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 임직원 봉사동호회, 유기견 보호소 찾아 나눔 활동
티웨이항공 임직원들이 유기견 보호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섰다. 티웨이항공 임직원 봉사동호회 '쉼 봉사' 소속 임직원 15명이 지난달 22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인천 유기견 보호소 '도로시지켜줄개'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임직원들은 견사 청소와 주변 환경 정화, 시설 정비를 비롯해 사료·물품 이동, 유기견 산책과 놀이, 마당 배변 정리 등을 진행했다. '쉼 봉사'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2018년 결성된 사내 봉사동호회다. 보육원 봉사와 사랑의 붕어빵 판매, 소방관과 함께하는 벽화 그리기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견사를 청소하며 땀 흘린 시간이었지만 유기견들이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모습에 오히려 더 큰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도 주변의 다양한 이웃들과 온기를 나누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티웨이항공은 오는 10일부터 사명을 '트리니티항공'으로 변경한다. 최근 선택적 서비스 항공사(SSC·Selective Service Carrier) 전략을 발표했으며 연내 A330-900NEO와 B737-8 등 신규 기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026-09-04 09:18:52
[규제 행정 역설] '파산 위기' 홈플 한숨 돌렸지만…지역 점포 여전히 한숨
기업회생절차의 최대 고비를 넘긴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서는 한숨 돌렸지만 지역 점포의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영업을 재개한 대구지역 점포에서 고객이 돌아오는 등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형 임대매장 이탈과 상품 공급 차질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해서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일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회생담보권자 100%, 회생채권자 75.90%, 주주 100%가 계획안에 동의하면서 법정 가결 요건을 넘겼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당장의 파산 위기를 피하고 채무 변제와 영업 정상화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역 점포의 분위기는 엇갈린다. 홈플러스 성서점은 지난달 13일 영업을 재개한 뒤 고객이 다시 늘고 일부 임대매장의 재입점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성서점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김순중 비상대책위원장에 따르면 휴점 당시 주말 60~70명 수준이던 키즈카페 이용객은 재개장 이후 150~200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고객을 끌어모으는 대형 임대매장의 이탈이다. 성서점 입점 점주들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6일 영업을 끝으로 철수를 준비 중인 올리브영에 영업 유지를 호소했다. 올리브영은 성서점 임대매장 가운데 중앙에 자리 잡아 고객 유입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는 게 점주들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마트가 다시 문을 열면서 손님이 돌아오고 있고 일부 여성복 브랜드도 재입점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리브영 같은 대형 브랜드가 빠지면 어렵게 돌아온 고객이 다시 이탈하고 다른 브랜드의 추가 철수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칠곡점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칠곡점에서는 최근 두 달여 사이 올리브영을 비롯해 탑텐, 슈마커 등 주요 브랜드가 잇따라 철수했다. 2층 상당수 임대매장도 셔터를 내린 상태다. 재개장 직후 할인 행사로 손님이 반짝 몰렸지만 이후 다시 고객이 줄었다는 게 입점 점주들의 설명이다.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에도 칠곡점 점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점포를 유지하면 임대료와 관리비가 계속 발생하고, 철수를 택하더라도 수천만원의 원상복구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포를 유지하든 철수하든 상당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칠곡점 입점 점주 서미숙 씨는 "현재 매출은 예전의 20~30% 수준인데 관리비는 그대로 내야 한다. 제 매장만 해도 한 달에 430만원"이라며 "나가려고 해도 2천만원 넘게 들여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생 인가가 나면서 오히려 더 실망했다는 점주들도 있다"며 "장사는 안 되는데 그렇다고 나갈 수도 없어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상품 공급 정상화 역시 과제로 남았다. 홈플러스는 납품업체에 대금을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공급받고 있어 가용 현금 범위 안에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도 예년과 같은 수준의 상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도 아직 정상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홈플러스 남대구점을 찾은 김미경(62) 씨는 "물건이 많이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눈에 보인다"며 "2층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기존 2층 상품을 1층 빈자리에 옮겨 놓은 것도 많다. 할인 행사를 할 때만 손님이 반짝 몰리고 평소에는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철범 홈플러스 상무는 "회생절차 이후 협력사들이 납품대금 회수를 우려하면서 현재는 대금을 선지급해 상품을 공급받고 있어 제한된 운영자금으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회생계획안이 인가된 만큼 협력사들과 기존 거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입점 점주가 많은 만큼 이들과의 상생을 중요하게 보고 있으며, 대형 임대매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6-09-03 16:35:43
"우리 가게에 맞는 손님만"…불황에 달라진 자영업 셈법
손님이 많을수록 좋다는 건 장사의 오랜 공식이다. 하지만 불황 속 자영업자들의 셈법이 달라지고 있다. 공부나 대화, 촬영을 제한하고 이용시간과 주문 방식까지 직접 정하는 가게가 등장하고 있다. 한정된 좌석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매장 콘셉트에 맞는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대구 계산동 카페 '인바이트 디저트'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여유로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테이블을 빽빽하게 배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팀이 2~3시간, 주말에는 3~4시간씩 머무는 일이 반복되면서 회전율이 떨어졌고, 개업 6개월 만에 폐업까지 고민했다. 인바이트는 테이블을 늘리는 대신 운영 방식을 바꿨다. 노트북·태블릿PC 사용과 공부를 제한하고 이용시간을 90분으로 정했다. 베이커리가 주력인 매장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1인 1음료·1베이커리 주문 원칙도 도입했다.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래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직접 만든 디저트를 함께 즐기는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다. 조미령 대표는 "이대로 가면 문을 닫아야 하는데 손님이 떨어질까 걱정하며 기존 방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공간을 좋아해 주는 손님들에게 집중해보자는 마음으로 이용 규칙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려와 달리 손님이 끊기지는 않았다. 장시간 체류하는 손님이 줄면서 좌석 회전이 개선됐고, 매장 운영 방식에 공감하는 고객들이 찾기 시작했다. 최소 주문 기준을 넘어 베이커리를 두 개 이상 주문하는 고객도 생겼다. 이처럼 운영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자영업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도매·소매·음식·숙박·서비스 등 소상공인 주요 6개 업종의 폐업은 75만1천개로, 폐업률은 11.08%에 달했다. 폐업 소상공인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0.9%가 수익성 악화와 매출 부진을 폐업 이유로 꼽았다. 손님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좌석 회전과 객단가 등 수익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해진 배경이다. 물론 반발도 있다. 돈을 내고 이용하는 공간에서 대화나 촬영, 체류시간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온라인에서도 "손님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다", "편하게 이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매장의 규칙은 오히려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한다. 가게가 추구하는 이용 방식을 미리 제시해 이에 공감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재방문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조용한 식사를 지향하는 쌀국수 전문점 '미분당'은 매장 내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지 않도록 안내한다.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식사 환경을 유지 하기 위해서다. 미분당 동성로점을 찾은 이가영(23) 씨는 이런 운영 방식 때문에 단골이 됐다. 이 씨는 "한 끼를 먹는 동안 방해받지 않고 음식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며 "같은 규칙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다 보니 옆자리에도 비슷한 유형의 손님들이 있는 것 같아 안정감이 든다"고 말했다.
2026-09-03 16:26:51
'파산 위기' 홈플러스 최대 고비 넘겼다…법원, 회생계획안 인가
파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의 최대 고비를 넘겼다.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회사는 청산 대신 영업 정상화를 추진할 기회를 확보했다. 다만 회생계획을 실제 이행하지 못할 경우 다시 파산 절차에 들어갈 수 있어 향후 변제 계획 수행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2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를 열고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이날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계획안이 가결됐고, 재판부는 곧바로 인가 결정을 내렸다. 표결 결과 회생담보권자조는 100%, 회생채권자조는 75.90%, 주주조는 100%가 회생계획안에 찬성했다. 가결에 필요한 동의율은 회생담보권자조 75% 이상, 회생채권자조 66.7% 이상, 주주조 50% 이상이다. 모든 조에서 가결 요건을 충족한 셈이다. 재판부는 공익채권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한 점 등을 고려해 인가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이어 홈플러스 측에 임직원과 협력업체 등과 협력해 회생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에 따라 채무 변제와 경영 정상화 절차에 들어간다. 회생계획의 핵심은 수익성이 있는 점포를 중심으로 사업 규모를 조정하고 일부 점포를 매각해 마련한 자금을 채권 변제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날 관리인 자격으로 출석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채권자들에게 사과하며 "흑자 점포 위주로 사업을 줄여 수익성을 확보하고 일부 점포를 즉시 매각해 채권 변제에 우선 사용한다는 점이 이번 회생계획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회생계획안에 대해 일부 채권자는 장기간에 걸친 변제로 생계형 채권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과 회생계획의 실제 수행 가능성 등을 문제 삼으며 청산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하면 법원은 회생절차를 종결할 방침이다. 반면 회생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법원은 '인가 후 폐지'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 경우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하게 된다.
