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삶과 죽음을 조심하라

능인스님

능인스님
능인스님

"가장 후회되는 일이 있으세요?"

죽음을 앞둔 환자와 종종 나누게 되는 질문이다. 내가 만난 환자들의 답변은 70% 이상이 '누군가를 위해 선행을 베풀지 않았던 일'에 대하여 언급한다. 그들은 왜 그토록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주려 했을까.

한참 만에 안 사실인데 그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동력을 주는 삶의 의미였던 것 같다. 우리에게 의미 있는 삶이란 매우 중요하다. 마치 준비되지 않는 죽음을 기다리며 삶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꽃잎을 남기고 줄기에게 생을 점점 넘기는 꽃나무와 같다.

'이처럼 이생에 대해 아쉬움이 많은 요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스스로 묻는다. 아등바등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다. 시간이 많을 때는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기웃거리고 있는 모습도 있다.

내가 가장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곳은 병원이다. 그곳에서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모든 것이 법의 대화로 이뤄진다. 삶과 죽음 그리고 죽어감에 대한 주제를 넘어가지 않는다. 또 침묵을 배우기도 한다. 침묵은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몸과 마음을 고요히 해 서로의 삶에 예의를 갖추기도 한다.

나는 가끔 말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강의와 방송 등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하는 일이 많기에 어느 때는 녹음기를 틀어놓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말은 참 조심스럽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욱더 조심하게 된다. 생각도 더불어 조심해야 한다. 생각이 곧 말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또 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눈으로 보고 생각으로 바로 연결되기에 항상 내 주변에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조심하면서 사는 것이 마음이 안전하고 편하다. 마음을 두루 살피면서 산다는 것은 곧 죽음에 이르렀을 때 선한 일을 좀 더 하지 못해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 열심히 살았다고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생을 앞둔 사람과의 대화는 내게 큰 공부가 된다. 대화를 할 수 없을 만큼 무의식 속에 있는 사람도 있다. 또 무슨 말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기도 하고 힘이 없어 전혀 입을 열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난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대화의 힘은 크다. 무엇이든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귀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그것만으로도 대화가 이뤄질 수 있으니 어찌 대단한 일이 아닌가.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몸도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면 아픈 몸 또한 주인이 되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과학적 증거로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마음을 알아간다는 것은 이 인류가 다 마친다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죽음의 대화는 아직 살아 있음을 말해준다. 삶에 대해 좀 더 조심하고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일이다. 소리 없는 소리가 즐비한 요즘 단순하게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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