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생(향년 75세) 씨 19일 별세, 황순옥 씨 남편상, 종현·순주·경화 씨 부친상, 박재락(대성에너지 경영지원본부장)·권오룡 씨 장인상, 이미경 씨 시부상. 빈소=칠곡경북대병원장례식장 VIP 201호, 발인=21일(화) 오전 8시 30분. 장지=명복공원.
2025-10-20 08:44:31
▶이중기(향년 100세) 씨 별세, 이정열 씨 남편상, 원규·현순·현애·현주·앵규(전 국민의힘 대구시당 사무처장)·경규·경아 씨 부친상. 빈소=계명대 대구동산병원장례식장 101호(서문시장 앞), 발인=17일(금) 오전 8시, 장지=경북 구미시 선산읍 선영.
2025-10-16 09:39:51
[리더 열전]조현진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사격팀 감독 "대구 '2027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성공 위해 지원"
대구시가 '2027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인물이 있다. 조현진(66)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사격팀 감독이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대구체고 소속 반효진 선수가 여자공기소총 종목에서 우리나라 100번째 금메달을 획득하자, 대구시는 사격장 증축과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유치를 공식화했다. 이에 조 감독은 대구시와 국제사격연맹 임원을 연결하고 대구국제사격장의 대회 운영 능력과 입지 조건 등 대구의 장점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홍보전 전면에 나섰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대구시는 지난 7월 이탈리아 로나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집행위원회에서 2027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 개최지로 공식 확정됐다. 이 대회는 세계 최고 권위의 사격대회로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사격대회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개최지 확정 후 조 감독은 사격팀 내 공기소총 사격팀을 구성하고 반효진 선수를 영입했다. 내년에는 고교 최대 유망 선수인 경북체육고 최가혜 선수를 스카우트해 여자소총팀을 창단할 예정이다. 그는 "2027년 대회 뿐 아니라 2028년 LA 올림픽에서 또 한번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도록 두 선수를 비롯해 사격팀을 잘 지도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사실 지금의 대구 사격이 활성화되기까지 조 감독을 빼놓고는 그 과정을 얘기할 수 없다. 2018년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사격팀을 창단하기까지 모든 작업을 도맡았고, 창단 후부터는 소속 선수들을 지도하며 좋은 성적을 만들어냈다.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더블트랩 종목에서 팀 소속의 신현우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고 2022년, 2023년, 2024년 전국체육대회에선 금메달 2개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했다. 대구사격연맹이 2024년 제105회 전국체전에서 종합 2위에 오르는데도 기여했다. 국제 사격대회 대구 유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구시장배 전국사격대회 창설, 대구사격장을 국제사격장으로 명칭 변경 등 국제대회 유치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거쳐 2022년 아시아공기총선수권대회를 유치해 잘 치러냈다. 이번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유치도 이런 노력이 결실을 이룬 것이다. 조 감독은 "2027년 대구세계사격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열정을 가지고 지원하고 운영해볼 생각"이라며 "이를 통해 대구를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 사격의 메카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창원 출신인 그는 경남대 및 창원시청 선수 및 국가대표를 거쳐 경남대 감독과 창원시청 감독, 2020년 도쿄울림픽 사격국가대표 총감독을 역임했다. 대한사격연맹에서는 20여년 간 임원으로 활동했다. 고인인 부친과 본인, 아들, 며느리까지 3대가 사격선수 집안이다.
2025-10-13 15:19:07
[농업대전환, 경북 '들녘특구'] (1)농업 경쟁력 확보로 부자 농촌 꿈꾼다
농업의 위기라는 말은 하루이틀의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인류 생존의 근간이었고 가장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 왔던 산업임에도 불구, 늘 위기라는 인식이 있어왔다. 그만큼 농업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으로 최근에는 그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농업의 사회·경제적 비중이 줄어드는데다 농촌인구는 감소 및 고령화되고 있으며 경영비 상승과 자연재해 증가 등 농업의 경쟁력 위협 요인들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이제 농업에 대한 관점과 비전을 달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지난 2023년부터 '들녘특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들녘 단위 규모화와 이모작 기계화, 6차산업 고도화 등을 통해 농업 경쟁력 확보 및 농가 소득 증대를 모색하는 프로젝트다. 이에 본지는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국가전략산업으로서 농업의 중요성은 절대 간과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 농업의 신 모델, 경북 들녘특구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농업대전환 촉진에 기여하고 농민과 우리 농촌 현실 또한 보다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한다. ▶글 싣는 순서 1. 농업 경쟁력 확보로 부자 농촌 꿈꾼다 2. 대행형 협업 모델 '경주 식량작물 특구' 3. 산업형 기업 모델 '구미 밀밸리 특구' 4. 창업형 벤처 모델 '포항 식량작물 특구' 5. 주주형 상생 모델 '울진 경축순환 특구' ◆ 농업대전환, 왜 필요한가 2022년 기준 농가의 연소득은 4천615만3천원으로 도시근로자 연소득 7천811만4천원의 59.1% 수준이다. 지난 30여년 간 도시근로자의 소득이 7배 늘어날 때 농가 소득은 4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쌀 소비도 갈수록 줄어 2023년 기준 국민 1명당 연간 쌀 소비량(56.4kg)은 1990년(119.6kg)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생산량은 유지 또는 증가해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쌀값 하락도 뒤따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이 농촌 고령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농촌 인구의 60% 이상이 65세 이상으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령의 농민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적응하기 쉽지 않고, 소규모 농지이다 보니 기계화나 규모화 실현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는 농업의 생산성 저하와 경쟁력 약화, 성장동력 상실 등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농업의 지속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도 심해져 농촌 현실을 어둡게 한다. 폭염과 가뭄이 점점 빈번해지고 봄철 저온과 우박, 여름철 국지적인 집중 호우 등으로 농작물의 품질 저하와 수확량 감소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병해충 발생 증가, 발생 패턴 변화도 농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농업의 역량 강화, 그리고 기존 농업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농업대전환이다. ◆ 농업 경쟁력 확보의 필수 조건, 영농의 규모화 우리나라와 농업 규모가 비슷한 네덜란드는 세계적인 농업 강국이다. 네덜란드의 농가 소득은 8만 달러로 도시근로자보다 높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농가 소득(3만7천 달러) 보다 2배 이상 많다. 그 비결은 과학 영농과 규모화다. 네덜란드의 농가당 농지 면적은 33.8ha로 우리나라(1.6ha)의 20배에 달한다. 1950년대 우리나라 농가당 농지 면적은 0.9ha 수준으로 지난 70여년 간 0.7ha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네덜란드는 농가당 농지 규모가 10배 이상으로 늘어나 규모화를 이뤘다.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의 수적 차이도 있지만 농지에 대한 인식 차이도 크다. 우리나라는 농지를 농업 경영의 한 요소가 아닌 재산적 가치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아 규모화를 이루는데 가장 큰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지의 규모화는 농업의 경쟁력 강화에 필수 조건이다. 대규모 농지가 있어야 기계화가 가능하고 이모작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농지 소유주 대부분이 고령 농가가 많고 인력에 의존한 소규모 농업 구조라 대규모 농지 확보가 쉽지 않다. 농지의 가격도 높아 농지 구입에 어려움이 많고 농민 본인 사후에도 자식에게 승계해 농지를 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 '들녘특구'로 농지 규모화·과학 영농 이룬다 농지의 효율적 규모화를 위해 경북도의 들녘특구는 '주주형 공동 영농'이란 새로운 개념의 영농방식을 도입했다. 개별 농가들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와 노동, 자본 등의 생산요소들을 들녘 단위로 집적화해 100ha 이상 규모화했다. 또 공동체(법인)를 구성해 기계화를 통한 공동 영농으로 생산성을 높였다. 개별 농지의 소유권은 지주에게 있지만 농지의 경영권은 완전히 공동체에 일임하고 농가는 (준)조합원으로 참여해 지주가 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작목의 선택, 작부체계의 결정, 생산물의 수매와 유통 방안 등은 공동체가 결정하고 여기서 발생된 소득은 참여 농가의 유형에 따라 배당금 형식으로 분배한다. 농사 짓기가 어려운 고령의 농가는 농지를 완전히 공동체에 위탁하고 소득은 위탁한 농지의 면적에 따라 배당을 받는다. 공동 영농에 함께 참여한 농가라면 생산물의 수익에 따라 소득을 배당받는다. 배당금은 일정한 금액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수익의 많고 적음에 따라 증감되기 때문에 참여 농가의 공동체 참여 의식이 높아지고 농가소득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동체의 구성은 여성 농업인과 청년 농업인이 함께 참여하고 경영 방식도 기업형으로 전환한다. 단순 생산 위주의 경영 방식에서 탈피해 참여 구성원의 능력과 역할에 따라 분업화를 통해 전문화한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가 높은 작목의 도입과 이모작 전환은 물론 기계화 확대를 통한 공동 영농이 효율적으로 바뀌게 된다. ◆ 구미, 경주, 포항, 울진에 들녘특구 혁신 모델 경북도는 2023년부터 현재까지 경주, 구미, 포항, 울진 등 4곳에 들녘특구 혁신 모델을 조성했다. 경주는 '식량작물 특구', 구미는 '밀밸리 특구', , 포항은 '식량작물 특구', 울진은 '경축순환 특구'로 진행되고 있다. 