2026-09-02 17:45:04
[이코노 피플] 송민재 만재푸드 대표 "직원이 사장 되면 좋죠"…70개 매장 키운 33세 장사꾼
10여 년 전 대학생이던 송민재(33) 만재푸드 대표는 학교를 휴학하고 대구로 내려와 아버지와 함께 한옥 카페 '맨션5'를 만들었다. 기초공사부터 개점, 손님들이 줄을 서는 가게가 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하며 '장사꾼'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만재네를 시작으로 산더미미성돼지국밥, 오는정숯불갈비, 맨션5, 호암식당 등 5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며 직영·가맹점 70여개로 사업을 키운 외식사업가가 됐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그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장사는 다시 다음 청년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직원으로 만났던 이들이 회사의 이사가 되고, 새로 만든 식당의 공동사업자가 됐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제게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었어요." 자신에게 아버지가 그랬듯, 송 대표는 만재푸드가 장사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완충재'가 되는 회사를 꿈꾼다. ◆"나는 무조건 장사해야겠다"…아버지 곁에서 배운 장사 송 대표에게 장사는 어릴 때부터 익숙한 풍경이었다. 아버지는 보세 의류업을 하다 외식업에 뛰어들었고, 송 대표도 대학 방학이면 대구로 내려와 가게 일을 거들었다. 본격적으로 장사에 뛰어든 것은 대학 3학년 때였다. 휴학하고 대구로 내려온 그는 아버지가 종로의 한옥을 카페 '맨션5'로 만드는 과정에 합류해 공사부터 개점 준비까지 함께했다. "그때는 멋모르고 시작했어요. 공사부터 오픈, 운영, 가게가 잘되는 것까지 전부 경험했죠. 그때 '나는 무조건 장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맨션5는 손님들이 줄을 서는 카페가 됐다. 장사를 결심한 그는 이후 서울 가로수길의 샐러드 전문점에서 1년 반가량 경험을 쌓았다. 2018년 대구로 돌아와 연 김치찌개집도 웨이팅이 생길 만큼 성공했다. 그러나 뒤이어 도전한 술집은 실패해 1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성공과 실패를 거쳐 2020년 '만재네'를 열었다. 이후 산더미미성돼지국밥, 오는정숯불갈비 등으로 영역을 넓혀 현재 5개 브랜드, 직영·가맹점 70여곳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외식업 환경은 갈수록 녹록지 않다. 식재료비와 인건비 등 비용은 오르는 반면 이를 메뉴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렵다. "원가가 오른다고 국밥을 2만원 받을 수는 없잖아요. 경기가 안 좋다는 게 체감됩니다. 다른 지역 매장과 비교하면 대구가 더 어렵다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여러 번 창업한 그가 정작 어렵다고 꼽은 것은 새로운 가게를 여는 일이 아니었다. "창업은 제일 쉬운 것 같아요. 계속 경쟁해야 하니까 브랜드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게 가장 어렵죠." ◆"내게 아버지가 있었듯"…청년 장사꾼들의 '완충재'로 혼자였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송 대표가 '창업보다 어렵다'고 말한 브랜드의 지속과 관리는 오랫동안 함께해온 동료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는 과정에는 늘 이들이 함께했다. 처음에는 직원으로 만난 사이였다. 2020년 만재네 한 곳을 운영할 때부터 함께한 직원 가운데 2명은 현재 만재푸드의 이사가 됐고, 또 다른 직원은 호암식당의 공동사업자가 됐다. 브랜드별 책임자와 매장 관리자들은 매주 회의를 열어 매장 운영부터 새로운 점포와 브랜드에 관한 결정까지 함께한다. 송 대표는 외식업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오래 함께하는 것이 가게 하나를 여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했다. 단순히 일자리를 찾아 들어온 사람이 아니라 장사를 좋아하고 직접 해보고 싶은 사람을 찾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런 직원이 성장하면 언젠가는 자신의 가게를 차리기 위해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사를 좋아하는 직원들은 결국 독립을 고민하기 마련이다. 송 대표는 이들을 떠나보내는 대신 안에서 자기 장사를 해볼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이 친구들도 충분히 자기 장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렇다면 굳이 나가서 혼자 시작할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여기서 같이 해볼 수도 있으니까요." 호암식당도 그렇게 시작됐다. 송 대표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직원들에게 새로운 브랜드를 같이 만들어보자고 먼저 제안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직원이 아닌 공동사업자로 호암식당에 참여했다. 직원이 매장을 관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브랜드를 함께 만드는 장사꾼으로 성장하는 구조다. 그가 이런 방식을 택한 데는 자신의 첫 장사가 영향을 미쳤다. 송 대표에게는 장사를 먼저 해본 아버지가 있었다. 시행착오를 겪을 때 조언을 구할 사람이 있었고,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는 울타리도 있었다. "처음 장사하는 청년들은 열정은 있지만 판단 하나를 잘못하면 몇 년을 허비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에게 저희가 어느 정도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송 대표가 그리고 있는 만재푸드의 모습은 여러 식당을 거느린 외식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생선구이를 좋아하는 직원이 있다면 함께 생선구이집을 고민하고, 새로운 장사를 해보고 싶은 직원이 있다면 회사가 쌓아온 경험과 인프라를 나누는 식이다. "앞으로도 해보고 싶은 장사가 정말 많은데 혼자서는 다 할 수 없잖아요. 저한테는 같이 장사를 해볼 사람들이 생기고, 청년들은 조금 덜 위험하게 자기 장사를 해볼 수 있는 거죠. 그렇게 계속 같이 장사하고 싶어요."
2026-09-02 16:15:08
한국전력 대구본부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이 밀집한 포항지역의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망 확충에 나선다. 한전 대구본부(본부장 오현진)는 1일 한전 포항전력지사에서 경상북도와 포항시 등 전력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한 전력 현안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한전은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등 지역 주요 산업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공유했다. 지역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중장기 전력망 운영계획을 설명하고, 전력망 건설사업 추진을 위한 지자체와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포항지역 전력공급의 주요 거점인 신포항변전소도 찾았다. 포항 지역망 관제센터와 345kV·154kV 전력설비 등을 둘러보며 지역 전력계통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이성규 한전 대구전력관리처장은 "전력망 적기 확충은 포항을 비롯한 영남권 미래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핵심 전제조건"이라며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해 첨단산업이 차질 없이 가동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전력망을 적기에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2026-09-02 11:01:52
대구~장가계 주 2회 운항 시작…이스타항공 대구공항 첫 둥지
이스타항공이 대구에 첫 사무소를 개설하고 대구발 국제선 운항에 나섰다. 장가계 노선을 시작으로 내년 상하이까지 운항 노선을 확대하면서 대구국제공항의 국제선 활성화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1일 대구공항 국제선 여객청사에서 대구~장가계 노선 첫 운항을 기념하는 취항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추경호 대구시장과 조중석 이스타항공 대표를 비롯해 대구시의회, 한국공항공사, 한국관광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대구~장가계 노선은 이날부터 주 2회 운항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대구~상하이 노선을 주 4회 추가 운항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취항하면 이스타항공의 대구발 중국 노선은 장가계에 이어 상하이까지 확대된다. 대구시도 항공사의 추가 노선 개설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 2027년 항공사 재정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고 거점 항공사 육성과 외국인 관광객·전세기 유치를 위한 지원책을 발굴할 계획이다. 공항 이용객의 접근성과 편의성 개선에도 나선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이번 이스타항공의 대구 첫 취항은 대구공항이 침체를 딛고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구시와 대구공항의 경쟁력을 믿고 더 많은 노선을 개설해 달라"고 말했다.
