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INTP 대구경북 "ESFJ 되고싶어"…MBTI로 보는 지역
MBTI 유행이 사람을 넘어 도시까지 번졌다. 이제는 "너 N이야, S야?" 대신 "이 동네는 N형인가, S형인가"를 묻는 시대다.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대구·경북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역 Space-MBTI' 분석 결과, 주민들은 지금의 지역 성격과는 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우리 지역 MBTI 분석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 Space-MBTI' 진단 연구 결과, 대구·경북 18개 시·군 주민과 공무원들은 지역의 현재 모습과는 다른 방향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주민과 공무원 6,87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인구·입지·가치·특수성 등 네 가지 영역을 기준으로 지역 특성을 유형화했다. 지역 Space-MBTI'는 사람의 성격 유형 검사처럼 지역의 특성을 네 가지 축으로 진단하는 방식이다. 인구는 외부 유입(E)과 내부 안정(I), 입지는 자연 자산 중심(N)과 도시 인프라 활용(S), 가치는 전통(T)과 미래(F), 특수성은 일시적 체류(P)와 일상적 지속(J)으로 나뉜다. 각 항목의 조합에 따라 지역은 16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며, 현재 모습과 주민이 바라는 미래를 함께 분석한다. 대구와 경북에서는 인구감소지역으로 대구(서구, 남구, 군위군), 경북(안동시, 영주시, 영천시, 상주시, 문경시,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청도군, 고령군, 성주군, 봉화군, 울진군, 울릉군)이 포함됐다. ◆INTP 대구경북 "ESFJ 되고싶어" 분석 결과 대구·경북 인구감소지역 다수는 현재 내부 안정(I), 자연 자산 중심(N), 전통 가치(T), 일시적 체류(P) 성향이 강한 유형으로 분류됐다. 관광이나 방문은 있지만 정착은 드문, 이른바 '찾아오는 지역'의 모습이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행사는 많지만 일상은 비어 있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바라는 미래상은 뚜렷하게 달랐다. 다수 지역에서 내부 안정(I)에서 외부 인구 유입(E)으로, 자연(N) 중심에서 도시 인프라 활용(S)으로, 전통 가치(T)에서 미래·활용 가치(F)로, 일시적(P)에서 일상적(J)인 지역으로의 전환을 희망했다. 조용한 보존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오가고 살아가는 생활 도시가 되길 바란 것이다. 대구의 경우 변화 폭이 특히 두드러졌다. 군위군은 현재 INTJ 유형에서 ESFJ 유형으로의 전환을 희망했다. 농촌 정체성에 머무르기보다 외부와 연결된 생활 기반 지역으로 바뀌길 원하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남구 역시 현재의 일시적 체류보다 일상적 거주(J) 성향이 강화된 미래를 선호했다. 경북 지역에서는 안동시, 영주시, 영양군, 고령군 등이 현재의 전통·자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도시 인프라 활용을 강조하는 유형으로의 변화를 희망했다. 반면 문경시와 청송군은 현재와 유사한 유형을 유지하길 원해, 관광 중심 정체성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지역도 존재했다. ◆진단에서 해법으로 "지방소멸 대응" 대구·경북 인구감소지역의 진단 결과는 정책 방향도 비교적 분명하게 가리킨다. 다수 지역이 현재 내부 안정(I)과 자연 자산(N)에 의존한 구조에서 벗어나, 외부 인구 유입(E)과 도시 인프라 활용(S)을 강화한 미래를 희망했다. 이는 단순한 정주 인구 유지보다, 생활인구 확대와 도시적 편의성 확충이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지역별로는 보다 구체적인 처방도 가능하다. 군위군은 외부 인구를 적극 수용하고 산업 기반을 확충, 대구 남구는 원도심의 일상성을 회복하는 도시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 안동·영주·고령 등은 자연과 전통 자산을 활용하되 시가지 중심지와 교통 인프라를 강화하는 복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의성·영천·상주 등은 미래 가치(F)를 중시하는 성향에 맞춰 일자리 창출과 산업 기반 육성이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목적형 공모' 방식의 지방소멸 대응 정책 전환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예산을 일괄 배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Space-MBTI 유형과 강점에 부합하는 사업에 더 큰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 지자체의 창의적 해법을 유도하자는 취지다"라며 "진단 데이터는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정책 목표를 조율하는 제도적 공론장의 기초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그래픽〉 지역 Space-MBTI 모델 인구(E ↔ I): 외부 유입 지향(E) vs 내부 안정 지향(I)입지(N ↔ S): 자연 자산 활용(N) vs 도시 환경 활용(S)가치(T ↔ F): 전통 가치 중시(T) vs 미래 가치 중시(F)특수성(P ↔ J): 일시적 집중(P) vs 일상적 지속(J)
2026-02-05 12:30:00
직장인에게 월요병이 있다면육아인에게는 토요병이 있다.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토요일이 어쩐지 평일보다 더 힘들다.불금을 즐겨본 지도 오래다.불타는 금요일 대신, 체력을 불태울 주말을 준비한다.그래서 주말의 가장 큰 과제는 하나다.태서의 체력을 어디서 얼마나 빼놓을 것인가.17개월에 접어들며 활동량은 급증했고, 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웬만한 활동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 강철 체력의 사나이.집에만 있다가는 엄마 아빠가 먼저 탈진한다.지난주는 과학관, 이번 주는 박물관.요즘처럼 추운 날엔 키즈카페도 전쟁터다.문 열자마자 뛰어들어가도 이미 자리는 없다.아마 다들 비슷한 마음의 부모들일 것이다.주말엔 식사도 문제다.어린이집에서 꼬박꼬박 나오던 아침 간식, 점심, 오후 간식까지 모두 집에서 해결해야 한다. 주말은 그야말로 '급식 노동'의 연속.평일에 김, 김자반, 달걀로 겨우 넘긴 부실한 식단에 대한 미안함을 주말 특식으로 만회해보려는 부모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물론 아이와 함께하는 주말은 소중하다.평일 퇴근 후 아이와 놀 수 있는 시간은 고작 한두 시간 남짓.그마저도 씻기고, 먹이고, 재울 준비를 하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내가 이러려고 돈을 버나' 싶은 현타가 밀려올 때도 있다.하지만 월요일 아침만 되면 왜 이렇게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다"이번 주말도 잘 버텼다"는 작은 승리의 표정.속마음은 아마도 '어린이집으로 제발 빨리 들어가 줘'일 것이다.대신 아이들에게는 월요병이 있다.월요일 아침, 어린이집 대문 앞은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주말 내내 엄마 아빠와 신나게 놀았으니 떨어지기 싫은 마음도 이해는 된다.이렇게 우리는 토요일을 버텨내고, 월요일을 맞이한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으면서.
2026-02-05 11:30:00
[YES KIDS ZONE] 아기 옷도 '티켓팅' 시대… 프리오더 중독된 엄마들
"아, 이 옷이요? 3개월 기다려서 받은 옷이에요." 어린이집에서 친해진 엄마의 말에 순간 귀를 의심했다. 해외 직구도 일주일이면 도착하는 시대다. 어떤 옷이길래 3개월이나 기다려야 할까. 그러나 이어진 설명에 눈이 번쩍 뜨였다. 오픈과 동시에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 해도 30초가 채 되기 전에 품절되고, 어렵사리 주문에 성공해도 배송까지는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방식. 이른바 '프리오더(Pre-Order)'다. 요즘 아기 옷 시장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 오픈 하자마자 20초만에 품절! 어린이집 입소를 앞둔 아이를 키우는 김민별 씨(36)는 일찌감치 등원복 준비를 마쳐 놨다. 주변에서 "어린이집 보내려면 준비할 것 많겠다"고 묻지만, 김 씨는 이미 석 달 전 주문을 끝냈다. "3월 입소할 때 이 정도 사이즈면 맞겠다 예상하며 주문해놨다. 다음 주부터 순차 배송된다고 하니 어린이집 갈 때 입히면 딱 될 것 같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에 익숙해진 요즘 소비자들에게 미리 주문하고 오래 기다리는 '프리오더'는 다소 역설적인 방식이다. 그럼에도 프리오더는 엄마들 사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프리오더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품을 미리 주문하는 사전 주문 방식이다. 실제로 엄마들 사이 인기가 높은 한 브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대부분의 상품이 '품절' 상태로 표시돼 있었다. 업체가 공지한 '○월 ○일 ○시 오픈' 일정에 맞춰 접속해야만 구매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업체의 SNS나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는 오픈 일정표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인기 가수 콘서트 티켓팅보다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20~30초 만에 바로 품절된다. 기다렸다가 엄마들이 동시에 클릭하는 영향이다. 이번에는 친구에게까지 부탁해서 겨우 성공했다" 며칠 전 어렵게 구매에 성공했다는 유예지 씨(32)는 프리오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힘들게 사는 이유는 뭘까. "예쁘니까요." 답은 단순했다. 유 씨는 "아기 옷이 다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분명 유행은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옷을 살 수는 있지만, 요즘 예쁘다고 하는 디자인이나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거의 프리오더로 판매된다"고 말했다. ◆ 구매심 자극하는 배송 방식…어쩌다 이런 구조? "가격 방어도 잘 돼서, 어렵게 구매한 게 아쉽지 않아요." 티켓팅에 비유될 만큼 경쟁을 뚫고 구한 아기 옷은 그 자체로 희소성을 갖는다. 실제 중고마켓에는 프리오더로 판매된 아기 옷이 다수 올라와 있고, 대부분 정가보다 웃돈이 붙은 가격이다. 한두 번 입은 옷은 물론 사용감이 있는 경우에도 프리미엄이 붙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재고 부담을 완화하려는 브랜드 전략에서 출발한 프리오더가, 결과적으로는 희소성을 앞세운 또 다른 마케팅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프리오더 특유의 '느린' 배송 방식 역시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장기간 배송을 전제로 한 구조는 소비를 미루기보다 오히려 앞당긴다. 배송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동안 결제는 이미 끝났지만 당장 손에 쥔 물건은 없다. '옷을 샀지만 없는 상태'가 길어지면서 추가 구매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이번 달에만 프리오더로 50만 원가량을 썼다는 이지영 씨(29)는 "옷을 분명 샀는데 바로 받아보는 게 없으니 계속 주문하게 된다"며 "이런 심리까지 이용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알면서도 당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우리 아이만 유행에 뒤처질까 봐 또 사게 된다"고 덧붙였다. ◆ 새 소비자 계속 유입…고객 특수성에 관행 반복 문제는 상당수 프리오더 업체가 주문 취소나 교환·환불 불가를 전제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배송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구조상, 소비자는 상품을 받아본 뒤에야 사이즈나 색감, 원단을 확인할 수 있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도 교환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청약철회 제한은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개별적으로 제작된 상품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이니셜 각인이나 맞춤 제작처럼 재판매가 어려운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디자인과 제작 방식이 이미 정해져 있고 소비자가 사이즈나 색상만 선택하는 방식의 상품은 주문제작이 아닌 기성품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프리오더'라는 이유만으로 교환·환불을 제한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을 수 있다. 이런 판매 방식이 장기화되면서, 프리오더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둘째 아이는 '탈 프리오더'로 키우고 있다는 이인영 씨(41)는 "첫째 때는 프리오더 옷을 정말 많이 샀다. 하지만 점점 피로해지더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인지도 있는 쇼핑몰은 거의 다 프리오더인데, 재고 관리 때문이라고는 해도 주문을 받고 나서도 교환·환불 불가에 동의해야 하고 끝없는 기다림을 견뎌야 한다"며 "옷이 안 맞으면 소비자가 알아서 중고로 처리해야 하는 구조가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품질 문제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소비자는 "만원대 양말이 중국산 저가 제품보다 마감이 못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몇 만원짜리 옷인데 프린트가 번져 있거나 마감이 불량해도 '원래 그런 상품'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하자 여부를 따지기보다, 환불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 소비자가 감수하도록 하는 구조가 더 문제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판매 방식은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배짱 장사가 가능한 구조'라는 말도 나온다. 아기 옷은 아이의 성장 속도에 따라 짧은 기간만 입고 지나가는 특성상, 한 번의 불만이나 논란이 제기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소비자가 유입되는 구조다. 과거의 문제를 알지 못한 소비자가 다시 시장에 들어오며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디자인이나 분위기에 끌려 구매하게 되는 구조인 건 사실이고, '이상하면 사지 말라'는 반응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교환·환불이 제한되는 관행까지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판매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2026-02-05 11:30:00