향후에는 경북 22개 시군 전체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경주 식량작물 특구는 전문 청년 농업인들과 협업을 통한 농촌 체험·관광 원스톱 시스템의 대행형 협업 모델이다. 구미 밀밸리 특구는 경북 최초로 우리밀 전문 제분시스템을 도입한 우리밀 가공·유통 산업형 기업 모델이다. 포항 식량작물 특구는 체험 전용 딸기 양액재배 시스템을 도입해 초보 청년 농업인들의 창업형 벤처 모델을 구축했다. 울진 경축순환 특구는 조사료 순환농업을 접목해 청년과 농촌문화를 융복합한 주주형 상생 모델이다. 들녘특구 공동체의 지난 한해 농업 생산액은 같은 지역 같은 업종에 비해 1.3~2.5배 증가했다. 참여한 농가의 소득은 벼농사만 지었을 때 보다 1.5~1.9배, 콩과 양파 이모작에서는 최대 5.8배까지 증가했다. 농지를 위탁한 고령 농민은 기존 임대료보다 2~2.5배의 배당금을 받아 안정적인 소득을 올렸다. 들녘특구는 농업 생산 소득 증대에만 목표를 두지 않는다. 생산물을 활용한 가공·유통이나 체험·관광 등의 6차산업 도입으로 농촌 공간을 혁신하는 모델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런 차원에서 특구별 특화마을도 조성했다. 경주 '豆(두)근豆근 콩마을', 구미 '지음밀愛(애) 빵마을', 포항 '청창농 공休(휴)마을', 울진 '저탄소 牛(우)리마을' 등이 그것이다. 특화마을은 공동체의 추가 소득도 높이고 농촌 공간의 활력화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터뷰〉 조영숙 경북농업기술원 원장 조영숙 경북농업기술원 원장은 "경북도의 농업대전환은 지난 2022년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우리 농민은 땅도 가지고 있는데 왜 도시근로자보다 잘 살지 못 하는가'란 고민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부자 농민, 잘 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취지로 농업대전환을 기획했고, 그 핵심사업이 들녘특구라는 것이다. 조 원장은 "특녘특구는 농업의 규모화, 기계화, 고도화(6차산업 융복합), 배당금이 핵심 개념"이라며 "지역별 특색과 장점을 활용한 특화전략으로 다함께 잘 사는 농촌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들녘특구 모델의 성과가 들불처럼 번져 청년이 돌아오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넘쳐나며 노년이 행복한 농촌, 누구나 살고 싶은 농촌이 됐으면 좋겠다"며 "경북을 넘어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2025-10-13 12:42:07
[낳아보니 행복이다] 김정훈·김혜진 부부 "이렇게 축구에 진심인 가족 보셨나요"
대구 두류수영장 파트장인 김정훈(49) 씨와 대구서부지방법원 보안관리대에서 일하는 김혜진(37) 씨는 용띠 띠동갑 부부다. 자녀는 딸 하나(첫째 나겸), 아들 둘(둘째 지후, 셋째 로하) 총 셋이다. 위로 둘은 각각 초등학교 4학년, 1학년 생이고 막내는 어린이집에 다닌다. 부부 모두 운동선수 출신이라 자녀들도 자연스레 스포츠와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축구에 진심인 다섯 가족 김정훈·김혜진 부부는 평소 스포츠를 즐겨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축구라면 광적으로 좋아한다. 손흥민 선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 가족이 밤잠을 설쳐가며 텔레비전 앞에서 응원을 하고, 대구FC 경기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직관(직접 관람)이 원칙이다.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월성동축구클럽에서 직접 축구를 한다. 이 클럽에서 김정훈 씨는 매주 월요일, 김혜진 씨와 첫째 나겸은 매주 화요일, 둘째 지후는 매일 선수반에서 제2의 손흥민을 꿈꾸며 훈련하고 있다. 지후는 축구를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실력이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축구를 진심으로 즐긴다는 점에선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부부는 24개월인 셋째 로하도 때가 되면 축구를 시킬 계획이다. 축구에 진심인 이 가족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올해 기억에 남을 특별한 사건도 있었다. 둘째 지후가 대구FC에 대한 팬심을 사연으로 적어 구단에 보냈더니 지난 7월 대구FC의 '함께하늘 축구 멘토링'에 당첨돼 선수들에게 직접 코칭을 받게 된 일이다. 8월에는 '에스코트 키즈'에도 선발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로 입장했다. ◆주말엔 캠핑 GOGO 이들 가족은 평일에는 각자 직장과 학교(어린이집)에서 생활을 하고, 주말엔 다함께 캠핑을 간다. 부부는 연애시절부터 텐트 하나로 시작해 지금은 카라반을 차에 달고 아이들과 전국 곳곳을 누빈다. 주로 캠핑을 가는 곳은 동해 바다 부근이다. 깨끗한 바닷물과 크게 부딪히는 파도소리는 그 자체로 힐링이다. 아빠 김정훈 씨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물과 관련한 자격증(수상인명구조자격, 스킨스쿠버, 프리다이빙 등)은 웬만한 것은 다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바다로 캠핑을 가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바다생물들을 실제 보고 만질 수 있도록 경험을 시켜준다. 그는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라면 먼 거리도 마다 않는다. 한 번은 첫째 나겸이 우주발사체 '누리호'에 대해 궁금해 하길래 누리호가 발사되는 전남 고흥까지 캠핑을 떠났다. 나로우주센터를 둘러보고 긍금증이 많이 풀렸다는 아이의 얘기를 들으니 4시간 가까이 운전하느라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자녀들이 신기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게 부모 마음이다. 다음 캠핑 목표는 카라반을 배에 싣고 제주도로 캠핑을 가는 것이다. ◆예의 중시하는 가정 교육 아이들 교육에 있어 김정훈·김혜진 부부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공부가 아니라 '예의'다. 엄마아빠에게는 항상 존댓말로 말하도록 하고, 동생들은 누나한테 함부로 덤비지 않도록 가르친다. 맏이에게는 동생들한테 양보하면서 지내야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기 아이가 학교 선생님에게 혼나기라도 하면 잘잘못은 따지지도 않고 항의하는 경우와도 거리가 멀다. 학교나 학원에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선생님한테 연락이 올 때면 가족회의를 열어 본인의 잘못을 확인하게 하고 다수결로 어떤 벌칙을 줄 지 정한다. 벌칙은 일주일간 휴대폰이나 태블릿 영상 시청 금지 등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제한이 대부분이다. ◆"우리 아이는 우리 손으로" 세 아이를 모두 계획해서 낳은 건 아니었다. 첫째 딸을 낳고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대로 이뤄졌다. 셋째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둘째와 터울이 있어 상상도 못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였다. 부부는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우리 아이는 우리 손으로 키우자"고 약속했다. 그래서 양가 어른들에게 아이들을 맡기지 않고 세 아이 모두 부부가 번갈아가며 연차 등을 사용해 키우고 있다. 육아 분담도 분명하다. 첫째와 둘째의 등하교는 엄마, 셋째의 어린이집 등하원은 아빠 담당이다. 일과가 끝나고 온가족이 귀가하면 엄마는 저녁식사와 아이들의 공부를 맡고, 아빠는 집안 청소 및 빨래를 전담한다. 아이들도 부모가 가사 분담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곧잘 자기들끼리 일을 나눠한다. 이번 여름방학 때 아이들을 돌봄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과제를 주며 지내게 했더니 첫째는 식사를 준비하고 둘째는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부부는 부모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아이들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일주일 중 하루는 서로 교대로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엄마가 운동 가는 날이면 아빠가 아이들을 돌보고, 아빠 차례에는 엄마가 그러는 식이다. ◆아이 셋 다 AB형..혈액형 에피소드 아빠 김정훈 씨는 혈액형이 A형이고 엄마 김혜진 씨는 B형이다. 요즘은 혈액형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지 않지만 시골에 계신 시어머니가 첫째 생기고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AB형만 아니면 된다"고 했는데 막상 AB형이 나오니 "(AB형이) 여자는 괜찮은데 남자는 별로다"고 했다. 그런데 둘째도 AB형이라 하자 "AB형들이 똑똑하고 공부도 잘 한다"고 말을 바꿨다. 하이라이트는 셋째. 막내마저 AB형으로 나오니 "요즘 혈액형 가지고 사람 성격 말하는 시대는 아니다"고 해 다 같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아빠 김정훈 씨도 AB형은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고 도통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워보니 그건 오산이었다. 첫째 나겸은 상상력이 풍부해 그림을 그리면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작품을 그려낸다. 지난해에는 전국학생미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둘째 지후도 호기심과 창의력이 풍부해 레고를 사다 주면 조립 수준이 기존 어른들의 사고 틀을 뛰어넘는다. ◆다자녀가정 대출 조건 현실에 안 맞아 김정훈 씨는 자녀가 많아 행복도 크지만 경제적 부담은 필연적인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세 아이 다 성격, 음식, 취미, 방식 등이 다르다 보니 반찬도 따로 해야 하고, 옷과 신발 등은 되물려 입힌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어 똑같이 새 것으로 사줘야 할 때가 많다. 학원비도 무시 못하는 부분인데 첫째, 둘째가 초등학생이다 보니 또래친구들 보내는 학원도 보내야 한다. 여기에 가족 전체가 어떠한 시설을 이용하려고 하면 다자녀 할인 혜택을 받긴 해도 이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저축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부부는 "아이들이 커 갈수록 경제적 고민도 더 커져 가는 것 같다"며 "이런 점이 요즘 젊은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중 하나 아니겠나"고 했다. 다자녀가정 혜택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떨어진 게 꽤 많아 실제 가계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다자녀가정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이 그렇다. 세 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아이들이 커가면 각자의 방을 필요로 하기에 아파트 면적이 132제곱미터(㎡), 평수로 40평대(방 4개 이상)는 돼야 한다. 하지만 다자녀가정 대출 지침에는 해당사항이 85㎡ 이하여서 현실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제발 수요자 입장에서 정책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아이 낳으라는 말만 하지 말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025-10-09 12:30:00
박언휘 원장, APAAC 재생의학 학술세션서 항노화 치료법 발표
박언휘 박언휘종합내과 원장(한국노화방지연구소장)은 지난 26~2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5 아태 안티에이징 컨퍼런스(APAAC)'의 재생의학 학술세션에 참석해 항노화 치료법 등에 대해 발표했다.
