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 '尹 체포 방해' 나경원·김기현·윤상현·권영진 기소

    특검, '尹 체포 방해' 나경원·김기현·윤상현·권영진 기소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의원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팀은 14일 나경원·김기현·윤상현·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5년 1월 1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함께 이른바 '인간벽'을 만들어 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 3년 간 늘어난 여름철 온열질환자…폭염은 재난이 됐다

    3년 간 늘어난 여름철 온열질환자…폭염은 재난이 됐다

    두세 걸음만 내딛어도 땀은 줄줄, 기력은 쭉쭉 빠진다. 에어컨을 끄기가 무서운 더위가 찾아왔다. '살인적인 더위'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단순 비유가 아니다. 작열하는 태양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더위는 얼마나 더 심각해졌을까. 최근 3년 동안의 데이터로 살펴봤다.◆ 늘어나는 폭염 피해질병관리청이 매년 발표하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온열질환자 수는 증가 추세다. 2023년 2천818명이던 온열질환자는 2024년 3천704명, 2025년 4천460명으로 치솟았다. 매년 20~30%씩 늘어난 셈이다.추정 사망자 수는 2024년에 소폭 증가했다. 2023년 사망자는 32명, 2024년 사망자는 34명이었다. 작년 추정 사망자는 29명으로 소폭 줄었다.가장 최근인 2025년 통계를 보면, 온열질환 피해는 특정 계층과 환경에 집중됐다. 4천460명의 79.7%가 남성이었고, 50대가 19.4%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60대가 18.7%, 30대가 13.6% 순으로 나타났다.특히 정오 이후에 환자가 집중됐다. 한낮의 복사열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간대로, 야외 작업이나 외부 활동이 많은 사람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간대다. 오후 3~4시에 481명으로 가장 많았고, 오후 2~3시가 438명이었다. 오후 4~5시와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에도 각각 400명가량 피해를 봤다.온열질환자는 주로 야외 환경에서 근무하는 이들이었다. 실외 작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1천431명이었다. 또 논과 밭이 542명, 길가가 522명, 기타 실외가 445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직업군별로 살펴봤을 때, 단순 노무 종사자는 1천160명으로 전체 온열질환자의 26%였다. 무직자는 589명(13.2%)으로 그 뒤를 이었다. 외부 활동이 많은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도 348명으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증가세 가파른 대구경북지역별로는 경기도의 피해자가 가장 많았다. 경기도의 온열질환자는 978명으로, 전체 21.9%나 차지했다. 그 뒤를 경북(436명), 경남(382명)이 이었다. 특광역시의 경우 서울이 37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이 280명, 울산이 188명 순이었다.전국적으로 온열질환자가 늘어난 가운데 대구·경북의 증가세는 더욱 가팔랐다. 특히 지난해에는 두 지역 모두 환자가 큰 폭으로 늘며 폭염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두 지역을 합친 경북권 전체 환자 수는 2024년 357명에서 2025년 576명으로 약 61.3%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인 20.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특히 대구광역시의 환자 증가가 눈에 띈다. 2024년 67명이던 환자는 작년에 2배 이상 늘어, 총 140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열탈진을 호소한 이가 82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열사병 22명, 열경련 22명, 열실신 10명, 기타 4명 순이며 사망자는 없었다.◆ 경북, 작년 사망자 4명경북은 단순 환자 수로 전국 2위를 차지한 가운데, 인구 대비 피해자 수도 많았다. 2025년 기준 경북의 인구 10만 명당 온열질환자 수는 16.9명으로, 전남(21.4명)에 이어 울산과 함께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발생 빈도였다.경북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는 작년에 4명이었다. 논과 밭에서 2명, 산에서 1명이 사망했고 나머지 한 명은 주거지 주변 실외에서 사망했다.여름은 해마다 찾아오지만 폭염의 강도는 예년과 같지 않다. 숫자는 더위가 얼마나 위험해졌는지, 또 누가 가장 먼저 그 피해를 떠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대구·경북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이제 폭염은 견디는 문제가 아니라 예방하고 대비해야 할 재난이 됐다. 야외 작업자와 농업 종사자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폭염 특보에 맞춘 작업시간 조정과 충분한 휴식 등 실질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 7월 가계대출 증가폭 6조원대로 둔화…대출총량제 영향

    7월 가계대출 증가폭 6조원대로 둔화…대출총량제 영향

    7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전월 대비 줄었다. 금융당국의 대출총량제 강화 기조와 금융권의 선제적인 자율관리 조치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발표한 '2026년 7월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6조2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월인 6월(8조3천억원) 대비 증가폭이 2조1천억원 축소한 규모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은 3조5천억원 증가해 전월(4조5천억원)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은행권 대출 역시 5조4천억원 늘어나며 전월(7조6천억원) 대비 줄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또한 2조7천억원 증가에 머물며 전월(3조8천억원)보다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8천억원 증가하며 전월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가계대출 증가폭 둔화의 배경으로는 대출총량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확대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휴가철 자금 수요가 증가하는 7월의 계절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금융권의 적극적인 자율관리 조치 시행에 따른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대출총량제는 연간 대출 한도를 물리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시장의 자금 공급을 원천적으로 통제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시중은행들은 한도 관리를 위해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적용하고 우대금리를 선제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따라 7월의 신용대출 및 주담대 증가액 동반 축소 역시 단순한 수요 감소가 아닌, 은행권이 총량 한도를 맞추기 위해 취급 문턱을 높인 정책적 효과가 가시화된 지표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관리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3일 발표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 따라 금융사별 가계대출 총량목표가 새롭게 조정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일관된 수요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이주비, 중도금, 잔금대출 등 서민과 청년층을 위한 실수요 자금은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는 계획. 금감원 역시 실수요자 대출 취급에 무리가 없도록 금융사별 총량목표 조정을 위한 금융권 협의를 추진한다. 이 위원장은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과거 평균치 대비 여전히 높고, 연간 총량관리 목표 기준으로도 한도소진 속도가 다소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반면, 정작 실제 돈이 필요한 곳에는 자금이 흐르지 않는다는 애로도 있다. 지난달 세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국민들의 요구는 분명했다"며 "투기수요는 더 확실히 관리하되, 실제로 집을 짓는 곳과 실수요자에게는 금융이 보다 원활히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총량목표 조정은 실수요 지원을 위한 조치이므로, 투기적 대출수요를 자극하는 신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李대통령 지지율 44%…취임 후 최저·부정평가 첫 우세

