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순회경선이 2차전에 돌입한다. 1주 차 경선 결과 당 대표 후보 간 격차가 1%포인트도 채 되지 않는 박빙 구도를 형성한 만큼 2주 차 결과에 따라 '대세론'을 형성,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민주당은 오는 8일 제주·인천, 9일 강원·대구·경북 순회경선을 각각 개최한다. 수도권과 호남 등에 비해 권리당원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으나 근소한 표 차로 후보들이 각축을 벌이는 만큼 한 표의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그러나 당 대표 후보들은 이주 경선 지역 대신 연일 호남에만 머무르며 대구경북(TK) 등 험지 지역을 사실상 '패싱'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전당대회 투표 방식이 '1인 1표제'로 바뀌면서 권리당원 숫자가 많은 지역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는 탓이다.전당대회 기간 동안 김민석 후보는 대구와 경북을 모두 찾았으나 정청래 후보는 대구에만 1번 방문했다. 송영길 후보는 두 곳 모두 한 번도 찾지 않았다. 반면 호남에는 세 후보 모두 열 차례 넘게 찾으며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여권에선 이번 주 경선 결과가 다음 주 호남 경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9일 열리는 경선이 11일부터 시작되는 호남 권리당원 투표를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후보자 연설인 만큼, 이 과정에서 형성된 후보별 기세와 판세가 호남 당원들의 표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TK 민주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때마다 우리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대의원제를 통해 지역적 불균형을 보완했으나 '1인 1표제'가 되다 보니 더 동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며 "우리 지역 경선 다음이 호남 경선인 만큼 후보들도 순위 자체에는 예민하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계파 간 경쟁이 치열한 최고위원 선거의 경우 'TK 출신' 임미애 후보가 9일 경선에서 얼마나 득표를 올릴지가 관전포인트다. TK 권리당원이 지역 출신 후보를 외면할 경우 민주당 내 TK의 활동폭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현재 임 후보는 TK 경선에서 선두권을 차지한 뒤, 호남에서 여세를 몰아 최종 지도부에 입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임 후보 측 관계자는 "민주당 지도부에서 TK를 대변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 고향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올리기 위해 경선 당일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TK신공항 참여 주저한 LH, 광주군공항 사업에는 앞장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개발을 고리로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에 속도를 내자 답보 상태에 빠진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의 곤궁한 처지가 두드러진다. 윤석열 정부 당시 대구경북(TK) 정치권의 노력에도 사업 참여 요청을 외면해 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광주 군 공항 종전부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6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대구 동구군위을)에 따르면 LH는 지난 3일 긴급 전자입찰공고를 내고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단 개발사업 조사설계용역 시행자 찾기에 나섰다. 이 용역은 ▷기본계획 ▷지구단위계획 ▷예비타당성조사 ▷개발제한구역(GB) 해제 등 산단 지정·조성을 위한 과업을 수행한다.용역 추정가격은 354억원 규모에 달한다. TK 정치권은 산단이 광주 군 공항 종전부지에 조성되는 만큼 '사실상 LH가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에 발을 들였다'고 해석한다.윤석열 정부 당시와 LH의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TK 정가 관계자는 "윤 정부 당시 TK 정치권은 LH의 대구 군 공항 이전 등 TK 신공항 건설 사업 참여를 위해 전방위적 요청을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LH 측은 '사업의 성공 추진을 희망한다'면서도 손실 보전이 필요하다는 등 여러 조건을 내세워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하지만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가 차원의 가속 페달 속에 LH가 반도체 산단 조성(광주 군 공항 종전부지 개발)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며 온도차를 보인다.강대식 의원은 "TK신공항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5극3특'의 TK 핵심 사업이자, 광주 군 공항 이전과 같은 사업 방식(기부 대 양여)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TK 신공항에도 동일한 수준으로 어떤 행정 지원을 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할 것인지 국민 앞에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6·3 지방선거 직후 거센 사퇴론에 휩싸였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 안팎의 반사이익을 얻으며 내부 장악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다만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알려진 당 쇄신안이 재신임 요구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어, 당권 향배를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장 대표의 대척점에 서서 비당권파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주요 인사들은 잇따라 사법 리스크와 각종 설화로 힘이 빠지며 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지선 국면에서 장 대표와 가장 강하게 대립각을 세우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으며 정치적 앞길에 먹구름이 꼈다.