2025-09-28 13:43:28
[낳아보니 행복이다] 김홍범·박민주 부부 "아이 키우는 일, 이제 국가 차원 해법 있어야"
대구염색관리공단 개발운영팀 계장인 김홍범(47) 씨와 대구시립예술단 소속 대구시립국악단원인 박민주(43) 씨는 네 자녀 부모다. 2010년 결혼해 이듬해 첫 딸 경민(14)을 낳았고 8년 기다림 끝에 둘째 보민(6)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둘째로 인해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은 부부는 2021년 셋째 민준(4), 지난해 넷째 민성(18개월)을 낳으며 여섯 가족 진용을 갖추게 됐다. ◆선물 같은 네 남매, 그래도 육아는 힘들어 박민주 씨는 현재 네 자녀 육아를 위해 육아휴직 중이다. 셋째 아이까지는 90일 출산휴가만 하고 출근을 했었는데 넷째를 출산하면서 잠시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다. 친정엄마와 함께 아이들을 돌봐주던 외할아버지가 95세의 나이로 2023년 12월 별세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정이다. 엄마 혼자 아이 넷을 돌봐주기엔 무리가 따랐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다 한 가지만 하면 조금은 편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업주부로 살아보니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남편은 직장에서 연차가 올라가면서 바빠졌고 친정엄마도 그동안 미뤄뒀던 일들로 분주해져 혼자 독박 육아를 해야 했다. 어쩔 때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하루가 흘러가 버릴 정도다. 통상 그의 하루 일상은 이렇다. 아침에 남편과 첫째를 출근 및 등교시키고 나면 둘째와 셋째를 아침 먹여 어린이집에 보낸다. 이후 집에 돌아와 청소하고 빨래하고 건조된 옷 개키고 짬짬이 반찬과 이유식 만들며 넷째를 육아하다 보면 둘째와 셋째 하원 시간이다. 두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 놀아주고 가족들 저녁 먹이고 치우고 씻기면 이제 잘 시간이다. 개인 시간이 없다. 하지만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면 자동차로 10~15분 거리에 친정부모와 시부모가 살고 있어 든든하다. 박 씨는 "14년 동안 4명의 아이들을 선물로 얻었으니 기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려 노력한다"며 "하지만 육아와 가사일은 정말로 보통 힘든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아이 넷 키우면서 터득한 요령이라면 아이가 이야기할 때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떼를 쓰거나 짜증을 낼 때도 속상한 마음을 헤아려준다. 그러면 힘든 상황들을 원만히 잘 넘길 수 있고 아이들도 기쁜 마음으로 변하면서 분위기가 좋아진다. 아이들은 부부관계도 돈독하게 만들어줬다. 그는 "다자녀 부모가 되니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여러가지 대처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기는데 그 때마다 남편과 합심해서 처리하게 된다"며 "다투지 않고 의견을 조율하려 애쓰다 보니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고 사랑도 깊어졌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부모도 성장 김홍범·박민주 부부는 아이들을 통해서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이 성숙해지고 몸과 마음도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떼쓰는 아이들을 달래고 뒤치다꺼리하다 보니 인내심도 늘고 마음 속 교만과 쓸데없는 아집, 자존심도 접게 된다. 타인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워지고 게으르고 싶은 육신도 자연스레 단련하게 된다. 김홍범 씨는 "동일한 상황에서 각자 다르게 반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직장이나 사회 속에서 제가 저질렀던 실수 등이 떠올라 반성하게 된다"며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더니 육아를 하다 보면 그 말을 실감하게 될 때가 많다"고 했다. 사실 그도 처음부터 육아에 인내심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첫째 아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처음 아빠가 되고 경험도 없고 사랑의 표현법도 몰라서 놀이터 데리고 가선 혼자 놀게 하고 자신은 휴대폰을 들여다보곤 했다. 떼쓰는 모습도 참지 못했고 크게 울 때는 아이 맘을 헤아리기보다 그 울음소리를 참는 것이 힘들어 본인이 울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과 확 달라져 아이들과 놀이터에 가서 잘 놀아준다. 네 자녀 중 셋째가 떼를 가장 많이 쓰고 힘들게 하는 편인데도 거의 화를 내지 않고 달래준다. 행여 아이 버릇이 나빠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떼쓰는 아이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가끔은 아이 보다는 내 생각이 먼저 끼어들 때가 있다. 최근 중학교 2학년인 첫째의 중간고사 성적이 나왔는데 기대를 안 한다고는 해도 막상 결과를 보니 생각 보다 좋지 못해 화가 나고 실망감이 생겼다. 중간고사 일주일 전부터 독감이 걸려 시험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적표만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나갈 학원비며 교육비가 얼마인데 하는 마음도 들고, 성과도 없는 학원 그만 다니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 숨 돌리고 나니 '아이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기다리는 부모가 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부모로서의 책임감도 늘 되새긴다. 아내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75살까지는 돈을 버는 아빠가 돼야 한다"는 것인데, 가장으로서의 무게가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네 아이는 본인이 살아갈 이유와 동기를 주는 반가운 존재들이다. ◆아이 키우는 게 부담 안 되는 세상 됐으면 김홍범·박민주 부부는 출산가정 또는 다자녀가정에 주는 정부 혜택에 기본적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육아휴직 제도만 해도 박민주 씨는 넷째까지 각각 90일 출산휴가를 썼고, 넷째는 이에 더해 '부부공동육아휴직 6+6제도'에 1년 육아휴직까지 쓰고 있다. 부부공동육아휴직 6+6제도는 생후 18개월 이내 자녀를 둔 부모가 함께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첫 6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월 최대 450만원까지 지급하는 특례 제도라 맞벌이 부부에게 인기가 많다. 박민주 씨는 "과거에 비해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육아휴직 등 국가적인 제도가 많이 개선된 것 같다"며 "부부공동육아휴직제는 막내 때 처음 사용해봤는데 아이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육아휴직을 써도 직장의 눈치를 안 볼 수 없고 경력 단절의 위험도 있어 마냥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육아가 현실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또 육아로 인해 부모가 포기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인 것 같다"며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전적으로 개인 부담이 아닌, 국가 차원의 해법이 있어야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주변 사람들도 자신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은 당신들이야말로 애국자라고 칭찬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이를 키우는 부담과 노력은 부모인 당신들이 다 감당해야 할 텐데 힘들겠네' 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것 같아 그 칭찬이 칭찬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특히 몇 년 후를 생각하면 부부는 걱정이 점점 커진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그렇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학원도 보내야 하고 교육비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박민주 씨는 "기본적으로 한 아이 당 주요 2과목 정도 학원을 보내고 취미나 특기 하나 정도는 가르쳐주고 싶은데, 그렇게 하려면 아이 하나 당 월 100만원은 들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며 "우리는 아이가 4명이니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게 분명한데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부는 자신들 형편 내에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교육방법을 찾아 지혜롭게 헤쳐나갈 생각이다. '항상! 즉시! 기쁘게!'가 가족 구호인 김홍범·박민주 부부는 "인생 최대의 선물인 네 아이들과 현재는 물론 앞으로 그려갈 미래도 늘 기쁘고 감사하게 살아갈 것"이라며 "우리 여섯 가족 좌충우돌하며 나아갈 미래가 너무 기대되고 설렌다"고 했다.
2025-09-25 11:23:45
박언휘 박언휘종합내과 원장은 개원 20주년 기념으로 지난 21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제8회 생명사랑음악회'를 열었다.이날 행사는 가요, 민요, 한국무용, 장구, 색소폰, 라인댄스, 합창 공연 등으로 다채롭게 진행됐다. 박 원장이 직접 수필과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은 가장 큰 축복"이라며 "하나 뿐인 생명을 사랑하고 살리는 일에 시민들 모두 마중물이 되어주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박 원장은 평소 기부 등 나눔활동과 생명사랑운동을 적극 펼쳐오고 있다.
