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浪漫) 여름'은 끝났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에 가고, 여름방학 농활을 가고, 후두둑 후두둑 장맛비 소리를 듣고, 시골집에서 정취를 만끽하던 그 모든 '축제'가 지속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제 여름은 '5월부터 9월까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통계는 그렇지 않다 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느낀다.
'대프리카'의 도시 대구의 여름은 혹독하다. 6월 평균 최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장마는 찔끔하더니 끝났다. 며칠째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熱帶夜). '덥다'보다 '무섭다'란 말이 먼저 나온다. 대구는 지난달 30일 일평균 기온이 30.7℃를 기록했다. 이는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6월 중 가장 더웠다. 기상청은 올여름 더위가 평년보다 더 심하고 폭염 일수도 지난해보다 많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7월 중하순부터 8월 상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되면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다.
더 이상 기상 이변(異變)이 아니다. 이변 자체가 상수(常數)다. 우리가 알던 계절은 사라졌다. 지난 1일 유엔(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때 이른 폭염이 일시적 기상 이변이 아닌 '새로운 기후 현실'이라고 밝혔다. 클레어 눌리스 WMO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극심한 폭염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폭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매일신문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은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아열대 기온을 기록하고 있어, 기후학적으로는 전환기(轉換期)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아열대권에 있다"고 했다. 그는 "예전 여름 더위는 불편한 더위였지만, 지금은 사람 목숨을 앗아 가는 살인적인 더위다"며 "여름이니까 덥다는 식의 인식으로는 지금의 기후를 절대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생존(生存)의 여름'이다. 물난리·가뭄, 극한 폭염이 반복되면서 사람과 동·식물이 죽고 다치는 재난이 반복된다. 모든 사회 시스템이 기후 위기에 맞게 다시 설계돼야 한다. 털털거리는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쪽방촌 사람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이 무서워 켜지 못하는 홀몸 노인들, 폭염으로 일을 못 하는 건설 노동자들과 노점상들…. 폭염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무섭다.
kimk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 국민의힘 새 혁신위원장
트럼프 '25% 관세' 압박에…한국, 통상+안보 빅딜 카드 꺼냈다
李대통령, 이진숙 국무회의 제외 결정…"공무원 중립의무 위반"
[단독] '백종원 저격수'가 추천한 축제…황교익 축제였다
"광주 軍공항 이전 사실상 국정과제화"…대구 숙원 사업 TK신공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