[아름다운 동행] 청각장애인과 세상 이어주는 '바쁘게 움직이는 손'
보통 때라면 대기 번호가 뜨는 전광판을 끊임없이 지켜봤을 것이다. 다른 서류가 필요하다는 직원의 말에는 진땀을 흘렸을 테고, 업무 처리에 오류가 생겨 지연되면 이유도 모른 채 무작정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앞선 민원인이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더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어 속으로만 궁금해 했을 것이다. 청각장애인에게 관공서 방문은 늘 이런 하루다. 하지만 지난 22일, 상인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청각장애인 정재연(51) 씨의 표정은 달라 보였다. 모바일 장애인등록증을 신청하러 왔다는 그의 곁에 든든한 동행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씨의 감사한 마음 역시 그 동행인이 있었기에 기자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정 씨는 말했다. "황윤희 통역사님이 안 계셨다면 훨씬 더 오래 걸렸을 겁니다. 청각 장애인들에게 너무너무 고마운 사람입니다." ◆병원·경찰서·관공서…현장 다양 대구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 소속 황윤희(28) 수어통역사는 관공서와 금융기관, 병원, 사법기관 등 다양한 현장을 오가며 청각장애인의 일상을 돕고 있다. 몸짓과 발짓으로 의사소통하며 살아왔다는 정재연 씨에게 황 통역사는 단순한 '도움'을 넘어, 세상과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다. 특히 경찰서나 검찰, 법원 같은 사법기관에서는 통역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 경우 통역사 두 명이 함께 투입되는데 한 명은 농인 통역사로, 청각장애인이자 통역사인 이들이 농인의 특유의 표현과 뉘앙스를 놓치지 않고 전달한다. 그리고 황 통역사는 이를 다시 수사관이나 재판 관계자에게 옮기는 역할을 맡는다. 통역사의 한 단어가 진술의 방향을 바꾸고, 유무죄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은 문장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날 은행 업무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요청입니다'라는 알람이 반복해서 떴지만, 직원이 아무리 설명을 해도 전달에는 한계가 있었다. 황 통역사는 "이날 함께한 정재연 씨는 다른 청각장애인들에 비해 나은 편이다. 실제로는 문장 이해가 더 어렵고, 한글 사용이 힘들거나 한글을 거의 접해보지 못한 분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부·행정 업무, 바삐 흐르는 하루 민원 업무를 돕고 나니 어느새 오후. 청각장애인 통역 업무는 소요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용자마다 필요한 절차가 다르고, 상황에 따라 업무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 이용자들이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어 이동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루 일정이 촘촘히 짜여 있어도, 현장 상황에 따라 계획은 수시로 바뀐다. 통역을 마친 뒤에는 센터로 복귀한다. 황 통역사는 "통역사라고 해서 통역만 하는 건 아니다. 센터 내 행정 업무도 맡고 있고, 청각장애인과 함께하는 각종 사업도 많다"고 말했다. 공부도 필수다. 수어(手語) 역시 하나의 언어인 만큼 계속해서 변화한다. 신조어가 생기고, 표현 방식도 달라진다. 황 통역사는 한국수어누리사전을 참고하고, 청각장애인에게 직접 묻고 배우며 표현을 익힌다. 기관 차원의 교육도 매년 이어진다. '수어통역 실정훈련반'은 한 번 열리면 10~15회 과정으로, 1년에 두세 차례 진행된다. 전문용어와 신조어, 현장 통역 실습을 통해 긴 문장을 어떻게 압축해 전달할지, 손동작은 정확한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계속 울리는 영상통화 "도움 요청" "퇴근 안 하세요?" 기자의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황 통역사의 전화가 울렸다. 청각장애인들의 도움 요청이다. 병원 진료실에서 의사를 화면에 비춰달라는 연락부터,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데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며 주인을 연결해달라는 부탁, 이해하기 어려운 안내 문자를 설명해달라는 요청까지. 그의 전화기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린다. 그래서 황 통역사의 자리에는 늘 휴대전화가 세워져 있다. 영상통화를 바로 받기 위해서다. 황 통역사는 "퇴근을 해도 업무의 끝은 없다. 긴급 통역 전용 휴대전화로 언제든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벽 5시,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온 적도 있다. 응급실, 교통사고, 갑작스러운 발열 등 상황은 각양각색이다. 황 통역사는 통역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에게 '통역사에게 설명은 다 했으니, 당사자에게 전달할 내용은 진료실 밖에서 하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며 "통역은 진료의 일부인데도, 당사자가 의사소통에서 배제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통역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더 넓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구에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하루를 마치고 센터를 나서는 길, 황 통역사의 두 손은 시뻘겋게 얼어 있었다. 수어통역사는 이동 중에도 쉽게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는다. 언제든 호출이 오면 곧바로 통역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손 시리면 좀 어떤가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됐죠."
2026-01-29 12:30:00
[커버스토리] 다태아 세계 2위 한국… 위험 경고에도 '어쩔 수 없는 선택'
난임 시술 확대로 국내 다태아 출산율이 세계 2위 수준에 이르자 국책 연구기관들은 "고위험 다태 임신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난임 여성들의 현실은 다르다. 위험을 알면서도, 실패의 부담과 제한된 지원 속에서 그 선택 외에 다른 길이 없었다는 호소다. ◆세계 다태아 2위…"산모 태아 모두 위험" 전체 출생아 가운데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3.7%에서 2024년 5.7%로 늘었다. 분만 1,000건당 다태아 출산은 28.8건으로 '세계 다태아 출생 데이터(HMBD)'에 포함된 국가 가운데 그리스(29.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쌍둥이 가운데서도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비중은 같은 기간 2.4%(392명)에서 3.4%(457명)로 증가했다. 다태아 출산이 점차 고위험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태아 증가의 배경으로는 고령 출산 확대와 보조생식술의 증가가 꼽힌다. 국내 35세 이상 산모 비중은 2000년 9.5%에서 2024년 35.9%까지 치솟았다. 난임 부부가 늘면서 시험관 시술 등 의료 보조 생식술(MAR)을 통해 임신하는 사례도 함께 증가했다.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여러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쌍둥이 이상 임신 가능성도 커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태아 임신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고 경고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다태아 출산은 단태아에 비해 산모와 태아의 건강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에 따르면 쌍둥이 임신은 단태아와 비교해 ▷조산·조기진통 위험이 6배 ▷임신중독증 위험은 2배 이상(세쌍둥이는 9배) ▷산후 출혈 위험은 약 3배 ▷혈전성 질환 위험도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이후 육아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 역시 더 커질 수 있다. ◆ "알지만 피할 수 없었다" 현장의 선택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난임 여성들의 이야기는 '위험'이라는 경고와 다른 층위에 놓여 있었다. 다태아 임신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선택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고령 임신에 따른 시간적 제약, 반복되는 시술로 인한 경제적·신체적 부담,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다배아 이식은 개인의 선호라기보다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결정'에 가까워진다. 임신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내하도록 만드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2년 동안 시험관 시술을 이어오다 지난해 쌍둥이를 임신한 이모(가명) 씨는 "쌍둥이가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몇 차례 실패를 겪고 나니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개를 이식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현재 16회차 시험관 시술을 진행 중인 김모 씨도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정부 지원에는 횟수 제한이 있다. 난소 기능이 크게 떨어진 극난저 여성에게 20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첫 아이만큼은 무제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여러 개의 배아를 이식한 것은 아니다. 초조한 마음에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태아 위험성 논의가 난임 시술 전반에 대한 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난임 여성은 "쌍둥이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시술 문턱이 더 높아질까 봐 두렵다"며 "위험을 줄이려면 선택지를 줄이기보다, 실패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 지원은 늘었지만…"체감은 부족" 현행 다태아 정책은 양적으로는 확대됐지만, 다태아 가정이 체감하는 지원의 질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출산축하금과 산후조리비 등 일회성 경제 지원에 집중돼 있고, 심리 상담이나 또래 부모 네트워크 등 정서적 지원은 사실상 부재한 수준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난임 시술 단계부터 예방적으로 접근하는 지원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신 준비 단계에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상담을 강화하고, 시술 과정에서는 고차 시술 단계에 이른 여성들을 대상으로 의료·정서적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 이후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전문 의료·돌봄 인프라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다태아 임신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아 보험 가입 문턱이 높아 보장이 제한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모 씨(42)는 "쌍둥이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위험하다고 말하면서 정작 대비할 수단은 막혀 있는 셈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위험 임신·출산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공적 책임을 먼저 강화하고, 민간보험은 이를 보완하는 역할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태아 증가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선택지를 좁혀온 구조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위험한 결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6-01-22 12:30:00
"미끄럼틀 거꾸로 올라가지 마!" "흙은 먹는 거 아니야!" "돌은 또 왜 던져!" 놀이터에서 소리치는 내 옆으로 우아하게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한 여성. 한 손엔 아이, 한 손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렇다. 그녀는 딸맘이다. 그에 반해 내 목소리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힘은 쓸데없이 세진다.화는 또 왜 이렇게 많아진 건지. 휴 나는야 아들맘 아들 육아를 검색하면 나오는 자료들은 가히 충격적이다.검색창에 '아들'만 쳐도 '아들 사고', '아들 골절', '아들 왜 이래요'가 자동 완성된다.그놈의 아들들은 TV를 깨부수고, 그놈의 아들들은 얼굴 전체가 상처 투성이다.최근에는 '아들맘 전문가'까지 등장했다.엄마들은 모르는 아들의 세계를 알려준다는 모 소장님의 세미나는 연일 만석.강연 이름도 웃프다. '아들맘 분노조절 세미나'. 딸에게는 뽀뽀 세례를 받고, 아들에게는 주먹 세례를 받는다는 말도 있다.그래서일까. 아들맘은 딸맘보다 수명이 짧다는 농담까지 따라붙는다. 딸맘 친구와 여행을 갔다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아이와 카페를 갈 수 있다니,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나에게 카페란, 커피를 쏟지 않으면 다행인 장소다. 내 아들은 테이블을 장애물 코스로 인식한다.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는 친구 모녀의 모습도 낯설다.우리 모자는 발을 맞춰 걸어본 기억이 손에 꼽힌다.우리 아들은 이미 저 앞에서 새로운 사고를 준비 중이다. "딸맘은 감정적으로 힘들고, 아들맘은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말이 있다.아침마다 이 옷 입겠다, 저 옷 입겠다, 머리는 이렇게 묶어달라며 한 시간을 실랑이했다는 친구의 넋두리에 나는 오늘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아들은 아무 옷이나 입히기만 하면 되는데 발 한쪽 넣는 찰나에 이미 현관 밖으로 순간 이동을 마친 녀석. 한쪽 다리만 옷을 입은 채 당당하게 도망가는 저 뒷모습을 보며오늘도 나는 헛웃음을 삼킨다.
