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대학, '초광역 이동' 시대…정부 정책은 '시도 단위'에 머물러

유입과 배출은 초광역, 정책은 분절…현장 괴리 심각
연봉, 거점대는 수도권과 대등…비거점대는 노동시장 성과 '낮음'

대구시가 지난 13일 지역 10곳 대학과 라이즈(RISE) 성과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지난 13일 지역 10곳 대학과 라이즈(RISE) 성과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대구시 제공
인력난과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마련된 채용박람회를 찾은 취업희망자들이 현장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매일신문DB
인력난과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마련된 채용박람회를 찾은 취업희망자들이 현장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방대학 학생들은 시·도 경계를 넘어 움직이는데 정책은 여전히 행정구역 안에 갇혀 있다. 정부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등은 여전히 각 시·도 안에서만 작동하고 있다. 학생들의 움직임과 정책적 대응 간의 괴리가 지방대학 육성정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지방대학 지원의 실효성을 위해 초광역 연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대학생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1일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대학생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방대 학생 유입과 배출은 초광역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방대학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대학은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초광역 단위의 학생 유입과 졸업생 배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분석 대상은 2011~2019년 전국 185곳 4년제 일반대학이다.

보고서는 대학의 학생 유입지와 졸업생 배출지를 시도 단위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 지방대학에서 동일 시도뿐 아니라 동일 권역 및 타 권역 등 다른 지역에서의 유입과 배출 비중이 상당한 수준임을 밝혔다. 이는 고등교육이 단일 행정구역의 범주를 넘어서는 초광역 단위의 공공재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별 대학생 출신지(유입지)를 보면, 같은 지역 출신이 대구지역 대학은 57.1%였고, 경북지역 대학 28.3%에 불과했다. 졸업생 배출지를 보더라도, 같은 지역 취업이 대구지역 대학은 57.3%였고, 경북지역 대학은 28.7%에 그쳤다.

특히 졸업 이후 수도권 취업 비율을 보면, 대구와 경북은 18.2%, 22.6%였다. 이는 수도권에서 대구와 경북으로 입학하는 비율(각 5.0%, 11.0%)을 훨씬 넘는 수치다. 이는 대구·경북에서 수도권으로의 청년 유출을 나타낸다.

◆정책은 시·도에 머물러…특히 대구와 경북 간 연계 필요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시도 단위로 계획·운영하고 있다. RISE 사업은 지역 주도로 대학 지원을 통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목적의 정책이지만, 사업 추진과 성과 평가의 기준이 시도 단위로 고정돼 있다는 점에서 실제 유입·배출의 초광역적 특성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계획 단위가 시도 단위이고, 성과 평가 단위 역시 시도 단위로 추진됨에 따라 초광역 단위 계획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구와 경북처럼 지역 간 연계성이 강한 권역에선 초광역 단위의 공동계획이 필수적임에도, 현행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북대 본관 전경
경북대 본관 전경

◆거점대와 비거점대의 차이…지역 넘어선 협력과 특화 발전 전략

아울러 대학 인력 양성 성과(2019년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지방대학 내부의 격차도 뚜렷했다. 지방거점대학(경북대 등)의 경우 수도권대학과 유사한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지방비거점대학은 임금과 고숙련 근로자 비율, 장기고용 여부 등 노동시장 성과가 유의미하게 낮았다. 지방비거점대학은 수도권대학과 비교해 연봉이 16.0~17.6%가량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결과는 지방대학을 기초학력 수준이나 기능에 따라 세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특화발전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지방거점대학의 경우 종합대학 체제를 유지한 채 수도권대와 경쟁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이 필요하며, 지방비거점대학은 기초학력 향상 프로그램 운영, 평생교육 및 커뮤니티 기능 강화 등 특화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지방대학 지원 사업 추진 시 초광역 연계 협력을 활성화하고, 거점대·비거점대 등 각 지방대학의 특화발전이 필요하다"며 "지방대학은 초광역 단위의 공공재라는 특성을 고려해 정책 추진 단위 역시 이에 맞게 재설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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