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반도체 호황, 부동산으로 흡수되면 오래 못 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과 관련해 성장의 성과를 미래 산업과 청년·취약계층 지원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실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목 10% 후반 경제의 환희, 낯섦,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역대급 호황은 그에 걸맞은 상상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그는 "올해 한국 경제의 명목 GDP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숫자만 놓고 보면 환호할 일이지만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고 적었다.이어 올해 1분기 실질 GDP 증가율은 3.8%였지만 실질 GDI는 13.2% 늘었다며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올라 우리가 파는 것의 가격이 사는 것보다 훨씬 비싸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김 실장은 이러한 소득 증가 효과가 시간이 지나며 가계와 기업으로 확산될 경우 하반기 이후 소비와 자산시장 분위기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그는 "성과급 규모가 가시화되고 임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명품 소비가 살아나고 선호지역 부동산 매수 심리도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며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세제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시장 과열 가능성을 경고했다.김 실장은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말했다.또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자영업자와 취약 차주, 변동금리 대출자들에게 부담이 먼저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번 발언은 김 실장이 최근 제안해온 'AI 국민배당금'과 '프로젝트 트리니티' 구상과도 연결된다. 그는 그동안 AI 인프라와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생긴 이익이 일부 대기업에만 머물러선 안 되며 사회 전반의 미래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김 실장은 "관건은 이 돈을 어디로 흘려보낼 것인가"라며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재정 여력과 기업 이익을 청년과 취약계층, 미래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상상력을 현실로 옮길 실행력도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어 술파티 위증' 이화영 징역 4개월 "주장 일관성 없어"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제기한 이른바 '검사실 연어 술파티'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허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수원지법 형사11부는 20일 열린 국민참여재판 선고공판에서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이번 판결은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장기간 논란이 이어졌던 '연어 술파티' 의혹에 대해 사법부가 처음으로 사실관계를 판단한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이 전 부지사는 국회 청문회 등에서 지난 2023년 6월 18일 또는 30일 수원지검 1313호 영상녹화실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함께 연어회와 소주를 먹으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 방향을 맞추는 이른바 '진술 세미나'가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당시 해당 주장은 야권이 수사 검사였던 박상용 현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 근거로 활용됐다.하지만 재판부와 배심원단은 이 전 부지사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하며 위증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배심원단은 술 반입 여부를 두고 유죄 4명, 무죄 3명으로 의견이 나뉘었지만, 다수는 실제 술이 제공되지 않았음에도 이 전 부지사가 허위 증언을 했다고 봤다.재판부는 "1313호 영상녹화실에 있었던 관련자들의 진술은 일관되고 서로 부합하는 반면 피고인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선고 직후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단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진실 반응이 나왔고, 본인의 기억 속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사실을 증언한 것"이라며 "이를 고의적인 위증으로 처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어 항소 의사도 밝혔다.반면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년 3개월간 나라를 뒤흔들었던 '연어 술파티' 주장은 허위로 결론 내려졌다"며 "배심원들의 현명한 판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위증 및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해 징역 2년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분리해 벌금 500만 원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기존 사건으로 이미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의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상태에서 이번 실형을 추가하게 됐다.
나경원 "연어 술파티 거짓 판명…李, 공소취소 헛된 꿈"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연어 술 파티' 관련 위증 사건과 관련해 "연어 술파티가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 난 것"이라고 밝혔다.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원지법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연어 술파티 위증에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며 이같이 적었다.그는 "삼인성호(三人成虎), 거짓도 여럿이 떠들면 호랑이를 만든다지만 민주당은 이 날조된 연어술파티에 당력을 총동원해 2년 넘게 온 나라를 뒤흔들고 법사위와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이어 "국정조사, 국정감사, 기관보고, 청문회, 현장검증, 고발, 검사 감찰·징계 요구,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 죄 지우기 공소취소로 대놓고 이어갔다"고 했다.그러면서 "결국 그들의 공소취소 빌드업, 거짓날조 쇼는 실패로 돌아갔다"며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런 국력 낭비, 세금 낭비, 전파 낭비가 또 있을까"라고 지적했다.나 의원은 또 "민주당 측 허위 주장 인사들은 최소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고 손해배상이라도 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끝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공소취소라는 헛된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2030 대선 출마, 국민이 필요로 하느냐에 달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2030년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그 시점에 국민들이 나를 필요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20일 전했다.보도에 따르면 한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선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선 출마는) 지금 단계에서 나 스스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국민의힘 복당 여부와 향후 보수 진영 재편 방향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복당을 목표로 한다"면서도 "다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이어 "2028년 총선에서 보수가 다수당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2030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는 보수 재건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할 생각"이라며 "보수 재건을 위해 보복이나 배제를 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한 의원은 자신을 제명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서 복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그는 "(장 대표는) 형식적으로 직을 유지하고 있을 뿐, 정치적 권위나 보수 진영을 이끌 정통성은 이미 상실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상적이라면 지방선거 참패를 겪고도 사퇴하지 않는 당 대표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특정 인물을 거론하기보다 보수 재건이라는 공통 목표를 강조했다.