2026-01-22 11:30:00
[커버스토리] 배에 든 멍보다 깊은 마음의 멍 '난임 부부의 하루'
"기자님, 이번 회차도 허탕이네요" 수화기 너머 들려온 이OO(41) 씨의 떨리는 목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번 시험관 시술동안 여러 차례 병원에서 마주친 그는 늘 "이번엔 될 것 같다"며 희망 섞인 미소를 지어 보이곤 했다. 배에 멍이 들도록 주사를 맞고, 회사 출장 중에도 시간 맞춰 약을 챙기던 모습이 떠오르지만 결과는 또다시 실패였다. 합계출산율 0.7명.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처럼 보이지만 난임병원 대기실에는 오늘도 번호표를 쥔 부부들이 빼곡하다. 난임 시술 건수는 매년 증가해 최근 3년 새 36.7% 급증했고 재작년 태어난 아이 7명 중 1명은 난임 시술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초저출산 통계의 이면에는 극한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면서라도 아이를 갖기 위해 버티고 또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국가적 숫자와 개인의 하루가 교차하는 지점, 그 간극 속에서 난임 부부의 시간은 오늘도 흐르고 있다. ◆ 난임휴가 집행률 0.75% "현장 모르는 정책" 새벽 6시. 요란한 알람 소리와 함께 이OO(41 아내) 김OO(41 남편) 부부의 하루가 시작된다. 알람을 끄자마자 김 씨는 냉장고로 향해 주사기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약품 몇 개를 꺼낸다. 시험관 시술을 위해 매일 아침 맞아야 하는 주사 3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 중 한 가지는 '제조형' 주사라 더욱 손이 많이 간다. 가루약 2개와 생리식염수를 섞어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과정은 꽤나 복잡하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배꼽에서 약 3cm 떨어진 아랫배에 찌르는 방식인데, 통증을 줄이기 위해 아이스팩으로 먼저 찜질한 뒤 오른쪽·왼쪽·아래쪽에 한 방씩 맞는다. "회사 출장 일정 중 시간 맞추느라 차에서 주사를 맞았는데, 아이스팩이 없어 사용을 못하고 맞았더니 배에 멍과 주삿바늘 자국이 남았다. 냉장보관해야 하는 약품이 있다보니 집이 아닌 곳에서 주사를 맞아야할 때 항상 곤란을 겪는다" 그러나 이러한 육체적 통증이 난임 치료의 '가장 큰 고통'은 아니다. 시험관 시술이라고 하면 흔히 주사 바늘의 아픔을 떠올리지만, 워킹맘에게 더 두려운 건 일상의 조율이다. 회사 출장 중에 주사를 맞는 일은 그나마 쉬운 일이다. 병원 대기가 밀려 반차를 써놨다가 진료 순번이 계속 밀리면, 업무 복귀 시간을 맞추지 못해 다시 상사에게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왜 미리 말을 안 하냐고 하지만 병원은 그날그날 대기 상황이 달라서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 씨는 말한다. 난임치료휴가가 제도적으로는 존재한다. 연 6일의 휴가가 보장되며, 이 중 최초 2일은 유급 나머지 4일은 무급이다. 그러나 실제 난임휴가 집행률은 0.75%에 불과하다. 난임 치료의 특성과 휴가 제도의 시간 구조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난임 치료는 사람마다 생리 주기와 호르몬 반응이 달라 시술 날짜를 미리 확정하기 어렵다. 당장 난자 채취 하루 전날에야 병원에서 연락을 받는 경우도 있다. "밤사이 생리가 시작되면 다음날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생긴다. 이처럼 난임 치료는 예측이 어려운 시점에 갑작스럽게 여러 날을 연속으로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난임에 대한 인식을 '임신이 잘 되지 않는 상태'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고 내과 진료처럼 1~2회 방문하면 해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시험관 시술 과정은 복잡하고 진료 횟수도 반복적이다. 제도에 대한 이해를 환자인 내가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회사는 집행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시험관 시술 6회차인 A씨는 "회사에 난임휴가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쓰려 했더니 규정에 없다며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계속 미뤘다. 법적으로 보장되는지도 잘 모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5회차 B씨 역시 "직업군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아예 못 쓰거나, 쓰더라도 눈치를 보며 써야 한다"고 했다. 휴가 일수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아이를 갖기 위해 '과배란 유도-난자 채취-배아 이식'이라는 한 사이클을 진행하다 보면, 본격적인 채취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병원을 6번 넘게 방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적으로 보장된 연간 6일의 난임 휴가를 준비 과정만으로 다 써버리게 되는 셈이다. 이 씨는 "정부는 시술하는 날만 쉬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병원을 정말 자주 드나들어야 한다"며 "결국 대부분을 개인 연차로 해결해야 한다. 난임 시술을 받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아이를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이들이 제대로 치료받도록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구형 지원금 있지만, 비급여만 수천만원 "이OO님, 1번 방으로 들어오세요" 3시간여 대기 끝에 이 씨의 이름이 불렸지만 긴 대기가 무색하게 진료는 짧게 끝났다. 그리고 이 씨의 손에는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동의서가 쥐어졌다. PGT는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기 전, 유전적 결함이 없는 정상 배아를 선별하는 검사다. 필수 사항은 아니지만, 최근 고령 산모의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아지며 의료진도 적극 권유하는 추세다. 문제는 가격이다. 이 씨는 "지난 회차에 PGT 비용으로만 350만 원이 들었다. 하지만 비급여 항목이라 정부 지원금으로는 한 푼도 충당할 수 없었다"며 난색을 표했다. 배아 한 개당 검사비는 평균 30만 원 선. 임신 확률을 높이려면 여러 개의 배아를 검사해야 하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 시술 회차가 늘어날수록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실제로 13회차 시술을 진행 중인 C씨는 지금까지 PGT 비용으로만 무려 3,000만 원가량을 쏟아부었다. 다행히 난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면서 지원금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대구형 난임'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공통안보다 지원 액수를 늘리고 거주 요건 등 문턱을 낮추어 더 폭넓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원금의 형태를 두고 아쉬움이 적지 않다. 지원금 총액은 늘었지만 사용 방식이 경직돼 있어 실제 부담이 큰 비급여 항목에는 손을 대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회차마다 정해진 항목, 정해진 단계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막상 가장 비싼 검사·약제비를 충당하지 못하고 지원금이 남아버리는 사례도 빈번하다. 의료진과 난임 부부 모두 "예산은 있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쓰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지원 방식의 한계는 이 씨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지난 회차에서 난자를 채취해 배아를 만든 뒤 큰 비용을 들여 PGT 검사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통과된 배아가 없어 결국 '이식' 단계까지 가지 못한 채 회차가 종료됐다. 이로 인해 지원금 80만원이 고스란히 남았지만, 현행 규정상 이는 그대로 소멸됐다. 반면 비급여인 PGT 검사비 140만 원은 고스란히 이 씨의 주머니에서 나갔다. 이 씨는 "남은 지원금 80만 원을 PGT 검사비로 돌려 쓸 수 있었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됐겠느냐"며 "이월도 안 되고 사라져 버리는 지원금을 보며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박병규 효성병원 난임의학연구센터장은 "비급여 항목은 환자들이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라며 "검사 비용이 높은 만큼 의료적 필요성을 세밀하게 따져 지원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항목별로 금액을 제한하기보다, 정해진 지원 한도 내에서 환자가 필요한 진료비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임신 바우처' 방식이 훨씬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거듭되는 실패에 우울…회차 쌓일수록 급증 아침부터 함께한 이 씨의 하루가 유난히 길다. 고작 하루를 따라다녔을 뿐인데, 기자는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됐다. "끝이 보이는 싸움이면 좋을 텐데, 그죠?" 기자의 말에 이 씨는 잠시 생각을 멈추더니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임신이 되면 좋겠지만, 내 삶에는 또 다른 중요한 것들도 많다. 지금은 임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지만, 혹시 안 되더라도 그때는 또 다른 가치를 향해 열심히 살아볼거다." 이 씨가 처음부터 이렇게 담담했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그는 심각한 자살 위험이 발견돼 정신과 전문의에게 인계됐었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난임 시술 건강영향평가 및 지원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난임 시술 뒤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여성은 10명 중 1명(9.5%)에 달한다. 시술 전에는 응답자의 67.6%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답했지만 시술 후에는 37.0%로 급감했다. 이에 정부는 난임 및 유·사산 경험 부부, 임산부·양육모를 위한 '난임·임산부 심리상담센터'를 전국 10개 권역에 운영하고 있다. 주간매일이 수집한 대구권역 난임·임산부심리상담센터 상담건수는 2023년 6,200건 → 2024년 6,000건 → 2025년(12월 10일 기준) 6,000건으로 매년 1,000명 규모의 여성이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며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은 자신의 어려움을 드러내기 어려워한다. 대구권역 상담센터 팀장은 한 사례를 떠올렸다. "홍보 부스를 열었는데 시험관으로 아이를 얻은 여성이 지나가다 들렀다. PHQ-9 우울감 검사를 해보니 수치가 굉장히 높게 나오더라. 난임 시절 힘든 마음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참고 지나온 것 같았다. 난임 여성은 출산 후 우울감에 취약할 수 있다." 팀장은 "센터에 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먼저 찾아가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9년 개소 초기에는 병원을 직접 찾아 검사지를 배포하고, 시술을 받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평가를 진행한 뒤 상담을 연계하는 방안을 의료진과 논의한 적도 있었다. 현실적인 제약으로 중단됐지만, 그는 "지금 생각해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 아쉬움은 난임 시술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붕괴의 시점이 비교적 분명하기 때문이다. "1회차부터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3~4회차부터 힘듦이 시작되고, 5회차 이상 고차수로 넘어가면 많이 무너진다. 그 구간만이라도 병원과 정서 지원책이 연계된다면, 우울감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2026-01-22 11:30:00
[데이터로 보는 세상] 작심삼일 그만… 숫자로 본 대구·경북 건강
새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빠지지 않는 답은 늘 비슷하다. 다이어트, 금주, 금연, 운동. '건강하게 살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나 새해가 밝은 지도 어느덧 한 달. 작심삼일을 고백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대구·경북민들은 실제로 얼마나 건강을 잘 지키고 있을까. 질병관리청이 전국 258개 보건소 자료를 분석한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통계를 통해 지역의 건강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흡연율 줄었지만 금연성공? 글쎄 대구의 2024년 흡연율은 19.0%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19.4%)보다 0.4%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2015년(21.2%) 이후 전반적인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경북은20.1%로 대구보다 다소 높았다. 하지만 전년(21.3%)과 비교하면 1.2%포인트 감소하며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시·군·구별로 보면 변화 폭은 더 두드러진다. 경북 경산시는 전년 대비 9.0%포인트나 줄어들어 전국 258개 시·군·구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다만 이러한 수치가 곧바로 '금연 성공'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자담배를 포함한 전체 담배 제품 사용률은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구의 2024년 담배제품 사용률은 22.2%로, 전년(21.3%)보다 0.9%포인트 높아졌다. 경북 역시 23.9%로 집계돼 전년(23.5%)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직장인 이동준 씨(39)는 "작년 금연을 결심하고 연초는 확실히 줄였다. 하지만 전자담배는 금연 단계라고 생각해 계속 사용 중이다"이라고 말했다. 연초를 끊었다고 상담을 종료했다가, 전자담배를 계속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흡연율 감소라는 지표 이면에는 '담배를 끊었다기보다 바꿔 피운' 지역민들의 선택이 숨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반 담배 대신 전자담배나 궐련형 담배로 이동하면서, 니코틴 소비 자체는 줄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구시는 구·군 보건소, 대구금연지원센터, 금연치료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담배를 끊기 어려운 시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금연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금연지원센터에서는 고도 흡연자를 위한 4박 5일 일정의 '전문치료형 금연캠프'를 진행하며, 거동이 불편한 시민에게는 찾아가는 금연 상담과 집단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저소득층 흡연자에게는 의료기관을 통해 8~12주간의 진료비와 약제비를 전액 지원한다. ◆ 아침 챙긴 대구, 과음 줄인 경북 긍정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대구는 17개 시·도 가운데 아침식사 실천율이 전년 대비 가장 크게 증가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증가 폭은 3.1%포인트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또 2024년 기준 대구 수성구의 비만율(자가보고)은 22.5%로 대전 서구와 함께 전국 258개 시·군·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북은 만성질환과 응급질환에 대한 인지율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칠곡군은 본인의 혈압 수치를 알고 있는 혈압 인지율이 84.0%로 전국 1위를 차지했으며, 혈당 인지율 역시 57.5%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영양군은 뇌졸중 조기증상 인지율(84.7%)과 심근경색증 조기증상 인지율(82.0%) 모두 전국 1위에 오르며 응급 질환 대응 인식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음주 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경북은 17개 시·도 가운데 고위험 음주율 감소 폭이 가장 큰 지역으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줄었다. 