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의 각종 부실·부정 의혹 검증이 이달 들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진 지 약 두 달 만이다.'선거 부실 관리 의혹'이 투표율 고의 조작 정황까지 확산한 가운데, 국회는 관련 국정조사 기간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보관 중인 247만표에 대한 전면 재검표 일정도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다.야권의 대대적인 압박에 힘입어, 이른바 '선관위 특검'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특검은 이달 내 진용을 갖추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그동안 단편적·파편적으로만 흘러나왔던 선관위의 '부정' 전모가 세간에 드러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strong〉 ◆野 '검증 파상공세'에 선관위는 속수무책…"숨겨진 부정, 훨씬 클 것"〈/strong〉지난달 중순에 접어들면서 밝혀진 선관위의 조직적·고의적 투표율 조작 정황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각종 자료 요구를 통해 '검증 파상공세'를 펼친 반면, 선관위는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 탓이다.지난달 27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시간대별 투표수 수정보고 이력에 따르면 6·3 지선 당일 중앙선관위는 전국 56개 구·시·군 선관위로부터 총 72건 수정 보고를 받았다.주요 수정 사례로 인천 검단구에서는 오후 4시 기준 투표수가 수정 뒤 6천 명 이상 늘어났다. 경북 경주 용강동 제1투표소에서는 수정이 여러 차례 이뤄지기도 했다.전국 곳곳에서 수정 사례들이 발생하자 정상 보고조차 거치지 않고 임의로 투표율을 조작하는 사례까지 벌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국 구·시·군 선관위가 총 255개에 달하는 만큼, 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수정 내역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김 의원은 "가장 기초적이고 정확해야 할 투표율이 주먹구구식으로 파악되고 수정된 것"이라며 "특검이 성역 없이 강도 높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같은 당 주진우 의원은 지난달 29일 본투표 당일 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서버에 입력된 전국 65개 투표소의 투표자 수가 사후 수정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선관위는 투표수 오류를 알면서도 전산 서버에서 제때 수정하지 않고, 고의로 허위 입력해 수사받고 있다. 선관위 서버에서 직접 수정한 이력을 받아보니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주진우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서울 구로구 ▷울산 울주군 ▷강원 인제군 ▷충북 청주시 ▷충남 홍성군 등 전국 각지 투표소에서 투표자 수가 사후 수정됐다.주 의원은 "전국 각 투표소 65곳에서 선관위 전산 서버에 접속해 투표자 수를 변경했다. 국민들은 오류 수정 전까지 허위 투표율을 믿고 깜깜이 투표한 셈"이라고 지적했다.수정 사유는 대개 '착오'나 '통신망 장애' 등으로 기재됐다. 구체적인 사유를 열거한 주 의원은 "오류가 발생한 이유가 너무 어이없다"고 비판했다.자료를 보면 성북구의 경우 1천792표를 1천972표로 잘못 보고 오입력해 수정을 거쳤고, 구로구는 합산을 잘못하면서 482표의 오차가 발생했다. 광역단체장 투표 수를 기초단체장 선거 단위로 잘못 입력했다가 정정한 울주군의 사례와 16시·17시 투표수를 동일 입력한 청주시·홍성군의 사례도 거론됐다.주 의원은 "전국 65개소에서 공식 보고된 오류가 이 정도라면 정식으로 수정되지 않은 부정은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한다"며 "합수본은 축소·꼬리 자르기 수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즉각 특검을 발동하라"고 주장했다.〈strong〉◆잠실 247만표, 싹 '다시' 깐다…"정부여당은 손 떼라" 요구도〈/strong〉선관위의 부정 정황이 보다 명확해지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각종 선관위 검증 절차 개시를 압박해온 야권 측 주장도 덩달아 탄력을 받았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야권 지도부는 선관위와 정부여당을 사실상 등치시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참정권 박탈 사태 진상 규명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손을 떼라"고 쏘아붙였다. 선거관리위원회 특검 추천을 야당에 일임하고, 수사 범위에도 제한을 두지 말라는 요구다.장 대표는 "투표율을 조작하면 득표율 조작은 당연히 따라온다. 그 외에 어떤 숫자도 맘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선관위가 구축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결국 여야는 지난달 30일 선관위 관련 국정조사 기한을 한 달 가량 연장하고, 오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현장 검증과 재검표를 진행키로 잠정 합의했다.국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이 의결했다.우선 특위는 활동기한 연장에 따른 운영 일정 변경에 합의했다. 변경된 일정에 따르면 3차 청문회는 오는 10일에 열린다. 이어 18일 재검표·현장검증을 실시한 뒤, 28일 결과보고서를 채택한다는 방침이다.다만 특위는 재검표 시점에 대해서는 여야 간사 협의에 따라 조정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재검표 대상은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에 보관 중인 247만표 등이다.특위 활동기한은 다음 달 1일 종료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야 원내지도부가 이날 관련 특검법 통과에 합의하면서 특위 활동기한 연장의 길이 함께 열렸다.다만 야당 일각에서는 '특위 차원 재검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특검의 증거물이기도 한 송파구 개표소에 대해서 재검표 부분은 의혹 해소의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라며 "18일 일정을 확정적으로 잡아 놓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최보윤 국민의힘 의원 역시 "특검 입회를 전제하지 않은 재검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특검과 연결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이걸 넘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발언했다.다만 특위는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가 이뤄진 만큼, 일정 변경안을 그대로 가결했다. 두 의원의 반대 의견은 따로 기록됐다.〈strong〉◆선관위 특별법, 진통 끝 압도적 '찬성' 가결…최장 170일 활동〈/strong〉같은 날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롯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각종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국회는 지난달 30일 오후 본회의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특검법 표결에서는 재석 228명 중 226명이 찬성표를 던지는 등, 여야를 막론하고 압도적 찬성률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이날 오전 특별법 세부사항에 전격 합의하면서다.법안에 따르면 특검은 양당에서 각 3인씩 추천돼 6인으로 구성되는 '국민추천위원회'를 기반으로 구성된다.추천위는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장으로부터 후보 3인(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자)씩을 추천받는다. 이 중 2인을 여야 합의로 선정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특검팀 인력은 특별검사보 5명을 비롯해 특별수사관 70명, 20명 이내의 파견검사, 파견검사를 제외한 70인 이내의 파견공무원으로 꾸릴 수 있게 명시됐다.여야 간 이견을 노출했던 수사 대상과 범위도 결국 합의점을 찾았다.특검 수사 대상에는 ▷투표용지 부족에 따른 참정권 침해 의혹 ▷개표 중단·보전 조치 없이 개표를 강행한 의혹 ▷본투표용지 인쇄 물량 하한 기준 축소 등 선관위 의사결정 과정 위법 의혹 ▷6·3 지방선거 투표율 집계 조작 등 선거 관리 시스템 전산 입력 오류 및 선거 통계 조작 의혹 ▷투표 절차·투표용지 관리 부실 및 투표 보관 상자 등 선거 물품 무단 방치 및 분실 경위와 관련된 법 위반 사건 등이 포함됐다.이외에도 ▷선거 사고·의혹 보고 과정에서의 누락·축소·은닉·은폐 의혹 ▷선관위의 직무유기·직권남용 및 수사·조사 지연·은폐 의혹 ▷투표용지 제작 예산과 인쇄 물량 불일치 등 선거관리 부실 ▷선관위 직원 외유성 출장, 특혜 채용, 수의계약 등 운영 비리 ▷선거관리 시스템의 관리·보안 및 운영 부실 의혹 ▷올해 7월 29일까지 접수된 제9회 지방선거 관련 선관위 고소·고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인지된 관련 사건 등도 특검의 수사 범위에 들어간다.수사 기한은 최장 170일이다. 우선 특검이 임명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의 직무수행 준비 기간을 갖고, 이후 수사 기간으로 90일이 부여된다. 2회에 한해 각 30일씩, 총 60일의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는 조항도 담겼다.아울러 법안에서는 특검이 기소한 사건은 1심 6개월, 2심 및 3심은 원심의 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명시했다. 공판과 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방송중계토록 했다.