한 의원은 "특정 인물을 논하기보다 보수 재건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행보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재명 정부를 향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제도와 시스템을 이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오는 10월 예정된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한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이 대통령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무관했다면 이러한 제도 개편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오랫동안 유지돼 온 제도를 권력자의 편의에 따라 깨뜨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또 향후 정권 교체 시 검찰 제도를 다시 복원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부활'이라기보다 이 정권이 무너뜨린 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기존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개혁이나 보완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美·이란 실무협상 다시 움직이나…美 특사들 스위스 집결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 이후 추진되던 첫 실무 협의가 한 차례 미뤄진 가운데, 미국 측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스위스로 이동하면서 주말 회동 가능성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가 후속 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있는 스위스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해당 관계자는 또 다른 특사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역시 이미 스위스에 도착한 상태라고 설명했다.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맡아온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도 이날 스위스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실제 협상 일정이 최종 확정됐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양국은 앞서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핵 프로그램과 대이란 제재 해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첫 실무 협상을 스위스에서 진행할 계획이었다.그러나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협상 일정은 한 차례 연기됐다.초기에는 미국 대표단을 J.D. 밴스 부통령이 이끌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후 밴스 부통령의 스위스 방문 연기 소식이 전해졌다.백악관은 당시 연기 사실을 발표하면서 "미국 대표단은 가능한 가장 빠른 시점에 출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최대한 빨리 실무 대화를 시작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현재까지 밴스 부통령이 이번 주말 예정된 회동에 직접 참석할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전국 곳곳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 20일 나무가 쓰러지고 시설물이 파손·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설악산과 한라산 주요 탐방로는 통제됐고 지역 축제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속초 평지와 고성 산지, 강릉 평지 등에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강원 동해안 지역에는 강풍특보와 풍랑특보도 함께 발효됐다. 전날부터 이어진 비로 강원 지역 누적 강수량은 미시령 149.5㎜, 양양 면옥치 136.0㎜, 향로봉 131.5㎜, 속초 대포 122.0㎜, 속초 조양 107.5㎜, 동해 101.4㎜ 등을 기록했다. 국립공원공단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오전 9시30분 호우주의보가 호우경보로 강화되자 안전사고 우려에 따라 고지대 탐방로 출입을 제한했다. 강릉단오제 행사 운영에도 영향이 미쳤다. 강릉단오제위원회는 이날 예정됐던 줄다리기와 윷놀이 등 민속경기를 하루 미뤄 21일 진행하기로 했다. 창포물대전과 물총싸움 등 야외 프로그램은 기상 상황과 관람객 안전 여부를 검토해 개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전·세종·충남 지역에서도 시간당 20㎜ 안팎의 강한 비가 쏟아지며 나무 전도 사고가 잇따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17분쯤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 한 터널 인근에서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오전 0시39분쯤에는 예산군 예산읍 한 아파트 단지에서 가로수가 넘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후 당진과 천안, 금산 등 충남 곳곳에서도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이어졌고, 관련 신고는 모두 7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현장 안전 조치에 나섰다. 부산 지역에서는 강풍에 따른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오전 5시24분쯤 남구 용호동에서는 강풍에 날아간 물탱크가 주차된 SUV 위로 떨어지면서 차량 유리가 파손됐다. 사상구 감전동에서는 상가 간판이 강풍에 떨어졌다. 기장군의 한 공장에서는 침수 피해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배수펌프를 동원해 배수 작업을 진행했다. 부산 전역에는 이날 오전 4시를 기해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남구와 중구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26m를 넘긴 것으로 관측됐다. 제주도 역시 강풍과 높은 파도의 영향권에 들었다. 제주 육상 전역에는 강풍주의보가, 전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오전 10시 기준 최대순간풍속은 한라산 삼각봉 초속 23.6m, 제주공항 초속 21.4m, 유수암 초속 21.1m로 집계됐다. 강풍 피해도 이어졌다. 오전 7시9분쯤 서귀포시 토평동에서는 방풍림이 쓰러졌고, 비슷한 시각 남원읍에서도 나무 전도 신고가 접수돼 소방대원들이 안전 조치를 실시했다. 한라산 탐방로 7곳 가운데 어리목·영실·돈내코·관음사·성판악 등 5개 코스는 기상 악화로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기상청은 비가 잠시 약해진 지역이라도 추가 강수와 강풍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시설물 관리와 교통안전, 산사태 및 낙석 사고 등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드라마 '참교육' 속 '교권보호국' 현실화 가능? [금주 이슈]
요즘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드라마는 무너진 교권을 비롯해 학교폭력, 악성 민원, 선을 넘은 학생과 학부모 문제를 가상의 국가기관 '교권보호국'이 해결한다는 설정이 골자다. 극 중 나화진(김무열 분) 등 교권보호국 구성원들은 학교 현장에 직접 들어가 교육 질서를 회복한다.우선 액션이 화려해 눈길을 끌고 서사도 통쾌한데, 더 중요한 건 학교폭력 피해자와 교권 침해에 지친 교사들이 가졌을 법한 울분을 드라마가 대리 해소한다는 점이다.이 지점에서 여러 논제가 파생된다. 현실의 학교에서 피해 학생과 교사가 너무 자주 혼자 남겨졌다는 감각, 문제 학생과 악성 민원 앞에서 학교가 무력해졌다는 불안, 공교육 질서가 사적 갈등의 장으로 밀려났다는 분노를 드라마가 건드렸기 때문이다.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은 명백히 판타지다. 그러나 현실의 공백이 그만큼 컸기 때문에 이 판타지가 힘을 얻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판타지가 현실을 흔들다드라마 속 판타지를 현실 정책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은 지난 12일 '교육부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을 제안했다.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처럼 물리력으로 학교에 개입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교사나 학교가 중대 교육활동 침해 사안과 반복 민원을 혼자 떠안지 않도록 국가와 각급 교육당국이 책임을 나눠 맡자는 구상이다. 교육부에 컨트롤타워를 두고, 시·도교육청에는 법률·심리 지원 기능을 강화하며, 그 아래 교육지원청 단위에는 실무를 맡을 현장지원팀을 운영하자는 내용이다.우리나라 학교 현장에는 이미 교육활동 침해 대응 절차가 있다.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하면 교사는 침해행위 중단을 요구하고, 관리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어 사안에 따라 교육지원청 보고나 경찰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 교원 보호를 위한 특별휴가, 병가, 상담 지원 장치도 마련돼 있다.문제는 절차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현장의 체감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민원 대응, 증거 확보, 학부모 설득, 학생 지도, 신고 이후 관계 악화, 소송 가능성까지 학교와 교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여전히 막대하다.◆교사 혼자 두지 않는 법그래서 현실판 교권보호국의 핵심은 통쾌한 '응징'이 아니라 확실한 '분담'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를 민원과 분쟁의 최전선에 계속 세워두지 않는 것, 중대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교 관리자의 재량이나 개인 교사의 인내심에 맡기지 않는 것, 학생의 문제행동을 징계 하나로만 처리하지 않고 교육·복지·상담·사법 체계가 힘을 합쳐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해외 사례를 봐도 드라마식 교권보호국과 똑같은 기관은 찾기 어렵다. 대신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청소년 문제를 다기관 체계로 나눠 처리하는 모델은 적지 않다.대표적 사례가 영국의 소년비행예방팀(YOT, Youth Offending Teams)과 청소년사법서비스(YJS, Youth Justice Service)다. 이들 조직은 교권보호 전담기관이라기보다 법적 문제에 휘말렸거나 범죄 위험이 있는 청소년을 다루는 지역 단위 다기관 조직이다. 지방정부가 중심이 돼 경찰, 보호관찰, 보건, 교육, 아동복지, 지역사회 서비스를 연결한다. 