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속으로] 삶의 빛 찾아 가장 어두운 내면 속으로 뛰어들다…엄소영 개인전

7월 31일까지 칠곡 갤러리 오모크

엄소영, untitled, 150×214cm, 합지 위에 먹, 2025
엄소영, untitled, 150×214cm, 합지 위에 먹, 2025
엄소영, untitled, 40.9×31.8cm, 장지 위에 먹, 2025
엄소영, untitled, 40.9×31.8cm, 장지 위에 먹, 2025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엄소영 작가. 이연정 기자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엄소영 작가. 이연정 기자

텅 비어있는 사람의 눈과 유령 같은 형상들, 불길에 휩싸인 듯한 배경까지. 다소 괴기하고 섬뜩한 그림이 전시장을 채웠다. 모든 것이 소멸할 것 같은, 다소 혼란스러운 그림들을 보고있노라면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한편으로는 내 속의 무언가가 소용돌이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갤러리 오모크(경북 칠곡군 가산면 호국로 1366)에서 초대전을 진행 중인 엄소영 작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지만 피해가고자, 잊어버리고자 하는 결핍과 불안을 기꺼이 마주한다.

최근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작품은 곧 나의 삶이다. 누군가는 팔리지 않는 그림이라고, 좀 더 아름답게 그려보라고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기에 이렇게 그릴 수밖에 없다"며 "내 얘기이자, 모두가 갖고 있는 가장 어두운 내면을 향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가 그간 어둡고 우울한 그림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밝고 예쁜 그림을 그리거나, 종교적인 물음을 갖고 성화를 그리던 때도 있었지만 내면의 깊은 슬픔, 아픔은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남아있었다. 그것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와 오빠와 함께 애쓰면서 살아내야 했던 때부터, 삶의 굴곡 속에 여기저기 생긴 생채기, 인간의 욕망에 대한 회의감 등 다양한 것의 집합체였다.

"내면의 슬픔과 아픔을 직면하지 않고 어설프게 현실의 도피처로 도망다녔기에, 결국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더 아래로 내려가서 끝까지 파헤치며 절문(切問)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죠. 가장 어두운 것 안에 가장 밝은 것이 있듯, 까발리고 들춰내야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밝음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갤러리오모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오모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오모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오모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엄소영 작.
엄소영 작.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면의 아픔을 숨기거나 덮어둔 채 살아간다. 때문에 작품을 보고 불편해하거나 아예 보지 않으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고.

작가는 "누군가의 슬픔이나 아픔을 까발린 듯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모습이기에 대부분 작품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며 "그 불편한 감정조차 나임을 인정하고 함께 가야함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괴롭기보다 오히려 행복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예술가로서 한 발 앞서 용기 있게 내면의 불안과 결핍을 드러내보이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고통이 너무 깊이 있다고 느꼈어요. 이제 내 속에 불이 붙기 시작했는데, 마지막에 재가 남더라도 그 재조차 그려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나 답게, 아름답게 살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어둠 속을 파고 들어가보려 합니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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