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1억5천만원 후원 15분 만에…"좋은 정치 할 것"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후원회 개설 15분 만에 모금 한도액 1억 5천만원을 모두 채웠다.3일 한 의원실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시작된 한 의원의 정치후원금 모금은 개시 15분 8초 만에 한도액 1억 5천만원을 채우며 마무리됐다.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후원회 개설 소식을 알린 데 이어, 곧바로 마감 사실도 전했다.한 의원은 "후원해 주신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꼭 좋은 정치 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한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후원회의 평균 후원금은 7만2천491원으로, 전체 후원자의 96.2%가 10만원 이하를 후원한 소액 후원자였다.이로써 한 의원은 정치자금법상 연간 후원금 모금 한도를 모두 채우게 됐다.관련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선거가 있는 해 최대 3억원까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한 의원은 지난 5월 13일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도 1억 5천만원 한도의 후원금 모금을 진행한 바 있다.당시에는 후원이 급격하게 몰리면서 전산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때 후원은 약 19분 만에 마감됐다.
배재고, 광주일고 찾아 사과한다…5·18 묘지 참배 예정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도중 광주제일고 선수들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등의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오는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하기로 했다.3일 광주시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과 지도자·학부모·교직원 등 80여명은 오는 6일 오후 3시 광주일고를 방문한다.배재고 일행은 광주일고 학생 및 지도자들을 만나 사과의 뜻을 전하고, 함께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기로 했다.앞서 이효준 배재고 교장은 지난 1일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광주일고 방문 의사를 전달했다. 다만 당시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시험 기간인 점, 학생들의 심리 안정이 필요한 점 등을 들어 당일 방문은 재고해달라는 뜻을 밝혔다.광주일고는 배재고 학생 선수들이 잘못을 반성하고, 새롭게 시작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취지에서 사과 수용 의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배재고 야구부의 일부 학생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왕중왕전 경기 도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의 구호를 외쳐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이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배재고에 전국대회 출전 금지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정 과정에서 자신이 배제됐다며 원내지도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경제 분야 상임위원장을 희망했지만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주장이다.이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상임위원장 인선 결과를 언급하며 "정치보복인가, 위원장을 한번도 안 한 나를 쏙 빼고 상임위원장 나눠먹기를 끝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세상에 이런 비합리적인 조직이 어딨느냐"며 "나야 위원장 안해도 그만이지만 최소한 공당으로서 공적 책임감은 갖고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적었다.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통상 3선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이 국회의 관례로 여겨지지만, 현재 3선인 이 의원은 이번 인선에서 제외됐다.이 의원은 자신의 경력을 거론하며 "나는 투자전문변호사이자 산업계 출신으로 대선 때 후보직속 경제성장위원장으로 경제성장전략보고서를 만들었고 당 AI강국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계속 맡아왔다"며 "소위 경제산업분야 위원장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지원했고 적어도 그 중 하나는 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원내지도부는 상의하겠다고 하고서 제대로 된 상의는 없었고, 최종명단에서는 내가 빠져 있었다"고 주장했다.과거 민주당을 탈당했다가 복당했던 사실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또 다시 탈당 같은 건 안한다. 쫓아내려면 쫓아내라 내 발로는 안 나간다"며 "돌아올 땐 각오하고 돌아왔다. 이 당을 반드시 바꾸겠다고. 남을 조롱하고 낄낄대며 왕따시키며 좋아하는 일진 분위기, 허위사실이나 유포하며 상대를 악마화시키며 네거티브로 경쟁하는 비생산적이고 저열한 그런 정치판을 끝내자고"라고 밝혔다.이어 당내 자신의 입지에 대해서는 "이젠 민주당에도 나랑 뜻을 같이 하는 당원 지지자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내가 민주당에서 중도보수를 대변하는 '뉴이재명' 대표주자 아닌가. 조국 사태 당시의 삭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내로남불과 위선의 상징 조국의 강을 건너자고 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내 말이 맞았다며 함께 한다는 깨어있는 당원들도 많다는데에 큰 위안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롤러코스터 장세 '빚투' 강제 청산…증권사도 대출 빗장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대를 돌파했다가 다시 7000대로 밀리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빚투' 투자자들이 위태로운 줄타기에 내몰리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운데 급락 때마다 반대매매가 급증하자 증권사들은 증거금률을 올리고 대출 문턱을 높이며 잇따라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7조339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초(27조4207억원)보다 6개월 만에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달 24일에는 38조6328억원까지 올라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20조1000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빚투가 불어난 배경에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5차례, 사이드카는 29차례 발동됐다.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간 기록(26차례)을 이미 넘어섰다.지난달 29일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장 중 97.99까지 올라 한국거래소가 지수를 공식 발표한 2009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쏠린 데다 지난달 말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진폭을 키웠다.문제는 하락 국면에서 빚투가 낙폭을 더 키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주가가 떨어져 담보 유지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증권사가 투자자 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늘어난다.매도 물량이 장 시작 전 동시호가에 몰리는 만큼 낮은 가격에 체결돼 손실이 크고, 이렇게 쏟아진 물량이 주가를 더 끌어내려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반도체 대형주에 쏠린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손절, 마이너스통장을 동원한 개인의 강제 청산까지 겹치면 매도 압력이 단기간에 집중될 수 있다.실제 지난달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금액은 1조1228억원으로 올 들어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5월(7076억원)보다 58.6% 늘었다. 상반기 전체로는 3조원 넘게 강제 청산이 이뤄졌다.당국은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증권사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를 소집해 신용융자와 미수거래 관련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신용융자 한도가 소진되면 미수거래로, 다시 매도금담보대출로 이어지는 '빚투 돌려막기' 구조도 들여다보고 있다.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빚투 확산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증권사들도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일부터 증거금률 20~30%가 적용되던 일부 종목을 40%로 일괄 상향하고 증거금 만기 연장을 중단했다. 메리츠증권은 에쓰오일·크래프톤 등 12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기존 30~50%에서 100%로 올렸다. 증거금률이 100%가 되면 신규 신용융자와 만기 연장이 모두 막힌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신용융자 한도를 일시 제한했고, 키움증권은 일부 종목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고 증거금률을 상향했다.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 빚투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증권사 한 프라이빗뱅커(PB)는 "2배 레버리지 ETF 수급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에 쏠려 있어 무질서한 가격 변동성에 노출될 위험이 큰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주식 매수를 위해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투자금을 차입한 경우 대출조건과 담보평가 기준, 반대매매 실행 조건을 꼼꼼히 살펴보고 만일을 대비해 미리 현금 또는 담보를 확보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던 중 도로에 쓰러져 있던 60대 여성을 순찰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현직 경찰관이 수사를 받고 있다.인천 미추홀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모 지구대 소속 20대 여성 A 순경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A 순경은 이날 오전 0시 45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이면도로에서 순찰차를 운전하다가 도로에 쓰러져 누워있던 60대 여성 B씨를 보지 못하고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당시 A 순경은 같은 지구대 소속 C 경사와 함께 "길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취지의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구조해야 할 대상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차량으로 밟고 지나가면서 사망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다소 어두웠고 좌회전 구간과 맞닥뜨리는 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A 순경은 조사에서 "도로 위에 B씨가 누워있는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 관계자는 "사고 현장 인근의 CCTV 영상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정밀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한편, 조수석에 동승했던 C 경사의 경우 직접적인 주의 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되어 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7월 장마+폭우+태풍+폭염 일제히 시작? [금주의 이슈]