청소년이 왜 문제행동에 이르렀는지 배경을 살피고, 재범을 막기 위한 감독과 지원을 병행한다.◆누가 혼낼 것인가, 누가 개입할 것인가학교폭력, 교권 침해, 촉법소년 문제, 반복적 비행은 서로 완전히 분리된 현상이 아니다. 가정의 방임, 정신건강 문제, 또래집단의 압력, 지역사회 환경, 온라인 폭력, 약물과 범죄 노출이 뒤섞일 수 있다. 이를 담임교사 1인,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하나, 경찰 신고 한 건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영국식 모델의 특징은 '누가 혼낼 것인가'가 아닌 '누가 함께 개입할 것인가'로 읽힌다.미국의 학교 위협평가팀(STAT, School Threat Assessment Team)도 참고할 만하다. 학교 안팎 폭력 위험, 협박, 흉기 반입, 심각한 괴롭힘, 자해·타해 위험 등을 조기에 평가하기 위한 다학제 팀이다. 학교 관리자, 상담교사,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법집행기관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모든 문제를 경찰로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위험 수준을 분류해 즉각 대응이 필요한 사안과 상담·지원이 필요한 사안을 구분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특징이다.선진국 사례는 더 있다. 미국 일부 지역의 소년평가센터(JAC, Juvenile Assessment Center) 또한 유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문제 학생을 법정에 세우기 전에 가정환경, 정신건강, 학교 적응, 약물 문제, 비행 위험을 평가하고 적절한 프로그램에 연결하는 방식이다.이 모델은 드라마 '참교육'에 앞서 2022년 화제가 됐던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좀 더 구체적으로 가리켰던 한국의 촉법소년 연령 논쟁과도 연결된다. 처벌 연령을 낮추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따지는 논의는 문제를 단순화할 수 있다. 핵심은 위험 청소년을 언제, 누가, 어떤 기준으로 발견하고, 처벌 이전에 어떤 개입을 할 것인가다.◆처벌보다 먼저 필요한 회복네덜란드의 할트 프로그램(HALT programme)은 '책임 회복' 개념에 초점을 맞춘 사례다.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게 피해자 사과, 손해배상, 과제 수행, 부모 참여 등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어 프로그램을 성실히 마치면 전과가 남지 않는다.피해자는 사과와 보상을 받고, 가해 청소년은 낙인 대신 책임을 배운다. 그러면서 사회는 재범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한다. 근절되기 힘들어 관리가 중요해 보이는 학교폭력 사안에도 이 원리는 시사점을 남길 수 있다. 피해자가 원하는 건 가해자의 순간적 굴욕만이 아니라 안전 회복, 재발 방지, 진정한 사과, 관계와 공간의 회복일 수 있어서다.뉴질랜드 청소년사법 가족집단회의(FGC, Youth Justice Family Group Conference)는 회복적 사법의 성격이 더 짙다. 청소년, 가족, 피해자, 관계기관이 모여 피해와 책임을 논의하고 재발 방지 계획을 세운다. 호주 퀸즐랜드의 청소년 공동대응팀(YCRTs, Youth Co-Responder Teams)은 경찰과 청소년 사법 인력이 함께 거리와 지역 현장을 찾아가 위험 청소년을 찾고, 가족·주거·교육·보건 서비스와 연결한다.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문제 학생을 학교 안에 방치하지도, 곧장 형사처벌 대상으로 올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조기 발견, 위험 평가, 피해 회복, 재범 방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시스템이다.◆학교를 다시 세우는 기준한국형 교육활동보호국 논의가 현실성을 가지려면 조직의 이름보다 역할의 경계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은 학교 현장에 직접 들어가 질서를 회복하는 판타지에 가깝지만, 현실의 전담기구는 더 복잡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 교사를 악성 민원과 분쟁의 최전선에서 분리하되, 문제 학생을 단순히 배제하지 않고, 피해 학생의 회복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이 방향은 드라마의 흥행 이후 갑자기 나온 주장이 아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4년 펴낸 '교원의 교육활동 피해 실태조사 및 법·정책적 개선방안 연구(I): 초등학교를 중심으로'는 교육활동 피해를 좁은 의미의 교권 침해로만 보지 않았다. 연구진은 교육활동 피해를 학교 교육현장에서 교사 개인이 경험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와 그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피해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다뤘다. 교권 보호가 단순히 교사를 대신해 민원인을 상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활동 침해가 남기는 피해와 그 이후의 회복까지 포함하는 문제라는 의미다.다만, 교권 보호를 교사와 학생의 권리 충돌로만 이해하면 논의는 다시 좁아진다. 교사에 대한 보호가 학생을 더 세게 처벌한다는 뜻이 아니라, 수업이 가능한 질서와 안전한 관계를 회복한다는 뜻에 가까워야 한다.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했을 때 교사의 피해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일, 피해 학생의 안전을 회복하는 일,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책임을 배우게 하는 일은 서로 분리된 과제가 아니다.결국 질문은 '누구 편을 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너진 학교 공동체를 어떤 기준으로 다시 세울 것인가'로 옮겨간다.'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의 대표 연구자인 하워드 제어 미국 이스턴 메노나이트대 갈등학 교수는 2015년 이 대학 인터뷰에서 학교의 징계 문제를 언급하며 "교육의 절반은 교육과정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고 말했다. 처벌 중심 형사사법적 접근만으로는 학생들에게 갈등을 다루고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드라마 '참교육'이 보여준 통쾌함은 현실의 분노를 건드렸지만, 제도가 도달해야 할 곳은 응징의 장면이 아니다. 교사가 다시 가르칠 수 있고, 피해 학생이 안전을 회복하며,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자기 책임을 배우는 학교. 현실의 교권 보호는 결국 학교를 다시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회복시키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드라마도, 해외 사례도, 전문가들의 조언도 공통되게 발신한다.
경북 의성에서 이틀 연속 농가 창고 화재가 발생해 수천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20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분쯤 의성군 비안면 산제리의 한 농가 창고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인명 검색과 진화 작업을 벌여 오전 7시 8분쯤 불을 모두 껐다. 이 불로 992㎡ 규모의 철골강판조 창고 가운데 50㎡ 가량이 소실되고 사료배합기와 농자재 등이 불에 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자연발화에 의한 화재로 추정하고 정확한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오후 6시 17분쯤에는 의성군 단북면 노연리의 한 농가 창고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불로 샌드위치패널 구조의 창고 1동(150㎡ 규모)과 농자재 등이 소실돼 소방서 추산 2천8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화재는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이날 오후 8시 23분쯤 진화됐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두 화재의 정확한 발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영업 중 식당 덮친 음주 차량…유리 깨지고 집기 나뒹굴고
음주 상태로 차량을 몰던 운전자가 영업 중인 식당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20일 전남 나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13분쯤 전남 나주시 남평읍의 한 음식점 출입문으로 50대 여성 A씨가 운전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돌진했다.사고 충격으로 식당 유리창이 깨지고 내부 집기들이 넘어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허정지 수준의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7년 만에 돌아온 DIMF '투란도트', 인물 내면 더 깊어졌다