2026-09-01 16:41:15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하루 앞두고 공익채권 분할상환에 대한 채권자 동의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생계획의 수행 가능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추가 동의가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공익채권 분할상환에 대한 전체 공익채권자 동의율은 59%로 집계됐다. 물품대금 채권자는 64.4%, 임직원은 87.9%가 각각 동의했다. 홈플러스는 관계인집회가 열리는 2일까지 추가 동의를 받을 계획이다. 서울회생법원은 2일 오후 3시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의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연다. 회생계획안 가결을 위해서는 회생담보권자 75% 이상, 회생채권자 66.7% 이상, 주주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공익채권자는 관계인집회에서 직접 표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다만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와 관계없이 우선 변제해야 하는 만큼, 분할상환 동의 여부는 회생계획의 수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특히 홈플러스가 지급하지 못한 납품대금은 5천32억원 규모다. 홈플러스는 공익채권을 3년 안에 100% 변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채권자들에게 분할상환 동의를 요청하고 있다. 영업 정상화 여부도 변수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영업 재개 이후 매출 1천164억원을 기록해 영업 중단 전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객 수는 38%, 구매회원 수는 255% 늘었다. 다만 일부 납품업체에는 선불금을 지급한 뒤 상품을 공급받는 등 상품 수급은 아직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생계획의 수행 가능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익채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관계인집회가 열리는 2일까지 동의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9-01 16:15:10
대구 토종 '치맥킹' 몽골 상륙…울란바토르 중심부에 1호점
대구 토종 치킨 프랜차이즈 '치맥킹(CHIMCKING)'이 몽골 시장에 진출했다. 현지 대기업과 손잡고 수도 울란바토르에 첫 매장을 연 데 이어 연내 2호점 출점도 추진한다. 치맥킹을 운영하는 ㈜씨엠케이푸드는 몽골 마스터프랜차이즈 파트너사인 맥스그룹(MAX Group)과 함께 지난달 28일 울란바토르 시청 앞에 몽골 1호점을 열었다고 1일 밝혔다. 1호점은 울란바토르 중심 상권에 위치한 버거킹 몽골 매장 인근에 자리 잡았다. 파트너사인 맥스그룹은 유통·외식·광산·건설·인프라·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는 몽골 기업으로, 현지에서 버거킹을 운영하는 등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경험을 갖고 있다. 씨엠케이푸드는 맥스그룹의 현지 사업 인프라를 활용해 몽골 시장에서 치맥킹의 입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1호점에 이어 올해 안에 몽골 2호점도 출점할 예정이다. 이번 진출에는 대구지역 대학생과 기업도 함께했다. 대구지역 대학생들은 1호점 개점 행사에서 한복을 입고 현지 고객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렸다. 씨엠케이푸드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식 치킨과 K-푸드, 치맥 문화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도 현지 소비자들에게 소개했다. 몽골 1호점 인테리어에는 대구 기업인 삼한C1의 벽돌 제품을 적용했다. 씨엠케이푸드는 향후 해외 매장에도 지역 기업의 제품과 기술을 적용해 지역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일종의 '전시장'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치맥킹은 몽골뿐 아니라 일본과 베트남 등에서도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도쿄 신오쿠보와 베트남 다낭 호이아나 리조트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며, 베트남 다낭 미케비치 인근에는 2호점 출점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파트너 발굴과 신규 매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윤민환 씨엠케이푸드 대표는 "몽골의 대표기업이자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 운영 경험을 갖춘 맥스그룹과 함께 첫 매장을 선보이게 됐다"며 "연내 2호점 출점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몽골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9-01 14:48:18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지역 어린이와 함께하는 도매시장 현장 체험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는 지난 8월 27일, 28일 양일간 지역 유치원생 60여 명을 대상으로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어린이 유통 현장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역 어린이들에게 도매시장의 역할을 설명하고 도매시장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수산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교육기관과 공공기관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견학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수산물도매시장의 주요 시설과 시장도매인 점포 등을 둘러보며 도매시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봤다.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수산물을 직접 관찰하며 종류와 특징을 알아보는 체험도 진행됐다. 공사는 이번 견학을 시작으로 도매시장 시설을 활용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오는 10월에는 닷새간 시민 등을 대상으로 도매시장 경매 체험 행사를 열고, 11월에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김장 나누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도 지역 교육기관과 연계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유통시설뿐 아니라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상덕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사장은 "아이들이 직접 시장을 보고 경험하면서 우리 지역의 도매시장을 친숙하게 느끼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교육기관과 지역사회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시민과 함께하는 공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2026-08-31 16:51:49
티웨이항공이 내달 10일부터 '트리니티항공(Trinity Airways)'이라는 새 이름으로 운항을 시작한다. 지난해 소노트리니티그룹(옛 대명소노그룹)에 인수된 이후 추진해 온 사명 변경과 리브랜딩 작업이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게 됐다. 31일 티웨이항공은 국내외 관련 절차를 순차적으로 마무리하고 오는 9월 10일을 트리니티항공 브랜드 전환 및 운항 개시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사명 변경을 위한 면허 변경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편은 트리니티항공 브랜드로 운항한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공항 탑승수속 카운터 등 주요 고객 접점도 새 브랜드로 전환하고, 앞서 공개한 신규 유니폼도 전면 적용한다. 사명은 바뀌지만 기존 항공권 이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항공사 코드 'TW'와 편명, 운항 스케줄, 기존 예약 및 항공권 이용 조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9월 10일 이후 출발하는 항공권을 미리 구매한 고객도 별도의 변경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한편 트리니티항공은 브랜드 전환 이후 '선택적 서비스 항공사(SSC·Selective Service Carrier)' 전략을 본격화한다. 노선 특성과 여행 목적에 따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단거리 노선에서는 합리적인 운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장거리 노선에서는 프리미엄 체크인 카운터와 기내식, 기내 엔터테인먼트(IFE)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공항 라운지 운영과 마일리지 프로그램 도입도 추진한다. 연내 A330-900NEO 중대형기와 B737-8 등 차세대 항공기도 도입해 서비스와 노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오는 9월 10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이름과 브랜드로 고객들을 만날 예정"이라며 "기존 예약과 항공편 이용에는 변함이 없도록 안정적인 전환을 최우선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6-08-31 16:10:56
무신사, 상반기 매출 8217억원 '역대 최대'…오프라인·글로벌 성장 견인