시·군·구별로는 울진군이 전년 대비 9.0%포인트 감소해 전국에서 고위험 음주율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통계는 대구·경북민들이 건강을 향한 실천을 조금씩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흡연처럼 지표의 '감소'만으로는 실제 건강 개선을 단정하기 어려운 영역도 분명하다. 새해 다짐이 숫자에 그치지 않고 생활 속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역 사회의 과제로 남아 있다. **그래픽 1안 - 〈대구경북 흡연 지표〉 현재흡연율(2015~2024년, 단위:%) 대구 2015년 21.2 → 2016년 20.7 → 2017년 20.8 → 2018년 21.7 → 2019년 19.8 → 2020년 19.4 → 2021년 18.8 → 2022년 17.4 → 2023년 19.4 → 2024년 19.0경북 2015년 23.5 → 2016년 23.7 → 2017년 22.4 → 2018년 23.2 → 2019년 21.2 → 2020년 20.8 → 2021년 20.4 → 2022년 20.6 → 2023년 21.3 → 2024년 20.1전국 중앙값 2015년 22.3 → 2016년 22.5 → 2017년 21.7 → 2018년 21.7 → 2019년 20.3 → 2020년 19.8 → 2021년 19.1 → 2022년 19.3 → 2023년 20.3 → 2024년 18.9 담배제품 현재사용률(2019~2024년, 단위:%) ※ 해당 지표는 2019년 신규 도입 대구 2019년 21.0 → 2020년 20.8 → 2021년 21.8 → 2022년 20.1 → 2023년 21.3 → 2024년 22.2경북 2019년 22.5 → 2020년 22.4 → 2021년 22.7 → 2022년 23.6 → 2023년 23.5 → 2024년 23.9전국 중앙값 2019년 21.6 → 2020년 21.5 → 2021년 21.5 → 2022년 22.2 → 2023년 22.2 → 2024년 22.62안 - 〈건강 우수 성적표〉 ◆가장 날씬한 수성구 •비만율(자가보고) (2024년) ◦ 전국 중앙값: 34.4%, ◦ 전국 최저 지역: 22.5% (대구 수성구, 대전 서구 공동 1위), ◦ 전국 최고 지역: 48.4% (충북 단양군) ◆담배, 술 많이 끊은 경북 금연 전국 최대 감소폭: 경북 경산시• 현재흡연율 전년 대비 9.0%p 감소 (전국 258개 시·군·구 중 1위).• 평균 비교: 전국 중앙값은 전년 대비 1.4%p 감소 그쳐 절주 전국 최대 감소폭: 경북 울진군 & 경상북도• 시·군·구 1위 (울진군): 고위험음주율 전년 대비 9.0%p 감소.• 시·도 1위 (경상북도): 고위험음주율 전년 대비 1.4%p 감소.• 평균 비교: 전국 중앙값은 전년 대비 0.6%p 감소 그쳐
2026-01-22 11:30:00
〈strong〉'자장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우리 아기'〈/strong〉 노랫말처럼 아기들은 잠만 자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나서야 알았다. 이 자장가는 평온한 노래가 아니라, 밤마다 되풀이되는 주문이라는 것을.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제발 자라) 우리 아기' 때로는 곡소리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런 밤이 반복되면서 부모들은 결국 '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수면컨설팅이 인기다. 한 달 넘게 대기를 감수하고, 100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수면컨설팅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수면은 과학, 새로운 육아 공식 이신영(34) 씨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아이를 키우며 가장 잘한 선택이 수면컨설팅이었다"고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잠이 적고 예민했던 이 씨의 아이는 1~2시간마다 깨서 울었고 안아서 재우지 않으면 잠들지 못했다. 백일을 넘기며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 침대 근처만 가도 아이가 크게 울기 시작했다. 이 씨는 "수면교육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로 우는 거라면 차라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신청한 수면컨설팅은 이미 대기자가 많아 몇 차례 연기와 취소 끝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컨설팅은 아이의 월령과 성향에 맞춘 깨시(깨어 있는 시간) 조정과 단계적인 입면 훈련으로 진행됐다. '안아서 재우기'에서 '옆에서 재우기', '혼자 잠들기'로 넘어가는 방식이었다. 울음을 무작정 방치하지 않고 강도에 따라 대응 시간을 조절했다. 변화는 빠르게 나타났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아이는 밤중 수유 없이 스스로 잠들기 시작했고, 눕히면 잠드는 아이가 됐다. 이처럼 아기 수면을 '습관'이 아닌 '조절 가능한 영역'으로 인식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를 아무 데나 눕혀 재우거나, 크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월령별 깨시, 낮잠 횟수와 전환기, 수면 루틴 등을 세밀하게 관리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자기 전 조도를 낮추고 목욕과 수유, 책 읽기 등을 일정한 순서로 반복하는 취침 루틴은 기본이다. 수면 상태를 기록하는 베이비 타이머 앱을 활용해 아이의 패턴을 분석하고, 분리수면을 돕는 홈캠이나 모로반사를 완화하는 수면템, 옆잠을 유도하는 보조 도구 등 관련 용품도 다양해졌다. '잠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인식 대신, 관리하고 설계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관점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 부모는 강박, 아이는 분리불안 수면 컨설팅과 교육이 하나의 육아 공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퍼버법(울리기), 쉬닥법(쉬 소리 내며 다독이기), 안눕법(안았다 눕히기) 등 온라인상의 기법을 아이의 기질 고려 없이 마구잡이로 적용하다 낭패를 보는 식이다. "아이가 울다 구토를 했다", "분리불안이 더 심해졌다"는 경험담은 수면 교육이 정답은 아님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혼란이 부모의 불안과 강박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육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또래 아이들의 '수면 성공 사례'가 쏟아지면서 부모들은 자연스레 비교의 늪에 빠진다. "우리 아이만 못 자는 건 아닐까", "혹시 아기를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꼬리를 물고, 전문가의 조언보다 온라인 후기가 더 강력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수면 패턴을 이유로 외출 자체를 포기하는 부모도 있다. 낮잠 시간이 10분만 어긋나도 하루가 망가진 것처럼 느끼고, 루틴이 깨졌다는 생각에 불안해진다. 한 육아 커뮤니티 이용자는 "아기보다 내가 더 예민해진 것 같다"며 "아기가 잘 시간이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는게 강박증이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수면교육이라는 새로운 트랜드는 가정 안에서 또 다른 갈등을 낳기도 한다. 6개월 아기를 키우는 김선영 씨(29)는 수면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시어머니와의 마찰'을 꼽았다. 김 씨는 일을 나가는 동안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는데, 자신이 수면교육을 통해 눕혀 재우는 습관을 들여놔도 어김없이 포대기에 아이를 업어 재우는 방식으로 돌아가곤 했다. 김씨는 "아이의 꿀잠을 위해 일부러 비용을 들여 수면컨설팅을 받은 것이다. 한 번 안아 재우는 습관이 생기면 밤마다 같은 방식이 반복돼 아이도 부모도 더 힘들어진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시어머니 김미경 씨(59)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내가 애를 몇이나 키워봤는데, 평생 안아서 재워야 하는 애는 없다"며 "안아서 재우는 게 아이 정서에도 좋고, 요즘 부모들은 너무 이론에 매달려 아이를 키운다"고 말했다. ◆ 정답 없는 잠, 부모만의 책임일까 전문가들은 아기 수면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면컨설팅이나 수면교육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아이와 모든 가정에 동일한 방식이 적용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기수면연구소 대표 김주하 소장은 "수면 공식은 처음 육아를 시작한 부모에게 지도와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도달해야 할 정답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정보가 알려주는 것은 평균일 뿐 각 아이의 특수성까지 설명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면이 점점 부모 개인의 역량과 관리 능력으로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가 잠들지 않으면 부모의 선택이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고, 비교와 불안은 고스란히 부모의 몫이 된다. 특히 정보가 넘치는 환경 속에서 '잘 재우는 부모'와 '못 재우는 부모'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소장은 "아기 수면이 부모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처럼 작동하는 분위기 자체가 문제"라며 "아이 재우기는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의 문제다. 어떤 아이는 어떻게 해도 잘 자는 순한 기질을 타고나지만, 어떤 아이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반응하는 예민한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아기 수면 문제에 대한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과거처럼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우던 시대가 아닌 상황에서, 수면 문제를 부모 개인의 노력으로만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수유와 아기 수면 리듬에 대한 기본 교육과 수면 코칭이 보건소나 산후조리원 등 공공 영역에서 제도화돼 부모들이 자책하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6-01-22 11:30:00
[창간 80년,격동 80년] 하나의 민족 두 개의 국가
1948년의 한반도는 더 이상 통일을 논하지 않았다. 대신 남과 북은 각자의 방식으로 '정부'를 준비하고 있었다. 같은 해, 같은 민족이 서로 다른 국가를 탄생시킨 해였다. ◆ 남한만의 선거…분단국가 수립 두 차례에 걸친 미소공동위원회가 결렬되고 한국 문제가 유엔으로 이관되면서, 분단국가 수립은 점차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유엔소총회는 1948년 2월 26일, 선거가 가능한 지역인 남한에서만이라도 총선을 실시하자는 미국의 결의안을 찬성 31, 반대 2, 기권 11로 채택했다. 남한 단독 선거를 승인한 이 결정은 분단을 제도적으로 굳히는 계기가 됐다. 남한 정국은 극심한 갈등에 휩싸였다. 이승만과 한국민주당 진영은 유엔 결정을 지지하며 단독 정부 수립을 추진한 반면 남조선노동당 등 좌익 세력은 미·소 양군 철수와 유엔 배제를 주장하며 선거를 거부했다. 김구·김규식 등 중도 세력은 남북지도자회담을 통한 통일정부 수립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1948년 5월 10일, 좌익과 상당수 중도 세력이 불참한 가운데 남한 지역에서 제헌국회 구성을 위한 총선거가 실시됐다. 제주 4·3사건으로 치안이 불안했던 2개 선거구를 제외한 198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이 선출됐다. 5월 31일 개원한 제헌국회는 헌법 제정에 착수해 7월 17일 제헌헌법을 공포했고, 7월 20일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 이시영을 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리고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공식 선포됐다. ◆북한의 대응과 공화국 수립 북한은 유엔소총회가 남한 단독선거를 결정하자, 공화국 수립을 서두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한단독선거 반대투쟁'을 전개했다. 1948년 3월 9일 열린 북조선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 중앙위원회 제25차 회의에서 김일성은 외국군대 철수를 전제로 전조선적 최고입법기관 선거를 실시해 민주주의적 인민정부를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4월부터는 남북한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북한은 단선·단정에 반대하는 모든 민주주의적 정당·사회단체의 연석회의를 평양에서 개최할 것을 주장했다. 남한의 민주주의민족전선 계열 단체들이 이에 호응했고, 남북 정치협상을 주장해 온 김구·김규식 등 우익 및 중도계 민족주의자들도 북행을 결정했다. 다만 남한 민족주의자들은 대표자 연석회의보다는 '남북요인회담'에 더 큰 기대를 걸었다. 4월 26일과 30일 김일성·김두봉·김구·김규식 4인이 참여한 이른바 '4김회담'이 열렸고, 별도로 남북 지도자 15인으로 구성된 남북조선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도 결성됐다. 그러나 남북요인회담과 연석회의는 통일정부 수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북한은 남한 단독선거에 대응하는 동시에 최고인민회의 선거 준비를 병행하며, 남한에서도 지하 조직을 통한 인민대표 선출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남북이 합의한 공동선거라기보다, 조선 전역을 대표하는 정부라는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장치에 가까웠다. 이어 1948년 9월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에서 김일성을 내각수상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 수립이 선포됐다. 북한은 자신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규정하며, 남한의 정부 수립을 '분단을 고착화한 괴뢰 정권'으로 비판했다. ◆ 두 개의 정부, 그리고 경쟁의 시작 1948년 한반도에 두 개의 정부가 들어선 과정을 두고 연구자들의 해석은 엇갈린다. 냉전 질서 속에서 불가피하게 형성된 국가 수립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분단이 이미 진행 중이던 정치·군사적 대립이 제도화된 결과였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정부 수립 전후로 발생한 제주 4·3사건과 여순 사건은 국가 형성과 폭력이 동시에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두 개의 정부가 등장한 순간, 분단은 현실이 되었고 긴장은 일상화됐다. 이 관점에서 1948년은 결단의 순간이라기보다, 통일을 향한 선택지가 급격히 좁아진 시점으로 이해된다.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통성을 주장했다. 남한은 유엔 승인과 선거에 기반한 합법성을 강조했고, 북한은 항일투쟁의 계승과 전조선적 대표성을 내세웠다. 양측은 스스로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규정하며 상대를 부정했다. 이 과정에서 통일은 공동의 목표라기보다 각 체제를 정당화하는 정치적 언어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1948년은 분단의 종착지가 아니라 출발점이었다. 정통성을 둘러싼 경쟁과 상호 부정은 이듬해인 1949년, 38선 일대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 긴장 고조와 반복적인 무력 충돌로 이어진다.
