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김성준] 공공사업에서 보이지 않는 것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새 정부 출범 보름 만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2차 추가경정예산에는 건설경기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2조 7,0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1차 추경예산 2조 5,000억 원을 더하면 올해 추경으로 증액된 관련 예산만 벌써 5조 원이 넘는다.

정부는 고속철도와 도로의 조기 착공, 공공 청사의 조기 준공 등 예산의 조속한 집행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이 같은 중앙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추어 경기도 등 지자체도 앞다투어 추경을 추진하며 공공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경제학에는 '구축효과(crowd-out effect)'라는 말이 있다. 정부와 공공부문의 재정 지출을 증가시킴으로써 민간부문의 투자나 소비의 감소를 초래하는 효과를 일컫는다. 한마디로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민간부문이 사용해야 할 재원은 줄어든다는 뜻이다. 일반 시민 뿐만 아니라 정책결정자들의 잘못된 믿음 중 하나는 정부의 공공사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유용한 정책 수단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정부가 철도, 도로, 교량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해당하는 공공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당장 시민들 눈앞에 경기가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고, 다소나마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 본다면 공공사업의 또 다른 면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만이 자주 언급했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공공사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정부가 공공사업을 위해 예산을 집행할 때는 그로 인한 편익 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반드시 소요되는 직접적인 비용과 더 중요한 기회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회비용이란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할 때 포기하는 차선책의 가치를 말한다.

우선, 공공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은 다름 아닌 국민의 세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그 돈만큼 세금으로 내지 않았을 경우 납세자들이 할 수 있던 일을 고려해야 한다. 납세자들이 세금을 아낄 수 있었다면 자신이 가장 필요한 곳에 사용하여 그들의 효용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누군가의 소득 또는 재산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일부를 포기하는 셈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해당 공공사업이 아닌 정부의 다른 유용한 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을 지출을 포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환경지원사업을 추진하게 된다면 그 예산으로 공공 도서관을 짓거나, 공원을 짓는 등의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은 민간 부문에 사용될 노동력이 공공부문으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민간부문의 노동시장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노동과 자본이 공공부문이나 민간부문 어디에 투입되는가라는 '모양'만 달라질 뿐 경제 전체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정부를 과신하는 사람일수록 공공사업의 한쪽면 만을 보는 경향이 있다. 공공사업의 좋은 것만 보고 나쁜 면을 보지 않는 것이다. 프레데릭 바스티아는 그의 마지막 저작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1850년)에서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행동, 제도, 법은 한 가지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연속적 효과들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이러한 효과 중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효과는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효과들은 눈에 띄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가짜 경제학자와 진정한 경제학자의 차이는 오직 눈에 쉽게 띄는 효과에만 집착하느냐, 아니면 보이는 효과 뿐 아니라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간접적인 효과까지도 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꼬집는다.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정부는 공공사업의 단기적인 편익과 보이는 효과 만을 보지 않는다. 그에 따른 기회비용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같은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역사는 경기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성급하게 추진한 정부정책의 결과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급하게 추진하는 공공사업으로 미래의 국민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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