무신사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은 8천2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천705억원)보다 22.5% 증가했다.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해외 사업 성장세가 맞물리며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무신사는 31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이 8천21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별도 기준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0.0% 증가한 7천847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패션업계 비수기로 꼽히는 2분기에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천5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늘었고, 별도 기준 매출은 34% 증가한 4천49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성장을 이끈 한 축은 오프라인 사업이다. 무신사는 2분기에만 국내 10곳과 해외 2곳 등 12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같은 기간 국내 41개 무신사 스탠다드 점포의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고, 방문객은 처음으로 분기 기준 1천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4월 문을 연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도 개점 68일 만에 누적 판매액 약 1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 판매액의 약 44%를 외국인 고객이 차지했다. 해외 사업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일본·미국·태국 등 13개 지역에서 운영하는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2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143% 이상 늘었다. 이에 힘입어 상반기 수출액은 약 372억원으로 1년 전보다 9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은 엇갈렸다.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657억원으로 13.1% 증가했지만,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23억원으로 11.2% 감소했다. 부자재·공임비 등 원가 상승에 더해 거래 규모 확대에 따른 운반비와 지급수수료 등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AI 인재 채용과 물류 효율화, 일본·중국 등 해외 시장 마케팅 확대를 위한 투자도 이어졌다.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약 156억원을 기록했다. 무신사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부채로 인식하는 회계정책에 따라 발생한 이자비용을 장부에 반영한 것으로 실제 현금 유출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무신사는 하반기에도 오프라인과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오는 9월과 11월 서울 홍대와 성수에 각각 400평 규모의 '무신사 뷰티' 단독 매장을 열고, 4분기에는 제주에 무신사 스탠다드와 무신사 뷰티를 선보인다. 오는 10월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K패션·K뷰티 브랜드 80여개가 참여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중국 선전에도 무신사 스토어와 무신사 스탠다드를 열 예정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는 새롭게 선보인 오프라인 공간들이 고객들의 호응 속에 안착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 확대가 실적 확대로 이어진 기간"이라며 "하반기에도 입점 브랜드의 글로벌 성장을 지원하고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패션 쇼핑 경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8-31 15:28:44
[내친구 AI] 450쪽 요약하고 예상문제까지…AI가 바꾼 시험공부
시험을 앞두고 펼쳐야 할 강의자료만 450쪽. 예전 같으면 형광펜부터 들었겠지만 요즘 공부법은 조금 다르다. PDF 파일을 인공지능(AI)에 올리자 방대한 강의자료가 시험 직전 훑어볼 수 있는 6장의 요약본으로 줄었다. 이해되지 않는 개념을 물으면 쉬운 사례를 들어 다시 설명하고, 공부를 마치면 예상문제까지 만들어준다. 취업 면접을 준비할 때도 AI가 등장한다. 지원할 회사와 직무를 알려주면 최근 이슈와 인재상을 조사하고, 이력서까지 건네면 지원자에게 나올 법한 질문을 뽑아낸다. "면접관 역할을 해줘"라고 하면 모의면접 상대도 된다. 생성형 AI가 '정답을 알려주는 도구'에서 '공부를 도와주는 도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강의자료를 요약하는 것은 기본. 모르는 개념을 설명하고, 예상문제를 출제하고, 면접관 역할까지 맡는다. 하나의 AI에 모든 것을 맡기는 대신 공부 단계와 목적에 따라 여러 AI에 역할을 나눠 맡기는 'AI 공부법'도 등장했다. ◆450쪽이 6쪽으로…AI가 만든 시험노트 시험기간은 짧고, 공부할 자료는 많았다. 금융기관경영 수업을 들은 김 씨(21)가 시험을 앞두고 소화해야 할 강의자료는 약 450쪽. 이때 김 씨가 가장 먼저 꺼내든 건 AI였다. 김 씨는 "AI가 아니었으면 시험기간 안에 공부를 다 못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먼저 구글의 AI 학습 도구인 노트북LM(NotebookLM)에 강의자료를 챕터별로 나눠 올렸다. 자료를 읽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나오면 바로 질문하고, 어려운 금융 개념은 쉬운 사례를 들어 다시 설명하도록 했다. 시험이 가까워지자 Thetawave를 이용해 강의노트를 '치팅 페이퍼' 형태로 압축했다. 그러자 450쪽에 달했던 강의노트는 단 6장으로 줄어들었다. 김 씨는 "시험 직전에 필요한 내용을 빠르게 다시 확인할 수 있어 최종 복습할 때 유용했다"고 말했다. 공부한 내용을 점검할 때는 학습 특화 AI '과백이'를 활용했다. 강의자료나 PDF를 올리면 내용을 분석해 개념 노트와 맞춤형 문제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김 씨는 객관식·참거짓·단답형·에세이형 등 원하는 문제 유형과 난이도를 설정해 예상문제를 만들며 배운 내용을 점검했다. ◆4.5 받은 공대생…학기 시작부터 AI와 AI 활용은 시험 직전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예 학기가 시작될 때부터 AI를 공부 과정에 넣는 대학생도 있다. 지난 학기 학점 4.5를 받은 공대생 이 모씨(25)는 학기가 시작되면 ChatGPT에 '전자기학', '회로이론', '통신이론' 등 과목별 프로젝트부터 만든다. 강의계획서와 교수의 강의자료, 직접 작성한 필기를 과목별로 넣어두면 질문할 때마다 수업의 맥락을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강의자료를 정리할 때도 단순히 "요약해줘"라고 하지 않는다. 개념 이해를 중시하는 과목이라면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문제풀이가 중요한 과목은 공식과 문제 유형을 중심으로 정리하도록 한다. AI가 만든 내용은 자신이 이해한 표현으로 다시 수정해 노션에 옮겨 최종 공부노트로 만든다. 비대면 강의를 듣는 방법도 달라졌다. 이 씨는 강의를 녹음한 뒤 네이버 클로바노트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한다. 여기에 강의자료까지 더해 ChatGPT나 Gemini에 넣으면 AI가 실제 강의 내용을 토대로 핵심을 추려준다. 시험기간에 몇 시간짜리 강의를 처음부터 다시 돌려보는 대신 녹음된 수업을 곧바로 복습 자료로 만드는 셈이다. AI마다 역할도 나눴다. 강의 내용을 정리하고 어려운 개념을 풀어낼 때는 ChatGPT를, 계산이나 회로 해석 등 문제풀이에는 Gemini를 주로 활용한다. 이른바 '정리는 GPT, 문제풀이는 Gemini'다. 정확성이 중요한 내용은 두 AI를 교차 검증하는 데도 쓴다. ChatGPT의 답을 Gemini에 다시 확인하거나 반대로 Gemini의 풀이를 ChatGPT에 검토시킨 뒤, 답이 다르면 강의자료와 전공책을 직접 확인한다. 이 씨는 "AI가 대신 공부해주는 것은 아니다. 직접 이해하고 암기해야 하는 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다"며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은 자료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아낀 시간을 실제 이해와 복습에 더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학점에 영향을 주는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AI로 절약한 시간을 얼마나 실제 공부에 사용하느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답 알려줘'에서 '나를 공부시켜줘'로 AI 공부법의 차이는 결국 무엇을 시키느냐에 있다. "이 문제 답이 뭐야?" 대신 "이 개념을 쉽게 설명해줘", "내가 올린 시험 범위에서 문제를 내줘"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물론 AI가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거나 잘못된 계산과 정보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용자들이 여러 AI의 답을 비교하고 강의자료와 전공책으로 다시 확인하는 이유다. AI가 자료를 아무리 잘 정리해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AI가 맡는 것은 방대한 자료를 분류하고 필요한 내용을 찾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다. 형광펜을 긋고 요약노트를 만들던 공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옆에 자료를 정리하고 문제를 내주는 새로운 도구가 생겼다. AI로 아낀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지, 이제 공부의 효율도 학습자의 몫이 됐다.
2026-08-28 12:45:00
[YES KIDS ZONE] 구디백부터 해마다 사진…생일에 진심인 부모들
아이 생일이 다가오자 괜히 마음이 들떴다. 미역국을 끓이고 케이크 하나 사서 가족끼리 조촐하게 축하해야지. 나름의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문자 한 통이 왔다. "어머님~ 생일파티 준비물 안내드려요." 잠시 뒤에는 아이와 생일이 일주일밖에 차이 나지 않는 친구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생일사진 예약했어? 인기 있는 곳은 벌써 마감됐던데." 돌잔치도 아닌데 생일 준비를 이렇게까지 한다고? 요즘 부모들에게 아이의 생일은 미역국을 끓이고 케이크에 촛불을 켜는 것으로 끝나는 하루가 아니다.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나눠줄 '구디백'을 고르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생일상을 꾸민다. 매년 새로운 콘셉트의 사진관을 찾아 성장하는 모습도 기록한다. 돌잔치는 한 번으로 끝났지만,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을 '우리 아이만의 특별한 하루'로 남겨주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생일인데 선물을 돌린다고? '구디백' 고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생일을 맞은 원아를 위한 작은 파티가 열린다. 운영 방식은 제각각이다. 한 달에 한 번 그달의 생일자를 모아 축하하기도 하고, 생일 당일 주인공을 위한 파티를 열기도 한다. 이곳에는 어른들의 생일파티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도 있다. 생일을 맞은 아이가 오히려 친구들에게 작은 선물을 돌리는 '구디백'이다. '내 생일을 함께 축하해줘서 고마워'라는 의미를 담은 일종의 답례품이다. 구디백에 무엇을 넣을지는 부모들의 또 다른 숙제다. 어린이집에서 가격대를 정해주는 곳도 있지만 부모가 자유롭게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맘카페와 SNS에는 "어린이집 구디백 뭐가 좋을까요", "친구들이 좋아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답례품을 추천해달라"는 글이 잇따른다. 구성도 다양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젤리 같은 간식부터 작은 장난감, 스티커, 색연필 등이 단골 품목이다. 칫솔·치약이나 식판 등 실용적인 생활용품을 고르는 부모도 있다. 직접 봉투와 간식, 장난감을 구입해 하나씩 소분해 포장하는가 하면 아이의 이름과 생일을 새긴 스티커까지 붙여 완제품으로 만들어주는 전문 업체를 이용하기도 한다. ◆케이크도 '우리 아이 취향'대로 어린이집 생일파티를 마쳤다고 생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두 번째 생일파티가 기다리고 있다. 