2026-01-15 12:30:00
[임소현기자의 임터뷰] 자유여행가 안용모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떠나라"
대구 도심 위를 가르는 하늘열차와, 남미의 오지로 이어진 흙길.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두 길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람을 향한다는 것. 대구도시철도 3호선(모노레일) 건설의 주역이자 은퇴 후 세계를 걷는 자유여행가로 변신은 안용모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가 걸어온 두 개의 길이다. 철길 위해서 시민의 일상을 설계하던 그는 이제 배낭 하나에 의지해 낯선 도시를 걷고 사람을 만난다. "도시는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여행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떠나는 겁니다."고 안 교수는 말한다. -공직에서 만들던 철길과 여행자가 걷는 길은 어떻게 다른가. ▶공직에서 만들던 길은 '누군가를 위해 대신 설계해 주는 길'이었다. 수많은 시민이 안전하게 오가도록 미리 계산하고,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는 책임의 길이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았다. 반면 여행자가 걷는 길은 '스스로 선택하고 감당하는 길'이다. 정해진 노선도, 보장된 결과도 없다. 대신 매 순간 사람을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을 시험하게 된다. -여행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나 ▶고등학생 시절 김찬삼 교수의 세계여행 책을 읽으며 가슴이 뛰었다.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본 노랑머리 서양인의 모습과 문학이 강한 인상을 남겼고, 자연스레 세계를 상상하게 됐다. 대학 시절이던 197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이었지만 펜팔로 사귄 영국인의 도움을 받아 한 달간 영국을 다녀왔다. 당시 남산 중앙정보부에서 2박 3일간 안보교육을 받은 뒤 출국했다. 직항편도 없어 홍콩과 인도 뭄바이, 중동 바레인을 거쳐 런던에 도착했다. 김포를 떠나 도착하기까지 36시간쯤 걸렸다. - 공직 생활 중에도 여행을 계속해 왔겠다 ▶연가를 다 쓰는 공무원으로 유명했다.(웃음) 하지만 그때는 오롯이 여행만 즐긴 건 아니었다. 여행중에도 직업병은 따라다녔다. 해외를 다니면서 선진 도시철도를 보고 배우며, 시민들의 길을 닦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보니 마음 한켠에는 늘 '언젠가는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아직도 직업병을 앓고 계신 것 아닌지. 150권 넘는 여행수첩을 보니, 여전히 여행을 일처럼 하시는 것 같더라 ▶하하. 그렇게 보이는가. 여행수첩에는 여행의 A부터 Z까지 다 담겨 있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이다 보니 준비할 것이 많다. 일정, 준비물, 대사관 위치, 환율, 예약한 숙소, 지도까지 빠지는 게 없다. 여행 중에도 펜은 쉬지 않는다. 시간대별 기록이 빼곡하다. 입장권이나 기차표도 모두 붙여둔다. 요즘은 휴대폰이 있는데 굳이 수첩이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또 다른 맛이 있다. 휴대폰은 와이파이가 안 될 때도 있고, 배터리가 없을 때도 있지 않는가. 수첩 하나에 모든 걸 담아두면 마음이 편하다. -이렇게 빼곡한 여행을 늘 혼자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혼자가 아니면 절반의 여행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함께 하는 여행은 누군가를 배려해야 하지 않나. 예를 들어 나는 현지 음식을 먹고, 하루에 10시간씩 걷기도 한다. 호텔을 예약해 놓고도 우연히 사귄 버스기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여행을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 결국 서로를 맞추느라 절반의 여행이 된다. 스테이크를 먹고 싶고, 택시를 타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욱 그렇다. -사진마다 하회탈 목걸이가 눈에 띈다. ▶눈썰미가 좋다. 내 여행 사진에는 늘 이 하회탈이 있다. 혼자 여행하면 위험하지 않냐고들 묻지만, 나에겐 이 '천만 불짜리 미소'가 함께한다. 한 번은 배낭을 칼로 찢으려는 소매치기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주머니에 있던 지폐 몇 장을 꺼내며 "머니?"라고 외쳤다. 그리고 하회탈을 벗어주며 이게 행복과 행운, 건강을 가져다줄 거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웃고 있는 하회탈은 나의 여행 동반자가 됐다. 3,500원짜리 하회탈로 배낭 속 전 재산을 지켜온 셈이다.(웃음) -여행지에서 엽서를 꼭 보낸다고 ▶여행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엽서를 산다. 그 나라의 명소와 '핫플' 사진 구도를 엽서에서 얻는다. 인생샷을 많이 남길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웃음) 그리고 그곳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엽서에 적어 나 자신에게 보낸다. 여행지의 우체국을 찾아다니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각 나라의 개성 있는 우체국과 우체통, 색다른 우표와 소인이 찍힌 엽서를 귀국 후 받아보는 순간은 또 한 번의 여행이 된다. 중남미와 쿠바 등을 1~2개월간 여행할 때는 우표값만 100만 원이 넘기도 했다. 오지나 일부 국가에서는 엽서가 아예 도착하지 않거나, 늦으면 6개월이 지나서야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은퇴세대가 자유여행을 꿈꾸지만 여러 문제로 망설인다. 조언을 해준다면 ▶"돈이 많아야 한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 "몸이 더 건강해야 한다"는 핑계로 꿈을 미루지 말았으면 한다. 나 역시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일단 배낭을 메고 떠나면 그다음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되더라. '나중에'는 없다. 지금 바로 여러분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여행을 떠나라.
2026-01-15 12:30:00
100여개 나라의 600여개 도시를 다닌 여행자도 가족 앞에서는 언제나 발걸음을 늦춘다. 아흔을 넘긴 어머니 곁에 남기 위해 해외 제안을 마다했고, 손자와의 여행 앞에서는 혼자만의 자유를 기꺼이 내려놓았다. 그에게 가족은 여행의 이유이자 다시 출발하게 만드는 방향이다. ◆구순 노모 향한 마음의 나침반 공직에서 명예퇴직한 뒤 그는 해외에서 여러 제안을 받았다. 대만 타이난시로부터 모노레일 건설 자문 참여 요청도 있었다. 기술자로서 명예로운 자리였지만, 그는 이를 고사했다. 당시 아흔을 넘긴 노모가 고향에 계셨기 때문이다. "기술은 대체할 수 있지만, 아들로서의 시간은 대체할 수 없었다." 해외에 머무는 것보다 어머니와 함께 밥을 먹고 손을 잡아드리는 일이 더 중요한 '인생의 프로젝트'였다고 그는 말한다. 고향 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노련한 여행가가 아닌 그저 어머니의 작은아들이 된다. 여행지에서 맛본 산해진미보다 어머니의 밥상이 더 귀하고, 이름난 관광지보다 어머니에게서 듣는 옛 추억과 동네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내가 아무리 먼 곳을 다녀와도 길을 잃지 않는 이유는, 마음속 나침반이 늘 어머니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 궤도 벗어나 손자의 보폭으로 어머니가 그의 삶을 지탱하는 나침반이었다면, 이제 그는 손자의 나침반이 되어 길을 나선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손자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일은 그가 할아버지로서 남기고 싶은 가장 큰 유산이다. 이를 위해 안 교수는 평생 즐겨온 혼자여행의 자유를 기꺼이 내려놓았다. 혼자라면 훌쩍 앞서갔을 길을 아이의 호기심 섞인 질문에 멈춰 서고, 이미 아는 풍경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몇 번이고 다시 그려낸다. 손자가 일곱 살이었을 때 시작한 단둘의 여행은 어느덧 6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를 "자유를 포기한 여행"이라 부르면서도, 동시에 "가장 값진 포기"라고 확신한다. 그 확신은 종종 아이의 말로 돌아온다고. 제주도의 폭설이 내린 한라산에 오르며 손자는 "할아버지, 제 평생에 이렇게 많은 눈이 온 건 처음이에요"라며 방방 뛰었다. "할아버지가 연세 더 드시면 제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여행할 거예요. 여행 경비도 제가 다 낼 거예요"라며 그를 웃게 한다.