2025-09-22 14:21:33
대구 수성구문인협회(회장 손경찬)가 시(詩)와 패션쇼를 결합한 색다른 시화전을 시도하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수성못에서 열고 있는 '수성시화전'에서다. 협회는 지난 15일 개막식에서 총 67점의 시 작품과 한복이 어우러지는 '시화 패션쇼' 이벤트를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60여 명의 한복 모델들이 각각 시화 한 점을 들고 수성못 둘레길을 행진하는 퍼포먼스였다. '김정아 우리옷' 후원으로 한복을 차려 입은 (사)대구경북모델협회 회원들은 우리 전통음악에 맞춰 격조 있는 퍼포먼스를 펼쳐보였다. 이후 하용부 예인의 춤사위 '영무'와 곽홍랑 시인의 낭송 무대가 이어져 축제 한마당을 연출했다. 이날 개막식을 본 시민 김영중 씨는 "단순한 시화전이 아닌 종합 예술제 같은 행사였다"며 "수성못을 한복과 전통 공연 등 우리 향기로 가득 채웠다는 점에서도 매력 있었다"고 평했다. 손경찬 회장은 "문학과 패션의 만남을 통해 문학의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앞으로 지역 문인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새로운 K-문화 콘텐츠를 창출하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 10일 앙드레김 패션쇼, 12일 독도 패션쇼에도 협회 회원들의 시화를 무대에 올렸다. 한편 이번 수성시화전은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2025 수성못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5-09-18 11:02:44
[화촉] 현병철 대구시 도시건설본부 건설토목부장 장녀 결혼
▶임종원 ·이경열 씨 차남 경헌 군, 현병철(대구시 도시건설본부 건설토목부장·매탑 25기)·윤종숙 씨 장녀 혜주 양. 9월 21일(일) 오후 2시 대구 스타디움컨벤션웨딩 2층 실내홀.
2025-09-17 15:37: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AI 주권과 지속 가능한 공공 파운데이션 모델' 발간
본지 외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이 최근 저서 'AI 주권과 지속 가능한 공공 파운데이션 모델'을 출간했다. AI가 사회구조를 재편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공공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탐구하는 책이다. 그는 AI를 단순한 규제 대상이나 소비재로 보지 않고 사회적 안전망·조율자·선도자로서의 공공의 삼중 책무에 주목한다. 특히 AI가 행정·교육·복지 등 공공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포용적 서비스 설계와 윤리적 기준 정립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임을 역설한다. 아울러 공공 부문이 직접 참여해 신뢰성 있는 인프라와 오픈소스 기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AI는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기술 주권과 공익을 조화시키는 지속 가능한 AI 전략, 국가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책임 있는 길을 설계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학 박사인 저자는 대구교육대 AI교육·컴퓨터학과 겸임교수이자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 초거대AI위원회 위원장, OECD AI Index 개발 작업반 전문가, 한국정보처리학회 전자정부연구회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5-09-17 14:01:20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지속 가능한 관계 구축 방안
지난달 23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지금까지 축적돼온 한일관계의 기반에 입각해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며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우호적 분위기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갖고 협력관계로 정착될 수 있을지 여부다. 한일관계는 양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적지 않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본 전문가인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일본연구센터장)를 만나 한일관계 현주소와 상호 윈윈의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대일외교 추진 전략 등을 들어봤다. -한일관계 현주소를 짚어 달라. ▶한일관계는 지배-피지배, 선진국-개도국의 관계를 거쳐 양국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함께 국제정치의 주요 행위자로 동아시아지역과 세계의 안정 및 번영을 논의하는 파트너 관계로 진입했다. 20세기 전반에 일제의 식민지배로 양국의 운명은 제국주의 국제질서의 주체와 객체로 갈렸다. 20세기 후반에는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단절됐던 한일관계가 정상화됐다. 한일회담 당시 일본의 10분의 1이던 한국의 1인당 GDP는 이제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난 120년 동안 한일관계는 극적으로 변화했다. 역사 및 지리적 인접성 특히 일제에 의한 한반도 식민지배의 기억은 한일관계를 '가깝고도 먼 관계'로 만들었다. 일본은 우리에게 '청산'의 대상인 동시에 생존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할 '협력'의 상대였다.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이후 국력과 체제 가치관의 접근, 교류 기회의 증대에 따라 한일관계는 대칭화·수평화됐다. 역설적이게도 한일의 체제 동질성의 증가에 역비례해 한일관계에서 협력보다 갈등의 요소가 증가했다. 그 배경에는 과거사와 국가전략을 둘러싼 '이중의 갈등구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대의 한일관계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관계는 여러 차례의 부침을 겪었지만, 이 시기에는 '최악의 한일관계'로 불릴 만큼 깊고 긴 대결 국면이 이어졌다. 2012년부터 10년간 양국 정상에 의한 상대국 단독 방문이 없었다. 한일 간에 과거사 갈등이 상시화하고, 이 갈등이 경제 및 안보 등 제반 분야로 확대됐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한일관계가 개선됐지만, 과거사 화해가 국민의 눈높이만큼 진전되지는 못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인 2025년에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기조 위에 대일외교의 목표를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도모'로 설정했다. 지난 8월 이 대통령은 한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셔틀 외교'를 복원했다. 두 정상은 "미래지향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 흔들림 없는 한일,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한국의 정부 교체에 따른 한일관계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고, 이재명 정부의 대일외교가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양국 관계에 영향을 끼칠 가장 큰 변수는 한국과 일본 모두 자국 내 정치 상황의 변화다. 일본의 경우 최근 이시바 총리가 사임 의사를 공식 표명하면서 한일관계에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고, 우리도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현재의 정책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주의 대일외교' 정책 기조 배경은. ▶이재명 정부가 대일외교에서 과거사 문제보다 실질 협력을 우선한 것은 국제질서의 불확실성 대응 차원에서 한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세기 이상 유지됐던 미국의 대중국 관여 정책은 2010년대 후반부터 견제적 요소가 강화되면서 향후 상당한 기간에 걸쳐 미중 간 대결 구도가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2기 정부는 현재 세계 주요국과 관세와 방위비 관련 협상을 벌이고 있다. 눈 앞에 펼쳐지는 미중 전략경쟁과 강대국 정치의 현실에 대해 그 부당함을 주장하는 당위론적 접근이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균형외교로는 국익 확보가 어려워진 것이다. 현 정부의 대일외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일관계 안정화에 대한 일본 측의 적극적인 호응을 유도해 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한일관계에서 과거사 비중의 완화, 한미일 협력의 강화, 지역 및 다자 차원의 협력 확대, 경제 통상, 비전통 협력 및 인적 교류 등 실질 협력의 확대를 기조로 하는 투-트랙 접근법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나가야 한다. 양국의 중장기 국가전략에서 공통분모를 확대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나아가기 위한 공동의 '미래 비전' 채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정착을 위한 과제는. ▶첫째는 '구조적 갈등요인의 관리'다. 한일관계의 구조적 갈등요인을 사전에 대비하고 상황 발생 시 축소 지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강제동원(징용), 구 일본군 위안부, 독도, 교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한일대륙붕협정 등과 같은 돌발 변수를 철저히 관리해 협력의 틀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많은 역대 한국 정부가 출범 당시에는 한일 협력을 내걸었지만 결국은 대립과 갈등으로 막을 내렸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과거사 문제의 경우 한일 간의 인식 차이를 인정하고 이것이 한일 협력을 제약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정치지도자의 의지와 성숙한 국민 의식도 중요하다. 아울러 기존 과거사 합의와 해법은 유지하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가로서 약속을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강제징용 문제의 '제3자 변제안'과 위안부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국민에게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국회에서 초당적인 특별법을 제정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포괄적으로 구제하고 추도위령사업, 조사 및 연구 등을 수행할 재단의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는 '소통과 실질 협력의 확대'다. 한일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정상회담 및 셔틀 외교를 활성화하고, 외교·재무·경제·국방 등 각료 회담과 실무 협의를 정례화해야 한다. 외교·국방(2+2) 각료급 협의체의 신설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당의 의석 변화와 의원의 세대교체 및 국제정세 변화를 반영한 초당파적인 의원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의원연맹 등을 활용해 신흥 정당, 야당 인사와의 정기적 교류를 확대하고, 방한 초청을 통해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국 정상이 합의해 '제3기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를 출범시켜 지속 가능한 한일관계의 토대 구축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하는 것도 건설적인 방안이다. 경제적 상호 의존 확대를 위해서는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CPTPP) 가입 외에 한일 통화 스왑 확대,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민간 주도의 한일경제공동체 논의, 공동의 산학 연구, 경제 안보, 주요 광물 공급망 및 공동 조달, 첨단기술 표준, 사이버 안보, 에너지 협력, 재생 및 수소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회 및 문화 교류 분야에선 상호 문화 개방의 확대, 스포츠 공동 리그 도입, 국제행사의 공동 개최, 관광 산업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외국인 노동자, 지방 소멸, 인프라 노후화, 연금 및 복지 재원 문제 등 양국의 공통 과제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일본인의 한국 방문 증진 방안을 마련해 풀뿌리 차원의 상호 이해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는 '동아시아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협력'이다.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에 비례해 한일 협력과 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이 커졌다. 우리에게 한일 협력은 원활한 한미관계는 물론 대북한 공조, 중국 및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 안정화,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 등 소다자 협력과 동아시아지역 및 글로벌 협력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다자외교에선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을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하고 국제연합, APEC 정상회의, G-20, ASEAN 회의 등 다자회의에서도 상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G7 확대 및 한국의 참여에 대한 일본의 협력도 이끌어내야 한다.