6월 대한민국 여름 날씨는 비교적 점잖게 지나갔다. 여름 초입이면 나타나는 집중호우와 태풍에 따른 피해 소식은 없었다. 그러나 과거 기록을 보면 7월은 늘 긴장감을 높여야 하는 시기였다. 아울러 올해는 '슈퍼 엘니뇨'라는 한국 뿐 아닌 전 지구적 기상 변수도 주시해야 한다. 지나간 여름(6월)보다 더 많이 남은 올해 여름의 기상은 어떤 모습일까? ◆태풍 무풍 끝나나 지난 6월 말 한반도 남쪽 멀리 태평양 바다에서는 7호 태풍 메칼라와 8호 태풍 히고스가 동시에 활동했다. 태풍 발생이 점차 잦아진다는 신호다. 태풍 2개 또는 3~4개가 함께 움직이며 이 중 한반도행 태풍도 예상된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매년 7월이다. 다만, 지난해 국민들은 태풍 뉴스에 시큰둥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모두 27개의 태풍이 발생했지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없었다. 모두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로 비껴간 것. 2009년 이후 16년 만에 다시 기록된 '영향 태풍 0개'의 해였다. 그러나 2024년엔 8월에 9호 태풍 종다리와 10호 태풍 산산, 2023년엔 7월 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하거나 영향을 주는 등 태풍은 거의 매년 이즈음부터 전 국민을 초긴장 모드로 만들었다. 실제로 기상청 평년 통계상 태풍은 7월부터 발생 수와 우리나라 영향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늘어난다. 1991~2020년 평균으로 7월에 태풍 3.7개가 발생하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도 1.0개로 증가한다. 일명 '가을태풍'이 오는 시기인 8~9월은 이 흐름이 더 강해지는 시기다. 통계 작성 이래 2년 연속으로 한국이 태풍 무풍 지대였던 적은 없었으니, 올해 7월부터는 한반도행 태풍 소식에 귀를 좀 더 기울여야 한다. 물론, 태풍이 반드시 상륙해야만 위험한 건 아니다. 태풍이 남쪽 바다의 수증기를 밀어 올리고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바람길을 바꿔 정체전선과 만나면 강수대를 강화할 수 있다. ◆7월 폭우의 기억 7월부터는 집중호우 가능성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늦은 봄부터 여름까지의 강수는 특정 시점에 몰아 내리는 경향을 보였다. 계절 단위나 월 강수량 평균 통계가 사실상 무의미하게, 엄청난 시간당 강수량 및 누적 강수량의 비가 도시 배수시설, 지하차도, 반지하 주택, 하천변 산책로, 산사태 취약지를 때렸다. 지난 2년 기록을 살펴보자. 2024년 7월과 2025년 7월 두 해 다 비가 여름 전체에 고르게 흩어지지 않고 장마철 또는 7월 중순 전후에 강하게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사실 2024년 여름 전국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장마철만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름철 강수량 대부분이 장마철에 집중됐고,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았다. 좁은 구역에 강한 비가 쏟아지는 사례가 잦았다. 7월 10일 전북 군산 어청도에서 시간당 146.0mm의 비가 관측됐다. 7월 17일에는 경기 파주와 의정부 등 수도권 북부에 시간당 100mm 안팎의 많은 비가 내렸다. 7월 24일에는 부산 사하에도 112.5mm의 비가 내렸다. 7월 내내 전국이 비에 잠긴 게 아니라, 강력한 집중호우가 반복됐던 셈이다. 2025년 7월은 좀 더 극단적인 사례다. 월 전체 강수량만 보면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적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상·하순에는 비가 거의 없었고, 중순에 비가 몰렸다. 그해 7월 16~20일 북서쪽 찬 기압골과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덥고 습한 공기가 맞물리며 전국적으로 200~700mm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렸다. 7월 17일 충남 서산에 1시간 만에 114.9mm가 내렸고, 같은 날 1시간 동안 광주에도 76.2mm가 내려 도심이 침수됐다. 국민들에겐 좀 더 앞선 2022년 8월 8일 서울 동작에서 1시간 최다강수량 141.5mm가 측정되는 등 서울 강남을 비롯한 중부권에서 폭우 사태가 발생한 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기상청은 올여름 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6~7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대체로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 역시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더운 공기와 많은 수증기,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변동성이 겹치면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에 예측 수준을 넘어서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 단순히 비가 많이 오는 게 아니라 비가 몰려 온다는 점이 중요하다. 장마철 전체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해도, 하루나 며칠 사이에 쏟아지면 곧장 재난이 된다. 초여름이 건조하고 더웠더라도, 한반도를 둘러싼 기압계가 바뀌는 순간 대기 중 수증기는 전국 어디든 때리는 폭우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장마 공식의 변화 이쯤에서 독자들의 관심이 향하는 키워드는 '장마'일 것이다. 기상청이 장마철 시작을 알리면 생활 속 호우에 대한 대응 수준을 높이는 게 한반도에서 여름을 나는 오랜 습관이었다. 이 습관은 기상청이 2009년부터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을 사전에 공식 예보하지 않으면서 변화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 기상 변화로 장마의 디테일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장마는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북쪽의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만나 정체전선을 만들고, 그 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내리는 현상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 여름비는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체전선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저기압, 대기 불안정,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수증기 유입이 겹치며 강한 비가 내린다. 장마철 한가운데에도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길어지고, 장마가 끝난 뒤 더 강한 폭우가 쏟아지는 일도 잦아졌다. 그래서 장마의 시작과 끝만 알면 되는 게 아니라, 수시로 좁고 강한 비구름대가 어느 지역에 걸리는지, 시간당 강수량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같은 지역에 비구름이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예측도 어렵고 확인 역시 어려운 정보다. ◆호우 뒤 폭염 '이중고' 비가 온 뒤 폭염의 습격도 최근 한반도 여름 날씨를 체험한 국민들이 주시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7월에도 폭염, 집중호우, 다시 폭염의 순서로 여름 날씨가 진행됐다. 7월 상순 이른 무더위가 이어졌고, 중순에 기록적 호우가 발생하더니, 다시 하순에 극심한 무더위와 열대야가 나타났다. 비가 온다고 더위가 누그러지는 게 아니라, 비가 그친 후 습한 공기와 높은 해수면 온도가 더위를 되살리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취약계층의 이중고가 우려된다. 호우 기간엔 침수와 산사태가 문제이고, 비가 그친 뒤엔 높은 습도의 폭염과 열대야가 문제다. 그래서 냉방 취약계층, 야외 노동자, 고령자, 만성질환자 등은 두 위험을 연달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올여름부터 재난성호우 긴급재난문자, 폭염중대경보, 열대야주의보가 도입되는 등 기상 특보 체계가 한층 강화된다. 재난성호우 긴급재난문자는 기존 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1시간 강수량 50mm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일 때 또는 1시간 강수량이 72mm 이상)보다 극단적인 상황(1시간 강수량이 85mm 이상이면서 15분 동안 25mm 이상의 폭우가 내리거나 1시간 강수량이 100mm 이상)일 때 발송된다. 단순 기상정보가 아니라 즉각적인 대피 신호로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폭염중대경보는 그간 폭염 특보 단계에서 운영해 온 폭염주의보·경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이다. 일 최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 또는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하루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면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농촌 고령층이 폭염경보에도 야외에서 일을 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제도를 손 본 뉘앙스도 감지된다. 열대야주의보는 열대야(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에 따른 온열질환 위험을 줄이고자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발효될 예정이다. ◆슈퍼 엘니뇨 변수 올해 폭염·폭우 수준과 관련해서는 엘니뇨 변수도 더해졌다. '슈퍼 엘니뇨'라는 키워드가 언론 보도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엘니뇨가 전 세계 기온과 강수량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폭염과 폭우 등 극한 기상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한국만 따로 떼어 따질 수 없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6월 11일 올해 엘니뇨 발생을 공식 발표했다. 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CPC)는 이번 엘니뇨가 겨울로 갈수록 강화돼 매우 강한 수준을 보이며 1950년 이후 역대 가장 강력한 엘니뇨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 태평양 중앙부 및 동쪽의 특정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면 선언된다. 슈퍼 엘니뇨는 학술 용어는 아니지만, 매우 강한 엘니뇨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대~한민국!" 함께 응원했던 영남이공대 10개국 유학생들
전반 8분이었다. 이강인의 왼발 슛이 골대를 살짝 비켜갔다. "아~" 탄식이 터졌다. 후반전 실점 순간에는 시청각실 전체가 숨을 죽였다. 경기 막판 기다리던 동점골은 나오지 않았다. 멕시코, 잠비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학생도 같은 표정이었다. 국적도, 언어도, 피부색도 달랐지만 그 아쉬움만큼은 하나였다.지난달 25일 오전 10시 대구 남구 영남이공대학교 천마스퀘어 시청각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를 함께 보기 위해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멕시코·네팔·몽골·미얀마·베트남·잠비아·라이베리아·콩고민주공화국·키르기스스탄 등 10개국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재학생, 교직원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시청각실은 순식간에 '작은 월드컵 경기장'이 됐다.◆ 10개국 외국인 유학생들, '한국 승리' 응원경기 시작 전부터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학생들은 자국 축구 문화와 역대 월드컵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들을 꺼내며 서로의 추억을 나눴다. 쉬는 시간에는 후반전 전망을 두고 이야기꽃이 피었다.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유학생들은 서로 다른 국적의 친구들과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갔다.경기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김승규 골키퍼가 공을 잡을 때마다 환호가 터졌다. 또 골문 앞 위기 장면이 펼쳐질 때마다 다 함께 숨을 멈췄다. 상대 수비를 제치는 장면이 나오자 박수가 쏟아졌다. 국적은 10개였지만, 모두가 한국의 승리를 바랐다.전반전은 0대 0으로 끝났다. 그러나 후반 18분, 남아공 타펠로 마세코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하자 강의실 안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그래도 학생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동점과 역전을 기대하는 눈빛이 화면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0대 1 패배. 1승 2패(승점 3)로 조 3위로 추락하며 32강 진출을 자력으로 확정하지 못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시청각실은 잠시 조용해졌다.◆ "체코전 같은 역전 기대했는데"아쉬움을 가장 먼저 털어놓은 것은 잠비아에서 온 두 친구였다. 모실리(19) 씨는 "체코전처럼 짜릿한 역전승을 기대했는데 정말 아쉽다"고 했다. 같은 나라에서 온 나이베르(20) 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입장에서 대한민국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한국 특유의 투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더 아쉬웠다"고 했다.키르기스스탄 출신 나짐(26) 씨는 "솔직히 남아공을 어렵지 않게 이길 줄 알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질 줄은 몰랐다"고 허탈한 표정이었다. 같은 나라에서 온 아자르(20) 씨는 "손흥민·이강인·김민재 모두 끝까지 열심히 싸웠다. 자력으로 32강을 확정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선수들을 감쌌다.그러나 라이베리아 출신 샤무(20) 씨의 표정은 달랐다. 아쉬움 속에서도 웃음이 번졌다. "평소 학과 수업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다른 나라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정말 즐거웠어요. 이강인이 슛을 날릴 때 서로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함께 껴안았거든요. 축구가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진 경기였지만 그 말만큼은 사실이었다.이날 대구 곳곳에서도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북구 고성동 iM뱅크파크와 칠곡시장, 도심 대형 극장에서도 크고 작은 응원전이 열렸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시민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의 32강 진출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유학생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도록...이날 행사는 영남이공대 국제처가 기획한 '외국인 유학생 문화체험 월드컵 응원 행사'의 일환이었다. 타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지내는 유학생들이 한국 학생·교직원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였다. 평소 학과가 달라 얼굴 한번 보기 어려웠던 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같은 장면에 환호성을 터뜨리고 함께 박수를 쳤다.영남이공대는 현재 문화체험·봉사활동·체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류 행사를 운영하며 외국인 유학생의 대학 생활 적응과 지역사회 정주 기반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강경우 국제처장은 "타국에서 홀로 공부하는 유학생들이 이곳에서 외롭지 않도록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며 "유학생들이 학교와 지역사회 안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흉기 휘두른 살인 전과 50대 "전자발찌 부당" 항소