강남서 술 취해 차도 나온 40대…그대로 차에 치여 숨져
지난 새벽 술에 취한 채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 걸어 나온 40대 남성이 그대로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1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해당 남성을 차로 친 30대 운전자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시쯤 강남구 대치동에서 차를 몰고 가던 중, 해당 남성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를 받는다.사고 직후 구급대가 출동했지만, 피해자는 이미 현장에서 숨진 상태였다.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를 미처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고 당시 A씨에게서 음주나 마약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일하던 마트서 고의로 본인 팔 절단…1억원 가로챈 30대
근무 중 고의로 자신의 팔을 절단해 1억2천만원 상당의 산재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3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강신영 부장판사는 사기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31세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 12월 21일 오후 7시쯤 충남 아산시에 있는 모 식자재마트에서 근무하던 중 전기기계 절단기인 골절기를 이용해 자신의 왼팔을 절단했다.A씨는 한 달 뒤인 2021년 1월 19일쯤 이를 산업 재해로 인한 사고인 것처럼 가장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등을 청구했다. A씨가 2024년 11월 19일까지 부정 수급한 보험 금액만 1억 2천237만원에 달했다.수사 당국은 A씨의 팔 절단 상해가 자신이 고의로 절단한 것임에도, 보험금을 받기 위해 "우연한 사고로 인한 산업 재해"라고 속인 것으로 결론지었다.앞서 A씨는 민간 보험회사로부터 1억8천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부정하게 속여 뺏은 혐의로 먼저 재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2024년 11월 13일 징역 1년 2개월이 선고됐고, 이내 확정됐다.A씨는 일부 보험금 편취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조사 결과 A씨는 보험사 여러 곳으로부터 총 5억7천만원을 타내려다, 보험사기를 의심한 각 회사로부터 거절당한 이력이 있었다.이와 관련 강 부장판사는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같은 사고로 민간 보험회사들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한 범죄사실 등으로 이미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군사연료 수송체계 개편 결정을 '전쟁 준비 책동'이라고 1일 규정했다. 북한은 "나토의 위험천만한 도전적인 행위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단호한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나토의 '나토 연료 공급망 역량 프로그램 계획'에 대해 "연유를 비롯한 전쟁물자들을 충분히 비축해놓고 세계의 임의의 곳에서 임의의 순간에 전쟁의 불길을 지펴올리자는 것이 바로 나토가 품고 있는 사악한 흉심"이라며 이같이 쏘아붙였다.앞서 나토의 정치적 의사결정기구 북대서양이사회는 지난달 22일 나토의 기존 연료저장과 분배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270억 유로(약 45조3천억원) 규모의 '나토 연료 공급망 역량 프로그램 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중앙통신은 나토가 해당 계획을 승인한 배경에 혹시 모를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외신들의 분석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그렇게만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중앙통신은 "나토는 최근년 간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성원국(회원국)들의 전략자산들까지 더욱 뻔질나게 들이밀어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며 "우리의 적대국들과 공모하여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지역에서 모험적인 전쟁 시연을 시도 때도 없이 벌려놓고 있다"고 한반도 문제를 엮어 주장했다.또 최근 마무리된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림팩)에 나토 회원국이 참여한 것을 두고서도 "나토가 언제 한번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전쟁의 시야에서 떼놓지 않고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비난했다.중앙통신은 "나토가 군사블럭으로 비어져나온 지 수십 년이 되지만 지금처럼 전쟁 준비 책동을 노골적으로 감행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이는 "전쟁시간을 앞당기는 것이자 나토 파멸시간의 단축"이라고 경고했다.
김대남 임명 철회 공동성명? 특정계파 '답정너' 성명이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서울 송파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발탁되자 언론엔 국민의힘 송파구의원 일동 명의의 '임명 철회 공동성명서'란 문서가 공개됐다. 하지만 확인 결과 상당수 구의원이 공동성명서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송파구 의원 일부는 이날 송파구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송파구의원 전체는 김 이사장의 임명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김 이사장은 공공기관장으로서 요구되는 자질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성명문은 '국민의힘 소속 송파구 구의원 일동'이 발제자로 등장했는데 실제로는 상당수 송파구의원은 이 성명서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호 송파구의원은 "난 김 이사장 임명을 반대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적 없다"며 "송파구 의총은 의원 절반 이상이 참석해 과반이 찬성하면 그것이 의원 전체 의견이 되는 구조다. '구의원 일동'이라고 오늘 오전에 성명서가 나갔지만 내 입장과 무관하다. 내용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명서엔 김 이사장을 반대하는 이유로 정치적 내용만 담겼는데 이와 달리 관리공단 이사장직은 정무적 판단이 중요한 자리"라며 "그간 김 이사장에게 제기된 의혹과 논란이 사실인지 전혀 검증된 게 없다. 심지어 당사자의 해명도 없다. 확인 없이 어느 한 쪽 입장만 반영한 피상적 보도와 가짜뉴스를 근거로 누군가의 임명을 반대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정수 구의원도 "30일 오후 7시 넘어 '의총이 열린다'는 내용을 전달 받았다. 사전에 아무런 안내가 없었던 상황에서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며 "급하게 의총을 열어 밤늦게 찬반 의견을 내는 것보다 좀 더 시간을 갖고 결정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희망과 달리 오늘 오전에 성명서가 나갔다. 