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년 학교] 5개교 통합, 영덕 교육의 기둥…영덕야성초교

"영덕에서 명문 초등 꽃 피우겠다"
융덕학원 설립 정재홍 선생 논 2천여평 기부 기틀 마련
해방 이후 우리말 교육 집중

개교 100주년 기념식에서 학교의 정신을 담은
개교 100주년 기념식에서 학교의 정신을 담은 '큰 뜻과 넓은 마음'을 의미하는 '기산심해' 글귀가 바위에 새겨졌다. 학교 제공

영덕야성초등학교(교장 원영민)는 1911년 설립된 이후 주변의 시골학교를 끌어안으며 부침을 이어왔다. 인구감소에 따른 학생수 감소로 화천초, 매정초, 달산초, 창포초, 야성초 등 5개 학교가 흡수되며 지금의 영덕야성초등학교가 됐다.

학교 측은 '영덕발 훌륭한 인재양성'이 모교를 잃은 많은 동창생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라 여기고 교육투자에 적극적이다. 학교 통폐합에 따른 지원금 대부분을 학생들 교육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학교는 1911년 4월 1일 설립됐지만 여러 이름으로 바뀌다 '영덕' 명칭이 학교 앞에 고정된 것은 1946년이다. 이후 2012년 야성초등학교를 끝으로 학교 통폐합을 끝내고 지금의 학교명을 갖게 됐다.

1970년 소풍을 떠난 학생들. 당시 학생수가 많았음을 알려주는 모습이다. 학교 제공
1970년 소풍을 떠난 학생들. 당시 학생수가 많았음을 알려주는 모습이다. 학교 제공

1950년 '올바르게 살자', '부지런히 배우자', '정답게 나아가자'라는 교훈을 처음으로 새긴 학교는 1970년대 전교생이 1천8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인구감소로 학생수는 줄었지만 주변 학교와 통합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영덕초등' 교육의 뿌리를 현재까지 잘 내리고 있다. 올해 111회 졸업식을 가졌고, 모두 1만6천978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현재 교훈은 '힘써 배워 나라 빛내자'다.

알제강점기인 1942년 30회 졸업앨범 표지. 학교 제공
알제강점기인 1942년 30회 졸업앨범 표지. 학교 제공

영덕야성초등학교는 긴 세월만큼 진중하고 자랑스러운 발자취가 많이 남아있다.

일제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조선인 교육을 위해 영덕군에 융덕학원을 설립해 지역 교육을 이끈 정재홍 선생은 이 학교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1922년 학교부지가 협소한 것을 알고 자신이 소유한 논 2천여평의 땅을 내놓았고, 그 고마움에 지역민들은 동편 담장에 '特志記念'(특지 기념)과 '장재홍'을 새겼다. 학교는 지난 2011년 100주년을 맞이해 희미해져 가는 정재홍 선생의 이름을 다시금 새겨 넣으며 그 뜻을 기렸다.

학교는 1945년 해방과 동시에 본격적인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일본인에서 한국인으로 교장이 바뀌자 교육은 우리말 우리글 찾기에 집중됐다.

일제 강점기에 이 학교를 다니고 교편을 잡은 박동수 선생은 "문맹자가 많아 글 알리는데 주력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에는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한 학교에서 밤낮없이 지도했고 학생들은 열심히 배웠다. 그런 힘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게 아닌가 한다"고 회상했다.

일제강점기 이 학교 교사로 재직한 뒤 해방과 동시에 교장으로 근무한 정원석 선생은 영덕 교육의 큰 기둥으로 불린다. 선생은 학교 발전뿐 아니라 영덕지역 교육의 선각자로 꼽힌다.

전쟁 이후 학교는 학생수가 늘면서 늘 북적였다. 1960~70년대 학교는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특히 운동회가 있는 날이면 지역 전체의 축제였고, 자주 볼 수 없었던 지인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학교는 1966년 12월 6일 화재로 큰 아픔을 겪게 된다. 일제강점기 시절 평양까지 이름을 떨친 축구부의 상장마저 모두 잃어버릴 정도로 학교가 전부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12만명에 이르는 영덕군민들이 한마음으로 학교재건에 힘을 모아 이듬해 8월 30일 새롭게 학교를 짓고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33학급에 2천명 가까운 학생이 다니는 학교로 성장했다.

1980년대는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인구유출로 학생수가 줄었지만 학교 내실은 더 단단해졌다. 과학교육우수교, 학교체육 우수교 등 군 단위 학교로서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 무렵 은어장학화가 설립돼 1995년까지 운영됐다.

1990년대 들어서는 영덕군내에 폐교학교가 여럿 생겨났다. 그 가운데서도 학교는 당시까지 배출한 1만여명의 동문들의 후원을 받으며 발전을 멈추지 않았다.

학생들이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풍선을 날리고 있다. 학교 제공
학생들이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풍선을 날리고 있다. 학교 제공

2000년대 들어서는 교육프로그램과 학습환경개선 등을 통해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2010년 새로운 100년을 맞기 위해 학교와 동문들이 힘을 모아 역점사업 추진에 나섰고, 지난해부터 그 결과물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군 단위지만 원어민 교사들이 학교를 찾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교육의 질에 큰 만족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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