2026-01-15 12:30:00
[아름다운 동행] "난 혼자" 외치는 아이 곁 남아 있는 어른들
"이 세상에서 저는 혼자예요." 청소년쉼터와 복지시설을 전전하다 홀로 세상에 나온 송모 씨. 경제적 어려움 속에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최모 씨. 유일한 가족이던 부친이 감옥에 간 이모 씨. 이들의 나이는 아직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어른의 부재 속, 이들은 몸만 자랐을 뿐 삶을 견딜 만큼 단단해지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기대도 된다는 확신, 곁에 있어 줄 사람이 있다는 감각은 여전히 낯설다. 대구광역시청소년자립지원관은 바로 그런 이들의 곁에 서는 어른이다. ◆ 문 두드리는 청소년들 청소년자립지원관((사)풀꽃유스)을 이용하는 청소년은 쉼터나 회복지원시설을 퇴소한 뒤 가정 복귀가 어렵거나 뒤늦게 위기가 드러났지만 제도 안에서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한 만 19~24세 후기 청소년이다. 법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주거와 학업, 취업, 관계 형성의 기반이 취약해 독립적인 삶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비수도권 최초로 대구청소년자립지원관이 문을 열었다. 김은지(26) 씨의 하루는 문을 두드리는 청소년들을 살피는 일로 시작된다. 인터넷 신청을 거쳐 상담 인터뷰, 사례 심의위원회까지 통과한 청소년이라 해도 서류 몇 장으로는 그 아이를 온전히 알 수는 없다. 김 씨는 신청서와 심의 자료를 다시 들여다보며 아이를 맞을 준비를 한다. 쭈뼛대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를 대하는 김 씨의 태도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청소년 시기에는 자기 이야기를 감추고 싶어해요. 그게 약점이 될까 봐요. 그런데 여기서 처음 느끼는 거죠. '아, 남에게 이야기해도 되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여지는구나.'" ◆ 주거·취업·생활…실질적 도움 점심 무렵, 현관 앞에는 택배 상자가 쌓여 있다. 두 달에 한 번씩 생필품 신청을 받아 담당 청년들에게 나눠줄 물품이다. 전지혜(30) 씨가 박스를 정리하며 말했다. "오늘 가정 방문이 있어서요. 이따가 직접 가져다주려고요." 이서원(가명·21) 씨의 집도 전 씨가 함께 구했다. 인근 부동산을 돌며 LH 공공임대주택을 알아봤다. "보통은 부모가 집을 구해주잖아요. 계약서나 채무 관계도 함께 확인해 주고요. 그런데 아이들은 이런 걸 잘 몰라요. 혼자 집을 구했다가 사기를 당한 경우도 적지 않죠" 제도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최근 성평등가족부와 국토교통부의 합의로, 가정 밖 청소년을 위한 LH 공공임대주택 지원 요건이 완화됐다. '시설 이용 2년 이상'이라는 조건이 사라진 것이다. 시설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주거 위기를 겪는 청소년이 많다는 현실이 뒤늦게 반영됐다. 전 씨는 이러한 변화가 무엇보다 반갑다고 말했다. 지원은 주거에만 그치지 않는다. 취업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일경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일반 취업 프로그램에 바로 참여하기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일'이 아닌 '교육' 형태로 현장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생활 전반을 챙기는 역할도 중요하다. 전 씨는 "엄마처럼 잔소리도 하고, 필요한 정보를 하나하나 알려준다"고 말했다. 운전면허 학원비가 부담돼 도전조차 못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기초생활수급자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면허 취득 지원 제도를 안내한다. 장학금, 각종 지원 사업 정보 등 다양한 선택지들을 곁에서 함께 짚어주는 일 역시 자립지원의 일부다. ◆시도때도 없이 '카톡' 퇴근이 없는 삶 집에 돌아가서도 김지영(48) 씨의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퇴근이 따로 없어요. 아이들이 저희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거든요" 연락은 예고 없이 온다. 갑작스러운 구급대원의 연락, 경찰서에서 걸려오는 전화. 자해나 자살 시도를 했다는 소식, 길거리에서 싸움이 붙었다는 이야기. 김 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들이다. 법적으로는 이미 성인이다. 그럼에도 청소년자립지원관이 이들을 돕는 일을 두고 의문을 갖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생각은 분명하다. "몸만 자란 아이들이에요. 뭐든 쉽게 포기하고, 마음이 안정돼 있지 않아요." 뿌리가 단단해야 가지가 뻗고 꽃과 열매를 맺는다. 그러나 이들은 뿌리를 깊게 내릴 시간도, 토양도 없이 자랐다. 작은 파도에도 크게 흔들린다. 신뢰를 맺어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작스레 연락이 끊기거나, 도망치듯 현장을 떠나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김 씨와 동료들은 포기하지 않고 연락을 이어가며, 때로는 집을 찾아가 시간을 들여 기다린다. 그렇게 다시 연결된 아이들은 조금씩 사회로 발을 내딛는다. 이준기(49) 관장은 "취업에 성공한 뒤 첫 월급으로 작은 선물을 들고 찾아올 때면 정말 뿌듯합니다. 아이들이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라며 현장의 변화를 전했다. 이 관장은 지역 후원단체와 연계기관의 도움에도 감사를 표했다. "매년 약 50명의 청소년들이 인생의 다음 단계로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센터 포함 여러 어른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길 바랍니다"
2026-01-15 12:30:00
육아는 체력과의 싸움이다.선배 육아인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애 낳기 전에 체력부터 길러놔라."그 말을 흘려들었던 과거의 나를 오늘도 반성한다. 다행히 태서는 누가 봐도 유니콘이다.잘 자고, 잘 먹고, 잘 놀고. 밤중 수유도 일찌감치 졸업했다. 효자 중의 효자다.문제는 아이의 수면 패턴이 어른과 다르다는 점이다. 저녁 7시면 잠드는 태서는 아침 7시도 되기 전에 눈을 뜬다. 통잠을 늘어지게 잔 태서에게는 충분한 수면 시간이지만 엄마에게는 그렇지 않다. 태서를 재우고 나면 그제야 하루가 시작된다. 설거지, 빨래, 요리, 회사에서 들고 온 일까지. '육퇴'라는 말이 무색하게 퇴근 후 또 다른 출근이 이어진다.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침대에 눕는 시간은 밤 11시. 잠깐만 본다는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다가 자정을 넘겨 잠드는 날이 허다하다. 그리고 다음 날. 태서의 미라클 모닝나의 눈밑에는 다크서클이 짙어진다 그렇게 내가 터득한 수면법이 하나 있다.이름하여 '나폴레옹 수면법'나폴레옹은 하루 4시간만 자고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한다. 무작정 잠을 줄인 게 아니라 틈틈이 쪽잠으로 부족한 잠을 채웠다고. 나도 그렇게 산다.태서가 책을 볼 때 잠깐 졸고, 오래 뜯어먹는 옥수수 간식을 쥐여주고 또 쪽잠.요즘은 낱말카드 통도 활용한다. 150장이 한 세트인 카드.하나하나 꺼내보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한 장에 5초만 봐도 최소 12분은 확보된다.키즈카페에 가면 동지들도 많다.뛰어노는 아이들 틈에서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잠깐의 쪽잠을 청하는 엄마들.서로 말은 안 섞어도 눈빛으로 안다."지금 자는 거죠?" 육아도 전쟁이다. 체력은 바닥나 있고, 적은 매일 이른 아침에 공격해 온다. 나폴레옹 정신으로. 태서맘 생존하자.
2026-01-08 12:30:00
〈em〉2024년생 용띠 아들을 키우며 직장에 복귀한 초보 워킹맘 기자입니다. 퇴근하자마자 육아 출근, 무한 굴레에 갇혀 잠은 줄고 체력은 바닥났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매일 쑥쑥 자랍니다. 웃고 울며 버티는 육아의 실체를 낱낱이 기록합니다. 〈편집자주〉〈/em〉 한밤중 거실 창문이 열리고 붉은 옷에 흰 수염을 한 산타가 조용히 들어온다. 잠든 아이의 숨결을 살피듯 가까이 다가가 나직이 말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루돌프와 함께 사라진 산타는 스마트폰 속 5초짜리 영상으로 남았다. 아이의 동심을 지키는 일은 이제 단 몇 분이면 충분하다. 이 장면을 만들어낸 건 다름 아닌 인공지능(AI). 다음날 화면을 본 아이는 "진짜 산타가 왔어!"라며 두 발을 동동 굴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부모들은 AI를 활용해 산타가 실제로 다녀간 것처럼 보이는 영상을 만들었다. ◆ 스마트 육아 '잘 활용하면 효과 만점' 생성형 AI 하나면 어설픈 분장을 할 필요도, 집안 곳곳에 시커먼 발자국을 찍어둘 필요도 없다. 미리 찍어둔 아이 사진을 인공지능(AI) 비디오 생성기에 넣고 '인사하는 산타'를 주문하면 끝. 몇 분 뒤 완성된 영상 속에서 산타는 실제 공간을 배경으로 아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든다. 부모가 직접 연출하던 '산타의 흔적'은 이제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더 정교하게 재현된다. 착한 아이에게 산타가 왔다면 말 안 듣는 아이에겐 도깨비가 온다. '미운 네 살'을 키우고 있는 이은재(34) 씨는 AI 훈육의 즉각적인 효과를 체감했다고 말한다. "산타 영상이랑 비슷해요. 주인공만 도깨비일 뿐이죠." 잠든 아이 뒤로 도깨비가 나타나는 영상이 재생되자 아이는 실제 상황처럼 놀랐고 그날 밤은 비교적 수월하게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영상 속 도깨비는 "오늘도 늦게 잤지? 엄마 아빠 말 안 들으면 잡아간다"고 으름장을 놨다. 생생한 이미지와 목소리가 아이의 감각을 자극하며 부모가 직접 설명하기 어려웠던 영역까지 AI가 채우기도 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제 어머니, 그러니까 아이에겐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아이가 늘 묻더라고요. '왜 우리 할머니는 없어?'라고요. 그 질문에 답하는 게 늘 어려웠는데, AI로 한 번 시도해봤어요." 권혜란(35) 씨는 사진 두 장을 AI 앱에 업로드했다. 한 장은 생전의 어머니, 다른 한 장은 딸의 사진이다. 그러자 화면 속에서 아이와 할머니가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손을 잡았으며, 볼을 맞대기도 했다. 할머니가 자신을 쓰다듬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권 씨는 아이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할머니는 지금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이 영상처럼 우리 태리를 꼭 안아주고 계셔" 빛바랜 사진 속 어머니가 손주를 품에 안은 장면을 지켜보며 그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사진과 음성을 결합해, 존재하지 않거나 만날 수 없었던 장면을 화면 속에서 다시 만들어낸다. 동심을 자극하는 산타부터 가족의 부재를 메우는 영상까지.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 식단·일과표 짜주는 '육아 플래너' 보여주고 들려주는 역할을 넘어 AI는 육아의 계획과 판단까지 맡고 있다. 이유식과 수면, 놀이, 감정 관리까지 AI에게 묻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자가 '9개월 아이 하루 일과표를 짜달라'고 입력하자 AI는 수면·수유·놀이 시간을 한 번에 정리해 줬다. 집에 있는 재료를 입력하자 이유식과 유아식 식단도 제안했다. AI가 일종의 '육아 플래너' 역할을 하는 셈이다. 건강과 관련한 질문도 예외는 아니다. 병원 진료도 끝난 늦은 저녁, 등에 올라온 빨간 반점에 우선 AI부터 찾고 본다. 사진을 첨부해 질문을 입력하자 곧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태열 같은데 혹시 목욕을 마친 직후인가요. 물 온도가 너무 뜨겁지는 않았을까요?' 다소 보기 불편한 대변 사진에도 친절하게 답한다. '사진을 보니 물기가 많아 보이긴 하네요. 혹시 냄새는 어떤가요?'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는 "AI가 없으면 오히려 불안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육아의 동반자가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내 아이에게 맞는 답'을 해준다는 점도 부모들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인터넷에는 육아 정보가 넘쳐나지만 그중 어떤 것이 내 아이에게 적합한지 가려내기 쉽지 않다. 반면 AI는 아이의 나이와 발달 단계, 부모의 생활 여건 등을 입력하면 상황에 맞는 놀이법과 육아 팁을 실시간으로 제시한다. ◆과도한 의존·환각 현상 우려도 "딸기는 왜 맛있어?" "원숭이는 왜 걸어 다녀?"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질문에 부모 대신 AI가 답한다. 챗GPT 음성 모드를 켜두면 아이는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끝말잇기를 하고, 스무고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부모가 직접 답하기 어려웠던 질문을 AI가 대신하는 것이다. 송지안(38) 씨는 챗GPT 음성 모드를 활용해 아이와 대화를 나누도록 하고 있다. 송 씨는 "아이가 크면서 어른들도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할 때마다 고민이 많았는데, AI가 그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AI가 육아 전반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과도한 의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부모와 아이가 서로 생각을 나누고 관계를 쌓아가는 시간이다. '정답'을 알려주는 역할까지 AI에 맡길 경우, 부모의 설명과 대화가 차지하던 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이른바 '환각 현상'도 문제로 꼽힌다. 아이의 질문에 틀린 답을 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조언을 줄 경우 이를 걸러낼 주체가 없다는 것. 송 씨는 "AI와 대화하는게 이상해서 찾아봤더니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고 있는데 아이는 그것도 모르고 웃고 있더라"며 "육아 서적 추천해달라는 질문에도 존재하지 않는 책을 답했다. 편리하긴 하지만 언제 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마치 사실처럼 알려줄지 몰라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AI의 육아 침투는 콘텐츠 산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AI를 활용해 초저비용으로 유아용 영상을 제작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동요 가사를 챗GPT로 생성한 뒤, 이를 AI 영상 제작 도구에 입력해 영상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장시간·고자극 구조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인간의 뇌가 5세 이전에 약 90% 형성되며, 2세 미만 아동의 미디어 노출은 '매우 제한적'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AI 기반 유아 콘텐츠는 이러한 권고 기준을 쉽게 넘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후 1~3세 영유아가 AI 영상을 반복적으로 접할 경우, 뇌 발달이 둔화되거나 현실 인식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가 육아의 동반자로 자리 잡아가는 만큼 기술의 편의성 뒤에 숨은 위험을 관리할 사회적 기준과 부모의 개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26-01-08 11:30:00