    李대통령 지지율 44%…취임 후 최저·부정평가 첫 우세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가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정 평가는 조사 이후 처음으로 긍정 평가를 앞섰다.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4일 발표한 8월 둘째 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긍정 평가는 44%, 부정 평가는 46%로 집계됐다. 의견 유보는 10%였다.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인 7월 넷째 주보다 7%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8%포인트 상승했다. 이로써 긍정 평가는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처음으로 긍정 평가를 웃돌았다.지역별로는 광주·전라에서 긍정 평가가 71%로 가장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58%)와 50대(56%)에서 긍정 평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79%, 진보층의 70%도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반면 대구·경북에서는 긍정 평가가 35%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18~29세가 30%, 70세 이상은 35%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8%, 보수층에서는 21%만이 긍정 평가를 내렸다.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30%로 가장 많았으며, 전주보다 8%포인트 상승했다. 이어 경제·민생(13%), '전반적으로 잘못한다'(7%) 순으로 조사됐다.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하락한 41%, 국민의힘은 2%포인트 상승한 25%를 기록했다.검사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27%, 부정 평가는 50%로 집계됐으며, 의견 유보는 23%였다.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 강화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24%, 부정 평가는 45%로 나타났다.이번 조사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9.7%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김천, 차세대 친환경 포장 기술로 '폭염·미세먼지' 잡는다

    김천, 차세대 친환경 포장 기술로 '폭염·미세먼지' 잡는다

    김천시가 지역기업과 손잡고 여름철 폭염 완화와 미세먼지 저감 등 핵심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는 차세대 기능성 친환경 포장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김천시는 지역기업인 케이비로드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2026년 민관공동기술사업화 구매연계 기술개발사업'에 최종 선정됨에 따라, 수요기관으로 참여해 기술개발부터 현장 실증,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함께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이번 사업은 수요기관이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개발 기술의 현장 적용성과 활용성을 검증하는 구매연계형 연구개발사업이다.이번 연구개발의 핵심은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다. 새롭게 개발되는 기능성 환경포장은 하나의 포장 기술에 네 가지 필수 기능을 집약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구체적으로는 여름철 노면 온도를 낮춰 도시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차열 기능, 빗물을 지반으로 원활하게 침투시켜 도심 침수를 예방하고 물순환 회복을 돕는 우수한 투수 성능을 갖추게 된다.또한, 자동차 배출가스와 도로 주변의 오염물질을 줄이는 미세먼지 저감 기능은 물론, 오염물질의 부착을 방지해 깨끗한 도로 환경을 유지하는 방오 기능까지 하나의 기술로 구현한다.특히 김천시는 단순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넘어 과제의 수요기관으로서 연구개발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시는 케이비로드가 개발한 기술을 관내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한 현장 실증에 투입해 실제 성능과 활용성을 면밀히 검증할 예정이다.또한,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지역 내 다양한 공공시설로의 확대 적용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기술 개발의 총괄은 주관연구개발기관인 케이비로드가 맡으며, 위탁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하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객관적인 공인 성능평가와 성능 검증을 담당해 기술의 신뢰성을 높인다.모든 연구개발이 완료되면 김천시 주도의 실제 현장 적용 및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혁신제품 지정과 공공조달시장 진출까지 추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주관연구개발기관 연구책임자 김대성 박사는 "이번 과제는 단순히 새로운 포장재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김천시와 함께 폭염과 미세먼지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도시기반시설을 만들어가는 연구"라며 "김천시에서 성공적인 실증모델을 구축해 전국 ㅈ로 확산할 수 있는 대표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김천시 관계자는 "이번 연구개발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도시환경 개선 기술을 지역기업과 함께 개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연구성과가 실제 공공시설에 적용될 수 있도록 실증과 사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친환경 도시 조성과 지역기업 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경주 황룡사지 사리함, 고령 지산동 32호분 문화재 발굴

    경주 황룡사지 사리함, 고령 지산동 32호분 문화재 발굴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1978년은 폭풍 전야처럼 비교적 고요한 한 해였다. 이듬해 1979년 10·26 사건과 부마민주항쟁 등 굵직한 정치·사회적 격변을 앞두고 있었지만, 1978년은 전국적으로 정치적 이슈나 대형 사건·사고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구·경북에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반가운 소식이 잇따랐다. 신라와 대가야의 찬란한 문화를 증명하는 국가급 문화유산이 잇따라 발굴되면서 한국 고대사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1978년 발굴된 경주 황룡사지와 고령 지산동 고분군은 오늘날에도 신라와 가야사를 연구하는 핵심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신라를 대표하는 국가 사찰인 황룡사에서는 건립 비밀을 간직한 많은 유물들이 출토되었으며, 대가야 왕릉으로 추정되는 고령 지산동 32~35호 고분에서는 당시 왕권과 문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들이 대거 출토됐다. 국가유산청 역시 두 유적을 한국 고대문화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황룡사 9층목탑 심초석 아래 사리함 발견"주춧돌 구덩이 안에 금과 은으로 만든 고좌가 있고, 그 위에는 사리 유리병이 봉안돼 있었는데, 그 물건이 불가사의했다."황룡사 '찰주본기'에 기록된 이 문장은 1978년 7월 28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황룡사 구층목탑 심초석 아래 사리장엄구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이날 발굴은 단순한 문화재 발견을 넘어 1천300년 전 신라인들의 불교 신앙과 국가적 염원을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출토된 유물은 신라인들이 실제 사용했던 생활용품과 의례용품으로, 당시 신라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귀중한 실증 자료가 됐다.발굴된 유물은 실로 다양했다. 사리기(舍利器)로 추정되는 중국제 백자호(白磁壺, 달 모양의 백색 항아리)를 비롯해 청동거울, 금동 귀걸이, 유리구슬 등 3천여 점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사리함 안에서는 황룡사 구층목탑의 창건 과정과 공사 경위를 상세히 기록한 '금동찰주본기'가 발견돼 학계를 놀라게 했다.이 탑지는 현재까지 확인된 고대 탑지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의 기록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도 국가 차원의 신라왕경 복원정비사업 핵심 과제로 지정돼 복원과 학술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당시 출토된 유물은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보관돼 있다.황룡사 9층목탑은 선덕여왕 때 당나라에서 수학하고 온 자장율사의 발원으로 건립된 신라 최대의 목탑이었다. 이후 효소왕 7년(698년) 낙뢰로 소실된 뒤 여러 차례 중건됐지만, 고려 고종 25년(1298년)에 몽골 침입으로 다시 불탄 이후 끝내 복원되지 못했다.◆'철의 왕국' 대가야, 고령 지산동 금동관 출토1978년은 지역 문화재 발굴사에서 특히 의미있는 해였다. 황룡사지 발굴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인 9월 24일, 고령 지산동 32호분에서는 금동관과 갑옷을 비롯한 대가야 최고 수준의 유물이 대거 발견됐다. 이 가운데 금동관은 훗날 국가 보물로 지정됐다.32호분에서는 금동관을 비롯해 대도와 소도, 철촉 등 각종 무기류, 갑옷과 투구 등 무장구, 안장과 등자, 말 장식 등 마구류가 함께 출토됐다. 긴목항아리와 짧은목항아리, 굽다리접시, 소호(小壺), 모자합(母子盒) 등 다양한 토기류는 물론 널못과 꺾쇠까지 발견되면서 당시 장례문화와 생활상을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그 밖에도 널못과 꺾쇠가 출토됐다.이후 국가유산청은 가야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 유물로 4∼5세기 유물인 ▷고령 지산동 32호분 출토 금동관 ▷부산 복천동 22호분 출토 청동칠두령(靑銅七頭領) ▷'부산 복천동 38호분 출토 철제갑옷 일괄을 각각 보물로 지정했다.이들 문화재는 '철의 왕국'으로 불린 가야가 뛰어난 철 제련 기술뿐 아니라 정교한 금속공예와 예술성을 갖춘 문명국가였음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유산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오랫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가야 문화의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그 이전까지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가야 유물은 국보 제138호 '전(傳) 고령 금관 및 장신구 일괄', 국보 제275호 '기마인물형 뿔잔', 보물 제570호 '전(傳) 고령 일괄 유물' 정도에 불과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가야시대 금동관은 출토 사례 자체가 매우 드물어 고령 지산동 금동관은 희소성이 매우 높다"며 "5~6세기 대가야 관모 공예를 대표하는 문화재"라고 평가했다.손정미 고령대가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대가야는 한반도 동남부에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 국가였으며, 당시 금속 제련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가야 유물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보물 지정의 첫 결실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검찰, '상습도박·음주운전' 개그맨 이진호에 징역 2년 구형

