤 일에 열중하는 마음이고, 정열은 불같이 세차게 일어나는 감정이다. 선인장이 수분이 없는 사막의 뜨거운 햇볕을 양분 삼아 자라는 모습은 꽃말과 이미지가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도 얼마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사느냐가 중요하다. 식물에 비교한다면 열정은 모든 영양분을 공급하는 뿌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사막이나 황무지 못지않게 척박하다.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으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정호승 시인은 '무릎'이라는 시에서 '낙타도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무릎을 꿇고 사막을 바라본다'고 했다. 사막과 같은 세상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려면 무엇보다도 낮은 자세와 견고한 믿음의 뿌리가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긴 뿌리를 가지고 있는 식물 '포아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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