2025-09-14 12:27:56
[리더 열전] 이용수 대구국학운동시민연합 대표 "팔공산 천제단 복원은 한민족 문화·대구정신 회복이다"
'삼국사기' 등 옛 문헌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하늘과 하나됨을 염원하며 가장 높은 곳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 특히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뒤 확장된 국토인 삼산오악(三山五岳)에서 천제(天祭)를 올렸는데, 팔공산은 오악 중 중심 위치에 있는 중악(中岳)이라 전해진다. 하지만 원형이 잘 보전된 태백산 천제단 등과 달리 팔공산 정상부(비로봉)에 있는 천제단은 원형 복원 및 주변 환경 정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팔공산 천제단 복원 사업에 주력하는 시민단체가 있다. 대구국학운동시민연합이다. 이 단체는 그간 우리 민족의 전통사상인 홍익인간정신을 대구정신과 융합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교육하는 사업을 전개해왔다. 팔공산 천제단과 관련한 행보도 그 일환이다. 대구국학운동시민연합은 2003년부터 팔공산 천제단에서 개천절 천제의식을 재현해왔고, 관련 학술대회도 지난 10년간 매년 열어 천제단 복원 필요성과 그 역사·문화적 가치를 확산하는데 힘써왔다. 대구국학운동시민연합의 이용수(62) 대표는 "천제단 복원은 한민족 문화의 복원이자 누구나 하늘임을 증명하는 정신적 복원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며 무엇보다 대구정신의 발로가 홍익인간정신을 토대로 탄생한 것임을 시민들에게 알려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팔공산 천제단이 문화유산 또는 관광 콘텐츠로 활용돼 팔공산의 관광자원화에 이바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향후 계획은 팔공산 천제단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개천문화 대축제'를 여는 것이다. 시민을 위한 천제문화 강연과 청소년을 위한 국학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학술대회의 지평도 넓혀 달빛(대구, 광주) 천제문화 및 한중일 천제문화 학술대회로 확대 추진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팔공산 천제문화는 고루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찾아야 할 마음의 원형"이라면서 "이 원형을 찾는 여정에 시민들도 동참해 대구를 정신문화의 수도, 글로벌 문화도시로 도약시켜 나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 대표는 체육단체인 대구시국학기공협회 초대 사무국장과 회장(3연임), 국채보상운동 유네스코 등재 분과위원회 간사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구체육회 이사, 국채보상운동기념사헙회 이사, 홍익경로무료급식소 운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2025-09-11 17:04:37
[낳아보니 행복이다] 박진석· 윤현주 부부 "가족 많을수록 사랑과 행복도 늘어나죠"
박진석(44) 씨는 환경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친환경제품 제조사업으로 풀어가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다.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건강을 위협하는 석유화학 제품의 대체재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PLA(폴리락틱산)를 소재로 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는데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아내 윤현주(45) 씨는 가정주부이자 사이버대학교에서 사회복지상담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하늘(14, 대륜중학교 1학년), 한별(여·11·대청초등학교 4학년), 한솔(9·대청초등학교 2학년), 하엘 (여·6·자연아이유치원생) 등 네 아이 엄마로서 가정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고 있으며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우선순위 이들 여섯 가족은 함께 하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말에는 다같이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수영, 축구 등 운동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하며 추억을 쌓는다. 이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지켜왔던 루틴이다. 그렇다 보니 네 자녀 모두 운동에 관심이 많고 운동하는 시간 또한 당연한 일과처럼 여긴다. 요즘 이 가족에게 가장 큰 이슈는 매주 금요일 저녁 온가족이 함께 축구동호회에 참여해 땀 흘리며 공을 차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주일 간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풀고 다른 가족들과 교류하며 건강한 가족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박진석 씨는 "아이들이 축구동호회 활동을 너무 좋아해 춥고 덥고에 상관 없이,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도 빠지지 않고 매주 참석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관계를 배우고 사회성을 키워가는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고 했다. 박진석· 윤현주 부부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기 보다 운동과 음악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첫째 하늘은 어린 시절 피아노를 통해 절대음감을 발견하기도 했다. 현재는 축구선수를 꿈꾸며 매일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둘째 한별은 동생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똑 부러지는 성격의 소유자다. 동생들의 방과 후 공부를 도맡아 책임지고, 해야 할 일도 미루지 않는다. 이 집안 유일의 J형(계획적인) 인간인 그는 오빠를 따라다니며 운동하는 걸 좋아하고 태권도와 축구에도 관심이 많다. 셋째 한솔은 예의 바르고 활달한 성격으로 또래 친구들과도 쉽게 어울리는 사교성이 뛰어난 아이다. 어릴 적부터 인사성이 정말 밝아 처음 보는 어르신들한테도 두 손 모아 공손히 인사를 한다. 7살 때 맹장수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어르신들만 보면 끙끙 앓으며 달려가 인사를 해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했다. 막내 하엘은 언니 오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이 집안 귀염둥이다. 춤과 노래를 사랑하고 영어로 말하는 걸 좋아한다. 가끔 아빠에게도 영어로 대화를 걸어와 난처하게 만들곤 한다. 부부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는 이 아이들을 낳은 것"이라며 "아이들이 오히려 부모인 우리 삶을 더 풍성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줬고, 삶에 있어 진정한 의미와 책임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조율하고 협력하며 육아 분담 처음부터 네 아이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둘째까지 낳은 뒤 더 이상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주는 기쁨과 감동이 워낙 커 더 욕심을 냈다. 셋째가 생겼을 때는 기대와 설렘이 컸고 넷째는 반가운 동시에 걱정도 앞섰다. 셋째까지 제왕절개 수술을 한 상태였고 노산에 해당하는 나이에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모든 난관을 헤치고 대학병원에서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는 안도와 함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네 아이와 생활하다 보니 집안은 활기가 넘치고 웃음도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서로가 친구이자 스승이며 조력자다. 자기들끼리 보살펴주고 아껴준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부부는 "아이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관계의 폭도 넓어진다는 의미"라며 "가족은 행복이자 사랑 그 자체로 그 수가 많을수록 그 강도도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이 많다 보니 부부의 육아 분담도 분명하다. 서로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되 일방적인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율해가며 협력한다. 아내는 주로 아이들의 학습, 정서 관리, 일상적인 돌봄을 담당하고, 남편은 아이들과의 야외활동, 운동, 놀이 등을 통해 정서적인 유대와 건강을 책임진다. 남편 박진석 씨는 "제가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다 보니 아침에 네 남매를 챙기는 건 오롯이 아내 몫이라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토요일 하루 만큼은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에도 되도록이면 일찍 귀가해 아이들과 잠깐이라도 놀아주려 노력한다. 토요일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로 나가 공을 차며 놀거나 수영을 하는 등 엑티브한 활동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일요일에는 가족 모두 신앙 생활을 중심으로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공동체 활동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나눔을 실천한다. ◆함께 하는 삶이 가족의 목표 가족이 많다는 건 그만큼 책임이 크다는 의미도 된다. 경제적인 부담은 물론이고 시간과 에너지의 분배도 수가 느는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각 아이의 성향과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부모로서 개별적인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 제약으로 아이들 중 누군가의 희생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박진석 씨는 "같은 시간에 네 아이 모두를 만족시킬 결정을 매번 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아이들에게 이런 상황을 이해시키고 희생을 강요해야 한다는 게 마음 아프지만 배려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각 가정의 책임이 우선이지만 정부의 다자녀가정 혜택도 보다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윤현주 씨는 "다자녀가정 지원책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에 반영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특히 중학생 이상의 자녀가 있는 경우 혜택이 급격히 줄어들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원비 지원이나 체육활동 참여 기회 확대, 다자녀 할인 등은 저희를 포함한 다자녀가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교육비, 문화활동, 보육 지원 등에서 실질적이고 연속적인 지원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며 주문했다. 부부가 꿈꾸는 가족의 미래는 소소하고 담백하다. 그저 지금처럼 앞으로도 함께 하며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 뿐이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각자의 재능과 관심을 찾아 건강하게 자라났으면 하는 것, 또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배우자 둘 사이 관계는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삶의 작은 기쁨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지냈으면 한다. 박진석·윤현주 부부는 "가정이 곧 삶의 중심이 되고, 서로가 삶의 이유가 되는 그런 공동체로 살아가고 싶다"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가족이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모습들이 가정을 중심으로 번져나가 공동체,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비춰지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2025-09-11 12:23:05
[리더 열전] 신승원 한국방언연구소장 "방언은 역사·전통을 가진 지역 말, 당당히 사용하자"