그 내용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일동'이라는 표현은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어 "범죄 등의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임명권자의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효 구의원도 "성명서를 만들지,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언제 발표할지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며 "결국 어떤 내용이 어떻게 공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명서가 오늘 오전에 나갔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 임명 관련 모든 구의원의 동의가 없었으나 '일동'이라고 공개된 공동 성명서를 두고 정치권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2024년 김 이사장이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공격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주 의혹' 때문에 지금 친한동훈계로부터 공격 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실제 성명서 작성을 주도하고 동의한 일부 구의원은 '송파 남매'를 자처하는 박정훈·배현진 의원 측 인사다. 박정훈·배현진 두 사람은 친한동훈계를 대표하는 의원으로 분류된다. '답정너'식 송파구의원 일동 성명이 나가자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김 이사장 발탁 관련 반대 의견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기기도 했다. 박 의원은 "서강석 구청장이 이재명 대선 선대위에 합류하려다 쫓겨난 김 씨를 송파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며 "누가 이런 구태를 벌였는지 당무감사와 징계는 이럴 때 하라고 있는 제도"라고 적었다. 배 의원은 "지난 조기대선 때 이재명 선대위에 본부장으로 갔다가 민주당 내부의 반발로 사실상 퇴출된 김대남이란 인물을 송파구청장이 송파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임명한 사실을 어제 보고 받았다"며 "지역 당원들이 분노하며 즉시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확인하고 적확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대구시가 AI와 로봇, 미래모빌리티, 반도체, 의료 등 지역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전면 재점검하고 연말까지 중장기 발전전략을 마련한다. 대구시는 31일 추경호 대구시장 주재로 지역 미래산업 대표기관장 간담회를 열고 산업별 현황과 대구의 경쟁력,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대구테크노파크 등 11개 기관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AI·로봇·미래모빌리티·반도체·의료 분야의 국내외 산업 동향을 살펴보고, 대구가 보유한 연구·산업 기반을 기업 성장과 투자 유치 등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개별 사업의 추진 상황을 보고받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대구 미래산업 정책의 전체 방향과 기관 간 협력체계를 다시 설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구시는 그동안 분야별·기관별로 추진돼 온 사업을 하나의 중장기 전략 아래 연계하고, 주요 기관들이 사업 기획과 의사결정 과정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9월 추가경정예산안에 연구용역비를 편성하고, 연말까지 '대구시 미래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연구용역에서는 대구 미래산업의 국내외 경쟁력과 분야별 성장 가능성, 산업 간 연계 방안, 중장기 투자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추 시장은 "대구가 글로벌 산업 흐름의 주류에 제대로 올라타고 있는지 냉철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분절적이고 단절적인 사업 추진에서 벗어나 기획 단계부터 대구 미래산업의 큰 그림 속에서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대표기관을 중심으로 원활한 의사결정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고, 연말까지 지역 산업 발전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진 하천서 물에 빠진 30대…심정지로 병원 갔지마 숨져
31일 오후 8시 9분쯤 경북 울진군 온정면 광품2리 광품천에서 A(30대) 씨가 물에 빠진 것을 일행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 씨는 일행에 의해 물 밖으로 옮겨져 있었으며 심정지 상태로 울진의료원으로 옮겨졌다.경찰은 일행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장윤기 사건' 형사과장, 영장 또 '기각'…체면 구긴 경찰
경찰 특별수사단이 '장윤기 사건'을 일선에서 지휘한 광주 광산경찰서 전 형사과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재차 신청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법원은 특수단 측이 제시한 형사과장의 범죄 혐의에 대해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이미 국가수사본부가 장윤기 봐주기·부실 수사에 깊숙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국수본에 설치된 특수단의 구속영장 신청이 과도하다는 법원의 '제동'이 거듭 이어진 셈이다. 영장 신청의 적절성을 두고 경찰 조직 안팎에서 논란이 예상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정교형 광주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광주경찰청 소속 A 경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경찰청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정 부장판사는 "종전 구속영장 기각 결정 이후에 추가로 확보된 증거자료까지 종합해 살펴봐도 범죄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이로써 경찰 특수단은 지난달 21일에 이어 두 번이나 A 경정의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하게 됐다.A 경정은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의 가해자 장윤기가 고교 2학년 여학생 고(故) 이채원양을 살해한 당시 사건을 담당한 광주 광산경찰서의 전 형사과장이다.당초 경찰은 장윤기에게 형량 하한선이 5년 수준인 '단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는데,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에게 최소 무기징역부터 처벌되는 '강간 목적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어 장윤기는 첫 공판에서 범행 목적이 성범죄에 있었다는 취지로 실토했다.이에 경찰 특수단은 A 경정에게 일선에서 수사를 지휘하면서 부실을 유발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외에도 경찰은 A 경정이 장윤기의 살인 행위와 연결된 '스토킹 및 성폭행' 별건 범죄를 일괄 수사하지 않고 분리해 타 부서에 넘기는 등 수사 책임자로서 직무를 유기한 혐의도 있다고 판단했다.한 차례 구속영장 발부에 실패한 경찰 특수단은 동일한 혐의로 자료와 진술 등을 보강해 재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줄곧 혐의를 부인해온 A 경정 측은 두 차례의 구속심사 과정에서 "훼손된 리얼돌 등 5가지 단서를 토대로 장윤기의 강간살인죄도 검토했었다. 관련 조사 내용은 검찰 송치 기록에 추가 보고서로 첨부했다"고 주장했다.