살인죄로 복역한 뒤 출소해 다시 지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50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대전고법 제1-3형사부(장정태 부장판사)는 3일 살인미수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내려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 명령도 그대로 유지됐다.A씨는 지난해 10월 8일 오후 4시 충남 서천군에서 지인 B씨의 가슴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고급 승용차 대여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함께 받았다.수사 결과 A씨는 B씨가 다른 사람들과 마작을 하며 돈을 따는 모습을 본 뒤 "예전에 빌려준 10만원을 갚으라"고 요구했고, 말다툼 끝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A씨는 이미 살인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08년 마작을 구경하던 중 피해자 C씨에게 핀잔을 듣자 흉기로 찔러 살해했고, 이 사건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도 폭력 범죄로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드나든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1심 재판부는 "살인죄를 비롯한 다수 처벌 전력이 있는데도 자중하지 않고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또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도 함께 명령했다.A씨는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고 전자발찌 부착 명령 역시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은 적절한 것으로 보이며, 양형에 새롭게 반영할만한 사정도 없다"며 "살인죄를 저지른 전력 등을 볼 때 재범 가능성이 높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역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YES KIDS ZONE] 비싼 키카 대신…육아 거지맵 어때요
최근 유행했던 거지맵을 떠올려보자. 1만원 이하 메뉴를 파는 식당들을 지도 위에 표시해 공유하던 서비스다. 이름만 들으면 왠지 처량할 것 같지만 분위기는 의외로 유쾌했다. "여기 아직 7천원 김치찌개 판다", "가성비 성지 발견" 같은 후기들이 이어졌고, 사람들은 서로의 절약 노하우를 나눴다. "'육아 거지맵'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육아를 하다 보니 문득 든 생각. 아이 입장료에 부모 입장료, 거기에 밥값까지 더하면 세 가족 한 번 움직이는 데 10만원은 우습게 깨진다. 그렇다고 주말마다 집에만 있기엔 아이 체력은 넘쳐난다. 그래서 기자가 한번 만들어봤다. 치솟은 물가 속에서도 "아이에게 이것만큼은 경험시켜주고 싶다"는 부모들의 마음으로 완성된, 생활밀착형 주말 생존 지도다. ◆ 오픈런만 잘하면 가성비 甲 비싼 키즈카페 대신 '국립·시립·구립' 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예약 전쟁만 뚫으면 가성비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세금 낸 보람을 이런 데서 느낀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구시 산하 시설인 대구어린이세상은 이미 유명한 육아 코스다. 보호자와 아이 각각 4천원 정도. 요즘 키즈카페 가격 생각하면 부모들 사이에서는 거의 "공짜"라는 반응이다. 공간은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다. 1층은 어린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게 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고 볼풀장과 장난감 공간이 마련돼 있다. 2층에는 역할놀이 공간과 몸으로 탐험하는 시설도 있다. 대구시육아종합지원센터도 있다. 장난감도서관부터 체험 프로그램, 놀이실, 부모 교육까지 다양하게 운영하는데 무료다.문제는 예약이다. 한 달치 예약이 열리는 날이면 사실상 티켓팅 수준. "오픈 시간 전에 미리 로그인 해놔라", "새로고침 누를 준비하고 있어라" 같은 조언이 부모들 사이에서 공유된다. 하나의 팁이 있다면 비 오는 날을 노려보라. 갑자기 취소표가 꽤 풀린다. 각 구별 육아종합지원센터도 생각보다 알차다. 집 근처를 찾아보면 의외로 괜찮은 공간이 숨어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이나 부모 교육 프로그램도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마음껏 풀어놓고 책 읽고 장난감 만질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는 점이 좋다. 돈 안 쓰고 한 두시간 버티기(?) 가능한 곳들이다. 국립대구과학관은 부모들 사이에서 거의 '가성비 성지' 취급을 받는다. 공간이 넓고 각 전시관마다 볼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꿈나무과학관은 작은 키즈카페에 가까운 분위기다. 버튼 누르고, 만지고, 몸으로 뛰어다니며 과학을 체험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공룡 특별전이나 물놀이·흙놀이 체험 같은 시즌 콘텐츠도 자주 열린다. 시간만 잘 맞추면 사이언스 수업이나 로봇 공연도 볼 수 있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로봇 주변으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그 환호성에 부모들도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는다. 국립대구박물관 안에 어린이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은근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 여기도 예약은 필요하지만 시간대가 세분화돼 있어 생각보다 자리를 잡기 어렵진 않다. 역사와 문화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놀이처럼 풀어낸 공간이라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 자연은 다 공짜 날씨 좋은 날엔 사실 최고의 가성비가 따로 있다. 산, 풀, 나무다. 돈 안 들고 체력 잘 빠지고, 아이들은 이상할 정도로 신나한다. 부모들 사이 "자연이 최고"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대구수목원이나 달성공원은 대표적인 무료 육아 코스다. 돗자리 하나 들고 가도 두세 시간은 금방 간다. 아이들은 돌멩이 줍고 개미 찾고 뛰어다니느라 정신없고, 부모들은 그늘 아래 잠시 앉아 숨을 돌린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비싼 장난감보다 나뭇가지 하나에 더 오래 웃기도 한다. 넓은 광장도 육아인들에겐 중요하다. 대구스타디움이나 강정보엔 주말이면 킥보드와 자전거 탄 아이들이 가득하다. 넘어져도 괜찮은 넓은 공간을 갖춘 것만으로 부모들 만족도가 높다. 체력 넘치는 아이를 한껏 방전시키기에도 좋다. 야외인데 실내 놀거리까지 있는 곳들은 특히 인기다. 화원유원지가 대표적이다. 유원지 분수 앞에는 여름만 되면 물놀이하는 아이들이 몰려 있고, 부모들은 옆에서 신발과 옷이 젖는 걸 반쯤 포기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조금 더 올라가면 나무로 만든 놀이터도 있다. 특히 바로 옆 화원역사문화체험관은 숨은 꿀코스다. 미디어아트와 디지털 체험 공간이 있어 더위에 지친 아이를 잠시 데리고 들어가기 좋다. 부모들에게도 물론 피난처 같은 존재다. 경산 삼성현공원도 마찬가지다. 넓은 잔디와 그늘이 많아 돗자리 펴기 좋고, 산책로와 분수 놀이터도 잘 돼 있다. 실내 영아놀이터는 푹신한 매트 공간에 공놀이, 색칠놀이, 스티커놀이, 조립놀이까지 가능해 어린 아이 데리고 가기 좋다. 야외는 아니지만 달서구에 있는 달서목재문화관도 숨은 육아 코스다. 나무 향 가득한 공간 안에 유아 체험 공간인 '나무상상놀이터'가 운영되는데, 아이들이 나무 블록을 만지고 몸으로 뛰어놀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예약만 하면 무료로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도 많다. 무엇보다 자연 육아의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다. 육퇴가 빨라진다는 것. 햇빛 실컷 보고 흙냄새 맡으며 꼬질꼬질해진 채 집에 돌아오면, 씻고 나서 노곤노곤해진 아이가 평소보다 훨씬 빨리 잠든다. ◆ 무료 혜택 야무지게!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기 위한 부모들의 정보력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아이 무료입장이 가능해도 문제는 늘 부모 입장료다. "애는 공짜인데 어른 둘 값이 더 무섭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또 다른 방법을 찾는다. 대표적인 게 생일 혜택 활용이다. 대구아쿠아리움은 생일자 무료입장 혜택이 있는데, 생일 당일만 되는 게 아니라 앞뒤 이틀까지 적용된다. 그래서 육아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공식도 돈다. "엄마는 생일이라 무료. 아기는 어려서 무료." 실제로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는 "이번 달 생일자 누구냐" "생일 혜택 되는 곳 리스트 공유해달라" 같은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카드 할인, 통신사 할인, 문화의 날 혜택까지 챙기다 보면 부모들은 어느새 작은 '가계부 전략가'가 된다
〈與 조작기소 특검법 속도조절…野 "조삼모사 사기극"…〉처럼 뉴스에 '조삼모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본질은 같은데 눈속임 정치로 속이고, 또 이에 속아 넘어가는 행태를 꼬집는 것이다.'조삼모사(朝三暮四)'는 "아침 조, 석 삼, 저녁 모, 넉 사"로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로 뒤바꾸자 어리석게 속아 넘어갔다는 이야기"이다. 『장자』 「제물론」편에서 처음 유래한다."사람들은 마음(神明)을 괴롭힐 뿐, 원래 만물과 '하나(一)'이면서 그것이 '같음(同)'을 알지 못한다. 이것을 일러 '조삼'(朝三: 아침에 세 개)이라고 한다. 무엇을 '조삼'이라고 하는가? 원숭이를 키우는 사람(狙公)이 도토리(芧)를 주면서 말했다. "아침에 '세 개씩'(朝三) 주고, 저녁에 네 개씩(暮四) 주겠다"라고 하자, 많은 원숭이가 모두 화를 냈다. 그래서 원숭이를 키우는 사람이 말했다."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씩(朝四) 주고, 저녁에 세 개씩(暮三) 주겠다." 그러자 많은 원숭이가 모두 기뻐했다. 세 개, 네 개라는 명칭(名)과 하루에 일곱 개라는 실상(實)은 이지러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원숭이들은 기뻐하고 성을 내었다. 이것 또한 (아침에 네 개라는 이득이) '옳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은 '옳고 그름'(是非)을 하나로 조화시켜, '자연의 균형'(天鈞)에서 쉬도록 한다. 이것을 '양쪽이 다 된다'(兩行)라고 말한다."그런데, 조삼모사라는 이야기의 전후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당황해할 것이다. '조삼모사'든 '조사모삼'이든 시비를 따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문맥을 잘 살펴봐야 한다. 원숭이들의 시비에 대해 "그게 그거다"라는 성인의 초월적 안목이 서술돼 있다. 이 안목에서 보면 만물이 일체이기에 시비를 따져봤자 결국 "그게 그거다." 그래서 시・비의 "양쪽이 다 된다." 이른바 '양시론'이다.하루라는 시간에서 보면, 조삼모사나 조사모삼은 똑같이 일곱 개이지만, 아침에 제공되는 '셋, 넷'이라는 개수의 차이로 인해 원숭이들은 기뻐하고 성내고 있다. 목전의 이익에 따라 이건 되고 저건 안 되는 이른바 '시비' 판단에 갇혀 있다.위의 이야기는, 흥미롭게도 '세속적 입장'(원숭이 사육사와 원숭이)과 '초월적 입장'(성인)으로 나뉜다. 전자에는 도토리를 제공하는 '갑'과 도토리를 받아먹는 '을'이 대립하고 있다. 갑은 처음에 가능한 한 적게 주되 을의 반응을 본 뒤 그다음을 결정한다. 을은 처음에 어쨌든 많이 받아두려 항의하고 뜻을 이룬다. 한편 후자는 이런 시비의 논란 자체를 초연히 넘어서 있다. 이 세상은 시비로 얼룩진 이전투구의 터전이지만, 성인은 이를 벗어나 '될 대로 되어가는' 저 대자연의 흐름에 맡겨 두고자 한다.이 세상에는 덜 주며 억압하려는 갑과 목전의 이익부터 바삐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을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세 개, 네 개를 배분하는 '순서'가 중요하다. 그래서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계산법이 다를 수밖에. 을은 더 나은 기회가 올지 안 올지 모르기에 무조건 있을 때 챙겨 둔다. 아침엔 따신 밥이지만 저녁엔 국물도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하긴 주식시장은 아침저녁이 다르다. 성질 뭣한 지배자의 마음은 변덕이 죽 끓듯 한다. 그러니 우선 세 개보다 네 개 쪽을 챙기고 봐야 한다. 물론 쪼잔한 데 목숨 걸지 않고 무심하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마음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뭐가 옳은가.