    검찰, '상습도박·음주운전' 개그맨 이진호에 징역 2년 구형

    검찰이 상습 도박과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개그맨 이진호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4일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1단독 안태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2023년 5월 11일부터 2024년 10월 14일까지 총 664회에 걸쳐 합계 8억7천여만원을 도박사이트에 송금해 사이버머니로 환전받고 이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도박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어 "2025년 9월 24일 혈중알코올농도 0.12% 상태에서 약 70㎞를 운전했다"고 덧붙였다. 이진호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며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앞으로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만큼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진호도 최후진술에서 "잘못을 저지른 뒤 하루하루 후회하며 살아왔다"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진호는 지난 5월 29일 상습도박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경찰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도박 및 사기 혐의 관련 민원을 계기로 수사에 착수했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일 오전 9시 40분 열릴 예정이다.

  • [MZ 연구소] 샤워의 재발견…힐링 위한 특별한 샤워

    [MZ 연구소] 샤워의 재발견…힐링 위한 특별한 샤워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 준비와 미래에 대한 고민,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지친 MZ세대는 어떻게 쉴까. 이들은 그 답을 '물'에서 찾고 있다.MZ 세대에게 사우나는 목욕과 힐링,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 놀이공간이다. 주말을 이용해, 친구와 함께 온종일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몸을 씻기 위해서가 아니라, 쉬고 놀기 위해 사우나를 방문하는 셈이다.사우나 속에서는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떨어진 채 온전히 휴식을 누릴 수 있다. 뜨거운 열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들고갈 수 없고, 땀을 흘리고 물을 마시는 것 외에는 할 일도 없다. 1~2만원이면 이용할 수 있는 데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MZ세대에게 사우나는 특별한 공간이다. 일상적으로 목욕탕과 찜질방을 드나들며 자란 세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명절 때만 가끔 찾던 곳이었고, 코로나19 유행 이후 많은 사우나가 문을 닫으면서 더욱 낯선 공간이 됐다. 오히려 이 같은 낯섦이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서의 매력을 키웠다.개인적 시간을 중요시하는 MZ 세대의 특성에 맞춘 신세대 사우나도 등장했다. 이른바 나 홀로 사우나다. 1시간~1시간 30분 동안 개인 탕과 찜질방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일반 사우나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먹을거리와 세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일반 사우나보다 비싼 이용료를 내야 하지만, 벗은 몸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어 젊은 층의 수요가 늘고 있다. 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친밀한 가족과 함께 이용하기도 한다.최소한의 비용과 노력으로 할 수 있는 '다크샤워'도 떠오른다. 불을 모두 끈 채로 몸을 씻는 방식이다. 혹은 부드러운 주황색 조명을 켠 채로 라벤더향을 피우거나,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몸을 씻는다.자기 전 시각적 자극을 최소화하면 심신의 안정을 얻을 수 있고, 수면의 질이 높아진다고 알려져서다. 실제로 어두운 환경에서 달빛에 가까운 조명을 보면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수면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규칙적으로 분비될수록 건강한 수면이 가능하다.실제로 다크샤워를 해봤다는 SNS 'X' 이용자들은 "불을 끄니 세면도구가 어디 있는지 헷갈려 고생했지만, 새로운 경험이라 즐거웠다"며 "은은한 조명 밑에서 샤워하며 명상을 하기도 한다"고 후기를 나눴다.다만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지거나 가구에 부딪힐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조명을 켜둬야 한다. 향초를 사용할 때는 화재 위험이 없는지 확인하고, 환기도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너무 익숙해 특별할 것 없던 '샤워'가 이제는 MZ 세대에게 가장 새로운 휴식이 되고 있다. 끊임없이 연결되고, 쉼 없이 자극받는 시대에 MZ들은 지쳤다. 이들은 화려한 여행이나 비싼 취미보다 잠시 세상과 거리를 두는 시간을 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고 있다.

  • 한국 야구 유일 '4할 타자' 백인천 전 감독 별세…향년 83세

    한국 야구 유일 '4할 타자' 백인천 전 감독 별세…향년 83세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한 '4할 타자' 백인천 전 감독이 14일 별세했다. 향년 83세.KBO(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충남 천안에 거주하던 백 전 감독은 14일 오전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고인은 네 차례 뇌경색을 앓으며 투병해 왔으며, 전날에도 정기 검진을 받을 정도로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1942년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태어난 백 전 감독은 1962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19년 동안 활약했다. 1975년에는 퍼시픽리그 타격왕에 오르며 정상급 타자로 이름을 알렸다.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귀국한 그는 MBC 청룡 초대 감독 겸 선수로 활약하며 타율 0.412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KBO리그 역사상 유일한 4할 타율 기록이다.이후 1990년 LG 트윈스 초대 감독을 맡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감독도 역임했다. 선수와 지도자 시절 모두 '투혼의 야구'를 앞세운 강한 승부사로 평가받았다.KBO는 고인의 장례를 KBO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빈소는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 등 장례 일정은 미국에 거주 중인 동생이 귀국한 뒤 결정될 예정이다.