장 대표와는 견원지간인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은 지난 4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주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관련 간담회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희화화하는 발언을 내뱉으며 지탄을 받고 있다. 당 윤리위를 통한 고강도 징계 가능성이 거론된다.비당권파 모임 격인 대안과미래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목소리를 내던 권영진 의원은 이른바 '멱살사태'로 인해 이미 징계 절차를 밟고 있고, 친한계 최다선(6선) 조경태 의원 역시 당론으로 정한 박덕흠 국회부의장 후보의 낙선을 유도했다는 이유로 같은 처지에 있다.장 대표의 사퇴와 당 쇄신을 앞장서 요구하던 대안과미래 활동 역시 전혀 힘을 받기 어렵게 된 것이다.투표율 조작 의혹 등 선거관리위원회 주변에 산적한 의혹이 수습되긴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것도 관련 문제제기에 꾸준히 힘을 실어온 장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장 대표는 올림픽공원 집회 등 장외 투쟁 현장에도 지속 참여하며 핵심 지지층 결집과 대여 공세 최전선에 서 왔다. 선관위 특검법은 국회를 통과해 이달 중 출범할 전망이며, 장 대표는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윤리위까지 본격 가동하면서 입지가 한층 탄탄해진 모습이다.장 대표는 이달 말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광복절 전후로 당 쇄신안을 발표하는 등 당권을 더욱 확고히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다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장 대표 사퇴, 혹은 재신임 논의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물밑에서 여전히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장 대표의 당 쇄신안 발표를 기점으로 공개적으로 의사 표명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9월 이후 국정감사 및 예산 국회가 시작되면 당권을 둘러싼 논의 공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상업적 이용이 금지되면서 대구시교육청은 공교육 중심의 진로·진학 지원을 강화한다.최근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따른 상업적 이용 제한 시행으로 학생·학부모의 진학 정보 이용 방식에 변화가 예상되면서 공교육 중심 신뢰할 수 있는 진학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입시업체에서 온라인 합격 예측 서비스, 대입 상담을 제한하거나 중단하자 일각에서 대입 정보 공백 우려가 제기됐다.◆교육청 수시 상담 몰린 수험생들"5분 남았습니다. 상담 마무리해 주세요."지난 5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본관에 마련된 '대입 수시 상담실'. 오는 9월 7일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앞두고 10개의 부스에서 학생·학부모들이 진로진학 교사와 지원 가능 대학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었다.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8일까지 지역 고3을 대상으로 '2027학년도 대입 수시전형 대비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상담은 일반 분야와 예술·체육 분야로 나눠 학생 1인당 45분씩 개별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교육청 대입진학지원단 대입상담지원팀, 예술·체육 진로진학연구회 소속 교사 등 45명이 상담위원으로 참여한다.지난달 15일 교육청 진학진로정보센터 누리집에서 선착순으로 진행된 상담 신청은 시작하자마자 마감됐다. 교육청 수시 상담은 원래 인기가 많은데 이번에 사설 컨설팅 제한이 시행되며 평소보다 지원자가 더 몰렸다는 평가다.지역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남편, 자녀 총 4명이 대기해서 겨우 신청 성공했다", "작년엔 1분 정도는 됐는데 이번엔 거의 10초 컷이었다", "기숙학원 등록보다 더 빨리 마감된 것 같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이날 상담에 참여한 김보민(19) 양은 "희망 학과를 중심으로 대학들을 살펴보고 어떤 전형으로 지원하는 게 유리할지 짚어봤다"며 "온라인 예측 서비스가 막혀서 막막했는데 상담하면서 방향이 어느 정도 잡혀 불안감이 많이 해소됐다"고 말했다.학부모 김미경(48) 씨도 "수시 6장의 카드를 어떻게 써야 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세웠다"며 "신청이 어렵다 보니 인원을 좀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늘어나는 상담 수요에 지원 강화대구시교육청은 매년 대입진학지원단, 입학사정관 출신 대입지원관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다양한 진로·진학 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고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대입지원관 대면 상담'을 상시 운영하며 학생부 관리 방향부터 교과·비교과 활동 로드맵, 수시·정시 지원 전략까지 학년별 상황에 맞춰 안내하고 있다. 매월 24일 진학진로정보센터 누리집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수험생의 고민이 가장 커지는 수시·정시모집 원서접수를 앞둔 시기에는 '수시·정시 상담기간'을 별도로 편성, 대입진학지원단의 1대 1 대면 맞춤형 상담을 집중 운영한다.방문이나 예약이 여의치 않은 학생·학부모를 위해서는 모바일 상담 밴드 '대구진학꿈나비(NAVI)'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상담받을 수 있다. 32명의 진학 전문 상담교사가 대학·학과 정보, 전형 결과, 교육과정 등을 실시간으로 답변한다.시교육청은 앞으로 늘어나는 상담 수요에 대응해 현재 2명인 대입지원관을 추가 채용하고 상담 시간과 횟수를 대폭 넓힐 계획이다. 이달 18일부터 진행되는 고1·2 대면 상담 프로그램에도 고3 학생들을 추가해 진학 전문 교사들과의 수시 상담을 확대하기로 했다.배종열 중등교육과 장학관은 "학생·학부모의 상담 수요가 늘어나 교육청 대입내비게이션센터 공간을 확장하고 있다"며 "센터 구축이 완료되면 지금보다 상담 인원이 몇 배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교육청 상담 외에도 학교의 담임·진로 교사와 다시 상담해야 시너지 효과가 있다"며 "1교 1인+ 진학교사 양성, 찾아가는 실전 중심 컨설팅 및 교원연구회 등을 통해 학교의 진학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강은희 교육감은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사교육 마케팅에 현혹되거나 의존하지 않고도 공교육 안에서 충분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청의 진학 상담 지원 체계를 앞으로도 더욱 촘촘하고 든든하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대경권 로봇 테스트필드 구축…'피지컬 AI' 핵심 거점으로