"딸은 하나 있어야" 62% vs "아들은 하나 있어야" 35%
자녀의 성별로 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딸이 한 명 있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아들이 한 명 있어야 한다'고 답한 비율보다 1.8배 높게 나타났다.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24~27일 실시해 지난 28일 공개한 '2026 자녀·육아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딸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아들이 하나 있어야 한다'는 답변은 35%에 그쳤다.특히 두 인식 모두 고령층일수록 강하게 나타났다. 70세 이상에서 딸을 선호하는 답변은 73%, 아들을 선호하는 답변은 50%였다.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세대에서 딸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높았다.'원하는 자녀 구성'을 물은 결과도 비슷했다. '아들도 딸도 하나씩 있어야 한다'가 33%, '아들은 없어도 되지만 딸은 있어야 한다'가 29%로 조사됐다. 반면 '딸은 없어도 되지만 아들은 있어야 한다'는 2%에 머물렀다.여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데 대해 전문가는 부모에 대한 부양 책임 약화를 꼽았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동아일보에 "과거에는 남아 선호가 높았다. 전통사회에서는 가문 계승이나 제사,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 등이 강했기 때문"이라며 "요즘에는 전통 의식이 상당히 약화했기에 꼭 남아를 선호해야 할 이유가 거의 사라졌다"고 밝혔다.이어 "지금 부모들은 베이비붐 세대이거나 그 이후 세대일 텐데 스스로 자산을 많이 축적한 세대"라며 "현재 연금제도나 건강보험제도 등 사회보장제도도 잘돼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경제적 부양보다는 정서적 교감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사회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원장은 "지금 부모 세대는 자녀들에게 농업 노동력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부양보단 정서적 가치를 더 요구한다"고 말했다.아울러 "자녀들이 부모와 독립해서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먼저 안부를 물어주거나 친구처럼 대해주는 것을 필요로 한다"며 "이 같은 정서적 가치는 딸이 더 강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범죄자, 검찰 피하려다 골절상…'수배 중' 아들도 검거
실형이 확정된 범죄자가 검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피하려고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가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수배 중인 아들도 함께 검거됐다.31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쯤 경기 안성시 공도읍 한 빌라에서 춘천지검 영월지청 소속 집행관들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60대 A씨를 검거하려는 과정에서 A씨가 건물 밖으로 추락했다.A씨는 다리 골절상을 입고 평택시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A씨는 범죄로 징역형이 확정된 상태에서 체포를 피해 도주하다 추락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아들 B씨 역시 다른 사건으로 인한 벌금을 내지 않아 수배 중인 사실을 확인해 검거했다.B씨에게 부과된 소액 벌금은 모두 집행이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다.검찰은 A씨가 치료를 마치는 대로 형 집행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준석, 중국공산당과 연관' 허위글 누리꾼 벌금 50만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중국 공산당과 연관됐다는 허위 글을 인터넷 카페에 게시한 누리꾼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이 대표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같이 밝혔다.이 대표가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창원지법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약식 기소된 누리꾼 A씨에게 지난달 26일 벌금 50만원을 약식명령했다.A씨는 지난 2월 6일 경남 김해시 거주지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네이버 카페 '자유한길단'에 접속해 "이준석이 중국공산당과 연관됐고, 이준석 부친이 중국인 사업가 밑에서 일한 화교"라는 취지의 허위 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약식명령은 혐의가 비교적 무겁지 않은 사안에서 정식 공판을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로 재산형(벌금이나 과료, 몰수)을 부과하는 절차다.이 사안과 관련해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정치의 영역에서 이런 음해성 허위 사실로 돈벌이해오고 선동해온 사람들이 근절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찰, '공직선거법 위반' 안병윤 예천군수 구속영장 신청
경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안병윤 예천군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1일 밝혔다.안 군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언론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부터 이틀 간 안 군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는 다음달 3일 오전 11시 대구지법 상주지원에서 열린다.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사안은 수사 중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검찰개혁에 반발해 내는 사표는 모조리 수리하라. 집단 항명하는 검사들도 징계하라"고 촉구했다.조직 안팎에서 분출될 반발을 정부가 이른바 '찍어누르는'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진압하라는 취지의 강경 발언이다.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의결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검찰개혁 완수, 민생개혁 전환 국민보고대회'에서 "검찰주의자들이 마지막 용을 쓸 것이다. '사표 쇼', 검찰 게시판에 '집단 항명 쇼'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신 대표는 "마침내 오늘 검찰이 깡패처럼 휘둘러온 수사권은 형사소송법에서 삭제됐다"면서 "(검찰 수사권 폐지에는) 물샐틈없는 준비와 차분한 이행만 남았다"고 강조했다.이날 신 대표는 "혁신당은 정치 검찰과의 전쟁이라는 1막을 내리고, 불평등과의 전쟁이라는 2막을 연다"고 선언했다.이어 "이를 위해 대한민국 민생 대개혁을 선포한다"며 "검찰개혁에 쏟던 에너지를 한 톨 남김없이 국민 삶의 질 혁신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앞서 이날 오후 국회는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표결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의 주도로 이뤄졌다.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 사의표명…형소법 개정안 통과 반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형사법소송 개정안 국회 통과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구 대행은 31일 오후 6시 퇴근길 대검찰청에서 "형소법 개정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방금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5일 취임 후 258일 만이다. 그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구성원 모두의 성찰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그런 이유로 제도 개편이 이뤄지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피해자를 비롯한 사건 관계인을 보호하는 검찰 제도의 본질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편의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며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검사가 수사기록에만 의존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기 어려우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우려도 지속해 제기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됐고, 이에 안타깝고 막막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더라도 제도의 공백은 없을지, 국민을 보호하는 데 부족함은 없을지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법조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과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이 여전히 남겨진 상태에서 형소법이 이처럼 개정되는 것에 대해 저 또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앞으로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공정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 형사사법제도가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구 대행의 사표가 수리되면 검찰총장 직무는 당분간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맡아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대낮에 여고생에 흉기 휘두른 남고생, 스토킹 혐의 추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택가에서 여고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1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서울 강서경찰서는 10대 남성 홍모씨를 살인미수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전날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경찰은 홍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수사하던 중 피해자를 스토킹해왔던 정황을 포착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고등학생인 홍씨는 지난 23일 오후 1시 26분쯤 화곡동 다세대 주택가에서 고등학생인 1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복부를 다친 피해자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받았다.홍씨와 피해자는 지인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법원은 지난 25일 홍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탈시설 장애인, 기초수급↑… "지속 가능한 탈시설 필요"
인간은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길 바란다.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도 그 꿈을 안고, 시설 바깥으로 한 발짝을 내딛었다. 이들은 성공적으로 바깥 삶에 정착했을까. 정착을 위해 더 필요한 건 없을까.물음에 답하기 위해 대구시 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서 대구시 관할 거주 시설을 퇴소한 장애인들을 조사했다. 작년 9월과 10월에 조사를 진행했으며, 퇴소 후 지역 사회에 정착한 장애인 135명이 그 대상이다.◆ 오랜 시설생활 끝에 자립조사 결과 응답자 중 56.3%가 지적 장애인이었다. 뇌병변장애 22.2%, 정신장애 9.6% 순이었다. 특히 타지역과 달리 '노숙인 시설'에 있다가 퇴소한 이들이 32.6%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이들은 오랫동안 시설에서 머무르다가 퇴소를 결심했다. 응답자의 51.1%가 20세 미만에 시설에 입소했다고 응답했다. 당시 입소의 주된 원인은 돌봄의 부재로, '가족 및 주변에 돌볼 사람이 없어서'가 38.5%를 차지했다.이후 시설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이들의 시설 평균 거주기간은 24.9년에 달했다. 그렇다 보니 자립의 이유도 독립적 삶에 대한 열망이었다. 이들은 자립의 이유로 '단체생활이 아닌 혼자 살고 싶어서'(68.9%)라고 응답했다.자립 이후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일상생활에서의 '삶에 대한 선택과 결정'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높게 나타났다. 또 외출 빈도도 잦았다. 거의 매일 외출한다는 응답이 74.8%에 달했다.◆ 고립 우려 심화다만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응답자의 83.0%가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또 일상생활 지원의 79.3%, 여가활동 동행의 62.2%를 활동지원사에게 의탁하는 상황이었다.서비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 중 50.4%가 '서비스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또 평균 152.2시간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주변 지인들과의 사회적 교류도 잦지 않은 편이었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은 평균 2.3명이지만, 21.5%는 지인이 '한 명도 없다'고 답했다. 특히 정신장애인은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1.77명으로 가장 적었다.또 응답자의 40.0%는 '중요한 물건을 맡길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다. 친밀하게 교류하는 이가 없는 만큼, 자립 지원 인력에게 심하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경제와 건강, 현실의 벽응답자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태였다. 94.1%가 기초생활수급자이며, 평균 월 소득은 122.4만 원, 월 생활비는 72.4만 원이었다.응답자의 93.3%가 생활비 지출 항목 중 '식료품비'를 가장 지출이 많은 항목으로 꼽아, 저축 등 자산 형성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재산 관리를 스스로 하는 비율은 42.2%에 불과하며, 스스로 관리하지 못하는 이들 중 75.6%가 활동지원사나 코디네이터 등 전담인력의 도움을 받고 있다.만성 질환의 유병률도 높았다. 응답자의 74.8%가 만성질환이 있으며 그 가운데, 79.3%가 관련 약을 먹고 있었다. 또한 한 달간 의료기관 이용률은 72.6%에 달했다.◆ 현장 "퇴소 후 관리체계 필요"현장 종사자들은 이러한 자립 장애인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자립 장애인의 고립을 막고,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장애인 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의 기능 강화를 주문했다. 퇴거 이후에도 복지관 등 인근 기관과 연계해 안부를 확인하고, 낮활동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또 이들은 의료 정보 접근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봤다. 시설 퇴소 과정에서 당사자의 과거 병력, 약물 복용 기록 등 필수 의료 정보가 현장에 제대로 인수인계되지 않아 초기 자립 시 시행착오를 겪어서다.시설을 떠난 장애인들은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활동 지원과 의료, 사회적 관계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단순히 퇴소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추는 게 필요한 때다.