판교테크노벨리 등…기업 유치가 도시 혁신한 6개의 장면
◆판교, 기업이 기업을 부른 도시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는 한국에서 산업 집적이 도시의 체질을 바꾼 대표 사례다. 수도권 남부의 입지, 정부와 경기도의 조성 전략, IT·게임·소프트웨어 기업의 이전과 창업, 청년 인재의 이동이 겹친 성과다. 판교의 힘은 건물 수가 아니라 기업이 기업을 부르고, 인재가 일자리를 따라 모이며, 다시 창업과 투자가 생기는 순환 구조에 있다.2012년부터 IT 기업들의 입주가 이어지며 '한국판 실리콘밸리'라는 별칭이 붙은 이 사례의 대성공에 정부는 아예 '판교형 테크노밸리'라는 이름을 내세워 대구를 비롯한 지방 대도시에 도심융합특구를 꾸리는 계획을 세웠다. 대구 수성알파시티가 AI·SW 집적지로 성장하려면 눈여겨볼 대목이다. 유치의 목표는 기업 명단이 아니라, 다음 기업이 스스로 오게 만드는 생태계여야 한다.◆선전, 특구가 기업을 낳은 도시중국 선전은 유치와 제도 실험이 도시를 폭발적으로 바꾼 사례다. 1980년 중국의 첫 경제특구 가운데 하나로 지정된 선전은 당시 경제력이 크게 앞서 있던 홍콩과 가까운 입지, 개혁·개방 정책, 외국인 투자, 제조업 집적, 민간기업 성장에 힘입어 세계적 기술도시로 성장했다. 오늘날 선전은 화웨이, 텐센트, DJI, BYD 같은 기업의 거점이다.이 사례를 단순히 특구 유치 자체가 도시를 살린 것으로 해석하면 틀렸다. 핵심은 특구 지정 이후 규제 실험, 금융·토지·노동시장 개혁, 제조 생태계, 수출 네트워크, 창업 문화가 함께 작동했다는 점이다.◆대전, 연구로 혁신하는 도시대전은 대덕연구단지로 도시의 정체성을 바꿨다. 1973년 대덕연구단지로 출발한 이곳은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기업 연구소가 모여 한국 과학기술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후 대덕연구개발특구는 단순한 연구기관 집적지를 넘어 기술창업, 특허, 연구소기업, 첨단기술기업이 함께 움직이는 혁신 클러스터로 진화했다.연구가 기업으로 이어지고, 기업이 일자리로 이어지며, 일자리가 다시 도시의 정체성을 바꿀 때 유치라는 단어가 완성된다. 대구경북도 DGIST와 포스텍 등 대학과 구미·포항 제조 현장을 AI산업과 연결하려면 대전을 스승으로 모셔 청출어람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RTP, 대학·기업·정부 삼각편대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는 해외 대표적 연구개발 클러스터다. 1959년 조성된 이곳은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라는 3곳 연구대학의 지리적 중심에 만들어졌다. 대학의 연구 역량, 주정부의 경제개발 전략, 기업의 연구소 입지가 결합해 지역 경제의 방향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대구경북의 대학·연구기관·산업 현장을 한 장의 전략지도 위에 올려놓으려면 참고할 사례다. AI산업 유치전에서 필요한 건 개별 기관의 이름값이 아니라, 대학·기업·정부(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삼각편대의 단단함이다.◆부산, 축제를 산업의 언어로부산은 1996년을 시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도시 브랜드로 키운 뒤, 영화의전당 건립과 영화진흥위원회 부산 이전,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지정을 잇따라 이루며 영화도시의 이미지를 굳혔다. 처음엔 행사가 도시를 알렸고, 이후 시설·기관·인재·네트워크가 따라붙었다. 축제가 산업의 언어로 바뀐 대표 사례다.문화시설과 문화행사는 유치와 개최 때 '반짝' 조명 받고 끝나면 일회성 이벤트가 되지만, 교육·관광·창작·산업과 연결되면 장기 브랜드가 된다. 유치는 단순히 행사를 따오는 일이 아니라, 도시가 어떤 이름으로 기억될지 설계하는 일이다.◆빌바오, 이미지를 경제 효과로스페인 빌바오는 구겐하임미술관으로 도시 이미지를 바꾼 사례다. 1997년 문을 연 미술관은 쇠퇴한 산업도시 빌바오를 문화관광 도시로 세계에 각인시켰고, '빌바오 효과'라는 표현까지 만들었다. 매력적인 건축물도 중요하지만, 도시재생 전략과 관광 인프라, 지속적인 전시 운영이 잘 맞물려 가능한 성과였다.대구경북에도 같은 미션이 던져진다. 다양한 문화예술이 경쟁력을 갖고 이어지며 관련 시설을 예술인과 주민들을 위한 인프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시키는 가운데, 도시 이미지를 바꾸는 수준까지 높이는 것. 이게 도시는 물론, 그 도시가 펼치는 산업에도 호감을 갖게 하는 브랜드로 구축되는 것이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지역 기반, TK표 AI산업 유치 조건은?
◆TK표 AI산업 인프라사실 지금 대구경북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다양한 유치 성공 사례들이고, AI산업 인프라 후보들이기도 하다.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대구가 잡은 독특한 산업 기반이다. 달성군 대구국가산단 안에 조성된 물산업클러스터는 물기업 집적과 실증, 해외 진출 지원을 목표로 한다. 물산업은 요즘 뜬 반도체나 AI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산업용수 수요가 커질수록 중요해지는 분야다. 대구가 '물'을 산업 언어로 치환하고 있는 사례다.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는 대구 신서혁신도시 일대에 의료 연구개발과 기업 지원 기능을 묶고자 마련된 거점이다.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곳이다. 신약, 의료기기, 임상, 규제, 기업 지원이 연결돼야 비로소 힘을 낼 수 있어서다.DGIST(디지스트)와 대구테크노폴리스는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부지를 묶은 연구개발 거점이다. 대구테크노폴리스의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유치는 로봇산업 실증 기반을 키울 수 있는 성과다. 대구 수성알파시티는 비수도권 최대 규모 소프트웨어 기업 집적지라는 점을 앞세워 디지털 혁신거점으로 선정됐다. 또 경북 포항에 철강과 이차전지 산업, 포스텍과 방사광가속기가 있고, 경북 구미에는 전자·제조 기반과 반도체 소재 특화단지가 있다.이 기반들을 AI산업 관점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정부와 시장에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물산업클러스터는 데이터센터 냉각, 산업용수 관리, 스마트 물관리 기술과 연결될 수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AI를 활용한 의료, 신약 개발, 의료기기 데이터, 임상·규제 지원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DGIST와 대구테크노폴리스는 AI 인재 및 로봇·모빌리티 실증의 기반이고, 수성알파시티는 관련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구현할 기업 집적지다. 포항의 철강·이차전지·방사광가속기 인프라는 소재 개발과 제조공정 AI의 수요처가 될 수 있고, 구미의 전자·제조·반도체 소재 기반은 AI 반도체, 스마트팩토리, 산업용 AI 적용 현장이 될 수 있다.결국 대구경북의 AI산업 유치는 빈 땅에 새 공장을 짓자는 게 아니다. 쌓아온 산업 기반을 AI라는 새 언어로 다시 연결하는 작업에 가깝다.◆세계가 본 AI 입지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7월 '에너지와 인공지능'(Energy and AI)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가 특정 지역에 집중될수록 전력망 부담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AI 인프라를 이미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서 전력 기반은 물론 산업용지와 제조 현장을 갖춘 비수도권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된다.경북은 울진 한울·신한울, 경주 월성·신월성 원전을 보유한 국내 최대급 원전 집적지다. 원전 설비용량만 12.8GW로 국내 원전 설비용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AI 산업 인프라 유치의 강한 근거가 된다.세계은행이 2023년 11월 낸 '친환경 데이터 센터: 기회와 도전'(Green Data Centers: Opportunities and Challenges) 보고서도 입지 선정에서 재생에너지, 물, 냉각 여건, 기후 리스크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AI산업 유치에서 지역이 여유를 가진 전력·물·냉각·송전망 계획이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물리적 인프라만 중요한 게 아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24년 2월 발표한 '기업 간 AI 확산에 발맞춘 포용적 디지털 전환 촉진'(Fostering an Inclusive Digital Transformation as AI Spreads Among Firms) 보고서에선 AI 도입 효과가 경영 역량, 인적 자본, 정보통신기술 같은 보완 자산에 달려 있다고 본다.AI 채택이 대기업 위주로 집중될 경우 생산성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지역 중소기업, 병원, 대학, 연구기관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AI산업 유치의 과실이 일부에 머물 수 있음을 의미한다.실은 해외 데이터센터 허브들이 비슷한 숙제를 이미 맞닥뜨리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지역일수록 전력망 접속, 물 사용, 냉각 방식, 주민 수용성, 지역 일자리 효과를 둘러싼 질문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반걸음 늦은 대신 앞선 사례들의 시행착오를 공부할 수 있는 대구경북의 AI산업 전략도 이 지점에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대구의 물산업·의료·로봇·모빌리티·소프트웨어기반, 구미의 제조·반도체 소재 기반, 포항의 철강·이차전지·연구개발·에너지 기반, 그리고 대규모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원전 등 전력 인프라를 각각의 성과로 흩어 놓지 말고 ▷AI를 적용할 현장 ▷AI를 돌릴 기반 ▷AI를 키울 사람으로 재배열해야 한다.