제2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하 딤프) 개막작 '투란도트'가 7년 만에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새 버전은 화려한 무대 장치를 덜어내고 인물의 내면과 관계에 집중하는 현대적 연출을 전면에 내세웠다.지난 1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투란도트' 기자간담회에는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헝가리 출신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 투란도트 역의 리사, 칼라프 역의 이건명, 류 역의 김보경이 참여했다.딤프가 제작한 이 작품은 2011년 초연 이후 2019년 7번째 시즌을 선보이며 국내외 공연을 이어갔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각색해 사랑을 거부하는 공주 '투란도트'가 구혼자들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고 풀지 못하면 목숨을 빼앗는다는 큰 줄거리를 차용했다.기존 작품이 동양적인 판타지에 무게를 뒀다면, 7년 만에 돌아온 새 버전은 시대 흐름에 맞춰 보다 세련된 연출을 목표로 했다. 동유럽에 수출된 '투란도트' 라이선스 공연을 연출한 로버트 알폴디가 연출을 맡았다.그는 "한국과 슬로바키아의 문화는 다르지만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누군가를 잃으면 똑같이 아프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감정을 표현하는 제스처 등은 다를지라도 두 문화가 접목하는 지점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연출적으로는 현대 감각으로 덜어내고 인물의 내면을 더욱 부각시켰다. 알폴디 연출은 "인간관계와 외로움, 사랑을 찾는 과정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인물들 간의 관계와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부러 비어있는 공간에서 노래를 부르고 연기하게끔 구성했다"고 말했다.이날 오후 열린 '투란도트' 개막공연 무대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났다. 기존의 물속 왕국 대신 붉은 LED 기둥으로 간소화된 현대적 왕국이 인물의 표현력과 동선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10년 만에 다시 주인공 '투란도트' 역을 맡은 배우 리사도 "무대가 현대적으로 바뀌면서 서있기만 해도 고독이 느껴졌다"라며 "투란도트가 차갑고,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내면이 더욱 잘 보여서 관객들도 마음이 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또 제작진은 이번 시즌의 강점으로 한층 보강된 음악과 넘버를 꼽았다. 올해 투란도트에는 뮤지컬 영화 '투란도트-어둠의 왕국'의 넘버 두 곡도 새롭게 반영됐다.'투란도트'는 과거 상하이·하얼빈 등 중국 5개 도시 초청공연과 국내 창작뮤지컬 최초 동유럽 라이선스 수출을 이뤄낸 작품이다. 딤프는 이번 시즌을 계기로 '투란도트'의 폭넓은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배 위원장은 "처음 투란도트를 시작할 때는 대구와 전혀 관계없는 소재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세계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더욱 글로벌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에도 진출할 수 있는 작품의 발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한편, 이날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제20회 딤프 개막작 뮤지컬 '투란도트'는 오는 27일(토)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개막공연에서는 자막·음향 등 일부 기술적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이후 공연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가창력과 무대에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대한민국 대표 여름 축제인 '2026 대구치맥페스티벌'이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대구 두류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6 예비 글로벌축제' 선정에 맞춰 '치맥26(이륙)'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글로벌 축제로의 도약을 준비한다. 축제장은 2·28 자유광장, 2·28 기념탑 주차장, 두류공원 로드 일대, 코오롱 야외음악당 등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메인 축제장인 2·28 자유광장은 '대프리카 워터피아' 콘셉트로 꾸며진다. 물과 EDM 공연, 치맥 문화를 결합한 복합 체험 공간으로 조성되며 360도 원형 무대를 통해 관람객의 몰입감을 높일 예정이다. 2·28 기념탑 주차장에서는 DJ와 관람객이 함께 즐기는 '치맥떼창 클럽'이 열리고, 두류공원 로드 일대는 치맥과 K-컬처를 접목한 'K-치맥 컬처 스트리트'로 운영된다. 코오롱 야외음악당은 '치상낙원 EGG섬'으로 꾸며진다. 시그니처 포토존과 참여형 미션 프로그램 '황금 EGG를 찾아라' 등 가족 단위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된다. 올해는 치맥과 러닝을 접목한 '제1회 대프리카 치맥런'도 처음 열린다. 축제 전날인 오는 30일 두류공원 일대 5.5㎞ 구간에서 진행되며, 완주 후 쿨다운 프로그램과 치맥 EDM 파티가 이어진다. 대구시는 쿨링포그 시설을 확충하고 주요 동선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등 관람객 편의도 강화한다. 휠체어 이용 관람 동선과 장애인 전용 관람석, 편의시설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대구치맥페스티벌에는 84개 업체, 250여 개 부스가 참여했으며 952억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김종식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은 "올해 축제는 새로운 콘텐츠와 공간 연출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치맥을 매개로 세계인이 함께 어울리는 글로벌 축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파경찰서 무기고 털고 유공자"…댓글 단 20대 男 자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와 관련해 "송파경찰서 무기고를 털자"며 협박성 댓글을 작성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자수했다.19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날 오전 A씨가 경찰에 자수해 조사받았다고 밝혔다.앞서 경찰은 지난 17일 한 언론사의 기사에 "송파경찰서 무기고 털고, 우리도 민주화 유공자 돼보자"는 내용의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수사에 나섰다.경찰은 해당 댓글에 대해 "공공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사건을 중앙경찰서에 배당해 수사에 나섰다.A씨는 경찰이 댓글 작성자를 추적 중이라는 기사를 보고 전날 자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댓글을 작성했음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A씨에 대해 공중협박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李대통령 "선관위 어처구니 없는 일…원포인트 개헌 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필요하다면, 여야 간 의견 일치가 된다면 선거관리위원회에 관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직격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선관위 문제는 참 황당하다"며 이같이 말했다.이 대통령은 "우리가 아무런 통제·감시·견제 권한이 없다"며 "하다못해 선관위원장에 대한 형식적 임명권조차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그래도 가장 공정한 대법관이 맡아 가장 공정하게 잘하지 않을까 기대했잖느냐"며 "그런데 결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이 대통령은 "예산이 없었냐. 그것도 아니다. 예산 다 편성해 줬다"며 "헌법이 정한 중립기관으로서 아무 통제도 받지 않으면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데,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구가한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그러면서 "외부의 감시·견제가 어느 정도 가능해야 하지 않겠느냐. 위원장을 저런 식으로 대법원장이 사실상 임명하는 것처럼 해서 되겠느냐"며 "이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겠다"고 짚었다.이 대통령은 "헌법이 너무 명징하게 독립기관으로 해 놨기 때문에 감시, 통제, 견제의 법 제도를 만드는 게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이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발의하는 한이 있더라도 (할 수 있다)"며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걸 봐가면서 정부도 입장을 정하겠다. 어쨌든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건 확실하다"고 부연했다.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 유랑민의 비애 '나그네' 인생
'어제도 하룻밤, 나그네 집에, 까마귀 까악까악 울며 새었소.오늘은, 또 몇십 리, 어디로 갈까.산으로 올라갈까,들로 갈까,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김소월은 '길'(1925)이라는 시에서 실향민의 비애와 유랑민의 방황을 이렇게 토로했다. 어제도 오늘도 길 위에 서 있지만, 갈 곳도 머물 자리도 없었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지향 없이 떠도는 나그네임을 웅변한 것이다.현진건의 단편 '고향'(1926)에서 작중 화자가 서울행 기차 안에서 만난 그는 차림새가 기이했다. 안에는 저고리를 입었지만 밖에는 기모노를 두르고 아랫도리에 중국식 바지를 걸치고 있었다. 3국의 옷차림이 뒤섞인 그의 모습은 식민지 시절 떠돌던 망국민의 처지를 대변한다. 그는 곧 참담한 조선 민중의 초상화였다. 만주와 일본까지 떠돌아다니며 청춘을 소진했던 삶도 그랬다.'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지나온 자죽마다 눈물 고였다, 선창가 고동소리 옛 임이 그리워도, 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 백년설의 '나그네 설움'(1940)은 표류하던 식민지 조선인들의 고독과 정한을 구구절절하게 풀어냈다. 작사가 고려성이 밤새 일경의 취조에 시달리다 풀려난 새벽녘, 희뿌연 선술집에 앉아 담뱃갑의 여백에 적은 울분과 회한의 문구였다.'낯익은 거리다마는 이국보다 차워라, 가야 할 지평선엔 태양도 없어, 새벽별 찬서리가 뼛골에 스미는데, 어디로 흘러가랴 흘러갈소냐'. '나그네 설움' 노랫말의 백미는 바로 이 구절이다. 일제의 검열로 뒤바뀌지 않았더라면 1절 가사가 되었을 내용이다. 김소월의 '길' 위에 '나그네 설움'이 짙게 깔렸다. 그것은 해방 후 청록파 시인 조지훈과 박목월의 나그네 서정으로 환생한다.김소월의 '길'보다 앞서 발표한 염상섭의 단편 '표본실의 청개구리'(1921)는 청개구리를 해부하는 장면처럼 식민지 현실을 냉철히 관찰한 작품이다.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메타포로 3·1운동의 좌절에 따른 지식인의 무력한 고뇌와 절망적 심리를 사실적으로 투영했다. 그것은 암울하던 시대의 회의적 우울증이자 정신적 방황을 포착한 것이다. '나그네 설움'이 배어나온 원천인지도 모른다.'버들잎 외로운 이정표 밑에, 말을 매는 나그네야 해가 졌느냐, 쉬지 말고 쉬지를 말고 달빛에 길을 물어, 꿈에 어리는 꿈에 어리는 항구 찾아 가거라'. 1940년대는 일제의 수탈과 유린이 극에 달했던 시절이다. 한민족의 설움과 고통도 그만큼 크고 깊었다. 백년설이 '나그네 설움'에 이어 부른 '대지의 항구'는 먼 이국땅을 떠다니던 겨레의 심신을 어루만져준 노래였다.'대지의 항구'는 '버들잎' '이정표' '나그네' '단봇짐' 등 노랫말의 한국적 정서와 낯익은 풍경에도 불구하고 친일가요의 불명예도 안고 있었다. 일제의 만주 이민정책을 미화한 영화 '복지만리'의 삽입가였기 때문이다. 리듬도 경쾌하다. 시대 상황에 반하는 역설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대지의 항구'를 그리며 스스로를 달래고 위로해야 했을 것이다. 식민지 나그네들의 숙명적 여로였다.'자고 나도 사막의 길 꿈속에도 사막의 길, 사막은 영원의 길 고달픈 나그네 길...'.앞서 나온 고복수의 노래 '사막의 한'(1934)은 식민지 현실을 황량한 사막에 은유했다. 사막은 민중의 정신적 고독을 상징하는 심리적 공간이다. 나그네를 모티프로 한 한민족의 디아스포라 감성이다. 하지만 '사막의 한'이 지닌 정한은 대외적 절규가 아닌 체념적 토로에 가깝다. 1930년대 시대 정서가 그랬다.대중문화평론가