영유아 낮잠 '수시 관찰'으론 부족하다…안전 시스템 필요
'수시로 관찰하라'는 권고만으로 충분할까. 영유아 낮잠시간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관찰 기준과 점검 체계, 인력 운영을 함께 갖춘 안전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도화한 사례가 적지 않다.◆ 15분마다…'낮잠 안전'기록해외 일부 국가는 낮잠시간 관찰 주기와 점검 항목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보육시설에서 2세 이하 영유아가 잠든 동안 15분마다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기록하도록 한다. 기록에는 아이의 수면 자세와 호흡 이상, 고통의 징후, 점검 시각과 담당자 이름 등이 포함된다.호주는 어린이집이 수면·휴식과 관련한 위험요인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각 시설은 아이들의 연령과 발달 상태, 수면 공간, 교사의 시야 확보 여부와 점검 방식 등을 반영해 수면·휴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잘 살피라'고 권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설별 위험을 사전에 파악해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이 같은 사례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영아를 일정한 간격으로 확인하는 '낮잠 순찰제'나 점검 기록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시로 관찰하라'는 포괄적인 권고를 넘어 아이의 얼굴색과 호흡, 수면 자세 등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과 점검 간격을 구체화하자는 것이다.◆ 기술보다 먼저 시스템그러나 점검 횟수와 기록만 의무화한다고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자칫 교사의 행정업무만 늘어나거나 실제 관찰 없이 점검표에 서명하는 형식적인 제도로 흐를 수 있다. 순찰제나 점검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낮잠시간에 교대할 인력을 확보하고, 교사가 모든 아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수면 공간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수면센서와 호흡감지 장치, 인공지능 카메라 등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아이의 움직임이나 호흡 이상을 감지해 교사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육안 관찰 사이의 공백을 줄이는 보조수단이 될 수 있다.다만 기계가 모든 위험 상황을 정확히 감지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기기 오작동이나 알림 누락 가능성이 있고, 아이의 얼굴색과 자세, 몸 상태를 직접 살피는 교사의 역할도 대신할 수 없다. 기술은 교사의 직접 관찰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또 하나의 안전망이어야 한다. 관찰 주기와 확인 항목을 구체화하고, 인력 공백과 수면 공간의 사각지대를 줄인 뒤 기술을 보조적으로 결합하는 다층적인 안전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 명작 고전소설을 뒤틀어 지금 현실을 바라보는 팩션(사실을 뜻하는 '팩트'와 허구를 의미하는 '픽션'의 합성어) 콘텐츠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원작 설명가난하지만 착한 흥부는 다친 제비를 정성껏 돌봐주고, 그 보답으로 얻은 박씨를 심어 큰 부를 얻는다. 이를 목격한 형 놀부는 욕심을 부려 같은 방식으로 재물을 얻으려 하지만, 되려 화를 입는다. 결국 놀부는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형제는 화해한다. 선행과 나눔을 조명하며 욕심에 대한 경계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권선징악 이야기다. 신라시대 '방이설화'를 기원으로 보기도 한다.▶강의실 분위기는 오전 수업 특유의 무기력함으로 채워져 있었다. 직전 강의의 묘한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이기도 했다. 교수는 흥부전을 다룬다고 했다. 역시나 익숙한 이야기였고, 대부분 학생이 내용을 잘 아는 작품이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게 더 이상한 유명 전래동화."이 작품을 어떻게 읽었나?"한 학생이 대답했다."권선징악 이야기입니다."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만족하지 못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틀린 건 아니다. 다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중요한 걸 놓치지."교수는 칠판에 두 단어를 적었다.제비박"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제비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계절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존재다. 즉, 고정된 공간에 속하지 않는다. 교수는 제비가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로 작품을 다시 읽어보자고 했다."그럼 흥부는 뭘까?"잠시 정적이 흐른 뒤 윤재가 말했다."그 흐름과 연결된 인물입니다."흥부는 제비를 돌보고, 그 관계를 유지하며, 대신 씨앗을 받는다. 이 과정은 단순한 선행의 보상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자원을 얻는 구조로 볼 수 있다. 반면 놀부는 이 구조와 단절된 상태다.교수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소재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박은 축적이다. 시간이 쌓인 결과."박은 씨앗에서 자라난다. 이 과정엔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와 기다림, 그리고 성장이라는 단계가 존재한다. 흥부는 이 과정을 거친다. 반면 놀부는 그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 얻으려 한다. 이 차이가 상반된 결과를 만든다."흥부가 얻은 재물은 '기적'이 아니라 구조(救助: 제비를 구조하다, 構造: 정보를 매개로 하는 네트워크 구조)의 결과다. 정보를 기반으로 한 축적과 그 축적이 만들어낸 확장이지.""그럼 박에서 사람이 나온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윤재가 조용히 물었다.교수는 칠판에 두 단어를 적은 후 화살표로 연결지었다.자원 → 사람"자원이 축적되면 사람이 모이고, 조직이 생긴다. 박에서 사람이 나온다는 건, 축적된 자원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야."이건 흥부가 이후 부를 증식하는 상황도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그는 재물을 독점하지 않는다. 나눈다. 기존 해석에서는 착함, 미덕 따위로 설명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자원의 분배, 네트워크의 확장을 뜻한다. 이건 재투자의 한 형태다.▶"그럼 놀부는 왜 실패했을까?"교수의 질문에 윤재가 되물었다."구조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놀부는 제비를 일부러 다치게 하고 같은 결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가 만든 건 관계가 아니라 단절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동일한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했다. 박이 터지고 괴물이 나오는 장면은 단순한 벌이 아니라, 잘못된 방식으로 구조를 건드렸을 때 발생하는 실패를 상징한다.여기서 흥부전은 경제 구조를 설명하는 이야기로 변모한다. 정보의 흐름, 자원의 축적, 네트워크의 확장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된 구조다. 