만약 대구가 수도라면? 달구벌 천도서 AI산업 유치전까지
만약 신라 수도가 서라벌(경주)에서 달구벌(대구)로 옮겨졌다면 어땠을까? 689년 신문왕은 수도를 달구벌로 옮기려 했다. 갓 통일된 신라의 국가 규모에 맞춰 좀 더 넓은 분지와 강이 있는 곳으로. 역사는 그 구상을 현실로 만들지 못했다. 대구는 1601년(조선 선조 34년)이 돼서야 경상감영이 설치된 걸 계기로 영남 내륙의 큰 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수도 유치 실패 1천년 후 감영 유치 성공'이라는 역사다.이 기록은 33년째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 신세인 대구의 역사를 다르게 상상케 한다. 만약 달구벌 천도가 이뤄졌다면, 대구는 고대 국가의 행정·군사·교통·물류가 모이는 도시가 됐을 수 있다. 신라가 발원한 경주는 왕조의 기억을 품은 문화 수도, 신라 수뇌부가 좀 더 국토의 중앙으로 서진한 대구는 국가 운영의 실질 거점이라는 역할을 각각 맡았을 수도.물론 역사는 가정법으로 서술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의 미래를 논할 때 가정법은 쓸모가 있다. 어떤 도시는 기회를 잡아 길을 바꾸고, 또 어떤 도시는 기회를 놓친 후 오랜 시간 와신상담을 한다. 대구경북의 역사는 이 두 갈래가 겹쳐진 역사다.지금 대구경북 앞에 다시 큰 유치전이 놓여 있다. 6.3 지방선거 직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반도체 팹(생산라인)과 데이터센터를 필두로 AI(인공지능)산업 유치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AI 생태계를 누가 먼저 지역에 심느냐의 대결이다. 이를 포함한 다양한 유치 경쟁이 상시로 이어지는 게 지방분권시대다. 대구경북은 크고작은 유치 경쟁에 임하기 앞서 과거 사례들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위천이 남긴 20년 공백대구경북의 유치 실패사를 거론할 때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 위천국가산업단지다. 1990년대 대구는 달성군 위천 일대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려 했다. 섬유산업 다음 성장 동력을 찾는 절박한 카드였다. 산업용지가 부족했고 대기업과 첨단산업을 유치할 공간도 필요했다. 자동차, 전자, 생명공학 같은 산업군이 대구의 미래로 거론됐다.하지만 위천은 낙동강 수질 문제를 가리킨 하류 부산·경남의 반발과 중앙정부의 신중론 속에서 끝내 현실화되지 못했다. 지역 대결 구도에서 밀린 패배로도 기억된다. 대구경북은 2009년 달성군 구지 일대 대구국가산업단지 유치로 긴 공백을 일부 메웠지만, 무려 20년 뒤의 성과였다.즉, 놓친 건 부지가 아니라 시간이었다. 산업은 제때 모여야 생태계가 된다. 큰 기업은 주변에 작은 기업군을 부르고, 인재는 일자리를 따라 움직이며, 대학과 연구기관은 산업 현장 수요에 맞춰 진화한다. 위천이 좌절된 뒤 대구가 잃은 건 섬유 다음 산업으로의 전환 속도였다. 그래서 위천은 지금도 대구경북 언론과 정치권이 대형 국책사업 유치전 때면 자주 인용하는 사례다. "그때 놓친 20년"이라는 표현은 지역사회가 체감한 상처의 요약이다.현재 AI산업 유치전에서 위천은 재소환된다. AI데이터센터와 AI컴퓨팅센터, AI반도체 후공정 시설, 제조AI 실증단지, 로봇 테스트베드, 의료AI 플랫폼 등은 모두 이름은 다르나 공통점이 있다. 제때 잡지 못하면 다음 단계의 생태계가 다른 지역에 먼저 굳어진다는 것. 그래서 위천의 교훈은 단순히 "이번엔 무조건 따오자"가 아니라, "부지와 명분, 환경과 주민 수용성, 기업 수요와 운영 모델을 함께 확실히 준비하자"가 된다.◆자동차 도시 대구도 좌절위천의 좌절은 자동차 산업 벨트 구상과도 맞물렸다. 1990년대 대구는 삼성상용차, 쌍용자동차 구지공장, 위천국가산업단지를 잇는 산업 지도를 꿈꿨다. 섬유도시에서 기계·자동차 부품도시의 변신을 내다봤다. 대구 성서~구지~달성을 연결하는 산업축이 만들어졌다면 지역 중소 부품업체와 기술 인력이 동반 성장하는 기반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이 구상을 흔들었다. 쌍용차 구지공장 계획은 무산됐고, 삼성상용차도 1996년 대구에 설립된 본사가 2000년 파산하는 길을 걸었다. 두 회사가 살아남았다면, 대구는 훨씬 일찍 미래차와 모빌리티 부품 도시의 이름을 얻었을 것이다.2007년 로봇랜드 유치전도 따져볼 사례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함께 유치에 나섰으나 인천과 경남 마산(현 창원)이 사업을 차지했다. 당시엔 아쉬움이 컸는데, 시간이 흐른 뒤 두 지역 로봇랜드는 운영난과 재정 부담을 겪으며 사업 자체가 표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꽤 지나고 보니 로봇을 주제로 테마파크와 연구 기능을 결합한 콘셉트에 짙은 물음표가 향한다. 지금 로봇산업은 피지컬AI 시대로 향하며 테마파크보다는 로봇이 데이터를 학습할 다양한 산업군 공장을 가까이에 두는 게 정답이기 때문이다.두 사례가 주는 교훈은 엇갈리면서도 하나로 모인다. 자동차 산업 벨트는 대구가 잡았다면 지역의 산업 체질을 더 일찍 바꿨을 기회였다. 반면 로봇랜드는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잡지 못한 게 오히려 부담을 피한 선택처럼 보인다. 결국 유치 경쟁력은 모든 사업을 따오는 능력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와 맞는 사업을 골라내는 판단력이다. 반드시 잡아야 할 기회는 놓치지 않아야 하고, 유행어만 앞세운 사업은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AI산업도 마찬가지다. 대구경북에 필요한 것은 이름만 그럴듯한 AI 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제조·의료·물류·로봇·소프트웨어 기반과 실제로 연결돼 다음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사업이다.◆유치 성공 뒤엔 늘 숙제가대구혁신도시와 김천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지방 유치라는 큰 성과를 냈다. 그 평가는 유치한 기관들의 이름값 합산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역 언론이 꾸준히 던지는 "기관은 왔지만 사람은 남았나?"라는 질문이 더 큰 배점의 평가 문항이다. 여러 공공기관·공기업이 왔지만 지역 기업과 제대로 연결됐는지, 이전한 기관 직원들의 생활이 지역에 뿌리내렸는지 등의 질문들 앞에서 혁신도시는 성과와 한계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대구경북 내에서 이뤄진 일이기는 하지만 경북도청신도시도 비슷한 숙제를 남기고 있다. 경북 북부권 균형발전의 상징으로 경북도청을 안동·예천으로 옮겼지만, 현재 인구 2만3천명대에 머무르며 계획인구 10만명 규모 자족도시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행정기관에 기업과 대학, 상권과 문화가 함께 와야 도시가 완성된다. 도시를 옮기는 일은 청사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생활의 밀도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닮은꼴 과제가 AI산업을 유치한 해외 지자체에서 나타나 분석 대상이 됐다. 미국 버지니아 주의회 산하 조사기관인 공동입법감사검토위원회(JLARC)는 2024년 12월 '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Data Centers in Virginia)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산업의 경제효과가 주로 운영 단계보다 초기 건설 단계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보고서에 따르면 통상 25만ft²(제곱피트) 규모 데이터센터는 상시 근무 인력이 50명 수준이지만, 공사 절정기에는 1천500명이 투입된다. 데이터센터 1개 동을 짓는 데 12~18개월이 걸리고, 이 기간 토목·전기·냉각·배관·통신·보안 설비 공사가 한꺼번에 이뤄지기 때문이다.지역 언론이 혁신도시의 탄생부터 10년 넘게 지켜본 기록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 혁신도시 역시 조성 과정에서는 토지 보상, 기반시설 공사, 청사 건립, 아파트와 상가 개발로 지역에 돈이 돌았다. 그러나 개발 과정의 활기가 곧 정착 이후의 생태계를 보장한 건 아니었다. 공공기관 건물은 들어섰지만 직원 가족의 정주, 지역 대학과의 협력, 지역 기업과의 상생, 청년 일자리 창출 같은 게 충분히 따라붙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조성 초기 대규모 투자가 지역에 돈을 돌게 만드는 건 두 팔 벌려 반길 일이지만, 그것만 있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브랜드도 인프라대구경북에 유치 실패 사례 내지는 애매한 성과만 있는 건 아니다. 상징적인 유치 성공 사례도 꾸준히 이어졌다.대구간송미술관이 대표적이다. 간송미술관의 첫 지역 분관이자 상설 전시 공간이 대구에 문을 연 것은 단순한 문화시설 개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구는 2021년 이건희미술관(이건희기증관) 유치전에선 고배를 마셨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의 출발지,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 한국 근대미술의 한 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서울의 승리였다. 이 기억만 남았다면 대구의 문화예술 인프라 유치 이력은 수도권 집중 앞에서 좌절한 기록으로 굳어졌을지 모른다.그러나 대구간송미술관이 다른 결을 만들었다. 건립 협약(2015년)부터 실제 개관(2024년)까지 불확실하고도 긴 시간이 걸렸지만, 대구는 국보급 문화자산을 서울만큼 품을 수 있는 도시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문화유산은 공장처럼 곧바로 매출을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방문의 이유를 형성하며, 관광과 교육의 결합 가능성도 남긴다. 지역 예술가와 시민들의 자부심도 한층 높인다. 미술관 유치 성과를 단기 경제효과로만 재단하면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경주 APEC 정상회의 유치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경주는 천년고도라는 오래된 서사를 국제 외교 무대로 연결시켰다. 역사도시는 과거에 머무는 공간이라는 통념을 넘어 세계 정상과 기업인들이 찾는 회의 도시의 이미지를 드높였다. 마침 미중갈등이 첨예한 시기에 행사가 열리며 경주가 더 주목받은 건 좋은 덤이었다. 이 역시 행사 기간의 경제효과보다 앞으로 구축할 보이지 않는 자산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두 사례는 AI산업 유치전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기업과 인재는 전력과 부지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도시 이미지, 생활환경, 문화적 매력, 국제적 인지도도 투자와 정착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그래서 대구간송미술관과 경주 APEC은 산업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도시 브랜드 인프라 대표 사례라고 얘기할 수 있다. 더 있으면 좋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체급이 비슷한 후보지끼리는 여기서 당락이 갈릴 수도 있다.