가랜드와 풍선으로 벽면을 꾸미는 것은 기본이다. 아이의 지난 1년 사진을 모아 대형 포스터로 제작해 생일상 뒤편에 걸기도 한다. 아이가 쓰는 고깔모자도 케이크 가게에서 받은 종이 모자 대신 이름이나 숫자를 새긴 패브릭 제품을 따로 준비한다. 최근에는 헬륨가스를 넣은 풍선에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을 매달아두는 이벤트도 눈에 띈다. 생일 아침 아이가 방문을 열면 좋아하는 인형들이 풍선에 매달린 채 기다리고 있는 식이다. 케이크도 달라졌다. 레터링이나 사진, 캐릭터를 넣은 주문 제작 케이크도 인기지만, 아무 장식이 없는 흰 케이크를 사서 부모가 직접 꾸미기도 한다. 값비싼 주문 케이크 대신 아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을 케이크 위에 그대로 옮기는 것이다. 남자아이를 키우는 이신영 씨(35)도 아이의 생일을 앞두고 직접 케이크 만들기에 나섰다. 타요와 중장비 등 자동차를 유독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서였다. 이 씨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자동차 케이크를 알아봤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며 "과자를 부숴 흙처럼 만들고 '석기시대' 초콜릿으로 돌을 표현했다. 그 위에 깨끗하게 씻고 소독한 자동차 장난감을 올리니 아이에게 딱 맞는 케이크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돌사진 한 번에서 '매년 한 장'으로 생일날 무엇을 먹고 어떻게 꾸몄는지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진'이다. 백일과 돌처럼 특정 시기에만 사진관을 찾던 것에서 벗어나 두 돌, 세 돌, 네 돌 등 매년 생일마다 사진을 찍으며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는 부모들이 생겨나고 있다. 6살 딸을 키우는 송지안 씨도 매년 딸의 생일을 사진으로 남긴다. 해마다 다른 분위기의 사진관과 콘셉트를 찾아보는 것까지 생일 준비의 일부가 됐다. 송 씨는 "예전 우리가 클 때는 사진관에 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였는데 지금은 셀프사진관 등도 많아져 사진을 남기기가 훨씬 쉬워진 것 같다"며 "매년 다른 콘셉트의 사진관에서 딸의 모습을 남겨주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고 말했다. 수요가 늘면서 사진관들도 '생일'을 하나의 촬영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숫자 풍선과 생일 왕관부터 'Happy Birthday to Me'가 적힌 레터링 티셔츠까지 소품도 다양하다. 꽃이나 자연을 활용한 감성적인 배경부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활용한 공간까지 콘셉트도 세분화됐다. 촬영 방식 역시 아이의 특성에 맞게 달라지고 있다. 움직임이 많은 아이를 한자리에 앉혀놓고 카메라를 바라보게 하기보다 노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담는다. 풍선을 들고 뛰어다니거나 좋아하는 장난감을 품에 안고 웃는 순간, 부모에게 달려가 안기는 모습 자체가 생일사진이 된다. 실제로 색다른 생일사진을 찾는 부모들의 수요는 예약 속도에서도 드러난다. 대구·경산에서 몬탁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주연 씨는 최근 해외에서 유행하는 감성적인 파티에서 착안해 새로운 생일 촬영 콘셉트를 선보였다. 전형적인 생일사진 대신 패브릭과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린 공간을 만들고, 대형 케이크 등 주요 소품도 직접 제작했다. 이 씨는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를 보다가 해외에서 먼저 유행하고 있는 감성적인 파티 콘셉트를 접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분위기를 쉽게 볼 수 없어 '내가 먼저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가랜드를 활용한 촬영은 많지만 우리만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소품도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 첫 달부터 준비한 촬영 일정이 모두 찼고, 입소문이 난 뒤에는 예약을 연 지 1~2시간 만에 마감되기도 했다. 현재는 촬영 가능한 날짜를 늘렸지만 대부분 3~5일 안에 예약이 모두 찬다. 이 씨는 이런 인기의 배경으로 사진을 일상적으로 기록하는 문화의 확산을 꼽았다. 그는 "셀프·대여 스튜디오가 많아지면서 예전보다 사진관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고, SNS에 일상을 기록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사진 촬영 자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 것 같다"며 "한번 촬영한 분들의 재방문율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이어 "셀프 촬영을 주로 운영하면서도 생각보다 작가 촬영을 원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생일 촬영 콘셉트를 꾸준히 만들어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돌잔치는 한 번이지만 아이의 생일은 매년 돌아온다. 거창한 잔치를 반복하는 대신 작은 선물 하나, 아이가 좋아하는 케이크 하나, 그해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으로 지금의 아이를 남긴다. 요즘 부모들에게 생일 준비는 단순히 하루를 화려하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다시 오지 않을 아이의 '한 해'을 기록하는 일이 되고 있다.
2026-08-28 12:12:00
[창간 80년, 격동 80년] 광주의 5월, 대한민국을 뒤흔들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열흘간의 항쟁이 벌어졌다. 5·18 민주화운동이다. 1979년 10·26 이후 민주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12·12 군사반란으로 군의 실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권력 장악에 나섰다. 이에 맞서 학생과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고, 계엄군은 강경 진압으로 맞섰다. 광주는 곧 외부와 단절됐다. 그곳에서 벌어진 참상을 알리는 것조차 죄가 되던 시절이었다. 같은 시기 대구에서도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왔고, 광주의 진실을 전하려던 시민들은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군법회의에 섰다. 광주를 무력으로 진압한 신군부는 이후 '정화'와 '숙정'이라는 이름으로 통제를 사회 전반으로 넓혀갔다. 민주화를 향한 열망과 이를 억누르려는 국가폭력이 충돌했던 1980년이었다. ◆열흘간의 항쟁, 5·18 민주화운동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비상계엄 해제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신군부는 이에 맞서 언론 통제와 강경 진압을 준비했고,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해 학생과 정치인 등 민주화 세력을 대거 체포했다. 광주에서는 저항이 이어졌다. 5월 18일 전남대학교 앞 학생 시위를 계엄군이 강경 진압하면서 시민들까지 거리로 나섰다. 20일에는 대규모 차량시위가 벌어졌고, 21일 전남도청 앞에서는 계엄군의 집단 발포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민들은 인근 무기고에서 총기를 가져와 무장했고 계엄군과 맞섰다. 계엄군이 시 외곽으로 물러난 뒤 광주는 고립됐다. 시민들은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자치질서를 유지하며 헌혈과 주먹밥 나눔 등에 나섰다. 하지만 27일 새벽 계엄군이 다시 광주에 진입해 시민군을 진압하면서 열흘간의 항쟁은 막을 내렸다. 5·18은 전두환 정권 아래 오랫동안 '폭동'으로 왜곡됐다. 이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가 이어졌고, 1997년 5·18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2011년에는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대구에서 진실을 알린 사람들 1980년 5월 민주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대구에서도 거셌다. 5월 14일 경북대와 계명대, 영남대 등 대학생들이 비상계엄 해제와 신군부 퇴진을 요구하며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튿날 계명대에는 전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무기한 휴교령이 내려졌다. 사흘 뒤 광주에서 5·18이 시작됐지만 언론 통제로 현지 상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때 광주의 진실을 대구 시민들에게 전하려 한 이들이 두레양서조합 회원들이었다. 광주의 참상을 전해 들은 회원들은 '대구시민에게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 5천부를 제작하고 시위를 준비했다. 그러나 27일 계엄군의 무력 진압 소식이 전해지자 계획을 취소하고 유인물을 소각했다. 그해 9월 두레서점이 급습당했고 회원들이 잇따라 연행됐다. 정상용 씨는 반월당 인근 다방에서 "광주가 피바다가 됐다"는 취지의 말과 광주 상황을 알리는 유인물을 제작했다는 이유 등으로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1980년 12월 정 씨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되는 등 관련자들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처벌받았다. 하지만 42년 뒤인 2022년 대구지법은 재심에서 정 씨 등 두레사건 관련자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계엄포고 자체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돼 무효라는 판단이었다. 두레사건은 광주와 대구가 민주화라는 가치 아래 연대했던 초기 사례로도 평가받고 있다. ◆총칼 다음은 '정화'였다 광주를 진압한 신군부는 곧바로 권력 장악에 속도를 냈다. 5월 31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두환이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숙정'과 '사회정화'라는 이름의 조치가 잇따랐다. 7월 30일에는 과외 금지와 졸업정원제를 골자로 한 교육개혁조치가 발표됐다. 8월에는 공무원 8천687명이 숙정됐고, 폭력·사기·밀수·마약 등을 '사회악'으로 규정한 특별조치가 시행됐다. 대표적인 것이 삼청교육대였다. 신군부는 '사회악 일소'를 명분으로 수만 명을 검거했고, 상당수가 정식 사법절차 없이 군부대에서 '순화교육'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가혹행위와 인권침해가 이어졌다. 통제는 언론으로도 향했다. 11월 언론기관 통폐합으로 신문·방송사가 강제로 합쳐지고 수백 명의 언론인이 현장을 떠났다. 대구에서도 12월 1일 매일신문이 영남일보를 흡수 통합하며 제호를 '대구매일신문'으로 바꿨다. 그 사이 전두환은 8월 27일 제11대 대통령으로 선출돼 9월 1일 취임했다. 1979년 10·26 이후 찾아온 '서울의 봄'은 채 1년도 가지 못했다. 1980년 봄 광주에서 총칼로 드러난 국가의 강압적 통치는 이후 '정화'와 '숙정'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와 직장, 언론과 일상까지 파고들었다.