작품에서 반복해 강조하는 '나눔'은 개인의 선행을 가리키는 윤리라기보단 기업이나 국가의 경제 시스템 유지 방식에 가깝다. 교수는 "로봇이 인간에게 보편적 고소득을 줄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예언, 이번 정부 들어 화두가 된 '기본소득' 등의 개념을 곁들여 설명했다.수업이 끝나갈 무렵 교수는 책을 덮으며 말했다."흥부전은 착한 사람이 잘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닐거야. 구조를 이해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에 가까워."▶수업 직후 교수는 연구실에서 책을 다시 펼쳐 놀부의 박이 열리는 장면을 그린 삽화를 유심히 쳐다봤다. 실은 쏟아지는 괴물들 사이에 사람 서너명이 섞여 있었다. 그들이 괴물들에게 뭔가 지시하는듯한 손 동작도 그제야 발견했다. 앞서 흥부의 박에서 나온 사람들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흥부 쪽 사람들이 왜 놀부를 혼내주러 가는 무리에 섞여서…."하지만 이내 다시 봤을때 그들은 그림에서 사라져 있었다. 환시였을까. 교수는 문득 형제의 화해, 즉 '평화'가 이야기 속에서 어떤 방법으로 달성됐을지 이래저래 상상해보다가, 연구실을 나섰다.※'③장화홍련전-기록되지 않은 사건'에서 계속.▶함께 보면 좋을 작품=소셜 네트워크/21세기 자본/기생충◇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 데이비드 핀처 감독, 제시 아이젠버그·앤드루 가필드 출연)=인간 관계망 자체가 거대한 자산과 권력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흥부전의 '제비 네트워크' 구조와 맞닿는다.◇책 '21세기 자본'(2014, 토마 피케티)=자본의 축적과 불평등 구조를 분석한 책이다. 부의 집중과 분배 문제를 통해 흥부전의 경제적 의미를 현대적으로 다시 상상하게 한다.◇영화 '기생충'(2019, 봉준호 감독, 송강호·이선균·조여정 출연)=가난한 가족이 부유한 집과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계층과 자원의 흐름이 흥부와 놀부의 대비를 떠올리게 한다.▶연결고리 시사 이슈=일론 머스크의 네트워크 경제흥부전과 연결해 볼 수 있는 시사 이슈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창립자 일론 머스크가 펼치는 네트워크 경제다. 머스크의 사업은 하나의 상품만 팔고 마는 차원이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망, 위성통신, SNS, 결제, 인공지능을 서로 연결해 하나의 생태계로 묶으려 한다. 핵심은 개별 사업의 성공을 넘어 사업과 사업 사이에 흐르는 자원, 데이터, 이용자, 인프라의 순환이다.흥부전도 단순한 선행 보상담으로만 읽기 어렵다. 흥부는 제비를 돌보고 그 관계를 유지해 대가로 박씨를 얻는다. 박씨는 다시 땅에 심기고, 박이 열려 그 안에서 재물과 사람이 나온다. 선행은 씨앗이 되고, 씨앗은 자원이 되고, 자원은 새로운 관계와 조직을 만든다.따라서 흥부는 '착해서 복 받은 사람'이기 전에 구조를 이해한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제비라는 작은 관계를 끊지 않았고, 받은 씨앗을 소비하지 않고 심었다. 박에서 사람이 나오는 장면은 축적된 자원이 다시 사람을 불러들여 네트워크를 만드는 상징으로 읽을 수 있다.머스크의 방식이 닮았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팔지만 동시에 배터리와 충전망, 에너지 저장과 인공지능을 연결한다.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는 우주와 통신망을, X와 X머니는 소셜 네트워크와 결제망을, xAI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엮으려 한다. 한쪽에서 열린 자원이 다른 쪽의 씨앗이 되는 구조다.다만, 흥부전의 제비·박씨·박 소재는 가난한 집에 자원이 풀리는 분배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머스크의 네트워크는 분배만큼 통합과 집중의 성격도 크다. 특정 기업과 인물에게 과도한 영향력이 집중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결국 흥부전은 오늘날 네트워크 경제를 바라보는 긍정과 부정의 질문 모두 담고 있는 셈이다.
[김석모의 미술사]1950년대 뉴욕 아방가르드와 선(禪)
20세기 중반 미국과 유럽의 지식인과 예술가가 동아시아의 선불교에 관심을 가진 배경에는 서구 근대문명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원자폭탄이 초래한 파국은 이성과 과학, 진보에 대한 낙관을 흔들었다. 인간의 이성과 기술이 반드시 더 나은 세계를 만든다는 믿음이 무너지면서 일부 지식인은 기존의 서구 철학과 종교 밖에서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모색했다.당시 예술 내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미술가와 음악가는 작품을 개인의 감정이나 천재성을 표현하는 결과물로 보는 낭만주의적 작가관에 의문을 품었다.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보다 작가의 의도와 통제를 줄였을 때 무엇이 드러나는가가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개념적 판단에 앞선 직접적인 경험, 자아에 대한 집착의 해체, 일상 속에서의 깨달음을 강조한 선불교는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었다.일본의 불교학자이자 선(禪)사상가인 스즈키 다이세쓰(鈴木大拙, 1870–1966)는 이러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선을 엄격한 사찰 수행이나 난해한 불교 교리에만 한정하지 않고, 현실을 분별과 개념 이전의 상태에서 직접 경험하는 사유로 설명했다. 영어로 저술하고 강연한 그는 선불교를 서양철학과 심리학, 기독교 신비주의와 연결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의 독자가 접근할 수 있는 언어로 재구성했다.스즈키는 1952년부터 1957년까지 방문교수로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강의했다. 그의 강의는 선불교와 화엄사상을 중심으로 심리학과 서양철학, 기독교 신비주의를 폭넓게 아울렀다. 학생과 일반인, 학자뿐 아니라 뉴욕 문화예술계의 여러 인물도 그의 강의와 사상적 영향권에 있었다. 다만 이는 동아시아의 선이 그대로 서구에 이식된 과정이 아니었다. 스즈키가 근대적으로 재구성한 선사상을 서구 예술가들이 각자의 문제의식과 매체에 따라 선택적으로 해석한 과정이었다.스즈키의 사상을 가장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받아들인 예술가 가운데 한 사람은 작곡가 존 케이지였다. 케이지는 음악을 작곡가가 음을 조직해 만들어 내는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이미 세계에 존재하는 소리를 발견하고 경험하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그는 작곡가의 취향과 의도를 줄이면 이전에는 음악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소리까지 새롭게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러한 사고는 1952년 뉴욕주 우드스톡의 매버릭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의 연주로 초연된 〈4분 33초〉에서 집약적으로 나타났다. 세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에서 연주자는 정해진 시간 동안 의도적인 악음을 연주하지 않는다. 초연 당시 연주자는 피아노 건반 덮개를 여닫아 각 악장의 시작과 끝을 표시했다. 그러나 공연장은 완전한 침묵에 잠기지 않았다. 공연장 안팎에서는 바람과 빗소리, 관객의 기침과 움직임, 의자의 마찰음과 웅성거림 등이 발생했다. 일반적인 공연에서는 작품을 방해하는 소음으로 취급되던 이러한 소리가 작품의 청취 대상이 된 것이다.악보에는 세 악장과 연주의 시간적 틀이 제시되어 있지만, 그 안을 채우는 실제 소리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공연의 장소와 시간, 날씨와 관객에 따라 매번 다른 소리가 발생하므로 〈4분 33초〉는 연주될 때마다 새롭게 구성된다. 작품은 작곡가가 모든 음을 통제하는 결과물에서 우연과 환경,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만드는 사건으로 전환된다.