  • [캐나다에 비춰 본 한국] 사회는 나에게 3. 핑크 셔츠 한 장

    [캐나다에 비춰 본 한국] 사회는 나에게 3. 핑크 셔츠 한 장

    ◇핑크 셔츠 한 장이 시작된 날 태어나면서부터 국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아이도, 학교 문을 넘는 순간부터는 어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홀로 선다. 그곳에서 그 아이를 지켜주는 것은 결국 같은 반 친구들의 태도다. 2007년, 캐나다의 한 시골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새로운 학기 첫 날, 9학년 학생 한 명이 분홍색 셔츠를 입고 등교했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했다. 몇몇이 그 아이를 둘러싸고 조롱했다. 그 장면을 우연히 본 12학년 학생 두 명이 그날 밤 결심했다. 다음 날, 학교 근처 상점의 분홍색 티셔츠를 있는 대로 사들여 아침 일찍 학교 정문에서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그날 아침, 학교는 온통 분홍빛이었다. 놀림을 당했던 아이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를 놀린 이들을 향한 비난이나 응징이 아니었다는 점이 이 이야기의 핵심중의 하나이다. 누구를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약한 자의 곁에 조용히 함께 서는 것. 그리고 그 하루가 지금 캐나다 전역이 매년 2월 마지막 수요일에 지키는 '핑크 셔츠 데이'의 시작이었다. ◇ 방관자가 방어자가 되는 순간 캐나다는 '서로 다른 것이 녹아 하나가 되는 사회'보다, '서로 다른 것이 그대로 함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고 배운다. 미국식 용광로가 아니라 모자이크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나와 다른 사람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어릴 때부터 상식으로 자리 잡는다. 핑크 셔츠 데이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간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진짜 증명한 것은 따로 있다. 괴롭힘이 벌어질 때 주목해야 할 사람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니라, 그 옆에 서 있던 '다수'라는 사실이다. 평범한 다수가 침묵하지 않고 피해자 곁에 서는 순간, 가해자는 힘을 잃는다. 가해자가 계속해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주변의 침묵을 동조나 용인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지금 캐나다의 학교들이 왕따 예방 교육에서 가장 공들이는 지점도 여기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법이 아니라, 방관자를 방어자로 바꾸는 법을 가르친다. 지금은 정부와 교육청, 대기업과 노동조합까지 이 캠페인에 함께 나서며, 한 사람의 존엄을 지키려던 몸짓을 사회 전체가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되돌려주고 있다. 이 사회가 안전과 포용을 지키는 방식은 결국 가해자 색출이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를 움직이는 일이었다. ◇우리는 누구를 보고 있는가 한국에서 학교폭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늘 가해자와 피해자, 두 사람에게 카메라를 고정한다. 누가 더 나쁜가, 누가 얼마나 다쳤는가. 처벌 수위는 얼마가 적정한가. 그런데 그 교실에는 언제나 제3의 존재가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어쩌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을 아이들이다. 오늘의 피해자가 살아남기 위해 내일의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 역시 다른 어딘가에서는 피해자였을 확률이 높다. 사람을 악인과 선인으로 나누는 방식으로는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는 이유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질문은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그 옆에 있던 사람들은 무엇을 했는가"일지 모른다. 가해자를 찾아 처벌하는 일은 사후 약방문이지만, 방관자를 방어자로 키워내는 일은 폭력이 애초에 자라지 못하게 하는 면역이다. 침묵을 동조로 오해하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그 침묵 자체다. 2002년, 우리는 거리와 광장에서 함께 응원하며 세계가 놀랄 결속력을 보여준 사람들이다. 그러한 결속력이 오직 월드컵 축구 응원에서만 발휘될 수 있는 것이었을까. 캐나다가 이 질문에 답을 찾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면, 통하면 통하는 민족인 우리는 그 시간을 얼마든지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옆 사람의 침묵을 깨는 작은 용기가 지금 우리에게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가해자를 향한 분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내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방관자였는지를 돌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 누군가 놀림을 당하는 장면을 마주친다면, 우리는 침묵할 것인가, 그 곁에 설 것인가. 김성열 전 대구문화재단 사무처장

  •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 품다] 돌아온 부두의 탄식 '선창'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 품다] 돌아온 부두의 탄식 '선창'

    '..., 드나드는 배 하나 없는 지금, 부두에 호젓 선 나는 멧비둘기 아니건만, 날고 싶어 날고 싶어. 머리에 어슴푸레 그리어진 그 곳, 우라지오의 바다는 얼음이 두껍다. 등대와 나와, 서로 속삭일 수 없는 생각에 잠기고, 밤은 얄팍한 꿈을 끝없이 꾀인다, 가도 오도 못할 우라지오'. 이용악의 시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는 일제강점기 이국땅 연해주에 머물러야 했던 실향민의 수난이 그 배경이다.드나드는 배 한 척 없는 북방의 항구에 서서 어슴푸레 떠오르는 고향으로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라지오(블라디보스토크)의 바다는 두꺼운 얼음이 쌓여 있어, 가지도 오지도 못한 채 냉혹한 부두를 서성이며 고향을 절절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식민지 민중의 비극성이다. 일제강점기 이주민 세대가 겪은 역사적 고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비린내 나는 부둣가엔 이슬 맺힌 백일홍, 그대와 둘이서 꽃씨를 심던 그날도, 지금은 어디로 갔나 찬비만 내린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울어본다고 다시 오랴 사나이의 첫순정, 그대와 둘이서 희망에 울던 항구를, 웃으며 돌아가련다 물새야 울어라'. 1940년대 고운봉의 노래 '선창'은 그리던 항구로 돌아왔건만 쓸쓸한 부두에는 찬비만 내린다고 한다.정지용 시인이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라고 탄식했던 농촌적 정서를 부두의 노래로 변주한 것처럼 보인다. 돌아온 항구 역시 식민지의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절감한 노래 속 화자는 다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비린내 나는 부둣가'는 국권을 빼앗긴 조국의 강산을, '이슬 맺힌 백일홍'은 일제의 신민이 되어버린 조선인을 상징한다.비내리는 선창가에서 떠나간 연인을 그리는 것은 잃어버린 나라를 떠올리는 것이기도 했다. 시대 정서를 대변한 고운봉의 히트곡 '선창'은 일제강점기 지식인과 학생층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가사의 문학성과 유려한 선율 그리고 짙은 우수를 지닌 가수의 정제된 창법이 인기의 비결이었을 것이다. '선창'은 광복 후의 혼란 속에서도 삶이 고단했던 서민 대중의 애창곡이었다.고향과 항구를 떠나 머나먼 타관땅을 지향없이 떠돌다가 그리움을 안고 돌아온 선창가에 내리는 찬비는 망국민과 실향민의 눈물이었다. 분단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노래도 수난을 겪었다. 작사가 조명암과 작곡가 김해송이 월북 또는 납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작사가와 작곡가의 이름을 바꿔서 가요의 명맥을 유지하는 질곡을 거쳤다. 역사의 격랑은 노래조차 피해가지 않았다.백년설의 '나그네 설움'에도 '선창가 고동소리'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항구나 부두를 배경으로 한 노랫말이 많은 것은, 만남보다는 이별의 이미지가 강했던 식민지 시절 선창의 숙명적 정서 때문일 것이다. 서사적인 무게감을 내려놓은 서정적 공간으로의 선창(船艙)은 더 그랬다. 부두에서의 사랑이란 애초에 부박(浮薄)한 것이었다. 부평초 같은 사람들의 뜨내기 사랑이 많았다.사랑 만큼 고귀한 것도 없지만, 사랑 만큼 진부한 것도 없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지만 하루아침에 식어 버리는 게 또한 남녀간의 사랑이다. 그러나 대중가요 '선창'의 중후한 생명력은 역사적인 울림과 민족적 정한에서 비롯된다. '그대와 둘이서 희망에 울던 항구'는 단순한 만남과 이별의 공간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나그네적 정서와 유랑민의 탄식을 껴안고 있기 때문이다.대중문화평론가