어떤 칸(Khan)이 자기 초상화를 그리라고 화가를 불러왔다. 그 명령은 아주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문제가 있었다. 칸은 절름발이였고 한쪽 눈은 사시였던 것이다. 화가는 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렸다가 즉각 처형되었다. 칸은 말했다. "중상모략가는 필요 없어."두 번째 화가가 불려왔다. 그는 똑똑하게 굴어야겠다고 판단하고 칸의 모습을 완벽한 신체로 그렸다. 독수리 같은 눈과 양쪽이 똑같은 다리. 그러나 그도 즉시 처형되었다. 칸은 말했다. "사탕발림하는 놈도 필요 없어."어떤 우화에서나 항상 그렇듯이 가장 현명한 사람은 세 번째 사람이다. 그는 사냥하는 모습의 칸을 그렸다. 그림에서 칸은 활과 화살을 가지고 사슴을 쏘고 있다. 그는 사팔뜨기인 눈을 감고 있고 절름발이인 다리로 바위 위를 짚고 있었다. 화가는 상을 받았다.쇼스타코비치는 이 우화가 동양에서 온 게 아니라 자신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 쓰인 게 아닐까 의심한다. 자신이 보기에 이 칸이란 사람은 아무래도 스탈린 같다는 것이다. 영화 〈잊을 수 없는 1919년〉를 보고 스탈린은 "스탈린이 저렇게 젊고 미남이었나. 아아, 정말 스탈린은 잘 생겼단 말이야."라고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하며 외모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가 직접 만난 스탈린은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붉은 머리카락에 꾀죄죄하며 덩치도 작고 키도 작고 뚱뚱한 남자였다.이제는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코로나-19 시절. "확찐자"라는 말이 형법상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가 국민참여재판까지 벌어지면서 크게 논란이 되었다."확찐자"라는 말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가 증가하자,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하여 대외적인 외출 및 사회활동이 위축되어 주로 집에만 있다가 살이 찐 사람을 빗대어 "살이 확 쪘다"는 의미의 신조어이다.'살이 쪘다'는 내용을 포함한 직․간접적 표현은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주로 타인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건강관리를 잘 하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1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이 사건에 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전원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하였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피고인 측은 당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입 모양이나 표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확찐자"라는 말을 했는지가 불분명한 데다, 설령 그러한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마스크 때문에 그 소리가 크지 않아 공연성이 없다고도 주장했으나 대법원에서까지 위 결론은 바뀌지 아니하였다.그렇다면 "기레기"는 어떠한가? 이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서 자극적인 제목이나 내용 등으로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는 행위 등을 하는 기자들 또는 기자들의 행태를 비하한 용어이므로 기자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다만 그것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 모욕죄가 되지 않을 뿐이다.쇼스타코비치는 피카소를 쓰레기에 겁쟁이라고 하면서 "공산주의 밑에서 살지 않으면서 공산주의자가 되기란 얼마나 쉬운가!"라고 개탄했다고 한다. 그가 본 피카소는 거지같은 그림을 그리고 소비에트 권력에 환호하며 평생을 보냈다. 그러나 신은 소비에트 권력 밑에서 고통받는 불쌍한 화가는 그 누구도 피카소처럼 그림을 그릴 수 없게 하셨다.피카소는 자유로이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말해 주면 안 되는가? 하지만 그는 그러는 대신 파리와 남프랑스에 부유한 사람처럼 앉아서 역겨운 평화의 비둘기를 그리고 또 그렸다. 쇼스타코비치는 그 망할 비둘기의 모습에 혐오를 느꼈다.세상 물정 모르는 예술가인 척할 수 있는 능력,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자신의 음악과 가족을 보호하겠다는 결의가 겁쟁이로도 그를 살아남게 하였는지 모른다. 논란은 많지만, 그가 말이 감시되고 거짓말이 보상받고 침묵이 생존의 비결인 시대를 살았다는 것만은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일 것이다.
하루만 지나도 금세 새로운 유행이 등장하니, 따라가려 해도 쉽지 않다. 자녀나 손자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머쓱해지는 일이 어느덧 일상이 됐다. MZ 연구소는 이런 독자들을 위해 젊은 세대의 유행과 문화를 쉽고 친근하게 풀어 소개한다. "그 정도는 나도 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편집자 주)젊은 층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재료로 '우베'가 떠오르고 있다. 우베는 보라색 참마로, 필리핀에서 자라는 마의 일종이다.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수천년 전부터 구황 작물로 소비됐으며, 최근에는 디저트 재료로 애용되고 있다.우베는 일반 참마와는 조금 다른 맛과 향을 풍긴다. 담백한 데다가 견과류의 고소한 맛도 나고, 독특한 향이 없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우베를 갈아 만든 파우더를 음식에 넣으면 독특하고 선명한 보라색이 된다는 점도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실제로 한 카페를 찾아 우베 라떼를 먹어봤다. 우유 위 진하게 녹아든 우베는 몇 번 휘저으니 은은한 연보라색으로 바뀌어 눈이 즐거웠다. 처음 입에 머금었을 때는 고구마와 엇비슷한 맛이 났다. 끝맛은 국화와 비슷한 향이 난다. 은은한 향이 크게 거슬리지 않아, 우유와 섞였을 때 조화가 좋았다.보라색은 그닥 식욕을 당기는 음식은 아니다. 그럼에도 왜 MZ세대는 우베를 사랑할까. 비밀은 색깔에 있다. 수많은 SNS 게시글 중 눈길을 끌려면 독특해야 해서다. 선명한 보라색 음식은 손쉽게 '좋아요'를 받을 수 있어 선호되고 있다.실제로 SNS에는 우베 쿠키와 우베 아이스크림, 우베 푸딩 등을 인증하는 게시글도 빠르게 늘고 있다. 특유의 연보라색 덕분에 사진을 찍으면 화면이 화사하게 살아난다는 반응도 많다.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사진이 잘 나오는 음식'이라는 점도 우베 열풍을 키우는 이유로 꼽힌다.그 덕에 우베는 미국 등 해외에서 '컬러푸드'로 먼저 유행한 뒤, 지난 4월부터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컬러푸드는 '알록달록한 음식을 다양하게 섭취하는 건강한 식단'이지만, 최근에는 '색깔이 선명해 눈길을 쉽게 끄는 음식'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우베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말차'의 다음 주자가 됐다. 프렌차이즈와 편의점, 카페에서는 우베 라떼와 우베 케이크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디저트뿐만 아니라 우베 막걸리, 우베 맥주까지 등장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이제 언제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게 된 보라색 음료인 우베다. 낯설다고 무작정 멀리하지 말고, 한 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부정선거 논란 '오리무중', 종전 협상 '오리무중', 野 인물난에 대진표는 '오리무중'" 등등처럼 국내외의 정세가 한마디로 뿌연 안개 속이다.'오리무중(五里霧中)'은, "다섯 오, 길이 리, 안개 무, 가운데 중"으로, "다섯 리(里, 2km)나 되는 거리가 안개 속이라 사람・사물의 행방을 도무지 알 수 없다"라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는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에서도 흔히 사용한다.리(里)는 흔히 '마을'로 읽지만, 여기서는 '길이'의 명칭이다. 그래서 '길이 리'로 하였다. 그리고 '안개'는 공기 중 지면에 가까운 수증기가 냉각되어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으로 응결하여 지표면에 떠 있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적으로는 가시거리가 1킬로미터 미만이면 '안개(fog)', 1킬로미터를 초과하면 '옅은 안개(mist)'라고 한다. 그래서 오리무는 후자에 해당한다.오리무중의 '오리무'는 송나라 범엽(范曄, 398∼445)이 정리한 후한의 역사서 『후한서』 「정・범・진・가・장 열전(鄭范陳賈張列傳)」 가운데 '장해(張楷)'를 소개하는 부분에 나온다. 이후 '오리무'에다 '가운데 중' 자를 붙여 오리무중이 되었다.『후한서』의 '장해' 소개 대목은 이렇다. "(장해는) 성품이 도술을 좋아하여 능히 '5리의 안개(五里霧)'를 만들 수 있었다. 이때 관서 사람 배우(裴優)도 또한 3리의 안개를 만들 수 있었는데, 스스로 장해보다 못하다고 여겨서 그에게 배우기를 원했다. 하지만 장해는 피하며 기꺼이 그를 만나보려 하지 않았다"(性好道術, 能作五里霧, 時關西人裵優亦能爲三里霧, 自以不如楷, 從學之, 楷避不肯見). 