개장 30년에도 갈 길 먼 코스닥…'개미지옥' 오명 벗을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단순한 공시가 아니라 회사의 미래 발전 전략을 시장·투자자와 소통하는 종합 커뮤니케이션입니다."최성규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지원부 밸류업제도팀장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정책 방향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거래소는 코스닥 기업의 밸류업 참여 확대와 공시 신뢰 제고를 위한 지원책을 강화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통해 코스닥 기업과 기관투자자의 접점을 넓히는 한편 불성실 공시와 허위 공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시장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최 팀장은 "코스닥 기업은 코스피 대형사보다 규모가 작고 인력도 부족해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거래소는 올해 코스닥 기업 70여 곳을 대상으로 밸류업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대상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술성장기업 등 특례상장기업에 대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컨설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그러면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 특징으로 ▲자율성 ▲미래 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을 제시했다. 최 팀장은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책임이 중요해진 만큼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역시 이사회와 경영진의 주도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에게는 밸류업지수 편입과 밸류업 펀드, 리서치 보고서, 공시 우수법인·코스닥 대상 선정 등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또한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기업은 총 732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 코스피는 343개사, 코스닥은 389개사다. 시가총액 기준 공시 비중은 코스피가 88% 수준인 반면 코스닥은 31.5%로 아직 격차가 크다.다만, 거래소는 코스닥 기업의 참여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 팀장은 "코스닥 기업은 당장의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보다 연구개발 투자 재원 확보가 더 중요할 수 있다"며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고 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으로 연결할지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과 기술특례상장기업에 대한 밸류업 공시 지원도 강화된다. 거래소는 7월 중 저PBR 기업 선정 지침을 공개할 예정이며 PBR이 낮은 기업이라도 개선계획을 제출하면 공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기술특례상장기업과 이익미실현기업의 관리종목·상장폐지 유예 요건을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와 연계하는 상장규정도 지난 2일부터 시행됐다. 거래소는 성장기업용 기업가치 제고 계획 양식과 항목별 기재 요령을 배포해 공시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이어 발표에 나선 김성천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제도팀장은 코스닥 신뢰 제고를 위한 공시제도 개선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코스닥 정책의 큰 방향은 제재 강화를 통해 상장법인에 건전한 경각심을 주는 것"이라며 "불성실공시가 발생하면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동시에, 몰라서 위반하는 기업은 거래소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김 팀장은 불성실공시의 주요 원인으로 ▲자금조달 관련 공시 번복 ▲단일판매·공급계약 변경 ▲최대주주·경영권 변동 등을 꼽았다.허위공시에 대한 제재도 대폭 강화된다. 김 팀장은 "코스닥의 경우 허위공시 발생 시 제재금이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됐고 감경 사유도 적용하지 않는다"며 "7월 1일부터는 1년 내 불성실공시 벌점이 10점만 돼도 곧바로 실질심사로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허위 여부는 회사가 제출한 자료와 담당자 답변 등을 종합해 판단하며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정황만으로도 중대한 벌점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상장폐지 제도도 신속·엄격한 방향으로 개편됐다. 코스닥 기업은 시가총액 200억원 이상을 30일 연속 유지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일 이내 45일 연속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김 팀장은 "그동안 좀비기업이나 동전주, 시가총액이 낮아 시세조종의 타깃이 됐던 기업들이 많이 퇴출될 것으로 본다"며 "시가총액 미달이나 동전주 요건은 이의신청 절차가 없다"고 말했다.거래소는 제재 강화와 함께 상장법인 지원도 병행한다. 지난 2019년부터 공시 컨설팅을 지원해 온 거래소는 올해 1차로 코스닥 70여 개사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조만간 2차 신청도 받을 예정이다. 김 팀장은 "공시 담당자 1명이 여러 업무를 맡는 코스닥 기업은 공시 관리 체계가 취약한 경우가 많다"며 "불성실공시 예방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파견하고 공시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코스닥 기업의 영문 공시 확대, 지배구조보고서 도입, IR 활성화 등도 정책당국과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김석모의 모두를 위한 미술사] 금발의 검은 머리 화가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장의 사진을 찍으며 살아간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세상을 기록한다. 그렇다면 사진은 정말 우리가 보는 세계를 그대로 보여 줄까?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호크니는 평생 이 질문을 던진 화가였다. 사진은 하나의 시점과 하나의 순간만을 기록할 뿐, 인간의 시각 경험은 훨씬 복합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걷고, 고개를 돌리고, 기억을 더하며 시간을 따라 공간을 경험한다. 보는 행위는 사진이 장면을 고정하듯 한순간에 끝나지 않는다.어두운 머리색의 호크니는 1961년 뉴욕에서 우연히 본 클레어롤 염색약 광고에 영향을 받아 머리를 과감하게 과산화수소 금발로 탈색했다. 이후 둥근 안경과 백금빛 금발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고, 그는 자신의 외모마저 하나의 예술적 이미지로 만들어 갔다.1937년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그는 일찍이 뛰어난 그림 실력을 보였다. 런던 왕립미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 진학했을 당시 영국에서는 팝아트가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추상표현주의가 절정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인간과 공간을 새롭게 그리는 구상회화의 길을 선택하였다.1964년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이주하면서 그의 예술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강렬한 햇빛, 푸른 하늘, 수영장과 야자수는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캘리포니아의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빛과 공간, 그리고 시각 경험을 연구하는 실험장이었다.호크니 예술의 핵심은 '보는 방식'에 대한 탐구였다. 피카소가 하나의 대상을 여러 시점에서 동시에 바라보려 했다면, 호크니는 여기에 시간이라는 요소를 더했다. 인간은 눈을 움직이며 공간을 경험하고, 기억 속 장면을 현재의 시각과 결합한다.그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사진에서도 발견했다. 사진은 하나의 렌즈와 하나의 시점, 하나의 순간만을 기록한다. 그러나 인간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세계를 경험한다. 호크니는 사진이 객관적이라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했고, 오히려 그것이 인간의 실제 시각 경험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보았다.수십 장, 때로는 수백 장의 폴라로이드와 사진을 이어 붙여 하나의 화면을 만드는 작업은 서로 다른 시간과 시점이 한 이미지 안에서 공존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사진을 통해 오히려 사진의 한계를 드러냈다. 사진은 회화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회화가 할 수 있는 일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 주는 비교 대상이었다.2010년대 이후에는 아이패드 드로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디지털 기술 역시 자신의 회화적 표현의 도구로 받아들였다. 아이패드는 새로운 붓일 뿐이었다. 그가 일관되게 탐구한 대상은 언제나 인간의 시각과 지각이었다.호크니의 가장 큰 업적은 회화가 여전히 살아 있는 예술임을 증명한 데 있다.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이 회화의 종말을 이야기하던 시대에도 회화야말로 인간의 시각과 지각을 가장 풍부하게 탐구할 수 있는 매체라고 믿었다.20세기와 21세기를 걸쳐 활동한 위대한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2026년 6월, 향년 88세로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그가 남긴 질문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과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카메라가 보여 주는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가.김석모 전 강릉 솔올미술관장
아이엘, 아이엘모빌리티 자회사 편입…"피지컬AI 강화"
아이엘이 자동차 부품 전문 자회사 아이엘모빌리티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며 피지컬AI 기반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3일 아이엘은 아이엘모빌리티의 잔여 지분을 추가 취득해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회사는 이번 완전 자회사 편입이 단순한 지분 구조 변경이 아니라 휴머노이드 산업 실증 기반을 강화하고 피지컬AI 운영 데이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아이엘모빌리티는 국내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자동차 부품 양산 사출공정에 투입해 실증을 진행하고 있는 생산 거점이다. 아이엘은 이곳에서 반복 작업 수행, 자재 이송, 공정 보조 등 실제 제조 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며 휴머노이드 AI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회사는 이번 편입을 통해 휴머노이드 실증과 운영 데이터 확보, AI 학습, 기술 고도화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그룹 차원에서 일원화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 생산, 품질, 운영 등 핵심 기능을 통합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특히 실제 산업 현장에서 축적되는 운영 데이터는 시뮬레이션 기반 데이터 대비 활용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자산으로 평가된다. 아이엘은 이를 기반으로 제조 환경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향후 다양한 산업 분야로 피지컬AI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최근 글로벌 피지컬AI 시장에서는 하드웨어 성능뿐 아니라 실제 운영 데이터와 AI 학습 경험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각되는 흐름이다.아이엘은 휴머노이드 공급과 운영, 데이터 확보, AI 고도화, RaaS(Robot as a Service)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하며 관련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아이엘은 최근 산업용 4족 로봇 'L1 맥스'를 출시하고, 국내 기업 대상 휴머노이드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피지컬AI 사업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조명·ITS 사업에서 확보되는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신사업 투자를 병행하는 구조도 이어지고 있다.회사 관계자는 "아이엘모빌리티는 휴머노이드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운영되는 핵심 실증 거점"이라며 "이번 편입을 통해 운영 데이터 확보부터 AI 고도화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 대형 트럭 3대 추돌…1명 심정지·2명 경상