  • "수성구 행정 배우러 왔어요"…독일·일본서 온 공무원

    매일 아침, 독일과 일본에서 온 두 청년이 대구 수성구청으로 걸어서 출근한다. 관광객도, 유학생도 아니다. 본국에서 공무원증을 지닌 스물다섯, 스물아홉의 현직 공직자다. "안녕하세요, 수성구!" 서툰 한국어 인사에는 독일과 일본 억양이 뒤섞였지만 표정만큼은 진지했다.이들이 대구까지 온 이유는 하나다. 한국의 지방행정을 현장에서 배우기 위해서다. 대구 막창에 반한 독일 청년은 미래교육과에, 산낙지 맛을 잊지 못하는 일본 청년은 홍보소통과에 배치됐다. 국적은 달라도 목표는 같다. 수성구가 일하는 방식을 몸으로 익혀 자국 도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첫날 배운 한국어 '빨리빨리'독일 카를스루에시청 청소년사업팀장 도미닉 슈텡엘(25) 씨는 한국에 온 첫날을 잊지 못한다. 인천국제공항까지 마중 나온 수성구청 직원들에게서 이미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먼 길을 달려와 준 게 고마웠다.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첫날부터 느꼈다"고 말했다.슈텡엘 씨는 본국에서 14~27세 청소년·청년을 위한 상담과 맞춤형 사업을 이끈다. 그가 운영하는 '힙합문화센터 콤보'는 브레이킹과 그래피티 같은 거리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는 "이 업무와 관련해 이미 한국과 교류해 왔다. 그래서 수성구 연수가 더 기대됐다"고 했다.수성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한국어를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빨리빨리"라고 답했다. 단순한 감탄이 아니었다. "독일에서는 행정 서류 하나를 처리하는 데 몇 주씩 걸린다. 그런데 수성구는 달랐다. 신청하면 곧바로 처리되고 답변도 정확했다. 처음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고 놀라워했다.속도만 빠른 게 아니었다. 정확했다. 그는 "수성구의 행정 시스템은 독일이 배워야 할 모델"이라고 말했다.음식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불고기와 삼겹살에 먼저 입맛을 빼앗긴 그는 "독일 사람들에게 대구에 오면 막창을 꼭 먹어보라고 권하겠다"며 대구 막창 예찬을 이어갔다.수성행복드림센터에서 주 2회 한국어를 배우는 그는 "주민을 위한 문화·교육·복지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 도심에 공원과 녹지가 많고, 대구간송미술관·대구미술관 같은 문화시설도 풍부해 살기 좋은 도시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4개월 연수를 마치고 카를스루에로 돌아가면 수성구를 롤 모델 삼아 교류 협력 사업에 앞장설 계획이다.◆ 동사무소 없는 일본…수성구 온라인 민원에 '눈이 번쩍'일본 이즈미사노시 국제교류과 주무관 하세가와 마사히로(29) 씨는 본국에서 대표단 영접과 의전, 시장의 해외 출장을 맡아온 국제교류 전문가다. 수성구청 홍보소통과에 배치돼 한국식 소통 행정을 꼼꼼히 관찰하고 있다.그가 먼저 꺼낸 기억은 뜻밖에도 음식과 문화 체험이었다. "수성구청 직원 동호회 '담다' 초청으로 전통요리 모임에 참가했는데, 궁중 방식 호떡 '조호전'과 궁중 떡볶이를 만들어 본 기억이 생생하다" 고 했다.산낙지에 처음 젓가락을 댔다가 그 맛에 반한 그는 이제 대구 음식 예찬론자가 됐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경기도 잊지 못한다. 직원들과 함께 관람한 그는 "홈 팬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가슴이 뭉클할 정도였다"고 했다.행정 현장에서 그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온라인 민원 시스템이었다. "일본에는 동사무소가 없다. 민원 서류도 오프라인으로만 발급돼 시청이 늘 붐빈다" 그는 또 "한국은 인터넷으로 신청과 발급이 모두 가능했다. 주민에게 얼마나 편리한지 직접 보고 놀랐다" 고 했다.마사히로 씨는 귀국 후 이즈미사노시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수성구와 예술 분야 교류도 넓히고 싶다고 했다.◆ 우호 교류 넘어…실질적 '행정 협력 파트너'로두 사람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주관하는 외국공무원 초청 연수 프로그램으로 수성구에 파견됐다. 지난 4월부터 8~10월까지 각각 4~6개월간 수성구청에 머물며 한국의 지방행정을 경험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다.두 사람의 하루는 단순한 연수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동료들과 점심을 함께 먹고, 퇴근 후엔 수성구 곳곳을 걸으며 도시를 익힌다. 언어 장벽은 있지만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수성구는 이 프로그램으로 우호 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행정 협력 파트너를 얻고 있다. 막창에 반한 독일 청년, 산낙지에 빠진 일본 청년. 두 사람이 배운 수성구의 방식은 머지않아 카를스루에와 이즈미사노의 행정 현장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다.

  • [매일신문 사진공모전] 노력상 빈일열 작 '술래야 잡아라'

    [매일신문 사진공모전] 노력상 빈일열 작 '술래야 잡아라'