2026-08-28 11:30:00
서보욱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돈에 담긴 정신이 상속되는 세상 만들고 싶다"
"상속 상담은 단순히 세금을 줄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평생 일구어온 재산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이어주고, 그 재산에 담긴 정신과 의미를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40년 넘게 학생들에게 세법을 가르쳐온 서보욱 대구가톨릭대학 명예교수(69· 현곡상속신탁설계연구소)는 3년 전 퇴직을 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지식을 사회에 돌려주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상속 증여문제를 상담하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사이트를 완성했다. 그는 이 사이트가 '세상에 하나 더 만들어진 세금계산기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상속이 돈이 아닌 정신을 물려주는 도구로서의 역할'이 되길 희망했다. 상속은 재산을 넘기는 마지막 절차가 아니라 한 세대의 삶과 가치를 다음 세대에 이어지게 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널리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교수가 개발한 상속증여사이트는 heps119.com.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 정보를 최소화해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고 증여시기와 금액에 대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가능토록 했다. 여기에 상속세 신고 일정이나 절차 등도 상세하게 다뤘다. 이 사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돈으로서의 상속이 아닌, 평생 일구어온 재산과 뜻을 다음세대에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했다는 점이다. 서 교수는 "아무리 작은 돈일지라도 부모의 돈에 담긴 의미와 뜻을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숙제였다"며 이를 통해 "상속=돈이라는 세상의 패러다임을 상속=정신으로 바꾸는 것이 또 다른 소망"이라고 말했다. 누구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지, 언제 물려줄 것인지, 가족 간 갈등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부모의 뜻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보는 장이 되길 희망했다. 그는 "평균 수명이 늘면서 노노상속이 되는 세상이 됐다. 자식이 60이 되어야 상속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자녀보다는 손자에게 매달 얼마씩 주는 신탁도 상속의 방법이고 일부는 재단에 기부하는 등의 방법도 생각해보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부동산의 급등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제 상속은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됐다. 미리 상속이나 증여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서교수는 세법과 관계없이 자신의 재산규모와 그에 따른 세금과 필요한 절차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사례형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고 가족 신탁이나 유언대용신탁과 같은 재산승계 설계를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는 기능도 계속 발전시킬 계획"이라는 서교수는 "가능하면 다양한 강의를 통해 돈이 아닌 돈 속에 담겨진 정신이 상속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2026-08-27 21:30:20
'우리 동네 이야기'는 어떻게 돈이 되고 산업이 될까. 46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창업해 콘텐츠 비즈니스를 직접 경험한 여주엽 경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에게 지역 콘텐츠가 주목받는 이유와 로컬 크리에이터의 가능성을 물어봤다. ◆ 왜 '우리 동네 이야기'가 먹히나 여 교수는 지역 콘텐츠의 경쟁력을 '희소성'과 '보편성'의 결합에서 찾았다. 지역민에게는 익숙한 이야기가 다른 지역 사람에게는 처음 접하는 낯선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여 교수는 "지역 사람에게는 '우리 지역 이야기'지만 다른 지역에서 보면 지역성이라기보다 희소성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동시에 그 안에는 지역을 떠나 살아가는 고민이나 일자리, 생활비처럼 지역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사투리도 단순히 재미를 만드는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크리에이터에게 일종의 '신뢰'를 부여한다. 여 교수는 "사투리를 들으면 '저 고장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긴다"며 "그 지역에 오래 살아온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기면서 그 지역을 이야기할 수 있는 명분도 함께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환경의 변화도 한몫했다. 과거에는 팔로워가 많아야 콘텐츠를 널리 퍼뜨리기 쉬웠지만 추천 알고리즘이 정교해지면서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가 팔로우 여부와 관계없이 노출되는 경우가 늘었다. 특정 지역을 소재로 한 콘텐츠라도 강하게 반응할 이용자를 찾아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여 교수는 "알고리즘이 어떤 콘텐츠가 어떤 사람에게 맞는지를 이전보다 정교하게 매칭한다"며 "크리에이터들도 단순한 상업 콘텐츠보다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먼저 만들고 그 안에 상업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콘텐츠, 어디까지 갈까 그렇다면 지역 콘텐츠가 만들어낸 영향력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여 교수는 그 가능성이 광고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고 봤다. 콘텐츠를 통해 쌓은 인지도와 영향력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 교수는 "미디어 자체를 단순한 수익모델로 보기보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상품을 광고하며 소비자의 구매 흐름을 경험한 뒤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 창업으로 확장하는 구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역이라는 특성은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사업 기반이 된다. 음식과 관광, 축제, 로컬 브랜드 등 콘텐츠와 연결할 수 있는 자원이 이미 지역 안에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보고 특정 장소를 찾거나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면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주변 상권의 소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 교수는 "로컬 크리에이터는 '그 지역에 가면 꼭 해야 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방문객이 숙박하고 식사하고 쇼핑하도록 연결된다면 지역 소상공인에게도 낙수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 교수는 한 명의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또 다른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콘텐츠 규모가 커질수록 촬영과 편집, 디자인, 마케팅 등 제작 과정에 필요한 인력이 늘고, 자체 상품이나 서비스로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 새로운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다. 크리에이터 한 사람의 성장이 개인의 수익에 그치지 않고 주변의 일거리와 사업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를 지역 안에서 만들 수 있는 여건도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에서 성장한 크리에이터도 광고 미팅과 협업 기회, 영상 제작 인력 등을 찾아 서울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비대면 미팅이 일상화되고 영상 편집 등 제작 인프라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지역에 머물면서도 전국의 기업과 협업하고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역에서 만든 콘텐츠로 수익을 내고, 그 수익과 일자리가 다시 지역에 남는 구조도 이전보다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크리에이터에게도 과제는 있다. 지역의 일상과 공감으로 팬을 모은 계정에 광고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처음 영향력을 만들어낸 친밀감과 신뢰가 오히려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 교수는 비상업적인 일상 콘텐츠로 성장한 계정이 갑자기 광고 중심으로 바뀌면 이용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며 광고와 비광고 콘텐츠 사이에 자신만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역 콘텐츠의 가능성은 몇몇 크리에이터의 성공에만 있지 않다. 한 사람의 콘텐츠에서 시작된 영향력이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를 만들고, 관광과 소비, 지역 상권과 로컬 브랜드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지역 안에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다음 과제다.