정부가 대구경북(대경권)에 로봇 실증테스트필드를 구축해 새만금과 함께 국내 로봇산업의 양대 거점으로 육성한다. 반도체에 편중된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철강,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전 산업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이른바 '비욘드(Beyond, '~너머'라는 뜻) 반도체' 전략의 핵심 축이다.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구조혁신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구조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로봇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인 '피지컬 AI' 육성의 핵심 분야로 꼽고, 액추에이터와 센서, 로봇손 등 3대 핵심부품을 겨냥한 전용 연구개발(R&D) 사업을 새로 편성하기로 했다. 화학, 철강, 자동차 등 10대 주력산업에 특화한 휴머노이드도 개발한다.양산 기반은 새만금 로봇 파운드리·부품 클러스터와 대경권 로봇 실증테스트필드를 양대 축으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제조업 기반과 로봇산업을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AI 로봇을 연간 1천대씩 보급한다는 목표도 세웠다.구 부총리는 "제2, 제3의 반도체와 같은 혁신 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며 "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별로 AI 기반 제조공정 혁신과 고부가가치 전환 방안을 순차적으로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정부가 이 같은 산업 구조혁신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갈수록 벌어지는 격차가 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2023년 5.72배에서 지난해 5.78배로 늘었고, 순자산 지니계수도 지난해 0.612에서 올해 0.625로 올랐다. 청년 1인당 평균 부채는 2022년 1천172만원에서 지난해 1천637만원으로 불었다.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2.51년), 지능형 로봇(1.79년), 자율주행차(1.64년) 분야에서 세계 1위국과 기술 격차도 여전하다고 짚었다.정부는 이번 구조혁신 추진을 위해 구윤철 부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매달 한 차례 이상 열어 재정·세제·금융·규제 개선을 묶은 '패키지 지원'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 안전매트 강화방안과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 등 '모두의 성장'을 위한 대책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300m 거리도 택시 타고 이동"…대구시민 '폭염 생존법'
연일 40도 안팎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대구 시민들의 일상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폭염은 이제 단순한 계절 현상을 넘어 시민들의 이동 경로와 소비 패턴, 직장 문화, 생활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몇 걸음 덜 걷기'가 일상이 되고, 양산이 남성들의 필수품이 됐으며, 불과 50m 거리의 약국 매출마저 갈라놓는 등 '폭염 생존법'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법원 앞 양산 쓴 남성 판사들6일 계명대 동산병원 앞. 하루 수천 명의 외래환자가 찾는 병원 주변에는 6~7개의 문전 약국이 골목을 따라 나란히 들어서 있다. 평소에도 병원 출입구와 가까운 약국으로 환자가 몰리는 경향은 있었지만,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오전 외래 진료가 몰리는 시간에는 병원 입구 바로 앞 약국에는 대기 환자가 20명이 넘는 반면, 불과 20~50m 떨어진 안쪽 약국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약국 관계자는 "불과 몇십 미터를 더 걷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날씨가 약국의 희비까지 갈라놓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보수적인 조직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법원도 폭염 앞에서는 달라졌다. 이날 대구 법원에서는 남성 판사와 직원들이 양산을 쓰고 출퇴근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남성이 양산을 쓰는 것을 어색하게 바라보거나 격식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도 있었지만, 이제는 폭염을 피하기 위한 생활필수품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대구고법 관계자는 "고법원장들조차도 양산을 쓰고 간부들에게도 우양산을 나눠주고 있다. 여성만 양산을 쓴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돼버렸다"고 말했다.◆300m도 택시탄다…'폭염거지'폭염은 소비 습관도 바꾸고 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다 보니 가까운 거리도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한 택시기사는 "300~500m 거리도 택시 타는 승객이 많다"고 말했다. 집 밖에 나가기 싫어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경우도 많아졌다. 냉방비와 택시비, 배달비가 더해지면서 이른바 '폭염 비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폭염거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상권도 폭염 마케팅에 나섰다. 대구 곳곳의 커피숍과 식당들은 출입문과 유리창에 '에어컨 파워냉방', '시원한 매장', '무더위 쉼터' 등의 문구를 내걸며 손님 맞이에 한창이다. 잠시라도 시원한 곳에서 쉬려는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한 전략이다.더위를 피해 시원한 실내를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 영업점은 어르신들의 쉼터가 됐고, 대형병원 로비와 반월당 지하상가에는 무더위를 피하려는 시민과 노숙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6일 오후 반월당 지하상가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노인들이 무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반월당 상가 종업원은 "이렇게 어르신들이 많이 모인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李 "개정된 형소법 안 읽었다"…국힘 "李, 역대급 망언"