[캐나다에 비춰 본 한국] 사회는 나에게 …양육 보조금
◇ 매달 들어오는 백만 원한국 사람들에게 캐나다를 물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붉은 단풍잎일 것이다. 그 다음이 바로 이 제도일지 모른다. Child Benefit, 자녀 양육 보조금. 태어나는 순간부터 만 18세가 될 때까지 국가가 매달 통장에 입금한다. 일회 신청을 해 두면 매년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국세청이 알아서 계산해 보내온다.14년 전, 캐나다에 도착한 다음달부터 받기 시작했다. 아이 한 명당 30만 원 남짓이었다. 지금은 80만 원이 넘는다. 물가가 오른 만큼 함께 올랐다. 당시 우리 집 아이는 셋이었다. 매달 100만 원 정도가 들어왔다. 대략 부부 합산 소득이 연 2억 원을 넘으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1억 원을 넘으면 절반 이상을 받는다. 1억 원을 넘기가 쉽지는 않으니, 결국 대다수 가정이 이 돈을 적지 않게 받는 셈이다.◇그 생각이 먼저다이 제도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부모가 가난하더라도, 모든 아이는 먹고, 자고, 입는 것과 관련해 최소한의 환경을 사회로부터 보장받아야 한다. 아이의 권리가 부모의 경제력 때문에 영향을 받는 일은 최소화되어야 한다.이 원칙은 세 가지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첫째, 재원이다. 아동은 국가의 공공재이자 미래의 자산이라는 생각 아래, 양육 비용도 세금을 통해 사회가 함께 나눈다. 둘째, 설계다. 처음부터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이 받도록 역진적으로 짰다. 셋째, 전달 방식이다. 무엇이 필요한지는 정부보다 부모가 더 잘 안다는 신뢰 아래, 이 돈은 용도를 정해주는 바우처가 아니라 조건 없는 현금으로 지급된다.이 제도는 시혜가 아니다. 당신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키우고 있으니, 사회가 그 비용을 함께 짊어지겠다는 약속이다. 베푸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부모가 대등하게 맺는 약속이다.◇그 예산은 누구의 것인가2010년 전후, 학교 무상급식을 두고 정치권이 예산 낭비라며 한바탕 난리가 있었다. 지금은 전국 거의 모든 학교가 무상급식이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 정부 예산이 늘 최선의 곳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결국 무엇이 우선인가는 예산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철학적 기준이 정한다 .그 기준만 분명하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지금은 또 다른 모습이 당연해져 있다. 지자체마다 출산장려금에 조건이 붙는다. 몇 째 아이인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고, 그 동네에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에 따라 지급 여부가 갈린다.그런데 그 조건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기준이 아이가 아니다. 출생순위와 거주기간 — 이 숫자들은 '아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아니라 '지역 인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 편차가 아니다. 지자체마다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나라에는 아직 '아이를 어떤 존재로 볼 것인가'에 대한 국가 차원의 합의가 없다는 증거다.캐나다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연방 기본금은 어느 주에 살든 같은 기준으로 계산되고, 그 위에 주마다 자체 예산으로 추가지원금을 얹는다. 그러나 그 차이는 '얼마나 더 받느냐'일 뿐 '받을 자격이 있느냐'의 차이는 아니다. 연방이 정한 바닥 밑으로는 어느 주의 아이도 떨어지지 않는다.아이들을 부모의 소유물이나 이 사회의 부속물로 여기는 것. 정쟁이나 흥정의 대상으로 다루는 것. 사는 동네에 따라 보호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 이 셋은 결국 같은 문제이며, 근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인간의 생애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시기의 사회적 약자들이다. 보호받아야 하는 이들도 존엄한 존재이다. 게다가 이들이 국가 미래의 근간일진대 어떻게 보호하지 않는다는 말인가.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는, 지자체의 재량이 얹히기 전에 국가가 먼저 깔아두는 바닥이 있어야 한다. 그 바닥이 곧 국가철학이다.정치인이나 국가에 묻기 전에, 우리 시민들끼리 먼저 나누고 싶은 질문이다. 아이들을 향한 최소한의 보호를 늘리려는 노력, 내 아이는 그래도 좀 낫겠지 하는 상대적 우월감, 혹은 어쩔 수 없다는 각자도생. 이 중 나는 어느 쪽인가.전 대구문화재단 사무처장 김성열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 품다] 진주성 촉석루와 남강의 비감
진주(晉州)는 예로부터 멋과 풍류의 고장이었다. 남강(南江)이 빚어낸 천혜의 풍광으로 시인묵객(詩人墨客)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근현대의 진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가요인 '강남달'을 낳은 산실이자, 숱한 문화예술인들을 배출한 예향(藝鄕)이다. '강남달'을 발표한 김서정, 불후의 명곡들을 남긴 작곡가 손목인과 이재호, 가요황제 남인수 등을 길러낸 곳이다.진주성 촉석루는 진주의 상징이며 최고의 명승지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과 공방전을 벌인 격전의 현장으로 7만 민관군의 넋이 어린 호국의 성지이기도 하다. '촉석루중삼장사기실비'(矗石樓中三壯士記實碑)가 당시의 비감과 충절을 웅변한다. '촉석루중삼장사(矗石樓中三壯士) 일배소지장강수(一杯笑指長江水) 장강지수유도도(長江之水流滔滔) 파불갈혜혼불사(波不渴兮魂不死)''촉석루에 마주앉은 세 장사, 한 잔 술로 웃으며 강물을 가리키네, 긴 강물은 쉼없이 흘러가니, 물결이 마르지 않는 한 넋도 죽지 않으리'. 여기사 삼장사(三壯士)는 학봉 김성일과 대소헌 조종도, 송암 이로를 말한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에서는 왜군과 두 차례의 대전투가 벌어지며 승패가 엇갈렸다. 의로운 여인 논개(論介)가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한 것도 이때의 일이다.'..., 흐르는 강(江)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발표한 수주 변영로의 시 '논개'는 1950년대 교과서에 게재되면서 국민 애송시가 되었다. 논개의 비장한 죽음을 근대적 감성으로 길어올린 우리 시문학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이다.'