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낮에는 잠잠하다 밤만 되면 물폭탄…‘한국형 장마’ 사라졌다

예측 불허 강우, 대구경북 피해 속출
中서 불규칙한 저기압 발달…고온다습 ‘제트 기류’ 몰고와
온도 떨어진 밤 대기 불안정…게릴라식 돌발성 호우 반복

10일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일대가 밤 사이 내린 폭우로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동촌유원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10일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일대가 밤 사이 내린 폭우로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동촌유원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한국형 장마'가 사라지고 있다.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이동하며 넓게 자리한 채 비를 고루 뿌리던 예년과 달리 올해 장마철에는 불규칙한 저기압이 발달하면서 종잡을 수 없는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야행성 폭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올해 장마철에는 100~200년에 한 번 발생할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전국이 물에 잠겼다.

대구경북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8일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대구(신암) 242.5㎜, 경북 성주 245㎜, 영천 229.3㎜, 포항(오천) 205.5㎜, 김천(대덕) 193㎜로 집계됐다.

주요지점별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칠곡(가산) 60㎜, 구미 58.3㎜, 김천 53㎜, 군위(의흥) 47.5㎜, 의성 35.5㎜, 경주 39.9㎜, 대구(달성 하빈) 43.5㎜ 등이다.

올해 장마철에는 기상청 예보를 봐도 날씨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돌발성 호우가 내렸다가 그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진 후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야행성 폭우'가 반복된다는 점도 이번 장마의 특징 중 하나다.

지난 8일 안동시 옥동에는 오전 3시 30분쯤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이 시점 기준 1시간 강수량은 52.5㎜, 3시간 강수량은 103.0㎜를 기록했다. 영양군 영양읍은 재난문자가 발송된 오전 3시 53분쯤 1시간 강수량이 52.0㎜, 3시간 강수량이 108.5㎜였다.

야행성 폭우의 원인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뜨겁고 습한 바람인 '하층 제트 기류'다. 올해 장마철에는 중국 쪽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하층 제트 기류를 몰고 왔다.

낮에는 지상의 공기가 데워지면서 상승해 하층 제트 기류의 앞길을 방해하지만, 밤엔 지상의 공기가 식어 가라앉으면서 하층 제트 기류의 길이 열린다.

이번 장마 기간 중국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일이 잦은 이유로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더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한 점이 꼽힌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대만을 넘어서까지 세력을 확장해 그 가장자리를 타고 중국 내륙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공급되고 있다. 이 고온다습한 공기가 북쪽에서 남하하는 찬 공기와 충돌해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중국 내륙에 저기압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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