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소방유물 기증으로 하나되는 대구

이광성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관장

이광성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관장
이광성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관장
용기의 서약. 문성국 화가 기증작
용기의 서약. 문성국 화가 기증작

이름을 떠올리기만 해도 무거워지는 마음, 잊을 수 없는 장면,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겪고 다양한 감정들과 마주한다. 어떤 이는 글로, 또 어떤 이는 음악으로 그 무엇을 표현하고 공감한다. 서양화가 문성국(대구장애인미술협회)이 선택한 방법은 그림이었다.

그는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해야 할 30대 초반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와 신경 손상 등 중증 장애를 입었다. 양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은 그의 삶 자체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그때 그림은 사고로 잃어버린 그의 신체 한 부분을 메워 주는 영혼의 단짝이 되어 주었다.

이러한 사연은 초현실주의의 거장 프리다 칼로(Frida Kahlo)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소아마비, 교통사고, 30여 차례의 수술과 불치병 투병, 남편의 끝없는 불륜, 유산 및 불임 등 반복된 고통과 절망을 예술 정신으로 이겨낸 불굴의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프리다 칼로에게 불어닥친 아픔과 극복을 떠올리며 용기와 위안을 얻었다"고 화가 문성국은 말한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보면서 서로 공감하고 한땀 한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이처럼 예술 작품과 작가의 치열한 삶은 우리네 삶의 진실과 맞닿은 정신적 유산이자 저력의 원천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히 간직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

그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기증한 작품(용기의 서약Ⅰ·Ⅱ·Ⅲ)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극한의 조건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위험한 현장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희미한 손전등 불빛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듯 어둠 속을 끝없이 더듬으며 나아가고, 양어깨에 짊어진 장비만큼이나 무거운 책임감은 무심히 지나쳐 온 우리들의 아린 가슴속에 새겨지며 기억되고자 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소방이란 존재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 소방관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은 소방의 노력만으로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다. 그곳을 향해 국민이 같은 보폭으로 걸어야 함을 울림이 깊은 붓놀림으로 말한다. 이러한 소방에 대한 각별한 지지와 사랑이 국민 사이에 널리 퍼지게 하기 위한 마음에서 자발적인 소방 유물 기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오래된 물건만 소방 유물인 것은 아니다. 소방 정신을 담고 있는 물건이라면 발생 연도와 형태를 불문한다. 문헌, 서적, 사진, 그림, 의복, 장비, 차량 등 유형의 유물뿐만 아니라 제보 등 무형의 정신 가치도 포함된다. 수집된 소방 유물은 체계적으로 보존·관리된다. 자세한 기증 참여 방법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문의해 상세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다.

기증 자료의 수량, 가치 등을 고려해 특별 전시·연구·교육자료로 활용한다. 문성국 화가의 기증 작품 또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전시되어 많은 관심 속에 뜻깊게 쓰이고 있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계기로 건립, 소방공무원이 주축이 되어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 속에 재난 상황 안전 체험 교육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에 이러한 소방 유물 기증과 전시는 더욱 의미가 깊다.

거듭 나타났다 사라지는 코로나19와의 기나긴 전쟁을 대구 시민이 하나가 되어 극복한 기억은 우리의 자부심이 되었다. 시민이 방역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자발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보탠 기억은 소방 유물 기증 노력과 닮아 있다. 자발적인 소방 유물 기증이 다시 한번 대구가 하나 되어 연대한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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