국민의힘이 연일 정부·여당을 향한 전방위적 공세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비판의 스피커 볼륨을 높여 정부여당을 압박함과 동시에 여론전을 통해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전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6일에도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발언과 육사 출신 '3차례 쿠데타' 언급을 비롯해 부동산 세제개편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너무 태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역대급 망언을 쏟아내고 있어 국민은 이것이 망언인지조차도 느끼기 어려울 정도"라고 비판했다.이 대통령은 전날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안 읽어봐서 그러는데, 법안에 의하면 검사가 수사하면 안 된다고 돼 있느냐"고 언급했다. 개정법에 따라 검사가 수사하지 못하면 기존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나온 발언이었다.장 대표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을 송두리째 망가뜨려 놓고 '저는 법조문도 안 봤습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어디 가서 부끄러워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입이라도 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이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빛의 속도로 개정됐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형사소송법 법조문을 읽어보지도 않았다면 결국 정권은 빛의 속도로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또한 이 대통령이 전날 육사 출신이 3번이나 쿠데타를 일으켰다며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의 배경으로 언급한 데 대해서도 직격했다.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쿠데타를 막으려면 육군사관학교와 해사, 공사를 통합할 것이 아니고 군대를 해산하는 게 맞을 것"이라며 "그런 정도의 정신 상태를 가지고 이 나라 국군통수권자를 하고 있으니 이 나라의 국방이 심히 걱정스럽다"고 꼬집었다.국민의힘 소속 국회 국방위원원인 임종득(영주영양봉화)·유영하(대구 달서구갑)·한기호·성일종·강선영·유용원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세에 가세했다. 이들은 "장교 양성체계는 군의 미래 전투력과 국가안보를 결정하는 백년대계"라며 "이미 역사적·법적 책임이 정리된 과거의 사건을 미래 장교 양성체계 변경의 명분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국민의힘은 보유·거래세 인상을 골자로 한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두고도 '사회주의 세제'라며 여론전을 이어갔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을 갈라치고 세금으로 쥐어짜는 닥치고 세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조세 체제가 사회주의 방식으로 전환되는 혁명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꼬았다.박 의원은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 잡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결과는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피노키오' 세제 개편"이라고 일갈했다.아울러 장동혁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레버리지 ETF 도입을 둘러싼 의혹을 거론하며 특검 도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엄청난 대국민 피해극에 대해 반드시 특검을 통해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국정조사는 당연히 해야 하고 특검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野 "서범수 실언, 국민께 깊이 송구" 윤리위 엄중 조치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연상시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서범수 의원에 대해 중앙윤리위원회의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최고위원들은 서 의원의 언행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데 공감했고, 이에 상응하는 윤리위원회의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이어 "일각에서 제기된 탈당 요구보다는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서 의원은 지난 4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주최한 검찰 보완수사권 관련 간담회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가 참석하기 전 맞은편에 있던 진종오 의원에게 "돌려차기 한번 하지"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진 의원도 "발보다 손을 더 잘 쓴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별도 입장문을 내고 "우리 당 소속 의원들의 발언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부적절한 언행이었다"며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국민께 깊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이어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보완수사권 복원을 위해 진정성 있게 싸워달라고 당부했는데, 이를 '용서했으니 문제가 끝났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힘은 피해자의 뜻에 따라 보완수사권 문제를 끝까지 제기하겠다"고 말했다.또 "당 소속 의원들은 언행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비공개 최고위에서 "피해자도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가 묻힐 것을 우려하는 만큼, 적절한 절차를 통해 조용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반면 비주류인 한기호 의원은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서 의원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징계는 적절하지 않다"며 "계속 의원들을 내보내면 당에 남는 사람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2차 종합특검이 무소속 한동훈 의원에 대한 참고인 소환 통보를 알렸다. 