강남달이 밝아서 임이 놀던 곳, 구름 속에 그의 얼굴 가리워졌네, 물망초 핀 언덕에 외로이 서서, 물에 뜬 이 한밤을 홀로 새울까'. 남강의 달밤을 읊은 노래 '강남달'을 지은 김서정은 진주 기생의 아들이었다. '강남달'이 삽입곡으로 들어간 영화 '낙화유수'의 시나리오도 그의 작품이었다. 내용 또한 기생과 화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진주라 천리길을 내 어이 왔던고, 촉석루에 달빛만 나무기둥을 얼싸안고, 아~ 타향살이 심사를 위로할 줄 모르누나' '진주라 천리길을 내 어이 왔던고, 남강 가에 외로이 피리 소리를 들을 적에, 아~ 모래알을 만지며 옛 노래를 불러 본다'. 암울하던 1940년대에 나온 이 노래의 제목은 '진주라 천리길'이다. 임진왜란의 비감이 어린 진주 촉석루를 찾은 식민지 나그네의 심사가 어떠했을까.시대의 아픔을 절절하게 대변한 이 노래는 망국민의 가슴을 바닷물처럼 저며들며 진주의 대명사가 되었다. 천리길이 무색하도록 요원의 불길처럼 한 시대를 풍미하던 노래는 그러나 광복 후 금지곡이 되는 곡절을 겪었다. 작사가 조명암과 작곡가 이면상 그리고 가수 이규남이 모두 월북을 한 결과였다. 그렇게 노래방에서도 찾을 수 없는 곡으로 반세기의 세월을 묶여 있었던 것이다.'진주라 천리길'은 1,2절 노랫말 행간의 대사도 유명했다. 무성영화 시대 변사(辯士)조의 넋두리가 실향과 유랑의 심사를 자극하며 겨레의 심금을 울렸다. '진주라 천리길을 어이 왔던고, 연자방아 돌고 돌아 세월은 흘러가고, 인생은 오락가락 청춘도 늙었더라. 늙어가는 이 청춘에 절망하는 옛 추억, 아~ 손을 잡고 헤어지던 그 사람, 그 사람은 간 곳이 없구나'.대중문화평론가
[무지개 수다]성서공단 외국인 근로자들, 전통 다과상 체험
"편백나무 향이 고향 냄새 같아요"지난달 14일 대구 달서목재체험관 2층 목재 체험실. 안으로 들어서자 '콩닥콩닥, 뚝딱뚝딱' 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치마를 두른 외국인 근로자들이 나무 조각을 맞추고 못을 박으며 전통 다과상을 만들고 있었다. 서툰 솜씨였지만 표정만큼은 진지했다. 완성된 다과상을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편백 다과상에 담긴 '한국의 정'외국인 주민의 지역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마련한 한국 역사·문화 체험 프로그램 '러브 인 달서'(Love in Dalseo) 행사가 열렸다. 인도네시아·네팔·캄보디아·미얀마·베트남·방글라데시 등 6개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 23명이 참여했다. 성서산업단지 제조업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다. 평일에는 자동차 부품 공장과 의류업체, 열처리 공장에서 일하지만 이날만큼은 모두 목수가 됐다.이날 목공 체험은 편백나무로 만드는 전통 다과상이었다. 노병일(45) 목재교육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참가자들은 테이블 위에 놓인 편백나무 재료를 조립하고 장구 망치와 못, 목공 풀로 이음 작업을 했다. 나뭇결 방향으로 사포를 문질러 표면을 다듬고, 마지막으로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오일로 마감재를 도포했다. 손끝으로 나무를 느끼는 과정은 말이 필요 없었다.◆ "월급 대부분은 고향으로"… 성서공단 외국인들의 삶대구에 온 지 4년째인 미얀마 출신 쩌쩌아웅(32) 씨의 사연은 뭉클했다. 성서공단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그는 월급 250만 원 중 200만 원을 고향 부모님에게 송금한다. 나머지 50만 원으로 생활을 꾸린다. "미얀마 대졸 초임이 월 30만 원 수준이에요. 여기서 번 돈으로 고향에 집도 사고 땅도 샀어요." 그의 얼굴에 뿌듯함이 번졌다. 그는 또 "고향에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요. 더 열심히 일해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같이 살 거예요"라며 웃었다.캄보디아 출신 초지와(33) 씨는 대구에 온 지 13년째다. 성서산단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한다. 완성된 다과상을 어루만지던 그가 조용히 말했다. "편백나무 향이 고향 냄새 같아요. 이 냄새를 맡으니까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웃으며 덧붙였다. "대구 사람들은 친절하고 착해요. 어려울 때 도움을 많이 줬어요." 그는 주말마다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통역 봉사를 하며 후배 이주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네팔 출신 파우델(33) 씨는 대구에 온 지 2년이 됐다. "네팔에도 다과상이 있는데 모서리 턱이 없이 평평해요. 한국 것은 모양이 더 정교하고 예쁘네요." 그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돼지국밥과 순대국밥을 먹으러 나간다. "삼겹살도 좋아해요. 한국 음식이 이제 더 친숙해요." 라고 말했다.대구에 온 지 10년째인 인도네시아 출신 드리완디(40) 씨는 성서산단 열처리 업체에서 일한다. "인도네시아에도 나무가 많고 다과상이 있는데, 한국 것보다 훨씬 무거워요." 10년의 세월이 쌓인 눈으로 다과상을 바라보는 그의 손길이 능숙했다.◆ 긴급구호비부터 가이드북까지…"달서구는 우리 동네"'러브 인 달서'는 달서구가 2014년부터 해마다 운영해온 프로그램이다. 외국인 주민이 지역 문화를 직접 몸으로 익히고, 지역 사회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10년 넘게 이어온 만큼 내용도 해마다 한층 다듬어졌다.현재 달서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만2천595명이다. 이들 없이는 지역 제조업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달서구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역할은 크다. 숫자가 늘어난 만큼 이들의 정착을 돕는 행정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달서구는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긴급 상황에 처한 외국인 주민에게 긴급구호비를 지원하고, 생활 정보를 여러 언어로 번역해 제공한다. '슬기로운 달서생활' 가이드북은 낯선 땅에서 일상을 꾸려가야 하는 이주민에게 실질적인 길잡이가 된다.교류 행사도 연중 이어진다. 달서 다문화축제, 이웃나라 문화체험, 한글 백일장, 행복한 명절 보내기까지. 언어도, 음식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이 같은 동네에서 이웃으로 살아가기 위한 공통분모를 만드는 작업이다.김덕환 대구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장은 "타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회적 고립감을 덜어주는 데 문화 행사가 큰 역할을 한다"며 "앞으로도 이들이 대구에서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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