사투리는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을 뜻하고, 방언은 사투리의 개념을 포함하면서 한 언어에서 지역 또는 사회계층에 따라 분화된 말의 체계를 이른다. 이 둘 사이에는 분명 학문적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사투리로 통용되고 있다. 신승원(68) 한국방언연구소장은 이 방언 연구에 48년간 매진한 방언학자다. 대학시절 방언학 수업을 듣고 매료돼 학사와 석·박사까지 이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다. 이후 고등학교와 영남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2015년 명예퇴직한 그는 이듬해 대구에 사설 연구소인 한국방언연구소를 설립하고 관련 책 수집 및 출간을 본격화했다. 5년 연구 끝에 펴낸 '경북 청도 지역어의 조사·연구'(3인 공동 연구)와 '고령지역어 조사연구 보고서 등이 그 결과물이다. '말모이(경북편)' 사투리 사전은 감수자로 참여했다. 이 밖에도 방언 활성화를 위한 강연, 온라인 모임 운영 활동도 꾸준히 펼쳐나가고 있다. 그가 이토록 방언의 가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문화의 다양성' 측면과 '해당 지역의 무형문화 유산 보존' 차원에서다. 방언 속에는 고어를 풀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며 다양한 표현을 통해 우리 문화의 저변도 풍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사투리를 문법에 맞지 않는 시골말로,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현대 서울말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와 달리 일본은 자국 국어대사전에 사투리를 대거 수록하고 엘리트 젊은층에서 수도 도쿄 말보다는 교토 말(우리 경주 말에 해당)을 사용하려 노력하는 등 사투리를 중시한다. 신 소장은 "표준어는 의사소통을 위해 만든 규범적인 말일 뿐 사투리 쓰는 걸 부끄러워하거나 고쳐야 할 무언가로 치부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경상도 사투리도 예전 신라시대 에는 표준어였음을 상기하고 자부심을 갖자"고 역설했다.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방언 연구를 위해 그는 '한국방언박물관' 설립을 꿈꾸고 있다. 설립 후에는 경북 내에서도 경주·포항, 상주·김천, 울진, 성주, 영주 등으로 지역을 세분화해 경북 방언 연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투리 시낭송 대회, 사투리 수필극 대회, 사투리 동화극 대회, 사투리 동영상 제작, 사투리 조사반, 사투리 연구 발표대회 등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이제 경상도 사람들도 시낭송이나 문학작품 등에서 당당하게 사투리로 표현해 말 맛을 제대로 살렸으면 좋겠다"며 "저도 방언이 조상들의 혼이 서린 말, 역사와 전통을 가진 지역 말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9-03 16:09:10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이웃사촌' 민간 교류 활성화
가깝고도 먼 나라였던 한일 양국은 이제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파트너다. 안정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서는 양국 간 정치외교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민간 중심의 미래지향적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웃사촌 간 일관되고 지속적인 인적 교류야말로 한일관계의 미래를 열 수 있다. ◆한일 민간 교류의 중요성 한일 간 인적 교류는 1965년 1만명에서 2024년 1천204만명으로 증가했다. 일본관광청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일 한국인은 882만명, 방한 일본인은 322만명으로 집계됐다. 한일 양국 내 다양한 현안이 있었지만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의 인적 교류는 1천200배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세가 쭉 이어졌던 것 만은 아니다.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대법원 판결, 2019년 일본 경제산업성의 한국 대상 수출 규제 조치 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되자 인적 교류도 급감했다. 2019년 인적 교류는 880만명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고, 2020년은 코로나 등으로 인한 왕래 제한으로 전년 대비 88.4% 감소한 91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교류의 기본이 국민의 자유로운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부 간 관계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양국 간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인적 교류가 양국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사회적 자본(개인과 집단 간 신뢰, 협력, 네트워크로 구성된 무형의 자원)으로 기능한다고 보기엔 현재의 인적 교류가 불안정하는 의미다. 따라서 한일 정부 간 관계의 부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양국 간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민간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일 인적 교류 1천200만 시대의 과제 한일 인적 교류 1천2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교류의 양이 질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교류 증진 필요성에 대한 양국 정부의 의지 부분이다. ▷교류의 양이 질로 전환되지 않는 상황= 동아시아연구원과 겐론NPO가 '상대국에 지인이 있는지'를 물어본 설문 결과를 보면, 최근 9년 사이 한국은 오히려 줄었고 일본은 큰 변화가 없었다. 2014년 한국인은 12.8%가 일본에 지인이 있다고 답했고, 일본인은 17.5%가 한국에 지인이 있다고 했다. 2023년 조사에서는 한국인은 6.6%로 9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고, 일본인은 20.3%로 2.8%포인트 늘었다. 이 기간 양국의 인적 교류 양이 2014년 503만5천명이던 것이 2023년 927만4천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이를 종합해보면 양국의 인적 교류가 양적으로는 늘고 있지만 질적인 성장없는, 상대방 국민들과 접촉하지 않는 단순 관광만 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류의 양이 질적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이 현실은 상호 국가에 대한 이해나 상호 신뢰 등 사회적 자본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패턴은 만화,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산업의 수출입 동향에서도 나타난다. 2023년 기준 한국 콘텐츠산업의 대일 수출액은 22억9천502만2천 달러로, 이 중 1위는 게임이 50% 가량(11억4천410만5천 달러)을 차지했다. 2위는 음악(4억2천908만 달러)이었다. 대일 수입액은 1억1천372만4천 달러(방송 2천903만1천 달러, 게임 1천800만6천 달러 등)였다. 결국 게임 분야를 통한 상대국 이해가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콘텐츠산업의 교류 양 증가가 교류의 질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교류 증진 필요성에 대한 양국 정부의 의지= 인적 교류에 대한 양국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은 상업적 목적 외에도 교류에 대해 공적으로 안정적 지원을 하고 자유로운 교류에 장애가 되는 정책·제도 등은 완화·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일 간 풀뿌리의 상호 이해 및 교류 증진에 대한 양국 정부의 의지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 선언 이후 크게 나아진 바가 없다. 당시 양국 정상은 상호 협력을 효과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기초는 정부 간 교류 뿐 아니라 양국 국민 간 깊은 상호 이해와 다양한 교류에 있다는 인식 하에 문화·인적 교류를 확충해 나간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였다. 아울러 한일포럼 및 역사 공동 연구의 촉진에 관한 한일공동위원회 등 한일 간 지적 교류의 의의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러한 노력을 계속 지지해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후 '한일 시민 100인 대화'나 '한일역사공동위원회' 등 민간 교류 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지속되지 못하고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한일 민간 교류 양적·질적 확대 방안 한일 양국의 민간 교류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문화를 필두로 청소년과 청년층, 정치인·지방자치단체·시민사회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안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문화 교류 확대= 한류가 전세계에 끼치고 있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방송·연예, 문화 등을 매개로 한 교류 확대는 그 중요성이 크다. 이는 젊은층을 비롯해 양 국민들이 상대국 문화를 이해하고 좀 더 가까워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간 교류의 질적 심화 도모 차원에서 제주 올레길과 규슈 올레길 연결 등 양국을 목적지로 하는 여행 프로그램 공동 개발, 양국 내 동일 교통카드 도입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 ▷한일 차세대 교류, 교육에서 취업까지= 현재 한일 공동 고등교육 유학생 교류사업, 한일 미래인재(학사·전문학사) 초청사업, 한일 교환학생 지원 프로그램,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 등 다양한 한일 대학생 교류사업이 진행 중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일 유학생이 양국에서 학점을 인정받고 산업체 인턴·취업까지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양국 내 네트워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한일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의 다각화= 청소년 교류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다.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확대, 양국 청소년 대상 각종 이벤트 기획, '한일 청소년 사무소' 설립 등을 통해서다. 한일 청소년이라면 누구도 빠짐없이 한일 교류의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한일 공동 출자 연구소 설립 및 여행 프로그램 공동 개발= 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한국 및 일본 연구와 관련한 공동 출자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여기에 양국 간 정보(외교문서, 주요 담화 등) 공유 플랫폼을 형성한다면 지적 커뮤니티 내에서 상대에 대한 오해를 제거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의 재구성= 최근 한일 지자체는 종래의 단순 교류(2024년 기준 총 206건의 자매도시·우호도시 결연)를 넘어 실질적인 이득(투자 유치, 수출 확대, 우수 정책 벤치마킹)을 확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 지자체는 초국경적 지역협력(지역 FTA를 포함)을 촉진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두되 일차적으로는 양국 지자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형성을 서둘러야 한다. ▷차세대 정치인 교류= 양국 정치 리더십의 상대국 인식 여하에 따라 혐한·반일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므로 정치권의 교류, 네트워크 형성 노력은 중요하다. 특히 국회의원 보좌진의 경우 국회의원에 대한 지원을 넘어 향후 스스로 정계에 진출하는 예도 많으니 장기적 안목에서 이들에 대한 교류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한일 공생을 위한 목적별 시민 교류 활성화 지원 = 최근 양국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환경 등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한일 공생을 위한 분야별 NGO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기업 등이 이들 사업을 후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도움말 박명희 국회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
2025-08-31 13:30:00
[낳아보니 행복이다] 배준석·김지연 부부 "아이들에게 배우며 삽니다"