이에 한 의원은 "정치특검의 언론플레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6일 특검팀은 "한 의원을 12일 오전 10시 참고인으로 출석하라 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한 의원이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개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한 의원이 비상계엄 다음날 오후 당정대 회의에 참석한 경위와 당시 논의한 내용, 이후 안가회동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계획이라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4일 당정대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소추와 수사 관련 대응 계획이 논의됐다고 판시했다.한 의원은 당시 당정대 회의 참석 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에게 "계엄이 경고성일 수 없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 요구를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한 의원은 6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소환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며 "정치특검이 언플(언론플레이)을 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계엄 당일 여당 대표임에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계엄을 저지했고, 계엄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이미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에 상세히 기재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한 의원은 이어 "선거 기간에 아무 이유도 없이 출국금지시켜 놓고 몇 달씩 멋대로 연장해 가면서도 한 번도 부르지도 못하더니, 이제 와서 보여주기식 언플이나 한다. 이재명 정권의 정치특검이 하려는 정치수사를 도와줄 생각은 없다"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 국민추천위원회'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대통령에게 추천할 2명의 특검 후보를 정하는 절차에 돌입한다.6일 추천위에 따르면 7일 회의에선 위원장 선출과 함께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협의회 등 외부 기관에 대한 후보 추천 요청의 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추천위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로부터 각 3명씩 특검 후보를 추천받고, 3일 이내에 이 중 2명을 여야 합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추천해야 한다. 대통령은 최종 2명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추천위는 여야 추천위원 각 3명씩 총 6명으로 꾸려졌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은 조두현·조기연 변호사와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를, 국민의힘은 김용관·최창호 변호사와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각각 추천위원으로 발표했다.특검의 최종 임명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추천위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천위가 여야 동수로 꾸려진 만큼 야당 추천 위원들의 동의 없이는 최종 후보 2인 선정이 불가하다. 정가에서는 선관위의 총체적 부실 정황 갈수록 불어나는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수사 전문성도 갖춘 인물이 특검 후보로 추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여야는 특검의 수사 범위를 두고 여전히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수사 범위에 제한이 없다고 보고, 이전 선거에 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사항에 한해 특검을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시속 130㎞ 날아 쾅…美 해병대 첫 '자폭드론' 실사격
미 해병대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폭드론을 동원한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6일 군 당국에 따르면 미 해병대는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 'KMEP' 일환으로 전날 경기 포천 영중면 영평리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자폭드론 실사격 훈련 모습을 국내 언론에 공개했다. 로드리게스 사격장은 군사분계선(MDL)에서 약 30㎞ 떨어진 전방 훈련장이다.미 해병대가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1인칭시점(FPV) 공격 무인기 실사격 훈련으로, 미군이 한국에서 드론 실사격 훈련을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훈련에 투입된 미 해병대 자폭드론 6대는 약 900m 떨어진 목표까지 빠르게 비행해 표적에 명중했다.자폭드론은 미국 드론 스타트업 네로스가 생산하는 소형 쿼드콥터 드론 '아처'가 활용됐다. 표적을 직접 맞춰 폭발하는 '히트 투 킬(Hit-to-Kill)' 방식으로, 최대 사거리는 25㎞, 최대 시속 130㎞, 탑재중량(페이로드)은 3kg 수준이다.프로펠러 4개를 달고도 길이와 폭이 30~40㎝ 정도로 소형이고, 대전차·대물·대인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대당 700만원 안팎으로 알려진 이 드론은 우크라이나에도 6천대가량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피터 앤크니 주한미해병대 부사령관(대령)은 "모든 것의 핵심은 연합 대비태세"라며 "미 해병대가 향후 실제 투입될 수도 있는 이곳 한반도의 지형에서 직접 지상을 누비며 이러한 역량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 자체가 큰 기회"라고 했다.이날 훈련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될 만큼 무더운 날씨 속에 이뤄졌다.미 해병대 관계자는 "전장의 날씨는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한국 특유의 지형뿐 아니라 한국 여름의 고온다습함, 겨울의 혹한을 직접 겪어보는 것은 소중한 기회"라고 했다.훈련은 평소 한반도에 주둔하지 않는 미 해병대 3사단 7연대가 한반도로 직접 전개해 실시됐다. 지난달 30일 파주 휴전선 인근에서 발생한 '무인기 오인 소동' 당시 북한군 무인기로 오해받은 무인기를 날린 부대다.