[데이터로 보는 세상] N년차 솔로남만 남았다…젊은 여성 떠난 지방
〈em〉숫자는 지역의 변화를 숨기지 않습니다. 대구·경북의 다양한 사회적 지표를 통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em〉〈em〉〈편집자주〉〈/em〉 "여자 만나러 왔습니다" TV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남성의 절규가 떠오른다. 경북에서 왔다는 그는 N년차 솔로였다. 여자 만날 기회가 없다는 그의 고백은 웃음으로 소비됐지만 지방 청년 남성들 사이에서는 낯설지 않은 고백이다. 특히 경북을 비롯한 일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20~30대 남성 인구가 여성보다 크게 많은 '남초 지역' 현상이 고착화됐다. ◆여성 1명당 남성 비율 경북 '1위' 통계청 주민등록인구를 분석한 결과 남성과 여성의 성비가 맞지 않는 이른바 '성비 미스매치'가 비수도권에서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애와 결혼이 집중되는 20~30대에서 성비 불균형은 특히 심했다.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남초 현상이 뚜렷했다. 특히 경북은 20대와 30대 성비가 각각 1.33과 1.17로 전국에서 불균형이 가장 심각했다. 이는 20대 여성이 100명일 때 남성은 133명 있다는 뜻으로 남녀 모두가 짝을 이룬다고 해도 남성 상당수는 미혼 상태로 남는다. 경북 포항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 씨(34)는 이성을 만나는 일을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한다. 외모나 직업 조건이 나쁘지 않은데도 여전히 솔로라는 말에 주변에서는 "눈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온다. 하지만 이 씨는 억울하다고 말한다. "눈높이 문제가 아니라 주변에 또래 여성을 찾기 자체가 어렵다. 여자친구를 만들려고 동호회까지 가입해봤는데, 회원의 80%가 남성이더라" ◆여성 청년의 지방 이탈, 일자리 질 문제? 이러한 불균형의 핵심 원인은 '일자리 구조'와 연관 있다. 남성은 제조업 중심의 비수도권에 남는 반면 서비스직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수도권으로 대거 이탈하고 있다. 실제 대구에서 서울로 이직한 최 모 씨(29)는 "지역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직무 자체가 제한적이다"며 "같은 일을 하더라도 경력 확장 가능성에서 차이가 컸다. 주변 여성 친구들 대부분이 취업이나 이직을 계기로 수도권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고소득 일자리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역 간 격차를 더욱 벌린다. 국가데이터처의 '청년 인구이동에 따른 소득변화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 여성의 평균소득은 전년보다 25.5% 상승했다. 이는 남성 증가율 21.3%보다 4.2%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역별 격차는 더 뚜렷하다. 대구·경북(대경권) 청년 여성이 수도권으로 이동했을 때 소득 증가율은 무려 37.4%에 달했다. 같은 조건에서 비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한 여성의 소득 증가율이 16.4%였던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 이동의 효과는 2배 이상이었다. 대경권 청년 남성의 수도권 이동 시 소득 상승률은 26.5%로 여성보다 낮았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대구·경북의 제조업에 남성 일자리 비중이 크다 보니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자리들이 많지 않고, 산업단지 자체도 많이 빠져나갔다. 이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수도권 쪽으로 이동하려는 요인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인구 붕괴, 여성 이탈 수년째 반복된 결과 이처럼 '남초 지역'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남성 청년만 남고 여성 청년은 빠져나가는 구조가 수년째 반복된 결과다. 실제로 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에서는 여성 청년의 이탈이 성비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연애·결혼의 어려움을 넘어, 지역의 인구 구조와 출산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대구·경북 청년층 혼인·출산 분석'에 따르면 1992년생(92년생) 청년층에서 결혼을 경험한 사람의 수는 1983년생(83년생)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1983년생의 경우 대구 1만6805명, 경북 1만8250명이었지만, 1992년생은 대구 8017명, 경북 8444명으로 각각 52.3%, 53.7% 줄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혼인율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결혼 후 출산한 여성 수도 크게 감소했다. 1983년생이 31세였을 당시 출산 여성은 대구 7749명, 경북 8260명이었으나, 1992년생은 각각 3282명, 3564명으로 줄었다. 감소율은 대구 57.6%, 경북 56.9%로 혼인율 감소폭과 유사했다. 이 같은 인구 붕괴의 배경에는 청년 여성의 수도권 이탈이라는 구조적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청년 여성의 이동이 개인 선택이라기보다 지역 노동시장 구조에 따른 결과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대한지리학회지에 실린 연구는 청년 성별 분포의 차이가 지역 노동시장 구조와 연관됐다고 분석했다. 청년 여성 1인 가구는 특정 산업이 밀집한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기준으로 한 선택 가능한 지역과 직업의 폭이 남성보다 제한적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출산율과 혼인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역시 일자리 구조를 외면한 채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보건사회연구원과 국토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들은 청년 여성의 고용 기회와 경력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혼인과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의 실효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결국 지역의 인구 구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청년 여성이 지역에 남아도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2026-01-08 06:30:00
〈주간매일 걸어온 길〉 ▷1983.8.20 '每日생활정보' 창간(12면) ▷12.4 (16호) 20면 증면 ▷1984.11.18 (66호) 24면 증면 ▷1987.9.12. (213호) 전산제작(CTS) 체제 도입 ▷1988.1.1. (229호) 32면 증면 ▷3.17 제20회 한국기자상 (신문편집 부분) 수상 ▷1990.1.6. (334호) '週刊每日'로 제호 변경 ▷1995.2.16. (600호) '주간매일'로 제호 변경, 40면 증면 ▷1997.4.3. (711호) 'Weekly 매일'로 제호 변경 ▷1999.6.10. (824호) '주간매일'로 제호 변경(32면) ▷2001.9.6 (941호) 고품격 정보 매거진 '라이프 매일'로 확대 개편, 56면 증면 ▷2002.2.14. '라이프매일' 동부판 발간 ▷10.8 '강북 라이프' 발간 ▷2003.2.7. '북대구 라이프매일' 발간 ▷6.19 '중부 라이프매일' 발간 ▷2004 달서, 북대구 라이프매일 발간 ▷2009.7.16. '주간매일'로 제호 환원 ▷2016.1 매일신문 창간 70주년 주간매일 사은 이벤트 ▷2016.9.1. 휴간, 비정기간행물로 전환 ▷2026.1.2.(1719호) '주간매일' 정기간행물로 재발행
2026-01-01 12:30:00
주간매일은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태어났다. 생활 정보가 일반 신문 지면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던 1983년, 주간매일은 일상의 빈칸을 꼼꼼히 채워주는 우리 이웃의 신문이었다. 이후 33년 동안 "주간매일에서 본 건데"라는 말은 이웃 간 대화의 시작이 됐고 그 작은 지면 한 장은 지역민 생활의 든든한 기준이 됐다. 10년의 휴간 뒤 우리는 또 다른 부족함을 마주했다. 정보는 넘치지만 이해는 부족한 시대다. 손안의 뉴스는 1분 1초마다 쌓여가지만, 정작 그 이면을 설명해주는 뉴스는 많지 않다. 주간매일은 다시 돌아와 생활지를 넘어 지역 이슈를 파고드는 심층 주간지로 재출발한다. 더 많이 전하기보다, 더 깊게 묻는 신문이 되겠다는 선택이다. ◆ 주간매일 33년 역사, 지역민 대화의 원천 주간매일의 전신인 '매일 생활정보'는 1983년 8월 20일 창간됐다. 신문의 절반 크기인 타블로이드판, 휴대성 좋은 레이아웃 그리고 "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만 골라 담겠다"는 콘셉트는 당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실생활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된 주간매일은 "신문에서 본 건데"로 시작하는 대화의 원천이었다. 의학 상식부터 행정 민원 팁까지, 생활에 필요한 정보 대부분이 이 작은 종이 한 장에 담겼다. 창간을 알린 매일신문 1면 사고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선정적 흥미 위주의 주간지도 딱딱한 종합 주간지도 아니다. 의·식·주와 물가·부동산·문화·가정·경제의 생활정보를 총망라해 매주 독자 안방에 무료로 배달하겠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정보의 빈곤을 느끼던 지역민에게 꼭 필요한 매체가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33년의 역사만큼이나 변화도 거셌다. 창간과 동시에 폭발적인 독자 호응이 몰리면서 증면은 필수였다. 12면으로 출발한 주간매일은 창간 4개월 만에 20면(1983년 12월), 24면(1984년 11월), 32면(1988년 1월), 40면(1995년 2월)까지 빠르게 확대됐다. 읽기 편한 활자 크기 조정, 사진·도표의 적극적 활용 등 제작 방식도 꾸준히 개선됐다. 제호 변화는 시대 흐름과 독자층 변화를 반영한 또 다른 진화였다. '매일 생활정보'로 시작한 이름은 '주간매일'에서 '위클리매일'과 '라이프매일'을 거쳐 다시 '주간매일'로 돌아왔다. 특히 '라이프매일' 시기에는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판 개념을 도입했다. 2001년 '강북 라이프매일'을 시작으로 '동부판', '북대구', '중부', '달서' 등 지역별 라이프매일이 잇따라 창간되며 독자 접점을 세분화했다. 주 5일제 도입 등 생활 패턴 변화에 따라 배달 요일도 토요일에서 금요일·수요일·목요일로 조정되며 주간매일은 독자의 삶과 리듬에 맞추려 끊임없이 스스로를 바꿨다. 다양한 인기 코너 또한 독자 충성도를 끌어 올렸다. 청춘 남녀의 지상 데이트를 주선한 '지상중매', 서민의 불편을 덜어준 '부동산 총정보', 독자끼리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 역할을 한 '우리끼리 사고팝시다'는 생활밀착 정보지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 코너였다. 맛집 소개는 주말 나들이 명소로 이어지며 지역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우리 지역 이웃이 직접 단골 식당을 소개하는 '이맛의 단골', 독자가 자신의 레시피를 공유하는 '우리집 맛자랑' 등은 상업적 홍보 일색이었던 기존 맛집 기사 흐름을 바꾸며 큰 호응을 얻었다. 민원을 해결해주는 상담 코너, 쿠폰을 통한 실질적 할인 혜택 역시 주간매일만의 쌍방향 소통 기반을 다졌다. 취급 정보도 담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생활과 패션, 자동차와 주말 나들이 관광지 정보, 컴퓨터 관련, 여성과 가정, 건강과 스포츠, 연예정보, 문화행사, 행정정보, 각종 단체 기관의 행사나 모임과 교육 강좌 등에 이르기까지 '정보 백화점'이었다. ◆ 10년 만의 창간, 그 의미는? 1983년이 '생활 정보'를 담을 그릇을 찾았다면, 2026년의 우리는 '느린 정보'를 담을 그릇을 세우려 한다. 주간매일의 부활은 시대가 바뀌었어도 빈틈을 메우는 저널리즘이라는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재창간을 추진한 배경에는 독자들의 꾸준한 요청이 있었다. 지역 이슈가 빠르게 변하고 복잡성이 커지는 만큼 "하루 뉴스로는 놓치는 흐름을 정리해 달라" "주간 단위로 여론과 현안을 분석해주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매일신문에 지속적으로 전달돼 왔다. 단순 정보 소비를 넘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지역의 다음 과제는 무엇인가"를 묻는 독자적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지역 기반 종합지의 주간 단위 해설·분석은 더욱 중요해졌다. 매일신문은 이러한 목소리를 새로운 주간지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언론환경에 대한 최근 조사도 독자들이 더 많은 속보가 아니라 설명해주는 뉴스에 목말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5〉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소비는 수년째 모든 연령대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뉴스 소비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포털 뉴스 이용률의 급격한 감소가 눈에 띈다. 이는 한국 언론이 속보와 클릭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포털과 SNS 타임라인을 통해 뉴스를 '스쳐 지나가는 정보'로 소비하던 기존의 구조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무엇을 선택해 읽어야 할지, 어떤 정보를 신뢰해야 할지에 대한 독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진단이다. 하루하루 빠르게 소비되는 일간지의 시간표 안에서 많은 이야기는 충분히 질문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이에 주간매일은 기존의 가볍고 생활형 정보 중심 구성에서 벗어나 지역과 한국 사회가 직면한 핵심 의제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심층 보도형 주간지로 방향을 전환한다. 매일신문은 "단순한 매체의 부활이 아니라, 지역 저널리즘의 한 축을 새로 세우는 작업"이라며 "독자가 체감할 수 있는 깊이와 방향성을 갖춘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독자들이 다시 요구한 주간지인 만큼 "독자와 함께 만드는 주간지"라는 원칙을 핵심 가치로 삼아 다양한 의견 수렴 창구도 운영할 예정이다.
