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병비 월 400만원 안팎…직접 돌보자니 생계 막막

재난적 의료비지원 시행…비급여인 간병비는 100% 본인 부담
"돌봄은 더 이상 개인·가족문제 아닌 사회 전체 문제"
선택·선별 모두 융합한 광주 돌봄 사례 주목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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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자체들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거나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노년층이 '존엄하게' 간병 받고 지내기에는 관련 제도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치매 등 노인성질환 가족에 대한 간병인들의 고통에 사회는 여전히 귀를 활짝 열어 두고 있지 않다.

◆ 간병비는 소외된 '재난적의료비 제도'

간병비는 가족이 '간병살인'이라는 안타까운 선택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간병인을 고용하자니 부담이 크고, 고용하지 않고 가족이 직접 간병을 하자니 당장 생업이 막막해지는 진퇴양난에 빠지기 때문이다. 직장 장기 휴무나 퇴사 등 생업을 포기한 채 '간병 실업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재난적으로 많은 진료비가 나온 비급여 항목에 대해 최대 5천만원까지 지원하는 재난적의료비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간병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간병비 현황에 따르면, 2019년 하루 7만~9만원 선이던 간병비가 최근 12만~15만원까지 급증했다. 단순 계산상으로 간병인을 한달 고용하면 간병비만 400만원 안팎이나 된다. 한달 법적 최저임금의 두 배 수준이다.

◆간병비만 수백만원…가족 '간병 실업'

치매 등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 이런 병원비 문제는 더 크게 다가온다. 치매요양병원에서 처방된 약값과 치료비는 20%만 본인부담이지만, 간병비는 비급여항목으로 100% 본인 부담이다.

실제로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요양 중인 90대 김모 씨는 오랜 기간 중증 치매를 앓아왔고, 올해 요양원에 입소했다. 김 씨의 보호자는 "형제가 많은 편이어서 부담이 좀 덜하지만 형제가 적으면 부담이 정말 클 것"이라고 했다.

간병에 기약이 없다는 심리적 부담 또한 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은 '간병에 대한 부담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61.2%)고 답했다.

◆대구경북 지자체는 무감각

지난 2월 '내가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초로 '돌봄'이 명시된 이 법은 12개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거친 뒤 오는 2026년 3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북 의성을 제외하고는 '간병 살인'이 일어난 수성구는 물론 다른 기초자치단체는 시범운영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영케어(노인 등 가족을 간병하는 청년) 관련 용역을 발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복지 서비스가 분절화돼 있어 통합행정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평가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에서 실마리를

광주시가 지난해 4월 출범한 '광주다움 통합돌봄' 서비스는 지자체 수범사례로 꼽힌다. 이 서비스는 신청주의와 선별주의를 모두 통합한 체계로, 돌봄이 필요할 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본인이 아니라 이웃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돌봄콜', 신청하지 않아도 찾아가 돌봄이 필요한지를 먼저 살피는 '의무방문' 등이 핵심이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시행 후 1년 동안 1만5천276명에게 2만8천건의 맞춤돌봄을 지원했다. 오는 2026년 전국 시행 예정인 돌봄통합지원법의 모태가 된 '광주다움 통합돌봄' 서비스는 현재 다양한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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