자연에 숨어서 사는 장해는 5리의 안개를 만들 정도의 특이한 도술로 명성이 높아지자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나, 그는 이것을 싫어하여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이 대목을 흔히 「장해전」이라 소개하나 잘못됐다. 『후한서』에는 「장해전」이라는 별도의 항목이 없고, '정・범・진・가・장 열전' 가운데 장해의 전기가 섞여 나올 뿐이다. '정・범・진・가・장 열전'의 '정'은 정흥(鄭興)과 그의 아들인 정중(鄭衆), '범'은 범승(范升), '진'은 진원(陳元), '가'는 가규(賈逵), '장'은 장패(張霸)와 그의 아들 장해(張楷), 장릉(張陵), 장현(張玄)을 가리킨다. 이들은 주로 정권의 핵심에서 경학을 가르치거나, 경전의 주석을 달아 후대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정흥→정중〉, 〈장패→장해・장릉・장현〉처럼 부자 관계이거나 가학(家學)을 이어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참고로, 중국에서 도량형 단위는 시대적으로 변천했는데, 후한 때는 1리가 300보(步)였다. 그리고 1보는 6척(尺), 1척은 23.04cm. 그러니 1보는 138.24cm(23.04cm×6척)가 되고, 5리는 207,360cm(138.24cm×300보×5리)이므로 2km 정도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리의 길이는 시대마다 달랐는데, 현대에는 1리가 393m이나 올림하여 400m로 한다. 따라서 5리는 2,000m 즉 2km이다.우리 고전 문집에서는 '오리무중'이란 사자성어가 드물게 최치원의 『계원필경집』 에 나온다. 하지만 혼란했던 근대기를 다양하게 증언하는 신문과 잡지 등의 사료에는 "오리무중에 방황・배회하는…" 식의 언급이 빈출한다. 이렇듯 '안개'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시기에는 전망이 불투명하고 불안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며 묵묵히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인 얼굴 이불 덮고 짓누른 간호조무사…병원 은폐 의혹
충남 보령의 한 공공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70대 입원 환자를 수차례 학대한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음에도 병원이 몇달 동안이나 이를 은폐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18일 YTN 보도에 따르면 50대 간호조무사 A씨가 지난해 말 70대 노인 B씨를 학대하는 장면이 해당 공공병원 CCTV에 수차례 담겼다. A씨가 병상에 누운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번 때리는 장면, B씨의 얼굴에 이불을 덮고 손으로 강하게 누르는 장면 등이 모두 확인된 것이다.하지만 병원 측은 이를 확인하고도 즉각적인 신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내부에서는 보령시로부터 민간 위탁을 받아 병원을 운영 중인 의료재단 대표가 직원들에게 함구할 것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병원 직원 C씨는 YTN에 "(대표가) 영상을 누가 봤느냐, 누가 아느냐고 했다"면서 "(영상을) 내려받은 USB를 회수해서 가져오라 해서 회수했고, 직원들을 함구시키라고 했다"고 말했다.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 학대를 인지한 자는 이를 즉시 관계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이에 병원 내부에서는 신고가 지연될 경우 직원들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 같은 설득에도 대표가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증언이다.반면 병원 측은 "보호자가 신고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표명해 신고가 지연된 것"이라며 "해당 직원에 대해 즉각적인 업무 배제와 면담, 퇴사 처리 등 신속한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병원 측은 그 근거로 지난 4월 피해자 가족 중 일부가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들었다. 해당 문서에는 사건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합의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현행법에 '노인 학대 신고 의무자는 보호자 의사와 관계없이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된 만큼, 병원 측의 신고 의무 위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보령시는 병원의 신고 의무 위반 여부를 따져본 뒤 과태표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추가 학대 정황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한편 경찰은 지난 4월 말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한 결과, A씨를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홍명보 한국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18일(현지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가 끝난 직후 "선수들이 준비한 부분을 잘 해줬다"고 평가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상대가 강한 압박으로 나올 거라 예상했고 '적어도 전반 20분까지는 실점하지 말자'는 주문과 '공을 빼앗기거나 잃더라도 위험한 곳에서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선수들이 이를 잘 지켜줬고, 이후 전반 종료시점이 다가왔을 때 우리에게 리듬이 넘어오면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후반 5분 실점한 데 대해서는 "정확히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서로 미는 장면이 있었고 거기서 실수가 나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몬테레이에서 열릴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 대해서는 "상대 주축 선수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을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런 부분은 배제하고 준비할 것"이라며 "남아공의 스피드 측면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A씨는 요즘 상사에게 답장하기 전 먼저 챗GPT를 연다. 불쾌한 업무 지시가 와도 바로 답하지 않는다. 카카오톡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넣고 "너무 감정적이지 않게", "선을 지키면서도 예의 있게" 답장 써달라고 부탁한다. AI가 써준 문장은 대부분 그대로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된다.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상사 메시지를 챗GPT에 넣고 답장한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그런데 더 많은 공감을 얻은 건 댓글이었다. "상사도 니가 보낸 메시지에 AI로 답변하고 있을껄"◆ 공지·민원…말을 대신 써주는 AI사람과 대화하기 전에 AI와 먼저 대화하는 시대. 생성형 AI가 이제는 검색을 넘어 인간 사이 '말하기' 자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사람들이 AI에게 가장 많이 맡기는 건 의외로 거창한 업무가 아니다. 오히려 감정 소모가 큰 일상 대화다. "거절 메시지 부드럽게 써줘" "기분 안 나쁘게 항의하는 법 알려줘" "읽씹 안 당할 답장 추천 좀"서비스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활용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대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모(36) 씨는 손님 공지나 예약 변경 안내를 보낼 때 챗GPT를 자주 사용한다. 이 씨는 "맞춤법이나 비문 걱정을 안 해도 되고 말이 훨씬 정리돼서 손님들이 이해하기 편한 것 같다"며 "예전에는 공지 하나 쓰는데도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AI는 단순히 문장을 다듬는 수준을 넘어 관계 속 거리 조절까지 돕는다. 너무 차갑지도, 너무 감정적이지도 않게 표현을 정리해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감정 노동의 외주화"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직접 표현하며 생기는 갈등과 피로를 AI가 완충해준다는 의미다.◆ "AI 판사님, 누가 잘못했나요"그런가하면 AI는 인간 관계의 '중재자' 역할도 맡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부싸움 뒤 챗GPT를 함께 활용했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작성자는 "별것 아닌 걸로 싸웠는데 객관적인 시각이 궁금했다"며 "상담전문의·부부심리 전문가 역할을 부여한 뒤 같은 세션에서 아내와 각자 입장을 입력했다"고 했다.결과는 의외였다. 두 사람 모두 AI의 분석을 읽은 뒤 "서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용자는 "논쟁이 붙으면 챗GPT에게 판사 역할을 시킨다"며 "화가 막 나다가도 AI가 아내 편을 들면 이상하게 수긍하게 된다"고 적었다.왜 사람들은 인간보다 AI의 판단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 걸까. 전문가들은 AI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람은 편을 들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지만, AI는 '중립적'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챗GPT를 사용할 때 "객관적으로 봐줘", "중립적으로 판단해줘" 같은 표현을 자주 입력한다.한 상담심리 전문가는 "AI는 감정적으로 맞서지 않고 말을 끊지도 않는다"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공격받는 느낌없이 자기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학계에서도 AI의 상담 능력은 이미 인간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경성대학교 경제금융물류학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중소기업 애로상담에 대한 생성AI의 튜링 테스트〉에 따르면, 인간 전문가와 AI의 상담 답변을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참가자들은 둘을 거의 구별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평가자들은 오히려 인간 전문가(13.9%)보다 생성AI의 답변이 더 만족스럽다(32%)고 평가했다"며, "생성AI가 자연스러운 대화문을 생성해 상담 분야에서 인간 전문가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간 특유의 표현들 사라질수도문제는 AI를 거친 이러한 말들이 점점 인간의 실제 대화를 대체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요즘 온라인에서는 "AI 냄새 나는 말투"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지나치게 정중하고, 논리적이고, 매끈한 문장들이다. 