    1984년 이른 봄. 경북 달성군 화원읍 낙동강변의 넓게 펼쳐진 하얀 백사장은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였다.학교가 쉬는 일요일이면 동네 아이들은 하나둘 강변으로 모여들었다.태훈이와 영수, 영숙이, 미숙이,명자…. 이름만 불러도 금세 어디선가 "왔나!" 하며 뛰어나오던 친구들이었다."하나, 둘, 셋! 간다!"눈을 하얀 수건으로 질끈 동여맨 술래인 영수가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친구들은 숨을 죽인 채 발끝으로 모래를 밟다가도, 술래가 엉뚱한 방향으로 손을 뻗는 순간 "여기다!" 하며 깔깔 웃음을 터뜨린다."영숙아! 뒤로 가! 뒤로!"태훈이가 소리치자 영숙은 맨발로 모래를 박차며 달아난다. 발이 푹푹 빠질 만큼 보드라운 백사장은 아이들의 발자국으로 금세 뒤덮인다. 술래는 웃음소리만 믿고 냅다 달려들지만 허공만 붙잡는다."아이고, 거기 아니야!"영숙이는 술래의 바로 옆을 살금살금 지나가더니 손바닥으로 등을 '툭' 치고는 재빨리 달아난다."잡아봐라!"그 한마디에 술래는 방향을 홱 틀어 전력질주한다. 모래가 사방으로 튀고,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이리저리 흩어진다.미숙이는 웃음이 터져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허리를 숙인다. 그 순간 술래가 손을 뻗어 미숙이의 멜빵치마 끝자락을 덥석 움켜잡는다."잡았다!""아이고! 놓아라! 반칙이다!"미숙이는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 하지만 술래인 영수는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지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던 태훈이와 영숙이는 배를 움켜쥐고 웃음을 참지 못한다."술래 바뀌었다! 이번엔 미숙이다!"미숙이는 눈을 가리고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하나, 둘, 셋… 숨는다!"그 사이 아이들은 버드나무 뒤로, 강둑 아래로, 모래 언덕 너머로 재빨리 몸을 숨긴다. 하지만 숨는 것도 잠시, 웃음소리를 참지 못해 금세 들통난다.아이들의 발길이 지나갈 때마다 하얀 모래가 안개처럼 흩날리고, "잡아라!", "도망가!", "여기 있다!" 하는 외침이 강변에 메아리친다.신발 속에도 모래가 가득 들어가고, 얼굴에는 땀이 흘러내렸지만 누구 하나 집에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 시절 술래잡기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아이들의 웃음이 봄바람을 타고 낙동강을 건너던 축제였고,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은 세상에서 가장 넓은 운동장이었으며 강물은 아이들에겐 수영장이었으며, 버드나무 그늘은 쉼터였다.세월은 흘러 하얀 백사장도 사라졌다. 빈일열 작 '술래야 잡아라' 작품 사진 한 장은 멈춰버린 시간을 다시 움직인다.1984년 낙동강변의 하얀 모래밭은 지금도 기억 속에서 가장 눈부신 유년의 풍경으로 남아 있다.

  • 시를 품고, 독립을 외치다… 앞산 '시인·애국의 길'

    시를 품고, 독립을 외치다… 앞산 '시인·애국의 길'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쉼터인 앞산. 가벼운 마실을 나서듯 오를 수 있는 '시인, 애국의 길'이 있다. 천천히 숲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대구경북에서 태어난 위인들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산 이들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엮어낸 산책길을 걸어봤다.◆ 앞산에서 만난 시인낙동강 승전기념관부터 앞산 케이블카까지 이르는 짧은 길에 대구경북의 역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기념관에서 출발하면 가장 먼저 두 시인을 만나볼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앞산 일대에 무장애길을 조성하는 중이라, 두 기념비는 가까이서 관람하기가 어렵다.먼발치에서 '이윤수 시비'를 둘러봤다. 울퉁불퉁한 돌에 선명한 검은 글자로 그의 삶과 시 '파도'가 새겨져 있다. 시비에 적힌 구절 "헤아려도 헤아려도 헤아릴 수 없는 인간 삶의 사랑과 슬픔과 고뇌의 씨앗들, 파도 되어 밀려온다"는 구절을 되뇌며 주변을 맴돌았다.호가 석우인 이윤수 선생은 대구 출신 시인이다. 1938년 일본 시단을 통해 등단한 그는 평생 시 창작에 몰두했다. 멋스러운 옷차림과 건장한 체구, 나이가 든 이후에도 잃지 않은 열정으로 잘 알려졌지만 무엇보다 시를 향한 열정이 남다른 이였다. 그 열정으로 국내 최초의 순수 시 전문지 '죽순'을 대구에서 창간했다.시를 널리 알리고 오래 기억되도록 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달성공원에 대구 출신 민족시인 이상화를 기리는 시비를 세웠는데, 이는 전국 최초의 시비였다. 이전까지는 시인을 기리는 시비를 세운 사례가 없었던 만큼, 우리나라 시비 문화의 시작을 연 셈이다.이윤수 시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호우 시비가 자리 잡고 있다. 여름철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 속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은 시비다. 이곳에는 이호우 시인의 대표 시 '개화'가 새겨져 있다.시인은 1912년 청도에서 태어나 일본 동경 예술 대학에 유학을 다녀왔다. 1940년 시조 '달밤'으로 등단하고, 매일신문에 근무하며 수많은 칼럼을 썼다. 영남 시조 문학회의 초대 회장을 맡거나, 전국 예술 단체 총연맹을 만들어 민족 문학을 부흥시키는 데도 관심을 가졌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56년 제1회 경상북도 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새겨진 항일의 역사작고 짧은 다리를 건너 낙동강승전기념관을 지나면 애국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념관 바로 위에는 수풀에 가린 붉은 벽돌 탑이 언뜻 보인다. 편의점 뒤로 돌아서서 수풀 속으로 들어가면, 우재 이시영 선생의 항일 투쟁을 기리는 기념비가 고고하게 서 있다.이시영 선생은 대구에서 태어나 독립운동가다. 대한광복회를 조직한 후 전국 각지와 베이징, 만주를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항일 운동의 동력을 만들어냈다. 그의 모습을 본 안창호 선생은 "마치 날개가 달린 호랑이 같다"며 극찬했다. 비와 바람에도 끄덕없을 듯한 기념비의 모습에서 호랑이 같은 기개가 느껴지는 듯했다.졸졸 흐르는 개울 소리를 따라 다음 코스로 발을 옮겼다. 탁탁 발을 구를 때마다 도망치는 벌레들의 뒤를 쫓아 산을 올랐다. 개울에서 흐르는 차가운 바람과,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밑으로 걷다 보니 더위도 조금 가셨다.◆ 흉상이 전하는 굳은 의지채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송두환, 임용상 선생의 흉상이 있었다. 송두환 선생은 1892년 당시 달성군에서 태어났는데,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귀향한 후 항일 비밀 결사단을 꾸렸다. 신배달회라 불리는 조직은 대구를 거점으로 항일 운동을 펼쳤다. 국산품을 장려해 독립심을 키우는 동시에,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무기를 모았다.임용상 선생은 경북 청송 출신의 독립운동가다. 그는 주로 무장 항일 투쟁의 선봉장을 밭았다. 일본군이 주재한 곳을 직접 덮쳐 독립을 부르짖거나, 직접 의병을 꾸려 움직였다. 그 혐의로 10개월 동안 감옥에서 옥살이한 뒤에도, 청송과 의성에서 일본군을 무찌르며 독립심을 다졌다. 끝내 그는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기에 이른다.이들의 꿋꿋한 삶을 보여주듯 흉상 속 두 선생은 굳건한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특히 임용상 선생의 흉상에는 거미줄이 잔뜩 드리워져 있었지만, 형형한 눈빛만큼은 조금도 빛을 잃지 않았다. 일제의 탄압에도 꺾이지 않았던 독립 의지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그 앞을 쉽게 지나칠 수 없어 한동안 흉상 앞을 서성였다.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마실이었다. 하지만 다섯 사람의 삶을 돌아보고 대구경북의 역사를 되새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여름철 계곡을 찾아 앞산에 올랐다면, 시원한 물길을 따라 '시인, 애국의 길'도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짧은 산책이 예상보다 오래 마음에 남을지도 모른다.