"몸 아프고 자식 도시에…쌀 받고 경작 맡긴 게 죄라니"
정부의 경자유전 원칙 회복을 위한 농지 전수조사가 본격화하면서 농촌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투기 목적의 농지 보유와 불법 임대차를 바로잡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유지돼 온 도지 관행까지 위축될 수 있어서다.◆ "농사지을 사람 없어 도지 준다"#1. 경북 예천군에서 40년 가까이 농사를 지어온 70대 김씨는 최근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 소식을 접한 뒤 마음이 편치 않다. 몸이 불편해 도지를 준 전답이 경자유전을 원칙으로 하는 이번 조사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그는 몇 해 전 다리를 크게 다친 데다 고령에, 일손 부족으로 농사를 포기했다. 논을 팔려고 해도 원하는 값을 쳐주는 사람이 없고, 자녀들도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결국 바로 옆 논에서 농사를 짓는 이웃에게 경작을 맡겼다. 계약서 없이 구두로 해마다 쌀 한 가마니를 받기로 한 것이 전부다.김 씨는 "농촌에서는 각자 사정에 따라 서로 도우며 농사짓는 경우가 흔한 데 혹시 조사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2. 2년 전 부친으로부터 농지를 상속받은 박지훈(44) 씨도 도지를 주고 있다. 당시 부친의 장례식장에 조문을 온 이웃이 부친이 상속한 땅에서 예전부터 도지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대로 농사를 맡기기로 한 것이다. 구두로 확인만 했고 별도의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대신 부친이 생전 보내주던 것처럼 수확기마다 쌀과 농산물 일부를 받기로 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그는 여전히 직접 농사를 지을 생각은 없다.박 씨는 "당시 고향 친구들도 도지를 준다는 얘기를 듣고 원래 도지를 하던 이웃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부친의 논도 관리되고, 쌀과 직불금까지 들어온다고 하니 불법 여부까지 생각 못하고 '오히려 다행'이라며 준 것"이라고 말했다.◆도지 제도 전수조사의 주요 타깃 될까… 불안한 지주정부의 이번 농지 전수조사는 투기 목적의 농지 보유와 불법 임대차, 불법 전용, 무단 휴경 등을 가려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농촌 지역에서는 도지 형태의 불법 임대차가 주된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발 수요가 적은 지방 농촌에서는 투기성 농지나 상업·주거용 불법 전용이 사례가 드물어서다.앞서 정부의 기본 조사 결과도 도지 등 불법 임대차 의심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기본조사를 보면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의 97%를 조사한 결과 불법 임대차와 무단 휴경, 불법 전용, 소유 제한 위반 의심 등이 전체의 27%(중복포함)를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많았고, 무단 휴경(11.6%), 불법 전용(9.0%), 소유 제한 위반(1.4%) 순으로 나타났다.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심층조사도 불법 임대차 여부와 휴경 사유 확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의 지주가 직접 경작을 못 해 이웃 농민에게 농지를 맡기거나 휴경하는 사례가 농촌에서는 가장 흔하기 때문이다. 불법 전용 사례도 대부분 계도 조치 수준인 농사용 농막에 해당해 간단한 현장 확인으로도 가능하다는 게 여러 지자체 담당자들의 설명이다.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골 농지는 농사 외 투기 가치가 크지도 않고, 불법 전용을 감수하면서 활용할 만한 여건도 드물다"며 "결국 심층조사는 불법 임대차에 해당하는 도지 관계를 확인하는 데 행정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경자유전 원칙 회복을 위한 농지 전수조사에서 농촌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도지 관행의 붕괴가 불러올 나비효과다. 직불금과 수확한 쌀로 임대료를 대신하던 도지가 사라지면 실제 경작자는 현금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늘어가는 영농비 부담 탓에 농촌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농촌에서는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는 지주가 도지 경작을 하는 사례는 매우 흔하다. 부모에게 농지를 상속받았지만 다른 생업에 있는 자녀들이 도지 경작을 맡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지주는 실제 경작하지는 않지만 자신에 땅에서 대신 경작을 하는 농업인을 대신해 직불금을 받는다. 실제 경작하는 농업인은 지주에게 가는 직불금을 임대료로 대신하고, 수확한 쌀까지 더해 도지 관계를 맺는다. 지주는 직불금과 수확한 농작물 일부를 사실상의 임대료로 받고, 경작자는 무상으로 농사를 짓는 구조다.이런 형태의 도지 경작은 실제로는 불법이다. 농사를 직접 짓지 않으면서도 지주가 직불금을 부정수급하는 것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제 경작자는 현금 임대료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지주는 직불금을 통해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오랫동안 음성적으로 유지됐던 것이다.