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년 그리고 그 후] "환갑 지나도 여전히 현역"…대구 60세 이상 고용률 41.5%, 10년 새 7.8p↑

대구에서 53년째 수제화 제작 중인 최병열 장인
67세 고령이지만 "건강 허락하는 한 일 계속 하고파"
10년 새 대구 60세 이상 취업자 2배 증가

대구 중구 향촌동에 있는 수제화골목에서 올해로 67세를 맞은 최병열 수제화 제작 장인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윤정훈 기자
대구 중구 향촌동에 있는 수제화골목에서 올해로 67세를 맞은 최병열 수제화 제작 장인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윤정훈 기자

우리나라 법정 정년인 60세는 '환갑'이라 불린다. 육십갑자가 돌아왔다는 의미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땐 환갑잔치를 열 정도로 축하받을 일이었다. 100세 시대인 요즘 60세는 '늙은 청년, 젊은 노인'으로 불린다. 이들은 여전히 자기 일에 몰두하거나, 은퇴 없는 제2의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2일까지 60세를 넘겨서도 일하는 대구 시민 6명을 찾아 이들의 이야기를 엮어 기사에 담았다.

지난달 22일 정오쯤 찾은 대구 중구 향촌동 수제화골목의 한양제화. 가게 안에 들어서니 30㎡ 남짓한 작업실이 나왔다. 장인 최병열(67) 씨는 이곳에서 53년째 수제화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어두컴컴한 작업실은 한쪽 벽면 전체가 가죽들로 빼곡했다. 책상 앞 벽걸이엔 손잡이가 닳은 가위들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최 씨는 희미한 형광등 불빛에 의지해 한창 작업에 몰두 중이었다. 날렵한 손놀림으로 선을 따라 가죽을 오려낸 뒤 신발 외피와 내피를 붙이는 박음질을 이어갔다.

지난달 22일 낮 12시쯤 찾은 대구 중구 향촌동에 있는 수제화골목. 윤정훈 기자
지난달 22일 낮 12시쯤 찾은 대구 중구 향촌동에 있는 수제화골목. 윤정훈 기자

최 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1학년 때 중퇴하고 이 골목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양화 가게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서른 살에 개업했다. 기술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지금은 혼자 가게를 운영하며 맞춤 수제화를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갈수록 안경을 껴도 흐릿하게 보이는 등 시력이 나빠지고, 기술을 물려줄 사람도 없어 고민이 많다. 그렇지만 나는 한평생 이 일을 해왔고, 건강이 허락하는 계속할 것"이라며 웃었다.

수제화골목은 1970년대부터 수제화 관련 업체가 하나둘 모여 1990년대에 이르러 지금의 면모를 갖췄다. 올해 기준 45개 달하는 업체가 들어서 있다. 오래된 역사만큼 수제화 장인들은 나이가 많지만, 망치로 가죽 두드리는 소리엔 여전히 힘이 느껴졌다.

이들처럼 일하는 현역인 60세 이상의 지역 인구는 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60세 이상 3분기 고용률은 2014년 33.7%에서 2024년 41.5%로, 10년 새 7.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취업자 수 역시 15만4천명에서 28만5천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올해 28.4%에서 10년 뒤인 2034년엔 39.6%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김용현 경북연구원 경북 RISE사업추진단 단장은 "대구의 60세 이상 취업자는 앞으로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초단시간 근로자 등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우리 사회에 이러한 형태의 근로자들까지 품을 수 있는 고용 안전망이 마련돼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기획탐사팀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