2026-01-01 11:30:00
주간매일의 지면은 기자들의 '열공'에서 출발한다. 매일 쫓기듯 쓰는 기사 대신, 오래 공부한 주제와 현장을 바탕으로 한 질문을 던진다. 기자의 전문성과 개성이 전면에 드러나는 이유다. 사람을 만나고, 지역을 걷고, 숫자를 해석하며, 때로는 그림과 사진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 현장에서 '열공 또 열공' 매호 중심에는 〈커버스토리〉가 있다. 지역·복지·사회·세대·경제·교육·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며, 당장의 뉴스가 아니라 '왜 이 문제가 중요한가'를 묻는 심층 기사로 구성한다. 사람을 만나는 방식도 다르다. 〈털보 기자의 그 사람〉은 '털보', '야수'로 불리는 권성훈 기자가 자신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인터뷰 코너다. 형식적인 문답을 벗어나, 인물의 삶과 생각을 솔직하게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무지개 수다〉는 정운철 기자가 다문화 현장을 직접 찾아가 이웃의 삶을 듣는다. 딱딱한 인터뷰 대신 수다처럼 풀어낸 대화로, 다문화의 일상과 목소리를 전한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임소현 기자는 자신의 일상을 기사로 풀어낸다. 〈YES KIDS ZONE〉이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현실과 사회의 시선을 함께 짚는다면 〈태서맘 생존기〉는 밤샘 육아부터 출근 전 전쟁까지, 웃고 울 수밖에 없는 진짜 육아의 순간을 담는다. 부산 출신 정두나 기자는 대구를 공부한다. 〈백년대구 아카이브〉에서 백 년에 걸쳐 완성된 대구의 도시 뼈대를 살펴본다.대구의 도시 기반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았다. 도시 경계가 확장될 때마다 새로운 도로가 생겼고, 용도에 따라 구획이 나뉘었다. 옛 지도와 주요 시설 도면 자료를 통해 대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형태를 갖췄는지 추적한다. 〈두발로 걷는 대구〉에서 화려한 대로변 뒤편, 가장 대구다운 풍경과 이야기를 재조명한다.화려한 대로와 대로, 그 사이에는 혈관처럼 뻗은 골목들이 있다. 대구를 먹여 살리던 산업의 역사부터 일반 서민들의 애환까지. 화려한 대로변 뒤편, 가장 대구다운 풍경을 소개한다. ◆ 다양한 콘텐츠 소개 〈데이터로 보는 세상〉은 감정이 아닌 숫자로 말한다. 데이터는 과장하지 않고, 변명도 하지 않는다. 불편하지만 정확한 질문을 던진다. 지역의 현실이 궁금하다면 이 지면부터 보면 된다. 정치는 때로 너무 점잖다. 〈정치 야설〉은 그 점잖음을 벗긴다. 공식 발언 뒤에 숨은 계산, 회의실 안팎의 분위기를 가감 없이 전한다. 말 그대로 '들판에서 나오는 정치 이야기'다. 〈아름다운 동행〉은 복지의 하루를 기록한다. 누군가의 삶 곁에서 하루를 동행하며, 제도 뒤편에서 이어지는 돌봄과 지원의 순간을 담아낸다. 추억을 만나는 지면도 마련했다. 〈매일신문 어린이사진전 70주년〉과 〈창간 80년, 격동의 80년〉이다. 매일신문사가 주최하는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어린이 사진 공모전이다.1955년 한국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았던 시기에 시작되어,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동심을 담아냄으로써 어려운 시절 속 희망과 따뜻함을 기록하는 역할을 했다. 어린이 사진전의 역대 수상작들은 당시 한국 어린이들의 생활 모습, 놀이 문화, 사회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귀중한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어린이사진전 수상작 지면을 넘기다 보면 "나도 저런 사진 찍었는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매일신문의 지면 역시 80년 동안 시대를 기록해왔다. 1946년 창간한 매일신문이 올해로 80주년을 맞았다. 매해 하나의 이슈를 골라 신문이 목격한 시간을 〈격동의 80년〉에서 되짚는다.광복의 혼란 속에서 태어나 전쟁의 포화를 견디고, 산업화의 땀방울과 민주화의 함성, 세계화의 긍지를 기록해온 시간이었다. 이번 기획은 그 파란만장한 역사를 되짚는다. 그해의 주요 사건을 통해 '현재'의 의미를 묻고, '내일'의 모습을 가늠한다. ◆외부 필진도 다양 새롭게 거듭나는 주간매일은 다양한 외부필진으로 독자들 곁으로 다가간다. 경북 문경출신으로 1957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60년째 그림일기를 쓰고 있는 임무상 화백의 〈1957년 그림일기〉. 임화백은 척박한 오지 산촌에서 "스케치북"은 커녕 그림 그릴만 한 "노트" 한 권 사기도 어려운 척박한 환경이었지만 백지(白紙)를 엮어 일기장을 만들어 쓰기도 하고 또는 인쇄소 혹은 출판사에서 제작한 멋진 "다이어리"를 사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종류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거창한 담론보다는 작가 자신이 살아오며 느낀 소박한 일상의 감정,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애 등을 마치 일기를 쓰듯 진솔하게 담아낸 삶의 기록이다.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는 대중가요 속 또 하나의 문학을 소개한다.한 줄의 가사가 한 편의 시보다 더 속깊은 울림을 전할 때가 있다.대중가요는 시대의 정서와 서민의 언어를 가장 곡진하게 표현한 문화현상이다. 일상적 노랫말 속에는 각별한 문학적 비유와 상징성이 담겨 있다. 당대의 풍경과 내면이 응축되어 있다. 대중가요에 깃은 문학의 향기는 가슴에 와닿는 역사의 숨결이다. 그 문학적 감수성을 조명하며 그 미학적 가치를 탐색해본다. 그곳에 한국인의 진솔한 삶이 일렁이고 있을 것이다. 대중가요 속의 문학 읽기를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까닭이다. 이 밖에도 요리 산책, 영화·문학·전시 소개 그리고 계명대 웹툰학과와 함께 만드는 웹툰까지. 주간 매일은 읽는 신문이면서, 들춰보고 머무를 수 있는 신문을 지향한다.
2026-01-01 11:30:00
주간매일의 지면은 기자들의 '열공'에서 출발한다. 매일 쫓기듯 쓰는 기사 대신, 오래 공부한 주제와 현장을 바탕으로 한 질문을 던진다. 기자의 전문성과 개성이 전면에 드러나는 이유다. 사람을 만나고, 지역을 걷고, 숫자를 해석하며, 때로는 그림과 사진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 현장에서 '열공 또 열공' 매호 중심에는 〈커버스토리〉가 있다. 지역·복지·사회·세대·경제·교육·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며, 당장의 뉴스가 아니라 '왜 이 문제가 중요한가'를 묻는 심층 기사로 구성한다. 사람을 만나는 방식도 다르다. 〈털보 기자의 그 사람〉은 '털보', '야수'로 불리는 권성훈 기자가 자신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인터뷰 코너다. 형식적인 문답을 벗어나, 인물의 삶과 생각을 솔직하게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무지개 수다〉는 정운철 기자가 다문화 현장을 직접 찾아가 이웃의 삶을 듣는다. 딱딱한 인터뷰 대신 수다처럼 풀어낸 대화로, 다문화의 일상과 목소리를 전한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임소현 기자는 자신의 일상을 기사로 풀어낸다. 〈YES KIDS ZONE〉이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현실과 사회의 시선을 함께 짚는다면 〈태서맘 생존기〉는 밤샘 육아부터 출근 전 전쟁까지, 웃고 울 수밖에 없는 진짜 육아의 순간을 담는다. 부산 출신 정두나 기자는 대구를 공부한다. 〈백년대구 아카이브〉에서 백 년에 걸쳐 완성된 대구의 도시 뼈대를 살펴보고 〈두발로 걷는 대구〉에서 화려한 대로변 뒤편, 가장 대구다운 풍경과 이야기를 재조명한다. ◆ 웹툰,그림,숫자…다양한 시도 지속 〈데이터로 보는 세상〉은 감정이 아닌 숫자로 말한다. 데이터는 과장하지 않고, 변명도 하지 않는다. 불편하지만 정확한 질문을 던진다. 지역의 현실이 궁금하다면 이 지면부터 보면 된다. 정치는 때로 너무 점잖다. 〈정치 야설〉은 그 점잖음을 벗긴다. 공식 발언 뒤에 숨은 계산, 회의실 안팎의 분위기를 가감 없이 전한다. 말 그대로 '들판에서 나오는 정치 이야기'다. 〈아름다운 동행〉은 복지의 하루를 기록한다. 누군가의 삶 곁에서 하루를 동행하며, 제도 뒤편에서 이어지는 돌봄과 지원의 순간을 담아낸다. 추억을 만나는 지면도 마련했다. 〈매일신문 어린이사진전 70주년〉과 〈창간 80년, 격동의 80년〉이다. 어린이사진전 수상작 지면을 넘기다 보면 "나도 저런 사진 찍었는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이들의 눈으로 담긴 70년의 기록은 한 가족의 기억을 넘어, 그 자체로 시대사다. 매일신문의 지면 역시 80년 동안 시대를 기록해왔다. 창간 1946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해 하나의 이슈를 골라 신문이 목격한 시간을 〈격동의 80년〉에서 되짚는다. 이 밖에도 외부 필진이 참여하는 요리 산책, 그림일기, 영화·문학·전시 소개 그리고 계명대 웹툰학과와 함께 만드는 웹툰까지. 주간 매일은 읽는 신문이면서, 들춰보고 머무를 수 있는 신문을 지향한다.
2026-01-01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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