대구가톨릭대 교직원인 배준석(42) 씨와 공무원인 김지연(37) 씨는 2016년 결혼해 아들만 셋 낳았다. 첫째 주혁(9)은 초등학교 3학년 생이고 둘째 주호(6)와 셋째 주환(3)은 어린이집에 다닌다. 양육 난이도는 상상 이상이라 하나라도 손이 더 필요한 판이지만 부부는 올 2월부터 떨어져 지낸다. 아내가 경기도 안양시로 전근 발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평일 육아는 배 씨가 근처에 사는 어머니 도움을 받아 홀로 담당하고 있다. 그는 "예전 아내가 육아휴직을 했을 때 '일하는 것보다 아이 키우는 게 더 쉽지 않냐'고 핀잔을 준 적이 있는데 망언도 그런 망언이 없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이런 반성을 기반으로 지금은 가사와 육아에 있어 남편들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변에 설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각 바퀴로 돌아가는 주말 부부의 육아 일상기 현재 배준석·김지연 부부의 육아는 삼각 구도로 진행된다. 평일은 배준석 씨와 그의 어머니, 주말에는 부부가 함께 하는 식이다. 어머니는 평일 오전 6시 45분이면 어김없이 아들 집에 찾아와 아침 식사를 챙겨주고 두 손주의 어린이집 등원도 시켜준다. 이후 본가로 돌아갔다 오후 4시 또다시 아들 집에 들러 저녁식사 준비를 해주고 귀가한다. 배준석 씨는 퇴근 후부터가 본격적인 육아 시간이다. 근무시간(학기 중)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라 퇴근 후 곧장 피아노학원에 있는 둘째 아이와 어린이집에 있는 셋째 아이를 데리러 간다. 하원 후 이들 삼부자가 향하는 곳은 집이 아닌 놀이터다.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아이들인지라 1시간 정도 실컷 뛰어놀게 해야 밥도 잘 먹고 밤에 잠도 잘 잔다. 집에 와서는 아이들 씻기고 저녁 먹이고 공부를 봐준 뒤 다 같이 보드게임을 하거나 산책을 나간다. 돌아와 아이들이 잠이 들면 청소와 세탁기를 돌리는 것까지 다해야 그의 일과가 마무리된다. 아내 김지연 씨는 금요일 밤에 집에 와서 월요일 새벽에 올라간다. 주말에는 아내가 가족들 식사와 아이들 공부를 맡고, 남편은 청소와 세탁을 책임진다. 온가족이 함께 하는 유일한 시간이 주말이라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 노력한다. 토요일 오전에는 온가족이 두류공원 산책을 가거나 두류도서관에 책을 보러 간다. 오후에는 첫째와 둘째를 남산성당 주일학교 및 어린이미사에 데려가고, 끝나면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다. 아이들이 잠이 들면 이때부터 부부의 육퇴(육아 퇴직) 파티가 시작된다. 먹고 싶은 배달음식을 시키고 술도 한잔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일요일에는 등산과 캠핑을 하며 여가를 즐긴다. 아이들에게 등산이 좋다고 해서 길이 평평한 편인 가산산성(경북 칠곡군)에 주로 가고, 캠핑은 코로나 시기부터 아이들이 좋아해 꾸준히 다니고 있다. ◆다자녀가정 부모 인사정책,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지 않게 배려해주길 아내가 없는 나흘 밤마다 둘째와 셋째 아이는 엄마 보고 싶다고, 언제 오냐고 칭얼거린다. 이럴 때마다 배준석 씨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엄마가 가장 필요할 시기인데 그렇지 못해 아이들이 측은하고, 엄마의 부재를 본인이 채워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혼자 애들 셋을 돌보다 보니 세 명 모두에게 관심을 줄 수 없는 것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첫째와 체스 게임을 하게 되면 둘째와 막내에게 소홀해지고 둘째와 레고를 하면 첫째와 막내에게 소홀하게 된다. 물론 자기들 끼리 잘 놀기는 하지만 아빠로서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 다자녀를 둔 공무원이나 회사원 등에는 가정을 꾸리고 있는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인사정책을 펴줬으면 하는 것이다. 배 씨는 "현실적으로 다자녀가정의 배우자 한 명이 거리가 먼 타지역으로 발령이 나버리면 너무 힘들어진다"며 "인사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고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배려해 주십사 하는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자녀가정 지원정책으로는 일회성 지급이 아닌 꾸준히 누릴 수 있는 전기세, 가스비 지원 확대가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 돌봄, 방과후 교육의 경우에도 세 자녀 중 셋째에게만 혜택이 있는데 모든 자녀로 확대하고 다자녀 입장료 할인도 늘어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아이들 개개인에 집중합니다" 배준석·김지연 부부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 느낀 바가 있다. 아이들은 각자만의 특성과 성장 속도가 있기에 부모는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꾸준한 사랑과 관심만 주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도 세 아이 중 말이나 걷기 등 발달이 더딘 아이가 있어 속상해 하고 자책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더니 성장이 빠른 아이에 비해서는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성급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이 집은 '다른 아이들과 절대 비교하지 않는다'는 교육 철학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운다. 실제 세 아이는 개성이 뚜렷하다. 첫째 주혁은 호기심이 많다. 세상 모든 현상에 대해 "왜"라고 질문을 던진다. 학교에서는 발표를 잘해 발표왕으로 뽑히기도 했다. 피아노, 축구, 검도도 좋아한다. 최근에 열린 대구광역시장기 검도대회에선 동메달을 땄다. 둘째 주호는 밝고 잘 웃는 미소 천사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길 좋아해 레고와 킹콩블록으로 곤충과 놀이기구, 로봇도 만들어낸다. 삼형제 중 정이 가장 많아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놀러 나갈 때면 형과 동생도 같이 가는지 항상 챙긴다. 막내 주환은 눈치가 빠르고 영리하다. 말을 빨리 배웠다. 장난감 가게에 가면 어려운 영어식 로봇 이름을 술술 다 외워 말한다. 아빠가 지쳐 있을 때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빠 힘내세요" 하고 노래를 부른다. 다른 형제가 말을 안 들어 혼을 내면 본인이 나서 애교를 부리며 무거웠던 집안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꿔주기도 하는 센스쟁이다. 삼형제의 공통점이라면 다자녀가정에서 생활하면서 양보와 배려, 협동, 질서 등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잘 습득해 실천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을 갈 때도 동생이나 형이 먼저 들어가 있으면 기다리고, 화장실이 급한 형제가 있을 때는 양보를 해 먼저 사용하게 해준다. 레고를 만들 때면 다 함께 만들면서 협동을 배우고, 놀이를 할 때는 막내를 배려해준다. ◆가족이 주는 힘, 인생 살아갈 힘 "사랑하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배준석·김지연 부부의 소회다. 부부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순수한 마음을 보고 있으면 외부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나 부정적인 감정이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에게 받는 위로도 크다. 세 아이의 특성이 서로 다르기에 서로 다른 방법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자신의 삶을 한번 더 돌아보게 된다. 배 씨는 "아이들에겐 배울 점이 참 많다"고 강조했다. 정의감이 투철한 첫째를 보면 불의와 부정을 보고 모른 척 하거나 방관했던 내 양심을 돌아보게 되고, 정이 많아 주위사람을 잘 챙기는 둘째를 보면 나 자신을 우선시했던 이기적인 생각을 돌아보게 된다. 애교가 많고 말 한마디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셋째를 보면 말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며 주변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는 요즘에는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는 아빠가 되기 위해 체력 단련에 열심이다. 3년 전부터 직장에서 점심시간마다 러닝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대구마라톤 풀코스도 완주했다. 마지막 결승점에서 가족들 모두 나와 응원해준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 아내 김지연 씨도 최근 달리기를 시작했고 아이들도 달리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다 함께 마라톤대회에 참가해보는 게 꿈이다. 가족 종교가 가톨릭이고 걷는 것도 다들 좋아해서 천주교 순례길인 한티가는길도 함께 완주해보고 싶다. 배준석·김지연 부부는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며 "가족이 많은 만큼 인생 희로애락도 서로 힘이 되어주며 수월하게 건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대한 즐기면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2025-08-28 13:30:00
[리더 열전] 최주원 광복소나무사랑모임봉사단 회장 "정부는 방치된 광복 기념물 조사·발굴 및 보존에 관심 가져야"
대구시 동구 평광동 단양 우씨 재실 첨백당 앞에 서 있는 수령 100년의 소나무. 1945년 해방을 기념해 단양 우씨 집성촌 청·장년들이 심은 것이다. 이 소나무가 알려진 것은 2004년, 당시 대구 동구 도평동 최주원 동장이 소나무 유래를 조사하면서다. '광복소나무'란 이름도 그때 붙여줬다. 그만큼 광복소나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던 그는 공직 퇴직 후 관련 행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2013년 8월 15일 '광복소나무사랑모임 봉사단'을 창립하고 매년 광복소나무 무병장수 기원행사, 정기 모니터링을 통한 보호·관리, 유래비 건립 등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단 창립과 함께 회장도 줄곧 맡고 있다. 창립을 계기로 그는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 광복 기념물 발굴·조사에 나섰다.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봉사단 차원에서 직접 착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현재까지 기념 식수(소나무) 5곳, 기념비·탑 18곳 등 총 23곳을 발굴했다. 이를 바탕으로 봉사단은 이달 한 달 간 광복회대구지부 항일 독립운동 체험학습관과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에서 전국 최초로 '광복 기념물 사진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최 회장은 개인적으로 잊혀져 있던 독립운동사를 세상에 알리고 후손 없는 독립운동가가 서훈을 받도록 하는데도 일조했다. 2018년 대구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시민추진위원으로 위촉되면서 동구 미대마을에서 인천 채씨 문중 등 8명이 주도한 '여봉산 3·1독립만세운동'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계기다. 이후 이 운동을 재조명하기로 마음먹고 이듬해 채씨 문중 및 공산지역 유지들과 '미대 여봉산3·1독립만세 기념비 건립위원회'를 발족한 그는 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자료를 손수 정리하고 미대마을 앞 공원에 기념비를 제막했다. 2020년에는 애국지사 8명 중 후손이 없어 독립운동가로 등록받지 못한 권재갑 선생이 마지막으로 등록됐는데, 이 과정에서도 그는 입증자료와 공적조서 작성,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서 제출 등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았다. 2024년엔 여봉산3·1독립만세 기념비의 현충시설 지정을 신청해 올 4월 공식 지정됐다. 이 밖에도 그는 태극기 기증 및 달기 운동, 대구 찬가(능금꽃 피는 고향) 노래비 건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구 사랑, 나라 사랑 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행정안전부장관상, 대구시장상, 금오대상 등을 수상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바라는 바가 있다면 광복소나무가 대구시 '자연유산'으로 지정되고 대구시티투어 코스에도 선정돼 역사교육 체험장과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며 "나아가 무관심하게 방치된 광복 기념물에 대해 정부는 좀 더 관심을 갖고 보존해 후세에 물려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거 대구 경제 발전과 인재 육성의 밑거름이었던 대구사과에 대한 '역사문화체험관'이 꼭 건립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2025-08-21 15:55:06