2일 오후 10시23분쯤 경부고속도로 경북 경주시 광명동에서 대형 트럭 3대가 추돌했다.울산 방향으로 달리던 윙바디(13t)와 트레일러(25t), 카고(25t) 차량이 잇따라 추돌했다. 이 사고로 카고 차량에 끼인 30대 운전자가 심정지, 60대 2명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편도 3차로에 적재물이 쏟아져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경찰은 폐쇄회로 TV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정점식 "호남 반도체, 노란봉투법에 발목…제 발등 찍어"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정부가 추진 중인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이 기업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이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발목을 잡게 된 모습"이라며 "한마디로 도끼에 제 발등 찍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삼성과 SK가 발표한 광주·전남 반도체 공장 신설 프로젝트에 대해 삼성전자 노조와 소액주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이라며 "노조가 기업 투자 결정에 대해 협의하자고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바로 노란봉투법"이라고 주장했다.그러면서 "노란봉투법, 더 센 상법,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까지 모두 충분한 숙의와 검증 없이 정치적 이익만을 좇아 각각의 지지층을 겨냥해 만든 졸속 포퓰리즘 정책이고 포퓰리즘적 국정 운영의 결과가 좌충우돌 국정"이라며 "지금이라도 국정 운영 기조를 전면 쇄신하라"고 촉구했다.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데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그는 "집권 여당이 이처럼 법치주의 파괴에 혈안이 된 이유는 바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에 대한 보복의 서사로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얄팍한 정치공학적 계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아울러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국가의 사법 체계 시스템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라며 "강성 지지층의 환호에 도취한 서영교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권력의 칼날로 법치주의를 난자할 것이며 이후 사법 대란의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고 강조했다.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오는 7일 시행을 앞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 우려를 나타냈다. 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를 목적으로 마련된 법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김 원내수석은 "권력자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봉쇄하는 '입틀막법'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다"고 말한 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강제 배분하면서 법사위, 과방위, 문체위까지 차지한 건 온라인 입틀막법을 시행 단계에서 더욱 공고히 하고 언론 재갈법인 언론중재법까지도 강행 처리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언론 자유를 짓밟고 국민의 SNS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 걷잡을 수 없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정권 붕괴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만 사이드카 30번 발동…시장경보 체계 개편론 '고개'
국내 증시 변동성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시장 급변 시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시장경보 체계의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사이드카가 30차례 발동하며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운 가운데, 과거 시장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현행 기준이 달라진 증시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수 사이드카와 매도 사이드카가 각각 15차례씩, 총 30차례 발동했다. 이는 사이드카 제도가 도입된 1996년 이후 가장 많은 횟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2008년에도 사이드카는 26차례 발동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을 비롯해 대부분의 연도에서도 발동 횟수는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는 아직 하반기가 시작된 시점임에도 이미 금융위기 당시 기록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최근 증시 변동성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증권시장의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제한하는 시장 안정장치다. 선물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이 현물시장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올해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하루에도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코스피는 최근 1년 동안 지수 앞자리가 여섯 차례 바뀔 정도로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에 사이드카가 지나치게 자주 발동하는 현상 자체가 시장경보 체계의 실효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보여준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장 규모와 거래대금, 파생상품 거래 비중, 알고리즘 매매 등이 크게 늘었음에도 발동 기준은 제도 도입 이후 사실상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사이드카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이례적인 변동성이 발생했다는 신호를 주는 장치"라며 "경보가 반복적으로 울리면 투자자들이 이를 일상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 경고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행 발동 기준인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등락이 1분 이상 지속'을 현재 시장 환경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확대된 만큼 기준을 현실화해야 시장경보 본연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사이드카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작동해야 의미가 있는데 올해처럼 상반기에만 30차례나 발동한 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이라며 "제도가 잘못됐다기보다 변동성이 너무 큰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사이드카가 발동해도 투자 심리를 진정시키기보다 오히려 매수·매도세를 더 자극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시장 안정장치로서의 실효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또한 "시장 변동성 확대를 반영해 발동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실효성 측면에서도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고 해서 안전장치 기준까지 완화하면 급격한 가격 변동을 억제하는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이드카가 자주 발동하는 것은 최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결과일 뿐 제도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인 만큼 기준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李 '골프 회동' 제안에…나경원 "법사위원장이라도 나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강행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여야 중진 골프 회동 제안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나 의원은 2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18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11개 위원장을 선출한 데 대해 "야당 들러리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어 이 대통령이 일부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에게 골프 회동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도 "만나서 골프 치고 밥 먹으면 뭐 하나"라며 "법사위원장 다 가져가고, 패스트트랙(무제한 토론) 숙려기간도 형해화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무슨 대화가 되겠나"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골프 회동이 아니더라도 여당이 야당하고 소통할 생각이 있으면 법사위원장이라도 나눠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본인들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필리버스터랑 패스트트랙 법안도 바꾼다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도) 받을 이유가 없다. 국회 해산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골프 회동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 밝힌 나 의원은 이 대통령의 골프 일정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트럼프의 회동 제안 이전에 이미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며 "전 정권 때 골프 친 것 가지고 (민주당에서) 엄청 못살게 굴었다"고 말했다.또 "(이 대통령이 골프를 친) 시기가 언제다, 앞뒤로 어떻게 됐다, 누구랑 쳤다 여러 가지 제보가 있는데 그거 물 타려고 우리 중진들한테도 '골프 치자'고 한 건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아울러 장동혁 대표가 사퇴론을 일축하고 당내 인사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나 의원은 "무소속을 돕는다는 건 해당 행위가 맞지만 징계로 정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징계의 칼은 최소한으로 휘둘러야 한다. 대여투쟁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집안싸움만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차기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야기하기에 적절한 시간이 아니다"라며 "야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어떤 자리에서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동혁, 사약 먹일수도 없고" 정옥임 라디오 발언 논란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신인 정옥임(66) 전 의원이 MBC라디오에 출연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관련 "본인이 사퇴를 안 한다고 하는데 사약을 먹일 수도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발언을 집중 조명하는 섬네일과 클립 영상을 만들었던 MBC라디오는 시청자 항의를 받자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1일 정 전 의원은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장 대표에게) 질서 있는 퇴진을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하는지 좀 들었냐"라는 진행자 질문을 받았다. 그는 "본인(장 대표)이 안 나간다고 그러니까 사약을 드링킹 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정 원내대표는) 자기 손에 피를 묻히면서 (장 대표에게) '너 나가라'고 끌어내는 데 앞장서기도 싫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정 전 의원의 망언은 한 종편채널에서 나온 보도에 대한 논평을 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한 종편채널은 하루 전 정 원내대표와 당내 재선 의원의 식사 자리에서 "장 대표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질서 있는 퇴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MBC라디오는 1시간 50여분 진행된 이 방송을 유튜브에 라이브로 전송했다. 그런 뒤 정 전 의원 망언이 있었던 17분 정도를 따로 클립으로 떼어내 장 대표의 얼굴과 함께 "사약을 먹일 수도 없고" "장동혁이 답답한 정옥임?"이란 문구와 같이 내걸었다.현재 17분 짜리 클립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MBC라디오는 시청자 항의를 받고 이를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시간 50여분짜리 원본 영상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원본 영상엔 "상을 당한 사람한테 사약을 입에 올리는 XX. 넌 대대손손 네 입에서 나온 그 업보 다 당할 것이다" "인간도 아니다. 어찌 사약을 먹일 수도 없단 소리가 나오나" "정옥임은 하차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인간이 어디까지 사악할 수 있는지 스스로 증명 중인 건가?" 등의 댓글이 달렸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이른바 '스타벅스 구호' 논란과 관련해 배재고를 중징계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상대로 잇따라 법적 대응에 나섰다.3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에 협회 관계자들을 강요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고발 대상에는 협회장과 부회장은 물론, 배재고 야구부에 6개월간 전국대회 출전 정지 처분을 의결한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관계자들도 포함됐다.서민위는 고발장에서 "선수들이 미성년자고, 구호가 악의적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고교 3학년 주전들에게도 징계를 적용해 미래 선수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일방적·불공정·불합리한 징계"라고 주장했다.자유대한호국단 역시 같은 날 오전 서울경찰청에 유사한 취지의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이 단체 또한 협회 관계자들을 고발 대상으로 삼았다.김문수 국민의힘 전 대선후보 캠프에서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김혜지 전 서울시의원도 이날 협회 수뇌부 등을 상대로 고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김 전 의원은 조롱성 응원 자체에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배재고의 하반기 모든 대회 출전을 금지한 협회의 결정은 권한을 넘어선 조치라는 입장을 내놨다.배재고 사태는 고발 움직임을 넘어 정치권의 쟁점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협회의 징계를 두고 "과도하고 폭력적"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최근에는 배재고 앞에 "민주주의는 죽었다"라는 문구가 적힌 비판 화환과 강경 보수 단체가 보낸 응원 화환이 함께 놓이기도 했다.한편 이번 사태의 피해자로 지목된 광주일고 동창회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선수 처벌만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광주 서중·일고 총동창회는 전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협회의 엄중한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리의 목적은 학생의 나락이 아닌 교육과 정의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배재고 교직원과 야구부 학생·학부모는 지난 1일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직접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다만 광주일고 측은 시험 기간인 데다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고려해 당일 방문은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발생했다. 당시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이 광주일고와의 경기 도중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외쳤다.해당 구호는 지난달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조롱성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며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드림종합병원 '포괄2차 종합병원' 선정…지역 의료 강화
