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전병서] AI 전쟁 시대, 'K-AI의 길' 제대로 찾아야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지금 세계는 거대한 인공지능(AI)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AI 기술 패권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동력이 되었으며, 한국 역시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생존과 번영을 위한 치열한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새 정부의 인사가 진행되면서 '소버린(Sovereign, 자주적인) AI'란 용어가 등장하고 '한국형 AI(K-AI)'에 대한 논의가 많다. 'K-AI'의 성공을 위해서는 세 가지의 명확한 전략적 방향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AI 기술과 투자에서 미국, 중국 등 AI 강국과는 큰 차이가 있는 한국의 AI 전략은 집중과 선택이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한국의 산업 구조와 강점을 고려하여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AI, 피지컬(Physical) AI, 소버린 AI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먼저, 엔터프라이즈 AI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제조업 현장의 생산성 향상, 품질 관리, 공급망 최적화 등 기업 운영 전반에 AI를 적용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AI 솔루션 도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포스코는 제철 공정에 AI를 도입하여 불량률을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였고, 현대자동차는 스마트 팩토리에 AI를 적용하여 생산 라인을 최적화하고 있다.

다음은 피지컬 AI, 즉 로봇과 AI의 융합 분야는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동력이다. 산업용 로봇 뿐만 아니라 서비스 로봇, 배송 로봇 등 다양한 물리적 환경에서 AI가 직접 동작하는 피지컬 AI는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

마지막으로 소버린 AI를 통해 데이터 주권과 장기적인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소버린 AI는 특정 국가의 문화, 언어, 법적 제약을 반영하여 자체적으로 구축되고 통제되는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는 특정 기술 강대국에 대한 AI 종속을 피하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국방, 금융, 의료 등 핵심 분야에서는 소버린 AI 도입을 의무화하고, 공공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하여 소버린 AI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둘째, 하드웨어 인프라 확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독점력을 AI 칩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 AI 시대의 핵심은 결국 하드웨어 인프라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도 이를 구동할 고성능 컴퓨팅 자원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특히 AI 시대의 '황금'이라 불리는 HBM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HBM 독점력을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반도체 수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지렛대 삼아 핵심 AI 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규모 이상의 HBM 구매 시 AI 칩 공급을 의무화하는 방식이나, HBM 공급과 연계하여 국내 AI 기업에 대한 AI 칩 할당을 보장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행정명령 등 강력한 정책 수단을 통해서라도 추진해야 할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다.

셋째, 한국형 AI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은 과감한 규제 혁파와 인재 양성이다. 데이터센터부지와 전력 공급도 확보하지 못하는 AI 정책은 의미 없다. AI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들은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동시에 AI 인재 양성은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전 생애 주기에 걸친 AI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AI 전문가 양성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며, 해외 우수 AI 인재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지원책 마련도 시급하다.

AI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은 HBM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제조업이라는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리더십과 기업의 혁신적인 노력이 결합되어 'K-AI'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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