[리더 열전] 문상직 팔공산예술인회장 "팔공산 이웃 예술인들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팔공산예술인회는 2008년 팔공산 일대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회원은 총 44명으로 회화, 조각, 공예, 염색, 음악, 무용, 서예, 건축, 문학 등 분야도 다양하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정기 전시를 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는 회원 중 한 명을 선정해 개인 초대전도 열어주고 있다. 정은기(조각), 김지희(염색), 변유복(조각), 권대자(문학), 김영창(도자공예)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팔공산예술인회 회장은 '양(羊) 그림'으로 유명한 문상직(77) 화백이 맡고 있다. 창립 그해부터 현재까지 무려 18년째다. 사정을 모르는 이라면 감투를 좋아해서 그런 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실은 회장을 맡으려는 사람이 없어서다. 회비를 일절 걷지 않으니 전시 등 행사에 드는 비용은 오롯이 회장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후원금을 받아 경비를 조달하거나 사소한 부분은 본인 사비로 처리한다. 문 회장은 "지금까지 살면서 무슨무슨 단체 수장 제의가 수없이 들어왔으나 체질상 맞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인으로 사는 게 인생 모토라 전부 고사해왔다"며 "딱 하나 예외 케이스가 팔공산예술인회인데, 회원들이 다 이웃사촌들이라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겠다 싶어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공산예술인회에 대한 자부심과 동료 사랑도 크고 깊다. 그는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어야 우리 모임에 들어올 수 있는데, 엄태조 회원만 봐도 국가무형유산 제55호 소목장 보유자로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엄 회원을 비롯해 작업환경이나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이들이 너무 많으니 그나마 형편이 나은 나라도 도울 수 있으면 무엇이라도 도우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팔공산예술인회 회원 중 고령이거나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종종 먹거리나 과일 등을 사서 안부도 확인할 겸 들여다본다. 회원들의 애로사항을 상담하고 해결해주는 역할도 도맡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그를 두고 '팔공산 원님'이라 부르기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팔공산예술인회와 일반인들을 연결하는 '예술인 작업실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대중과 예술인의 상호 접점을 넓혀야 문화 저변 확대도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문 회장은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했으니 그 위상에 걸맞게 문화예술도 팔공산에서 활짝 꽃 피울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 중심에 팔공산예술인들이 든든히 버티고 있을 테니 시민들도 많은 관심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2025-08-18 15:24:20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4)실익 중심의 경제 협력 확대
세계무역 질서의 변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한일 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양국이 직면한 여러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단독 대응 보다는 상호 보완적 경제 협력 모델로 공동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일 경제 협력의 방향성을 주도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능동적 대응도 요구된다. 전략적 협력 아젠다 설정, 정치적 변수로부터 경제 협력 분리, 민간 중심의 지속가능한 협력 생태계 조성 등에 힘써야 한다.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 경제관계 구축 과정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 경제관계는 자금, 기술, 통화 협력 순으로 변화해왔으며 일본 주도, 수직적 분업, 대일 무역적자 고착이 특징이었다. 청구권자금은 일본 수출을 촉진하는 구조였고 이후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했으나 소재, 부품 분야에서는 일본 의존이 지속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통화 협력이 강화되며 관계가 확장됐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한국의 국산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대일 무역구조에 균열이 생겼다. 독도 방문,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정부 간 충돌이 잦아지면서 경제 협력도 흔들렸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냉각된 관계는 2023년 셔틀외교 복원과 수출 규제 철회로 정상화의 전기를 맞았다. 하지만 2025년 트럼프 재집권과 글로벌 환경의 급변 등으로 다시 불확실성이 증대된 만큼 한일 양국의 경제 협력도 보다 독자적이고 유연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한일 경제 협력의 필요성 증대 한일 양국이 경제 협력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글로벌 패러다임이 새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먼저 지정학(지리적 위치 관계가 국제 정치·안보·경제에 미치는 영향)·지경학(경제적 힘을 이용해 다른 나라에 영향을 주는 것) 리스크의 구조적 심화 요인이다. 21세기 들어 글로벌 공급망은 '저비용·고효율'에서 '탄력성·안정성'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에너지 공급망이 붕괴된 데 이어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대만해협 긴장 심화로 반도체, AI, 배터리 등 핵심 전략물자의 공급망도 지경학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세계은행(2023)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 붕괴 취약도 순위에서 한국은 1위, 일본은 7위를 기록했다. 두 나라 모두 에너지, 식량, 핵심 소재·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자국 내 생산 만으로는 안정적 조달이 어려운 구조이므로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거버넌스가 재구축되면서 가치동맹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내 정치 양극화와 자국중심주의(America First) 기조는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다자체제는 사실상 무력화되고 미국이 주도하는 일방주의 통상정책이 본격화됐다. 여기에 중국은 대만해협, 남중국해, AI·반도체 등 전략산업을 둘러싼 지정학·지경학적 불확실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따라서 '미중 양강구조 + 다자체제 약화 + 중견국(미들 파워) 역할 증대'라는 복합 패턴 속에서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등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은 글로벌 거버넌스 재편 과정에서 협력할 이유가 다분하다. 첨단 기술산업의 패러다임 전환도 빼놓을 수 없다. AI, 반도체, 양자컴퓨팅, 바이오, 우주항공 등 첨단기술 산업의 급부상은 국가 간 경제력과 안보력의 핵심 지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은 막대한 자본 투입, 고급 인재의 대규모 확보, 생태계 내 기업·기관 간 수평·수직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단일국가 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양국의 기술·인재·자원 풀링(pooling·공용화)이 필요하다.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 또는 제3세계 국가) 전략과 시장 확대 차원에서도 한일 양국의 협력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동남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의 경제·인구 잠재력이 부상하는 가운데, 양국은 경제 협력을 통해 시장 확대 이익을 누릴 수 있다. DX(디지털), GX(그린), BX(바이오)를 연계해 표준체계를 공동 구축하고, 글로벌 사우스 시장 진출 및 투자 확대를 통해 상호 윈윈의 협력모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경제안보 이슈(반도체 핵심 소재, 데이터·통신 인프라 등)의 심화, 트럼프 변수, 한일의 변화된 무역 분업구조 등은 한일 경제 협력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미래지향적 한일 경제 협력 방안 한일 양국이 한계를 극복하고 협력의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첨단 제조업, 탈탄소 인프라 구축, 노동시장 및 자본시장 등에서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공급망 협력 모델= 한국은 중국의 요소수 수출 규제로 물류 대란을 경험했고, 일본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었다. 광물, 식량, 에너지, 원자재 등 전략물자 리스트 상호 매핑(mapping), 공동 비축 및 조달 인프라 구축, 기술·R&D 협력 등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에 공동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제3국 공동 농업투자 및 계약 재배, 공동 조달·비축 체계 구축 등을 통한 식량 협력과 LNG 공동 구매 및 카고 스왑(Cargo Swap, 물량 교환) 확대, 수소·암모니아 청정에너지 협력 등 에너지 공급망 협력도 필요하다. ▷첨단 제조업 협력 모델= 일본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강점이 있고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대량 생산과 시스템 통합 역량이 뛰어나다. 양국이 첨단산업의 가치사슬 전 단계에서 중복 투자 최소화, 공급원 다변화, 공동 비축체계 구축 등 상호 보완적 협력을 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막대한 투자와 고급 인재의 확보가 필수인 첨단산업에서 한·일은 미·중에 비해 단독 대응에 한계가 있으므로 자본과 인력의 상호 보완·공유로 기술개발 속도와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6G, AI 윤리, 양자 암호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국제표준 선점도 양국이 협력할 부분이다. ▷탈탄소 인프라 구축 협력 모델=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 IRA 등 글로벌 기후 규범 강화 속에서 탈탄소 인프라를 선제 구축하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린 수소, 암모니아, CCS(Carbon Capture & Storage, 탄소 포집·저장) 등 탈탄소 인프라 구축은 막대한 초기 투자와 장기간의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일 양국은 자본·기술·인재를 풀링해 투자 위험을 분산하고, 수소·암모니아 생산·운송· 저장·활용 모든 단계에서 공동 투자 및 기술 개발 추진으로 사업화를 가속화해야 한다. 양국이 탈탄소 인프라 개발 경험과 금융 역량을 결합하면 제3국 시장에서의 공동 진출과 경쟁력 제고도 가능하다. ▷노동시장 및 자본시장 통합 모델= 한국은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고 일본은 숙련 화이트칼라 인력 수요가 높다. 양국이 노동시장 연계 및 통합을 한다면 각자가 가진 경제·사회적인 구조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일 간 자본시장도 기본적으로 자유화돼 있기는 하지만 금융상품 상호 진출, 기업의 상장, 결제·청산 인프라, 금융감독 공조 등은 미흡하다. 따라서 자본시장 통합 노력을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통화 스왑(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교환하는 계약) 확대 및 결제시스템 연동을 통해 환리스크 완화 및 금융위기 대응능력도 강화할 수 있다. 나아가 한국과 일본이 공동 금융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가 주도하는 동북아 금융허브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도움말 이창민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2025-08-17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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