사과문도, 연애 답장도, 업무 메일도 점점 비슷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실제로 사람들은 이제 대화하기 전 먼저 AI에게 검수를 맡긴다. 감정적인 표현은 순화되고 갈등은 완충된다. 관계는 부드러워질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 특유의 날것의 감정과 서툰 표현 역시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간단한 대화에도 AI를 활용한다는 김범석(25) 씨는 "AI 도움을 받으면 깔끔한 문장이 나오긴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언어가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며 "하도 도움을 받다 보니 이제는 짧은 문장도 혼자 잘 못 쓰겠다"고 토로했다.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인간관계를 보조하는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감정 표현 자체를 대신하기 시작하면 관계 능력 자체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직접 부딪히고 표현하며 조율하는 과정 역시 인간 관계의 중요한 부분인데, AI가 갈등을 줄여주는 순기능은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인간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맨홀 속에 쓰러져" 전북 진안 작업자 4명 이송…2명 중상
맨홀 내부 오수관로에서 작업을 벌이던 작업자 4명이 의식을 잃어 구조되는 사고가 벌어졌다.소방당국에 따르면 19일 오전 10시 54분쯤 전북 진안군 성수면에서 하수도 정비 사업을 하던 50대 A씨 등 4명이 의식을 잃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신고 직후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맨홀 내부에 쓰러져 있던 이들 4명을 구조했다.이 중 50대 A씨 등 2명은 의식 저하 상태에 놓였고, 2명은 어지럼증 증상을 호소해 소방당국은 이들을 모두 병원으로 이송했다.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신발 벗고 주머니에 있는 거 다 빼 주세요."지난 3월 11일 오후, 대구국제공항 입국장. 일본 도쿄발 여객기가 착륙한 직후였다. 예고 없던 검색대가 놓였다. 승객 180명이 일제히 멈칫했다. 항공사에도 알리지 않은 불시 검사였다. 세관은 중국·대만·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무작위 단속을 벌인다.세관 직원들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수하물 하나하나가 X선을 통과했다. 통합판독실에서는 전문판독관이 '매의 눈'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은닉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이중·삼중 교차 판독은 일상이 됐다. 약품도 표적이었다. "약 가진 거 있어요? 마약 성분이 든 약품도 단속 대상입니다." 가방 속 다량의 약품이 포착되면 그 자리에서 개봉해 확인했다.이날 30대 남성이 걸렸다. 우범여행자로 분류돼 밀리미터파 신변 검색기 앞에 섰다. 쇼핑백 안에 휴지로 둘둘 만 합성 마약 엑스터시(MDMA) 10정이 들어 있었다. 현행범으로 긴급체포됐다.지난 14일에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30대 여성이 약에 취해 누워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여성이 넘어지면서 함께 들고 있던 쇼핑백에서는 프로포폴 병과 주사기가 쏟아졌다.이 여성은 인근 병원에서 근무하는 걸로 알려졌다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은지 오래다. 과거 특정 계층의 일탈로 여겨지던 마약 범죄는 이제 평범한 직장인, 주부, 그리고 10대 청소년의 일상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은 해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미 통제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가장 심각한 문제는 '단순 투약'을 넘어 유통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SNS와 다크웹, 가상화폐를 이용한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 대중화되면서,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누구나 쉽게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단속과 처벌뿐만 아니라, 중독자를 환자로 인식하고 치료·재활을 돕는 통합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골든타임을 놓친다면, '마약 팬데믹'이라는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전국 하수도에 필로폰이 흐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하수처리장 34곳을 조사한 결과, 단 한 곳의 예외도 없이 2020년 이후 5년 연속 필로폰이 검출됐다. 특정 지역의 일탈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는 뜻이다.◆ 감정 건수 7년 새 3배행정안전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지난 4일 발간한 '마약류 감정백서 2025'에 따르면, 2025년 마약류 감정 건수는 소변 2만 6,350건, 모발 3만 5,993건, 압수품 7만 8,432건 등 모두 14만 775건. 역대 최다 기록이다.2018년 약 4만 3,000건이었던 감정 건수가 2024년 약 12만 건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14만 건을 넘어섰다. 7년 사이 3배를 훌쩍 넘긴 것이다. 경찰과 검찰이 마약 사범을 잡아 수사하면서 국과수에 보내는 감정 의뢰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마약 단속이 강해진 게 아니다. 마약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수사의 초점도 바뀌었다. 투약자 적발 시 이뤄지는 소변·모발 감정 비중은 2018년 71%에서 지난해 55%로 줄었다. 반면 유통책 검거 때 의뢰되는 압수품 감정은 29%에서 45%로 뛰었다. 국과수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단순 투약자를 넘어 유통책 검거와 공급 경로 차단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된 압수품 중 신종 마약류 비율은 2019년 10% 미만에서 2024년 35%로 5년 만에 3.5배 이상 뛰었다. 여전히 압수품의 52.7%는 필로폰이지만, 환각 효과가 강한 합성대마류(15.1%)와 케타민(10.6%)이 주요 남용 물질로 떠올랐다.◆ 전자담배인 줄 알았는데, 합성대마였다합성대마를 담은 전자담배 카트리지는 일반 니코틴 전자담배와 겉모습이 똑같다. 냄새도, 연기 색깔도 다르지 않다. 속칭 '브액'으로 불리는 이 액상형 합성대마가 청소년 마약 유입의 관문이 됐다.지난해 10대의 합성대마 남용은 364건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10대 압수 마약 중 합성대마 비율(37.8%)은 필로폰(40.4%)에 육박했다. 10대 청소년에게 합성대마는 이미 필로폰만큼 가까운 마약이다.20~30대는 더 위험하다. 필로폰을 기본으로 깔고 MDMA(엑스터시)·케타민·합성대마를 섞어 쓰는 중복 투약이 늘고 있다. 중독 속도가 빠르고 부작용이 예측하기 어렵다. 치료도 훨씬 복잡해진다. 지난해 필로폰 중독 사망은 33건. 중복 투약에 따른 복합 독성 사망도 잇따른다. 수면마취제 규제가 강화되자 동물용 마취제 '메데토미딘'이 불법 유통되는 풍선효과까지 확인됐다.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 마약 사범은 2014년 1,378명에서 지난해 6,463명으로 10년 새 4.7배 늘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3.8%에서 28.1%로 두 배 이상 뛰었다.처음엔 병원에서 시작됐다. 성형수술 마취제 프로포폴, ADHD 치료제 오남용. 합법의 경계를 넘는 순간 강한 마약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여성 중독자 급증의 경로다. 한 중독 치료 전문가는 "여성 마약은 음지에 숨습니다. 가족에게 들킬까 봐 혼자 견디다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돼서야 발견됩니다. 발견이 늦으면 치료도 늦습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마약이 강력범죄로 이어져더 센 마약이 들어오고 있다. 코카인, 합성 아편류(플루오로펜타닐 등) 등 고위험 약물 적발이 늘고 있다. 수술실 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도 의료계 밖으로 흘러나와 불법 유통되는 사례가 국과수 감정에서 포착되고 있다.플루오로펜타닐은 미국에서 수만 명을 사망으로 몰아넣은 펜타닐의 유사체다. 분자 구조를 미세하게 변형해 규제를 피한다. 극소량으로도 치명적이다. 일반 마약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마약은 강력범죄로 연결된다. 필로폰을 투약하고 교통사고를 낸 사례, 합성대마를 흡입한 채 항공기에서 난동을 부린 사례, 마약 환각 상태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수사 기록에 쌓이고 있다. 투약 후 운전은 음주운전보다 예측하기 어렵다. 반응 시간과 판단 능력의 손상이 알코올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마약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북·제주·강원·충북·충남·대전·세종·전남·광주·울산 등 전국 12개 시도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마약 수사 전담팀을 단 한 곳도 운영하지 않는다.광역 경찰청 단위의 마약 수사팀이 있지만 일선 경찰서 전담팀 부재는 지역 단위 대응력의 공백이다. 대구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마약팀은 없다. 하지만 단순 사건은 일반 형사팀이 처리하고, 큰 건은 시경 마약범죄수사계와 협력한다"고 했다.