  •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데이터 고속도로를 예언한 예술가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데이터 고속도로를 예언한 예술가

    예술가는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자가 아니다. 그러나 때때로 위대한 예술가는 그 누구보다 먼저 다가올 시대를 직관한다. 백남준(1932-2006)은 바로 그런 예술가였다. 그는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진정한 위대함은 텔레비전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한 데에만 있지 않다. 그는 오늘날의 초고속 정보통신망과 네트워크 사회를 누구보다 먼저 예견하고, 이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제시한 인물이었다.1974년 백남준은 록펠러재단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전자초고속도로'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개인용 컴퓨터는 대중화되지 않았고, 월드와이드웹(WWW)은 등장하기 한참 전이었다.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ARPANET) 등은 군사와 연구기관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기술이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자적으로 연결된 사회'는 현실보다 공상과학에 가까운 이야기였다.그러나 백남준은 전혀 다른 미래를 바라보았다. 당대 물리학자 및 연구원들과 폭넓게 교류하던 그는 기술이 가져올 문명과 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을 직관적으로 간파했다. 광섬유와 위성 통신, 레이저 기반의 정보 전송 기술이 결합되어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전자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또한 이러한 전자초고속도로의 건설은 20세기의 고속도로 건설이나 달 착륙 계획에 버금가는 거대한 사회적, 국가적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의 통찰은 1990년대 미국 정부가 추진한 '정보 초고속도로' 구상보다 약 20년 앞선 것이었다. 오늘날 초고속 인터넷과 글로벌 데이터 네트워크가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의 통찰은 놀라울 만큼 정확했다.오늘날 우리는 광섬유 인터넷을 통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시청하며, 화상회의를 통해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협업한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영상과 음악을 즉시 전달하고, SNS는 수십억 명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정보와 영상, 문화가 국경을 넘어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오늘의 모습은 백남준이 반세기 전에 그려낸 미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 역시 이러한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 잡으며 그의 비전을 한층 확장하고 있다.백남준은 이러한 미래를 글로만 남기지 않고 자신의 예술 작품으로 구현했다. 1995년 제작한 《전자초고속도로》는 미국 지도를 형형색색의 네온과 수백 대의 텔레비전 모니터로 구성한 대형 설치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미국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더 이상 철도나 자동차 도로가 아니라 전자 신호와 영상, 그리고 정보의 흐름이다. 국토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와 이미지가 순환하는 네트워크 공간으로 재해석된다. 백남준은 산업사회의 공간 개념이 정보사회의 네트워크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입증해 보였다.백남준에게 텔레비전과 미디어는 단순한 영상 기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미래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언어였으며,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새로운 소통의 매체였다. 산업혁명 시대의 철도와 고속도로가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켰다면, 정보화 시대의 전자초고속도로는 이미지와 데이터, 지식과 문화를 이동시키는 새로운 문명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그는 보았다.

  • 세계 최고의 그림책 한자리에…칼데콧상 수상작 특별전

    세계 최고의 그림책 한자리에…칼데콧상 수상작 특별전

    세계 최고의 그림책을 한자리에 모은 '칼데콧상 수상작 특별전'이 아트도서관(대구 달성군 가창면 우록길 131)에서 열리고 있다. 칼데콧상(The Caldecott Medal)은 영국의 삽화가 랜돌프 칼데콧(Randolph Caldecott)을 기리기 위해 1937년 제정된 상이다. 미국도서관협회(ALA) 산하 어린이도서서비스협회(ALSC)가 매년 미국에서 출간된 어린이 그림책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한다. 아동문학 분야에서는 뉴베리상(Newbery Medal)과 함께 세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우수 작품에는 금색의 칼데콧 메달(Caldecott Medal)이, 뛰어난 후보작에는 칼데콧 명예상(Caldecott Honor Book)이 수여된다. 오늘날 그림책 표지에 새겨진 금색 메달과 은색 명예상 표시는 작품성과 예술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특별전은 1938년부터 올해까지의 칼데콧 메달, 명예상 작품을 원서와 우리말 번역서로 함께 선보인다. 세계 그림책 예술의 흐름과 시대별 변화, 표현기법의 발전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허두환 아트도서관 관장은 "특히 이번 전시는 2024년 한국인 최초로 차호윤 작가가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이후 열리는 특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한국인 작가가 그린 그림책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림책 예술을 직접 비교하고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의성군, 민선 9기 첫 추경 550억 편성안 군의회 제출

    의성군, 민선 9기 첫 추경 550억 편성안 군의회 제출

    경북 의성군은 지난 13일 민선 9기 첫 추경 예산으로 550억원을 편성, 군의회에 제출했다.군은 이번 추경과 관련, 산불·집중호우 피해복구와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활동 지원, 미래산업 육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주요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특히 이번 추경예산안은 제2회 추경예산 1조100억원보다 550억원(5.4%) 증가​한 규모로, 민선9기 주요 사업의 조기 추진과 재난 피해 복구 등 시급한 현안에 재원을 우선 배분하고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은 감액·조정했다.군은 이번 추경예산안을 평선하면서 산불·집중호우 피해복구 및 재난 대응 분야에 집중했다주요 사업은 ▷고운마을 산불피해복구 27억원 ▷집중호우 피해 하천·도로·상수도 등 복구 35억원 ▷산불방지대책 6억원 ▷가뭄 및 재해예방 소하천 정비 12억원 등 76억원 이상을 반영했다.농업·농촌 경쟁력 강화 분야 ▷농작물재해보험료 지원 64억원 ▷노지스마트농업 육성지구 조성 33억원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 지원 15억원 ▷브랜드쌀 육성 및 벼 재배농가 지원 9억원 등 140억원 이상을 투자해 농가 경영안정과 미래 농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미래산업·교통·지역활력 분야 ▷농공단지 패키지 사업 30억원 ▷의성바이오밸리 산업단지 조성 17억원 ▷운수업체 유가보조금 지원 16억원 ▷점곡·옥산 하이패스IC 설치 11억원 ▷지역관광교통 개선 8억▷원 △공영주차장 설치 8억원 등 90억원을 투자해 산업기반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최유철 의성군수는 "이번 추경은 산불과 집중호우 피해의 신속한 복구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농업인의 경영안정과 미래산업 육성, 지역경제 활성화 등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며 "예산이 확정되는 즉시 신속하게 집행해 사업 효과가 지역 곳곳에 빠르게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은 의성군의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28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 의성 김씨 오토재종중, 의성군에 장학금 1천만원 기탁