드림종합병원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포괄 2차 종합병원'에 대상 기관으로 선정됐다.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은 종합병원의 포괄적 진료역량을 강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추진한 사업이다. 지역 주민이 응급 등 필수의료를 적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종합병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드림종합병원은 ▷급성기병원 의료기관 인증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 ▷350개 이상의 수술·시술 진료 역량 등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정에 필요한 주요 요건을 모두 충족해 지원 대상에 선정 됐다.병원은 올해 보건복지부 4주기 종합병원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했으며,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A등급을 받는 등 우수한 의료서비스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365일 24시간 응급 심장 시술과 복부 응급수술이 가능한 진료체계를 운영하며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이순정 대표원장은 "포괄 2차 종합병원 선정은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지역의료기관으로서 드림종합병원의 의료 역량과 공공적 역할을 다시 한 번 인정받은 의미있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지역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필수의료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를 확대해 지역 완결형 의료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태악 등 비상임 8명, 작년~ 올해 상반기 수당만 4억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가동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할 만큼 선관위의 선거 관리 역량은 미흡했으나 주요 인사들은 거액의 수당을 챙겨간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2일 중앙선관위가 김은혜·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각급 선관위원 수당 지급내역'에 따르면 비상임위원인 중앙선관위원 8명에게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급된 수당은 총 3억8천937만원으로 집계됐다. 지급 명목은 공명선거추진비, 안건검토수당, 출무수당 등으로 실제 업무 수행과 무관하게 사실상 매달 정액으로 나가는 고정급여인 것으로 알려졌다.중앙선관위원뿐 아니라 시·도와 구·시·군 선관위원 등 지역 선관위원 2천176명에게 지급된 수당까지 포함하면 같은 기간 각급 선관위원에게 지급된 수당은 총 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관리 부실로 국민적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비상임 선관위원들에게 고정급 성격의 수당이 지급된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국회 국조특위는 직원들의 초과근무수당도 들여다볼 전망이다. 선관위는 6·3 지방선거 직전 두 달 동안 직원 초과근무수당으로만 50억원을 지급했다. 이 기간 총 초과근무 시간은 37만 9천905시간으로 선관위 전 직원이 평일 매일을 3시간 31분씩 초과근무를 한 수준이다. 선관위가 예산 절감을 이유로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줄였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내부 수당 지급에는 관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야권에서는 선관위의 예산 집행과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 행정 착오를 넘어 방만한 예산 운용과 안일한 조직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하나 된 민관정 있었다"…2019년 'LG화학 5천억' 유치
지난 2019년 5천억원 투자 규모의 LG화학 구미 유치가 성사된 막후에는 '해결사'를 자임했던 대구경북 정치권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수정당 국회의원들이 민주당 정부에서도 대기업 투자 유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구미 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제적인 물밑 작업에 나선 조력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이재명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를 둘러싼 논란 속에 대구경북이 주목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정치권이 지난 민주당 정부에서의 대기업 투자 유치 성공 경험에서 현 국면을 타개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구미형 일자리' 정책이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LG화학 구미 유치가 선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당시 구미갑 국회의원이었던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이 국방 분야에 정통했던 인맥과 정치력을 최대치로 발휘, LG 경영진들을 직접 만나며 투자 당위성을 설명하고 기업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진력을 다하며 대기업 투자 유치의 물꼬를 텄다. 백 전 차관은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기업도 직접 찾아가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기업 지원책을 연계하는 데도 힘을 썼다.정치권이 기업 경영진을 접촉하기 위해 인맥을 활용하고, 직접 만나 설득하는 데 나아가서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역할까지 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정치권 상황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단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비판 메시지나 성명 발표 차원을 넘어, 이제는 대기업을 직접 설득하고 지역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유치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정치권과 함께 경북도와 구미시 역시 부지 무상제공, 세금 감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복지, 정주 여건 등 조성에 적극 나섰다.백 전 차관은 "'광주형 일자리'가 추진된 이후 구미 지역 경제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고사 직전의 지역 산업 위기를 마주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었고 경북도와 구미시와의 전략적인 협력에 힘입어 자칫 폴란드로 갈 뻔한 대기업 투자가 구미로 오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 "7월 임시국회 소집하겠다"…민생·검찰 개혁 속도
국회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먼저 가져간 더불어민주당이 반발 중인 야당을 뒤로한 채 7월 임시국회를 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생 입법, 검찰 개혁에 속도를 늦출 수 없다는 차원이다.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7월 임시국회를 소집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직무대행은 "국민 삶에 쉼표가 없듯이 국회도 마찬가지"라며 "위원장이 선출된 11개 상임위만이라도 먼저 회의를 열어 시급한 민생 현안을 살피겠다"고 했다.한 직무대행은 민생 현안부터 내세웠다. 그는 "폐업 소상공인 정책 자금 상환 부담 완화 조치와 도산 사업장 근로자 보호를 위한 체불임금 국가 지급 등 생계와 직결된 대책들이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국회가 일해야 한다"면서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 대비도 1분 1초가 급하다. 도시 반지하부터 시골 논밭까지 상임위별로 촘촘하게 챙겨야 피해도 최소화하고 복구·보상도 빠르다"고 했다.또 "원내지도부가 전날 대통령과 만찬을 갖고 입법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TF를 중심으로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과 인프라 투자 예산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동시에 이른바 '검찰개혁'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 직무대행은 "원내지도부와 정책위, 법사위를 중심으로 형사소송법 개정 TF를 출범시켜서 실무 논의를 시작하겠다. TF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 보완 수사권 폐지라는 시대적 과제를 빈틈없이 완수할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겠다"고 밝혔다.강제선임 된 11개 상임위 위원들에 대한 사임계를 제출하며 대치 중인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몽니를 부린다면 대가는 결국 민생의 고통"이라며 "무의미한 고집을 멈추고 오늘이라도 전향적 입장을 내어놓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여전히 7개 상임위원장은 국민의힘 몫으로 남아 있다"면서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소모적 공세를 멈추고 남은 7개 상임위 구성에 조속히 협조,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李·文 통합 목소리에도…與 당권주자, 주도권 잡기 혈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주요 당권주자들이 전·현직 대통령들의 '통합' 메시지 발표 이후에도 주도권 잡기를 위한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통 지지층의 표심을 자극하거나 차별화된 의제를 내세우며 당권 경쟁의 고삐를 죄었다.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날 청와대 오찬 사진을 공유하며 "당 내부에서 조롱과 혐오, 멸칭이 난무하며 갈등을 키워온 일부 세력에게 어제 두 분의 만남과 메시지가 큰 울림과 정문일침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는 자신을 비판하는 친명(친이재명)계 지지층에 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정 전 대표는 또 "뿌리를 자르고 꽃을 피울 수는 없다"며 "우리는 김대중 역사, 노무현의 역사, 문재인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이재명의 역사를 더욱 꽃피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 대통령과의 불화설에 선을 긋는 한편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 역시 끌어오려는 의도로 읽힌다.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검찰 개혁 필요성을 내세우면서도 '이기는 민주당'을 강조하며 강성지지층에 대한 소구력보다는 중도 확장성을 선택해 달라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김 전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2024년 7월 검찰이 김건희 여사 조사 당시 취조 장소를 피의자인 김 여사 측으로부터 사실상 통보받았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검찰개혁 완수의 필요성이 재확인됐다. 총선 승리, 연속 집권만이 가장 확실한 불가역적 검찰개혁의 담보"라며 "다시, 이기는 민주당 꼭 만들겠다"고 덧붙였다.이는 정 전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 검찰개혁 의제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에서, 이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버티기 나선 국힘 "민주당 일방적 원구성에 협조 못한다"
국민의힘은 2일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원(院) 구성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과거 국회에서 야당 몫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가져간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대통령 재판 취소를 노린 것'이라는 비판 목소리도 높였다.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특검의 경우 야당 주도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2시간에 걸쳐 많은 의견을 들은 결론은 이 상태로는 원구성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왜 법사위를 고집하고 서영교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겠느냐"며 "이재명 대통령 재판 취소를 위한 공소취소 특검법 통과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 11개 위원장을 일방적으로 가져갔다. 정 원내대표는 "향후에도 원구성에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분명한 투쟁 방향을 세웠다"며 민주당의 법사위 양보 없이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역시 의총 참석 의원 80여 명 대다수가 "야당의 투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부대표는 "민주당의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상임위 운영에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이에 따라 향후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인 상임위들이 회의를 여는 등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야당 의원들이 없는 파행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날 나머지 7개 상임위 위원장으로 국민의힘 의원 이름이 들어간 '지라시'가 돈 것과 관련, 김 부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당을 서로 이간시키기 위한 술수"라며 "민주당과 우리 당은 상임위원장 선출 방식이 다르다. 민주당은 원내대표가 지명하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선출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TK 정가 관계자는"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아무 소득도 없이 여당에 협조할 순 없지 않겠느냐. 당분간은 대치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며 "김정재, 이만희 등 지역 3선 의원 중 누가 어느 상임위원장으로 갈지 관심인데 빨리 결론이 나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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