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진도 환자도 "이건 아니잖아"…의료대란 일주일째 양측 모두 불만

대구 수련병원 50% 축소 운영…환자 "수술 무기한 연기, 답답"
2차 병원 몰려…과부하 우려
간호협 "간호사 애로사항 154건 신고…불법 위기 내몰려"
정부 "비대면진료 상황 끝날때까지 허용"

전공의 집단 사직 사흘째인 22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이 진료를 보기 위해 대기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전공의 집단 사직 사흘째인 22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이 진료를 보기 위해 대기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23일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대장 질환 수술을 받으려 했던 40대 김모 씨는 수술을 불과 하루 앞두고 연기 통보를 받았다. 전공의 '줄사직'으로 수술실 운영이 축소되면서 김 씨 수술도 덩달아 밀려난 것.

김 씨는 "수술 때문에 병가를 미리 냈고 업무 조정도 다 해놓은 상태인데 당황스러웠다'면서 "무기한 연기만 됐고 언제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의과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료 공백 사태와 정부의 강경 대응이 맞물리면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응급이나 중증질환이 아닌 수술은 대부분 연기되고 있고, 환자들은 전공의가 없는 상급종합병원 대신 2차 병원으로 향하는 상황이다.

◆ 수술 연기 일상화…외래 진료 뜸해져

대구 시내 6개 수련병원(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은 25일까지 정상 진료의 50~60%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병원들은 환자들에게 수술 일정 연기를 알리느라 애를 먹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한 교수는 "코와 관련된 간단한 수술이라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연기했는데, 환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분이 상했을 것"이라며 "환자들도 전공의 사직에 따른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 대부분 수긍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각 수련병원의 외래 진료 환자들도 부쩍 줄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정확한 내원객 수를 집계하진 않았지만 전공의 사직 이전보다 부쩍 한산해진 건 사실"이라며 "진료 차질을 우려한 환자들이 덜 찾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2차 병원들은 환자들이 몰리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구 남구 한 2차종합병원은 이날 오후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내원환자 과밀화로 인하여 환자 이송 전 꼭 수용 가능 여부 확인 후 이송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띄우기도 했다.

대구시내 2차병원 관계자들은 "주말에는 2차 병원 응급실도 바쁘게 돌아가는 편인데 이번 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면서 "일단 상급종합병원에서 오는 전원 요청은 최대한 수용하려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간호사 "불법 내몰려"…정부 "비대면 진료 허용"

간호사들 또한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3일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모두 154건으로, 이 가운데 62%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불법진료 행위지시'가 꼽혔다. 의사들이 해야하는 각종 검사와 심전도 검사, 잔뇨 초음파 등 치료·처치 및 검사, 수술보조 및 봉합 등 수술 관련 업무, 대리처방 등의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래 진료 조정, 수술 취소 전화 및 스케줄 조정 관련 안내, 드레싱 준비, 세팅 및 보조,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만 응대, 교수 당직실 준비 등의 업무도 간호사가 떠맡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22일 보건의료위기 단계를 사상 처음으로 최고 단계인 '심각'까지 끌어올렸다. 이어 23일부터 한시적으로 초·재진 모두 비대면진료를 허용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집단행동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정부는 진료 차질을 최소화해 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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