2026-08-21 13:45:00
[로컬경제학] 광고주도 움직였다…돈 되고, 영향력이 되는 공감
'대구 사람이라면 안다'는 공감은 댓글과 공유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역색 짙은 콘텐츠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지역 가게와 기업도 이들을 광고 파트너로 찾기 시작했다. 광고 방식도 조금 다르다. 음식을 카메라 앞에 내보이며 "맛있습니다"라고 소개하는 대신, 평소 만들던 대구 사람들의 상황극 속에 가게가 등장하고 지역의 일상에 제품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 광고주가 '로컬'을 찾는 이유 대구 동성로에서 마피아카페 1호점을 운영하는 심재민(31) 씨는 가게 홍보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맛집·핫플레이스 전문 계정부터 수십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까지 선택지는 많았지만, 그가 택한 곳은 '대구타이슨형제들'이었다. 심 씨가 이들을 선택한 이유는 팔로워 숫자보다 콘텐츠의 성격에 있었다. 평소 대구의 상권과 장소, 지역의 이야기를 꾸준히 소재로 삼아온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심 씨는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대구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에 눈길이 갔다"고 말했다. 촬영도 단순한 가게 소개와 달랐다.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마피아게임을 이해하고 즐기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됐다. 심 씨는 "광고 촬영을 하러 왔다기보다 정말 대구 청년들이 함께 즐기는 느낌이었다"며 "너무 광고처럼 보이면 거부감이 생기는데 실제로 즐기는 모습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광고가 나온 그 달은 오픈 이후 가장 바쁜 달이었다"고 말했다. 지역 대표 관광시설도 비슷한 이유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찾는다. 이월드는 '노빠꾸 시골쥐의 상경일기'를 운영하는 류채우 씨와 두 차례 콘텐츠 협업을 진행했다. 이월드 세일즈마케팅부 김지현 주임은 "류 씨는 대구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일상과 문화를 꾸준히 콘텐츠로 풀어낸다는 점이 차별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월드는 특히 지역 콘텐츠가 외지인의 방문 동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김 주임은 "대구라는 지역에 관심을 갖고 콘텐츠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대구를 방문할 이유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이월드도 하나의 방문 콘텐츠로 인식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 팔로워 수보다 중요한 '누가 보느냐' 그렇다면 지역 광고 시장에서 이런 '좁고 깊은 영향력'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업계에서는 얼마나 많이 노출되느냐보다 '누구에게 노출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역 마케팅·광고업체 이놀자 데뷰 김정훈 대표는 "대구에서 장사하는데 굳이 전국을 대상으로 광고할 필요는 없다"며 "대구까지 직접 와야 하는 업종이라면 전국 팔로워 10만~20만 명에게 알리는 것이 반드시 효율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직접 찾아와야 하는 업종은 팔로워 규모가 작더라도 대구 사람이나 대구에 관심 있는 이용자가 모인 계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전국적 '인지도'보다 지역 안에서의 '밀도'가 중요한 셈이다. 김 대표는 '어디에' 못지않게 '무엇을' 보여주느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구 맛집을 검색해 첫 페이지에 노출돼도 제목과 내용에 매력이 없으면 클릭과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노출은 출발점일 뿐, 방문을 만드는 것은 콘텐츠의 힘이다. 마케팅은 파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돈보다 커진 '로컬의 영향력' 로컬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광고비로만 환산되지 않는다. 지역에서 쌓은 친밀감과 신뢰는 공익 캠페인과 홍보대사, 공공기관과의 협업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대구사랑의열매)는 SNS '대구툰'의 워효 작가를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사랑의열매가 주목한 것은 팔로워 숫자보다 대구 시민과 쌓아온 관계였다. 대구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은 높은 인지도가 장점이라면 지역 크리에이터는 시민과 일상적으로 소통하며 쌓은 친밀감과 신뢰가 크다"며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친근함이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특히 주요 기부자가 장년·고령층에 집중된 사랑의열매에는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혀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다. 지역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젊은 층에게 나눔과 기부를 보다 친숙하게 전달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다. 대구사랑의열매 관계자는 "평소 좋아하고 공감하던 사람이 좋은 일에 함께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만드는 영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로컬 크리에이터를 새로운 홍보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대구', '효제로', '대구싸람 제이슨', '대구툰' 등 지역 창작자들과 협업해왔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식 홍보는 정확한 정보 전달에 강점이 있다면 크리에이터 콘텐츠는 시민의 경험과 언어로 정보를 풀어낸다"며 "지역민에게는 '내 이야기'라는 공감을, 외지인에게는 대구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핵심 정보와 사실관계 등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표현 방식은 창작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의 이야기가 콘텐츠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과정 자체가 지역 콘텐츠 산업의 기반이 될 수 있다"며 "협업이 지속되면 창작자에게는 활동 기회가 생기고 지역 자원도 재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8-21 13:44:00
[로컬경제학] "대구로 먹고 삽니다"…조회수 넘어 돈이 된 '대구다움'
대구 도심 한복판, 휴대폰 카메라 앞에 선 두 청년이 동시에 뛰어오른다. 한 번, 두 번.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촬영을 반복한다. 대구 사람만 알아듣는 사투리와 익숙한 일상도 입혀진다. 그렇게 짧은 영상 한 편이 완성됐다. "이거 완전 내 얘기", "내 친구도 똑같다." SNS에 올리자 곧바로 반응이 따라붙는다. 누군가는 친구를 태그하고, 누군가는 영상을 공유한다. 너무 익숙해 이야깃거리조차 되지 않을 것 같았던 대구의 일상이 수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는 콘텐츠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렇게 쌓인 공감은 화면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람이 모이자 광고주가 움직였고, 광고는 다시 소비자를 움직였다. 지역 가게와 기업이 이들에게 광고를 맡기고, 콘텐츠를 본 사람들은 실제 가게와 관광시설을 찾아 나섰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공감이 오프라인의 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사람과 돈이 움직이자 콘텐츠를 둘러싼 시장도 넓어지기 시작한다. 크리에이터 한 사람의 성장이 주변의 또 다른 경제활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촬영과 편집, 디자인, 마케팅 등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고, 크리에이터가 쌓은 영향력은 새로운 사업으로도 뻗어나간다. 지역은 더 이상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배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구의 말투와 일상, 동네의 기억은 이제 사람을 모으고 소비를 움직이며 새로운 일과 사업을 만들어내는 자원이 되고 있다. 대구를 이야기하며 대구로 먹고사는 사람들. 이들이 만들어가는 '로컬의 경제학'을 들여다봤다. ◆ 대구를 콘텐츠로 만든 사람들 SNS에서 '대구타이슨형제들'로 활동하는 박경민 씨(30)와 성기태 씨(30)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우리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영상을 한번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처음에는 다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참고해 따라 해보기도 하고, 직접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짜 촬영하기도 했다. 그러다 답을 가까운 곳에서 찾았다. 바로 '대구'였다. 두 사람은 콘텐츠에 깊이 공감할수록 댓글과 공유 같은 반응이 커진다는 나름의 공식을 발견했다. 여기에 당시 대구에서 지역 한정 공감을 전면에 내세운 계정이 많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렇게 '대구 찐 로컬 공감'이 이들의 색깔이 됐다. 소재는 거창하지 않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우산과 장화까지 챙겼지만 정작 비는 오지 않는 '대구 장마철 공감', 무더위와 지상철, 음식에 대한 대구 사람들의 '덥부심·지상철부심·맛부심'처럼 지역민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가 모두 콘텐츠가 된다. 여름철 동성로를 걷다 자라나 지오다노 앞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거나, 교동·동성로·광장코아 등 술집 골목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묘하게 달라지는 익숙한 일상의 풍경도 놓치지 않는다. 서울 친구와 대구 친구가 서문시장에서 상인을 부르는 방식, 노래방을 각각 '코노'와 '동노'라고 부르는 차이처럼 지역 밖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대구의 모습도 소재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콘텐츠의 범위를 대구로 좁힐수록 오히려 반응이 커졌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특정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반응이 활발한 것 같다"며 "그만큼 깊은 공감이고, 그 공감을 느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댓글을 달거나 영상을 공유한다"고 했다. 특히 대구를 떠나 서울 등 타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로부터 "고향 생각이 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사투리는 그 공감을 완성하는 장치다. 두 사람은 평소보다 억양을 일부러 더 과장하기도 한다. "대구 콘텐츠를 하면서 사투리를 안 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투리가 보는 사람들과 내적 친밀감을 쌓아준다"고 했다. ◆ '대구 사람이라면 안다'는 것들 대구의 일상을 콘텐츠로 만드는 방식은 비단 영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SNS 계정 '대구툰'과 '대구대구'는 사투리와 지역의 생활문화를 그림과 목소리로 풀어낸다. '옷이 작다'를 '쫑긴다'고 표현하거나, 대구 사람에게 익숙한 우방타워랜드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고속도로를 오가며 무심코 지나쳤던 대구 인근의 건물과 향토음식, 대학교에 얽힌 이야기까지 지역민에게 익숙한 것들을 소재로 삼는다. 대구툰 워효 작가는 "내가 생각하는 지역 콘텐츠는 맛집이나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며 "대구를 주제로 한 숏폼을 보면 맛집이나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는 정보성 콘텐츠가 많은데, 나는 실제 대구 사람으로서 느끼고 살아온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역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사는 사람의 말투와 감정, 경험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민의 반응이 큰 것도 이런 '우리끼리 아는 이야기'였다. 