국내 마약 투약자, 최대 46만 명 추정…정부, 5년 전쟁 선포
"우편으로 마약을 구입하면 반드시 적발돼 처벌됩니다. 공연히 돈 쓰면서 교도소 가지 마시고, 일찍 치료받으시기를 바랍니다."이재명 대통령이 마약 사범을 향해 직접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 겸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자신의 엑스(X)에 정부 출범 이후 1년간의 범정부 마약 대응 성과를 담은 기사를 공유했다.이 대통령은 "사회악인 마약을 단속하기 위해 전국 모든 우편 집중국에 단속요원을 배치하고, 탐지견과 인조 코 등 탐지 장비도 설치하겠다"고 덧붙였다. 경고는 빈말이 아니었다. 하루 앞선 1일, 관계부처는 지난해 마약류 사범 2만 3,40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불법 투약자 최대 46만 명…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정부의 '제1차(2025~2029)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불법 투약자 추정 규모는 31만~46만 명. 드러난 마약 사범 수의 최대 20배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마약 사범 증가율은 99%로 세계 평균(20%)의 약 5배다.정부가 처음으로 중장기 대책을 내놨다. 지금까지는 부처별로 따로따로 대책을 세웠다. 이번엔 다르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9개 부처가 110개 과제를 함께 추진한다. 비전은 하나다. '마약류로부터 안전한 국민.'잡는 방법부터 달라진다. 텔레그램·다크웹 감시 채널을 기존 10여 개에서 1만 3,000개로 대폭 확대한다. 마약 거래 광고를 걸러내는 데 지금은 평균 35일이 걸린다. 서면심사 제도를 도입해 1~2일로 단축한다.수사관이 신분을 숨기고 거래에 침투하는 잠입수사도 새로 도입된다. CCTV에 AI를 적용해 '던지기' 수법을 자동 탐지하고, 마약 거래 계좌는 즉시 지급정지한다.해외 공급망은 원점에서 막는다. 공항에서는 AI가 여행객 이력을 분석해 밀반입 고위험자를 가려낸다. 선박 바닥은 수중드론으로 훑는다. 2027년에는 국제우편 전용 세관검사장도 신설된다.◆ 재범률 45.6%… 잡아도 또 한다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최근 5년간 마약 사범 평균 재범률은 45.6%다. 교도소 출소 이후 연결이 끊기는 구조가 재범의 핵심 원인이다. "치료받으시라"는 대통령의 당부가 가리키는 지점이기도 하다.정부는 이 공백을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로 메운다. 처벌이 끝나도 전국 17개 함께한걸음센터와 연결이 유지된다. 5년 후 목표는 중독 치료 환자를 1만 명에서 3만 명으로, 재활 성공률은 60%까지 높이는 것이다. 여성 마약 사범 급증을 반영해 여성 전용 숙식형 재활센터도 우선 설치한다.예방도 전면 확대된다.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학교 급별 표준 교육 지도서가 만들어지고, 교원은 3년 주기로 예방교육을 의무 이수해야 한다. 군 훈련소 입소 때와 휴가 전에도 예방교육이 의무화된다.하지만 계획은 거창하다. 현실은 냉혹하다. 대구의 마약 재활 전담 인력은 지금 3명이다. 그 3명이 감당해야 할 수요는 2024년 936명에서 지난해 1,535명으로 1년 새 64% 늘었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중독자는 쏟아진다. 계획이 현장으로 내려오는 속도. 그것이 이 전쟁의 진짜 관건이다.
[창간 80년, 격동 80년]국토의 대동맥, 7월7일 완전 개통
"서울→ 대전→ 대구→ 부산" 1970년 7월7일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됐다.경부고속도로는 단순한 도로 건설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끌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였다. 1960년대 후반 대한민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당시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수단은 철도와 국도였지만, 도로 사정이 매우 열악했다.공장에서 생산한 물품을 항구로 운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물류비도 높았다. 정부는 산업 발전을 위해 전국을 신속하게 연결하는 대동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경부고속도로는 수도 서울에서 출발해 대전을 지나 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뻥 뚫린 고속도로가 놓인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들어간 비용은 총 429억원, 1㎞당 약 1억원의 공사비가 들었다.1970년 우리나라 예산 규모가 약 3,000억 원 수준이었으므로, 경부고속도로 건설비는 국가예산의 약 14%에 해당하는 거대한 사업비였다.전체 공사에 들어간 철근만 4만8천여t, 시멘트 663만여 포 등 엄청난 자재가 대량 투입된 초대형 국책 사업이었다. 가장 어려운 공사는 현재 유명한 휴게소가 있는 추풍령 구간었다고 한다. 특히 당재터널을 뚫을 때는 많은 인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朴 대통령, 1967년 대선 승리 후 건설 강행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1964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서독 방문 길에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둘러보고, 독일 경제부흥의 배경에 고속도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설명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고 전국을 잇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꿈을 갖게 됐다. 이후 1967년 제6대 대선을 앞둔 4월 29일 서울 장충단 공원 유세에서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라 일컬어지는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재선에 성공한 박 대통령은 그 해 10월에 국토개발 전문가인 주원 건설부 장관을 발탁하고,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본격 추진하게 된다. 12월에는 국가기간 고속도로 건설추진위원회와 산하 계획조사단을 설치하고, 청와대 파견단까지 보내 직접 챙겼다. 1968년 2월 1일 기공식이 열렸으며, 대역사의 서막이 올랐다. 당시 야당에선 반대가 심했다. 김영삼 신민당 원내대표는 나라 재정 파탄과 경제적 비효율성을 문제 삼아 반대 당론을 정했으며, 김대중 국회의원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대 깃발을 들었다. 김 의원은 "일제강점기에도 일본이 대륙 진출을 위해 남북종단 철도와 도로에 치중했기 때문에 시급한 것은 동서를 뚫는 교통망"이라고 반발했다. 국민 여론도 나빴다. 일부 소수만이 자동차를 소유했을 뿐더러 부유층 일부 사람들만 누릴 호화 시설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던 것. 당시 IBRD 보고서도 "자동차 보유 대수가 얼마 안 돼, 경제성이 적다"며 경부고속도로 시기상조론을 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관점에서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경제발전에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였다. ◆동양 최장 428km, 전국 '1일 생활권' 1970년 6월 30일자 본지 3면에 실린 경부고속도로 건설 관련 기사의 제목이 이채롭다. '한숨에 돌관(突貫)한 남북천리(南北千里)'. 한자 '돌관'은 돌파하고, 관통한다는 뜻이다. 이후 경부고속도로 개통식은 7일 7일 정오 대구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개통식이 대구에서 열린 것은 고향이 구미인 박 전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 개통식에는 박정희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5만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 국토의 대동맥 연결을 축하했다. 이날 박정희 대통령은 축사에서 "경부고속도로는 우리 민족의 피와 땀과 의지로 다져진 민족적 예술작품"이라며 "국가 경제발전과 산업발전에 큰 공헌을 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7월 8일자 본지 1면 톱기사는 '경부고속도로 완전 개통, 번영의 동맥 1일 생활권' 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날 개통식에는 경북여중 학생 2천여 명의 카드섹션이 펼쳐지고, 계성고와 신명여고(현 신명고) 학생들이 합창으로 '대통령 찬가'를 부르기도 했다. 축하 공연과 함께 고속도로 건설유공자 190여 명에 대한 표창도 했다. 이날 밤에는 대구시민들과 함께 한 불꽃놀이 행사도 진행됐다. 한편, 이날 대구종합운동장 동문 쪽에는 시민들이 입장하던 중 경찰이 갑자기 제지하면서, 사람들이 밀리고, 넘어지고, 밟히는 사고가 발생해 당시 23명의 시민이 중경상(18명 중상)을 입는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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