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상기후 탓 급변하는 농업지도…아열대 과일에 빼앗긴 사과 재배

[이상기후에 흔들리는 경북농업] 기술적 대응과 사전 예측 시스템 강화해야
이상 기후에 강한 품종 및 재배 기술 개발도 시급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이 경북의 한 과수농가를 찾아가 과수의 눈꽃상태 등 생육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이 경북의 한 과수농가를 찾아가 과수의 눈꽃상태 등 생육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상 기후가 일상이 된 기후 변화가 경북의 과수 농업지도까지 바꾸고 있다.

경북 대표 과일인 사과의 재배 지역은 강원도로 점차 북상했고, 사과의 빈 자리는 아열대 기후에 재배되는 만감류나 아열대 작물이 서서히 채우는 상황이다.

2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경북의 사과 재배 면적은 2018년 1만9천780㏊에서 지난 2020년 1만8천705㏊로 감소했다.

재배면적은 기후 영향을 덜 받는 신품종이 개발되면서 2021년 2만955㏊로 확대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2만151㏊로 집계돼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993년 경북의 사과재배 면적(5만6천172㏊)과 비교하면 30년 만에 44.1%나 줄어든 셈이다. 반면 지난 2010년 392㏊에 불과했던 강원도의 사과 재배 면적은 지난해 1천679㏊로 4.3배 확대됐다.

사과·배 등이 떠난 빈 자리는 그동안 경북에서 생산하기 어려웠던 아열대 작물이 잠식하고 있다.

경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포항·경주·영덕·울진 등 경북 동해안 4개 시·군의 월 평균 기온은 1년에 8개월 이상 10도(℃) 이상으로, 아열대 기후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동해안 지역에는 아열대 작물인 천혜향 등 감귤류와 망고, 바나나, 파파야, 카사바 등이 생산이 늘고 있다.

2030년대와 2070년대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사과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농촌진흥원
2030년대와 2070년대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사과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농촌진흥원

경북 도내 아열대작물(만감류 포함) 재배면적은 지난달 기준 46㏊로, 2020년 34.7㏊보다 32.6% 증가했다. 22개 시·군 가운데 18곳에서 아열대 작물을 키우고 있고, 경주와 포항은 각각 12㏊(26%), 3.3㏊(7%)를 차지했다.

그러나 재배 작물 교체만으로는 일상화한 이상 기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에 대비하려면 열풍 방상팬, 미세 살수장치 등 기술적인 대응책을 활용해 냉해 등 피해를 줄이는 한편 이상 기온을 예측,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이상 기후에 강한 품종과 재배 기술을 도입하고, 기술 개발에 필요한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과 관련 정책 활성화 등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영숙 경북도 농업기술원장은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작물에 맞게 농업 기술을 연구해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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