    의성 김씨 오토재종중, 의성군에 장학금 1천만원 기탁

    의성김씨 오토재종중(오토산관리위원회, 회장 김규섭)은 지난 12일 의성군을 방문,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 1천만원을 기탁했다. 이날 김규섭 회장을 비롯해 김도구 감사, 김상윤 사무총장, 의성김씨 대구종친회 회장인 김선갑 금성면 명예면장, 김종호 재대구의성향우회장 등이 참석해 지역 인재 육성과 고향 발전을 위한 뜻을 함께했다. 의성김씨 종친회는 지난해 대형 산불 발생 당시에도 의성군과 경상북도에 재난 성금 7천여 만원을 기탁했으며, 오토재종중도 1천만원을 기탁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또한 오토재종중은 지역 문화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KBS 프로그램 「웰컴 투 수근스쿨」 제작을 위한 촬영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6월부터 8월까지 총 8부작으로 방영되며 농촌과 저출생 문제를 조명하고 지역의 모습을 전국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김규섭 회장은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고향 의성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나눔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유철 의성군수는 "지역 인재 양성과 고향 발전을 위해 뜻깊은 나눔을 실천해 주신 의성 김씨 오토재종중에 감사드린다. 기탁해 주신 소중한 뜻이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인재 양성에 힘쓰고, 더욱 살기 좋은 의성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칠곡 참외·딸기·벌꿀…젤리·막걸리·액상 스틱으로 변신

    칠곡 참외·딸기·벌꿀…젤리·막걸리·액상 스틱으로 변신

    경북 칠곡지역에서 생산되는 참외와 딸기, 벌꿀이 콜라겐 젤리 스틱과 막걸리, 목 관리 액상 스틱으로 변신한다.14일 칠곡군에 따르면 올해 처음 서울시 지역상생 창업지원사업인 '넥스트로컬'에 참여했다.넥스트로컬은 서울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지역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활용한 창업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홀에서 열린 '넥스트로컬-지역세대 상생 간담회'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재욱 칠곡군수를 비롯 서울시와 칠곡군 등 4개 지자체 관계자, 서울 청년·중장년 창업가 등 150명이 참석했다.칠곡군에서는 '코라비' 박은혜 대표가 지역에서 생산된 참외와 딸기를 활용한 콜라겐 젤리 스틱 개발에 나섰다.박 대표는 지역 농가와 연구기관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원료의 특성과 가공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술버켓' 최민우 대표는 벌꿀을 활용한 막걸리, '파워퓨엘' 김태희 대표는 벌꿀을 활용한 목 관리 액상 스틱을 개발하고 있다.김재욱 칠곡군수는 "칠곡의 농산물에 서울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기존 농산물이 새로운 창업 상품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농산물가공지원센터와 신기술포장연구센터 등 지역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과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안동·김해 꿈의 오케스트라,

    안동·김해 꿈의 오케스트라, "여름의 하모니로 하나 되다"

    안동과 김해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경주 화랑마을에서 마련된 교류캠프 '꿈을 잇는 오늘, 여름의 하모니'에 참가해 협연과 문화탐방에 나섰다. 이번 캠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김해문화관광재단,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이 공동 주관한 '2026 꿈의 오케스트라 자립거점 기획사업'으로 마련됐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아동·청소년이 음악을 통해 상호 존중과 협동을 배우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El Sistema) 프로그램이다. 꿈의 오케스트라 안동은 2012년부터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캠프에는 안동과 김해의 단원과 관계자 등 118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파트별 공동 연습과 연합 오케스트라 합주, 음악 창작 특강, 예술교육가 워크숍, 문화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두 지역 단원들은 파트별 연습을 통해 서로의 연주 방식을 이해하고 연주 완성도를 높였다. 이어진 연합 합주에서는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며 음악적 표현력과 협업 역량을 키우고, 함께하는 예술의 즐거움을 경험했다. 마지막 날에는 3박 4일간 연습한 곡을 선보이는 연합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열었다. 공연은 온라인으로 실시간 송출해 단원들이 함께 만든 음악과 캠프의 성과를 관객들과 공유했다. 안동과 김해 꿈의 오케스트라는 이번 캠프에서 다진 호흡을 정기연주회 합동 공연으로 이어간다. 오는 10월 김해 정기연주회에는 안동 단원들이 참여하고, 12월 안동 정기연주회에는 김해 단원들이 방문해 합동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서로 다른 지역의 단원들이 함께 연습하고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며 협력과 배려의 가치를 배우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음악적 역량과 공동체 의식을 함께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 경북대 '모바일AI공학전공' 5년 만에 학·석사 취득

    경북대 '모바일AI공학전공' 5년 만에 학·석사 취득

    경북대학교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기존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학·석사통합과정으로 확대 개편한다. 인공지능(AI) 분야 전문인력 수요가 커지는 데 맞춰 학부 단계부터 석사까지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삼성전자 취업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경북대는 기존 학사과정으로 운영해 온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모바일공학전공'을 학·석사 통합과정인 '모바일AI공학전공'으로 재편하고 202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고 13일 밝혔다. 모집인원은 총 20명으로 이 가운데 13명을 올해 수시모집에서 선발한다.IT대학 전자공학부 소속인 모바일AI공학전공은 학사 4년과 석사 2년 과정을 통합해 최단 5년 만에 학사와 석사 학위를 모두 취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교육과정은 모바일 AI 소프트웨어 분야 맞춤형 교육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삼성전자 현장 인턴십도 포함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학생은 삼성전자 입사로 연계된다.다만 학·석사통합과정 전환 이후 구체적인 삼성전자 채용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존 모바일공학전공에서는 학생들이 2학년 2학기부터 삼성전자가 별도로 정한 채용시험에 응시해 왔다. 새 전공에서는 학사 과정만 마친 학생과 석사 과정까지 이수한 학생의 채용 방식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두고 양측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학·석사통합과정에 입학하더라도 반드시 석사까지 마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원할 경우 학사 과정만 이수한 뒤 졸업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AI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만큼 학교 측은 학생들이 석사 과정까지 이수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경북대 관계자는 "학·석사통합과정으로 개편한 가장 큰 취지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사 과정만 마친 학생과 석사 과정까지 이수한 학생의 채용 방식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삼성전자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양측은 매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학 측은 수시모집 일정을 고려해 오는 10월 이전까지 채용 방식을 최대한 구체화할 방침이다.학생 지원도 강화된다. 입학 후 초기 3년간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삼성전자 채용 절차를 통과한 4~5학년 학생 가운데 평점 3.0 이상인 학생에게는 삼성전자 대여장학금을 지원한다. 기숙사 우선 배정과 관리비·식비 지원 혜택도 제공한다.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MWC(세계이동통신박람회)·IFA(국제가전박람회) 등 주요 글로벌 IT 박람회 참가를 지원하는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국내외 학술대회 발표와 논문 게재, 경진대회 참가 비용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허영우 경북대 총장은 "경북대와 삼성전자의 협력을 공고히 해 대경권 첨단 AI 분야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정부의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 구상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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