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마친 여의도 정가는 여야가 바뀐 풍경이 역력하다. 언론사들은 그간 국민의힘을 출입했던 기자 수를 줄이고 더불어민주당 취재 인력을 보강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정치 뉴스 상당수는 대통령실과 국정기획위원회, 여당 지도부에서 생산된다. '3대 특검'이 본격 가동되자 법조계 주변도 주요 뉴스 생산처가 됐다. 지난 3년간 여당으로 존재하며 '뉴스 메이커'였던 국민의힘은 이슈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지지율 하락, 혁신위원장 사퇴와 재선임 등 난맥상만 노출하며 보수 지지자는 물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TK) 정·관계의 처지도 곤궁하다. 지역 관가는 각종 현안의 국정 과제 반영에 열심이지만 여권의 핵심 연결고리 찾기가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표가 적고, 국민의힘 일색의 대선 결과가 나온 탓에 이재명 정부를 향해 'TK를 돌아봐 달라'고 호소하기에도 멋쩍기만 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지역 정·관계 인사들이 다수 참여해 국정 과제 발굴에 열을 올렸던 시절은 말 그대로 추억이 됐다.
물론 TK 여권의 부담도 적지 않다. 지역을 대표하는 금배지는 비례대표인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일하다. 임 의원 혼자 국회 산불피해지원특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지원특위, 예산결산특위 등 여러 상임위에 참여, '고군분투'하며 지역을 대변하고 있다. 비록 원외에 있을지라도 지역 민주당 인사들은 대구시, 경북도 등 관가와 거리를 좁히며 공조 체계 구축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동이 고향인 대통령을 배출하고도 TK가 '패싱당한다'는 말을 들을 순 없는 노릇이다.
TK 정가는 '보수 실패의 원흉'이라는 여론의 질타에도 직면해 있다. 보수 정당이 실패하면 언제나 그 책임은 TK 몫이 되는 탓이다. TK 정가에선 '당권 주자도 보유하지 못한 보수 정당의 변방'이란 자조 섞인 말이 나오지만, 외부의 시선 속 보수 정당 실패의 책임론은 언제나 TK를 향한다.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건져 올린 게 TK'라는 방어 논리도 이제는 힘을 얻기 어렵다. 보수 정권 조기 붕괴, 탄핵의 반복이란 미증유의 위기는 어떤 변명도 거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리멸렬하기만 한 국민의힘 모습 앞에 오래된 보좌진들마저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며 당을 떠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 망해 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지적도 공공연한 말이 됐다. '영남 자민련이 될 것이냐?'는 지적에 '자민련을 욕되이 하지 마라!'며 역공까지 받는다.
무기력증이 만연한 보수 정가에서, 탈출구는 기본을 되찾는 데 있다는 말이 나온다. 입법, 상임위 활동 등에서부터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란 것이다. 당권 경쟁에 매몰돼 주도권 싸움을 하며 몰려다닐 때가 아니란 얘기다. 지역구 관리는 기본이요, 방송 출연, 언론 인터뷰 등으로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이야말로 '야당 본색'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적잖다. 다음 주 본격화할 인사청문회 국면은 국민의힘이 야당으로서 역량을 제대로 보여 줄 기회라는 것이다. 철저히 검증하고 비판해 국민이 국무위원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점유한 정당이 대통령까지 배출한 현실에서, 독주하는 권력을 견제하려면 힘 있고, 건강한 야당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정치도, 민주주의도 건강해진다. 대선 그 이후, 국민의힘 변화는 기본의 복원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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