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년층 "한 표가 무서운 거 아니에요?" 소중한 한 표 행사한 유권자들

허리 굽고 몸 불편해도 '당연한 권리' 행사해야 한단 목소리
"과거 정치권은 경쟁해도 지금처럼 헐 뜯고 싸우진 않아" 각성 촉구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혀 내두르고, 청년층 미래 걱정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인 10일 오전 대구 달성군 비슬초등학교에 마련된 유가읍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인 10일 오전 대구 달성군 비슬초등학교에 마련된 유가읍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60대 이상의 노년층은 4·10 총선 본투표의 '주류'를 차지했다. 이들은 투표권 행사는 자랑이 아닌 '당연한 일'이라면서 정치권이 각성하고 청년층까지 챙길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선거철마다 '투표하지 마시라'는 취지의 막말 피해자가 되곤 하던 노년층의 투표 열기는 누구보다 뜨거웠다. 이날 오전 대구 대구시내 투표소 곳곳에는 유난히 노년층 유권자들이 많이 눈에 띄어 이들의 높은 '적극투표 의향'을 방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유권자 1천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차 유권자 의식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60대는 89.0%, 70대 이상은 94.6%의 적극투표 의향을 드러냈다. 이는 18~29세(50.3%), 30대(68.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날 오전 9시쯤 동구 효목2동 투표소를 찾은 김모(86) 씨는 두 다리가 성치 않고 허리도 굽어 10분이 채 안 될 거리를 20분 넘게 걸어왔다며 다소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는 허리가 불편한지 투표소 앞에 주차된 차량을 짚으며 쉬기도 했다. 김씨는 "다리도 아프고 투표하러 오기 참 힘들었는데 그래도 꼭 한 표 행사하고 싶었다"며 "한 표가 무서운 것 아니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남구 봉덕동 한 투표소도 유난히 고령층 유권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지팡이를 왼손에 짚은 채 홀로 투표를 하러 온 이모(90) 씨는 소감을 묻자 "소감이랄 게 있나, 당연히 해야 하는 걸 한 거다"며 손사래를 쳤다.

중구 성내2동 투표소를 찾은 김순애(90) 씨도 최근 받은 다리 수술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20분을 걸어 투표소까지 왔다고 했다. 김 씨는 "투표는 우리의 권리이기 때문에 매번 빠짐 없이 참여한다"면서도 "과거에는 경쟁을 했어도 지금처럼 서로 헐뜯고 싸우지는 않았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이 어떻게 될 지가 걱정이 크다"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수십번의 선거를 치러온 노년층도 올해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혀를 내둘렀다. 글씨가 빼곡해 알아보기 힘들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석홍(81·달서구 감삼동) 씨는 "이번에는 정말 비례대표 용지가 길더라. 내가 찍고 싶은 정당을 찾느라 한참 걸렸다"고 했다.

청년을 위한 정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노인들도 많았다. 황재웅(65·달서구 감삼동) 씨는 "단순히 유권자가 많고, 충성심이 높다고 해 노년층을 공략하는 공약이 빗발치고 있는데 우리보단 다음세대, 청년을 위한 정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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