대구대구 제우준 작가는 "대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을 때 많은 분들이 공유하고 댓글을 남겨주셨다"며 "그럴 때마다 대구 사람들끼리 통하는 공감대가 분명히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공감은 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민들은 댓글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보태며 콘텐츠에 참여한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북구청역이 실제로는 서구에 있다는 점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자 '다행히 북구청은 북구에 있다'는 유쾌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지역민에게는 너무 익숙해 이야깃거리조차 되지 않았던 말투와 장소, 생활 습관.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 익숙함 자체가 콘텐츠가 됐다. 전국 어디서나 통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대신, '대구 사람이라면 안다'는 좁고 깊은 공감을 파고들자 지역성은 이들만의 경쟁력이 됐다. ◆ 대구를 떠나도 따라가는 '대구다움' 그렇다면 '대구 사람이라면 안다'는 이야기는 대구에서만 통하는 것일까. SNS '노빠꾸 시골쥐의 상경일기'를 운영하는 류채우(26) 씨에게는 오히려 반대였다. 대구를 벗어나자 '대구 출신'이라는 정체성이 자신을 구분하는 경쟁력이 됐다.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한 류 씨는 약 3년 전 서울로 올라갔다. 계정을 만든 것은 상경한 지 불과 2주 뒤였다. 처음부터 '대구'를 내세우려 했던 것은 아니다. 영상 제작에는 익숙했지만 그동안 무엇을 콘텐츠로 만들어야 할지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던 류 씨에게 서울살이 자체가 새로운 소재가 됐다. 집을 구하고 이사를 준비하면서 겪은 낯선 경험, 서울에 처음 올라온 지방 청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영상에 담았다. 류 씨는 "서울에는 저처럼 지방에서 올라와 집을 구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7개월 동안 140편이 넘는 영상을 올렸지만 팔로워는 1천 명을 넘지 못했다. 전환점은 '서울 당일치기' 콘텐츠였다. 서울 토박이에게는 익숙한 장소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의 시선으로 찾아다니며 소개한 영상이 크게 확산됐다. 서울을 잘 모르는 '지방 사람'이라는 약점처럼 보였던 정체성이 오히려 다른 서울 콘텐츠와 자신을 구분하는 차별점이 된 것이다. 서울살이를 다루는 계정이지만 그의 콘텐츠는 고향 대구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것이 '개웃긴 대구' 시리즈다. 달서구에서 자라며 익숙하게 봐왔던 선사유적지의 거대한 원시인 조형물을 소재로 삼은 영상에서 시작됐다. 류 씨는 "어릴 때부터 길가에 누워 있는 원시인을 보며 '왜 저기 누워 있지?' 싶었다"며 "대구가 이렇게 유쾌하고 재미있는 도시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만들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훨씬 컸다"고 말했다. 대구 이야기는 대구를 배경으로 하지 않아도 통했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류 씨는 서울 사람들과 대구의 말투와 문화, 생활방식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때로는 서울의 시선으로 고향 대구를 다시 바라본다. 대구라는 공간을 떠났지만 '대구 출신'이라는 정체성은 오히려 콘텐츠를 만드는 또 하나의 자산이 됐다. 그 과정에서 지역 콘텐츠를 소비하는 범위도 대구 사람을 넘어선다. 류 씨는 "대구 사람들끼리 공감해서 공유하기도 하지만, 서울 사람이 경상도 친구에게 영상을 보내기도 한다"며 "서로 다른 지역의 차이가 이야깃거리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가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떠나고 나서야 보인 '대구다움' 지역을 떠난 뒤에야 자신에게 남아 있던 '지역성'을 발견한 경우도 있다. SNS '은현인디'를 운영하는 류은현(30) 씨는 대구에서 오랫동안 살다 수도권으로 옮겨 현재 안양에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경상도 와이프'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타지역에서 생활하면서부터다. 대구에 살 때는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말투가 수도권에서는 달랐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같은 표현도 지역에 따라 억양과 쓰임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체감했고, 이를 부부의 일상에 녹여 영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ㅔ·ㅐ·ㅖ'를 읽는 미묘한 억양 차이부터 숫자 '56'을 '오십여섯 개'라고 읽는 방식까지, 대구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웠던 말들이 하나둘 콘텐츠가 됐다. 이런 사투리와 억양 차이를 다룬 영상 가운데는 조회 수가 1천만회에 가까이 나온 것들도 여럿이다. 류 씨는 "일부러 만든 캐릭터라기보다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이니 언어나 환경이 자연스럽게 내게 녹아 있는 것"이라며 "그게 그냥 내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반응해주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대구를 떠난 청년은 서울에서 대구를 이야기했고, 대구에 남은 청년은 대구의 일상을 콘텐츠로 만들었다. 방식과 공간은 달랐지만 이들이 꺼내든 것은 결국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지역'이었다. 그렇게 평범했던 일상과 기억은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이들만의 콘텐츠가 됐다.
2026-08-21 13:40:00
영화는 허구다. 하지만 수십 편의 영화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현실을 닮은 기록일지도 모른다. 김상목의 비평집 〈경계의 영화: 대구영화라는 낯선 풍경〉을 분석한 박소영 고려대 초빙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비평집이 다룬 대구 독립영화는 모두 102편 대부분이 2010년 이후 제작된 작품으로, 대구 청년들의 방황과 가족, 공동체, 노동, 사회운동 등을 반복적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영화 속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은 하나였다. "대구를 왜 떠나려고 하는가." ◆ 현실을 담은 영화? 영화 속 청년들은 대부분 서울이나 해외를 꿈꾼다.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 '꿈을 펼칠 기회가 없어서', 때로는 '가족이라는 짐 때문에 떠나지 못해서'다. 영화 〈아무 잘못 없는〉 〈흐르다〉 〈여름의 건널목〉 〈두 집 살림〉에는 이런 청년들의 모습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지만 부모의 병간호와 가업, 생계 같은 현실은 이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떠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두 집 살림〉에서 서울은 청년들에게 비좁은 방 한 칸을 내어줄 뿐이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했지만 그곳에서도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다. 〈여름의 건널목〉의 주인공 역시 경북 칠곡을 떠나 서울에서 살아가지만 그의 기억과 마음은 여전히 고향과 연결돼 있다. 대구 영화 속 청년들에게 '떠남'은 성공이나 해방이라기보다 또 다른 경계에 서는 일에 가깝다. 영화 속 이야기는 현실과도 겹친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대구에서는 매년 청년층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34세 청년의 순유출 규모는 전국에서도 큰 편이며 이동 사유 역시 취업과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가 현실을 따라간 것인지, 현실이 영화를 닮은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 '왜 남는가' 지역성도 조명 그럼에도 흥미로운 점은 대구 영화가 떠나는 사람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을 더 오래 바라본다는 점이다. 〈커뮤니티〉는 지역에서 공동체를 만들려는 청년들을, 〈라샹스〉는 쇠퇴한 향촌동에서 수제화를 만드는 장인을 기록한다. 그리고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보수의 도시 대구'와는 사뭇 다른 풍경도 스크린에 등장한다. 〈퀴어053〉은 대구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싼 사람들을 기록하고, 〈소성리〉는 경북 성주 소성리에서 사드 배치에 맞선 주민들의 삶을 따라간다. 영화 속 지역은 하나의 이미지로 설명되지 않는다. 떠나고 싶은 사람과 떠나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스스로 남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한 공간 안에서 살아간다. 결국 대구 영화가 반복해서 기록하는 것은 '왜 떠나는가'라는 질문만은 아니다. 떠나는 것이 당연해진 도시에서 '왜 남는가', 그리고 '남아서 무엇을 하는가'까지 함께 묻는다. ◆ 영화 불모지인데 102편 흥미롭게도 이 질문은 영화 밖에서도 이어진다. 영화 속 인물들이 대구에 남아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척박한 지역에 남아 카메라를 들었다. 대구에는 4년제 영화학과가 없고 영상산업 기반과 관련 일자리도 부족하다. 반면 영화 소비는 활발하다. 연구는 대구가 한때 서울·경기에 이어 전국 영화 매출 3위를 기록했을 만큼 영화를 많이 보는 도시였지만, 정작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창작 인프라는 매우 열악하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계속 만들어졌다. 지역 영화인들은 대구단편영화제를 비롯한 지역 영화 생태계를 중심으로 작품을 만들었고, 2019년에는 대구영화학교도 문을 열었다. 비평집에서 다룬 작품 상당수 역시 이러한 지역 창작 기반에서 성장한 영화인들의 작품이다. 내용도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청년 유출이나 노동, 사회운동 같은 현실 문제뿐 아니라 좀비와 호러 등 장르적 실험도 이어진다. 김용삼, 전찬영, 김현진, 윤진, 장윤미 등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감독들도 저마다 자신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영화 산업이 없는 도시'에서 오히려 끊임없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역설이다. ◆ 102편이 기록한 '또 다른 대구' 연구는 지역 영화의 의미 역시 단순히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촬영하거나 사투리를 사용하는 데 있지 않다고 본다. 그곳에 축적된 역사와 기억,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과 관계를 담아낼 때 비로소 지역성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때로 그 시선은 대구라는 행정구역 밖으로도 뻗어나간다. 〈지금은 멀리 있지만〉은 대구에서 살아가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고국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하고 지역 시민들과 연대하는 과정을 담는다. 대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국경을 넘어 다른 지역과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셈이다. 결국 102편의 영화가 기록한 것은 관광지도나 통계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대구다. 떠나려는 사람과 남으려는 사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삶이 한 편 한 편 쌓이며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만들어냈다. 영화는 허구다. 하지만 수십 편의 영화가 같은 현실을 반복해서 비춘다면 그것은 어느 순간 한 도시의 기록이 될 수도 있다. 대구 영화 102편이 보여주는 풍경이야말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대구가 아닐까.
2026-08-21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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