하지만 농촌에 도지라는 경작 방식이 차단되면 결국 지주들은 직불금에 상응하는 현금 임대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게 현장 농민들의 설명이다.이 경우 부담은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에게 돌아간다. 비료와 농약, 농기계 비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임대료까지 오르면 수익성이 낮은 농지는 경작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휴경지 증가로 이어져 농지 이용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와도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청년농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농지 평균 임차료는 1㏊당 275만1천원, 경북은 295만1천원으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농지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청년농의 농지 확보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농지은행 등을 통한 청년농 임차 지원을 확대할 경우 추가 재정 부담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지역에 한 도지농은 "투기 목적의 농지 보유와 주차장, 별장 등 목적 외 사용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하지만 고령화로 형성된 농촌의 현실까지 획일적인 잣대로 적용하면 결국 피해는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예천군 풍양면에 농지를 알아보던 최수호(57) 씨는 평당 7만원짜리 논을 소개받았다. 퇴직 후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을 계획이었지만 아직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 당장 경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매입을 고민하던 중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가 경자유전 원칙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도지 경작이 어려워 급매로 농지를 처분하는 사람이 많아질 거라는 얘기였다. 더 싼 값에 농지를 사거나, 준비한 자금으로 더 넓은 면적을 매입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결국 최 씨도 계약을 미뤘다. 그는 "노후에 농사를 짓겠다는 목표로 매입을 하려고 했는데, 나도 당장 경자유전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지금은 매매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부동산 업계는 이번 전수 조사가 농지 거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부모로부터 농지를 상속받았지만 다른 생업이 있는 자녀, 고령에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해 도지 경작을 맡겨온 지주 등의 매물이 단기간에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직접 경작도 어렵고 임대에도 제약이 생기면 결국 매각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특히 접근성 등 좋지 않은 조건에도 도지 덕에 경작을 이어가던 농지는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도 거래 자체가 끊겨 휴경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상속받은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도지까지 어려워지면 처분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며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 농지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정부가 농촌 현실을 고려해 계도 방침을 밝힌 만큼 실제 거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세부 운영 기준이 마련된 이후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지역활성화 펀드 9호…포항 AI 데이터센터에 6천억 투입
경북 포항 남구 오천읍에 총사업비 6천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전용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기획예산처는 6일 "'포항 AI 전용 데이터센터' 사업이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제9호 프로젝트로 선정됐다"고 밝혔다.지역활성화 투자펀드는 지방정부와 민간이 지역 수요와 여건에 맞는 사업을 발굴·추진하면 정부 재정 등으로 조성한 펀드가 마중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2024년 도입됐다.선정된 사업은 오천읍 광명일반산업단지에 수전용량 40㎿(IT Load 32㎿)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수냉식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다.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처리하는 AI 작업에 특화된 고성능 데이터센터로, 기존 범용 연산 중심 데이터센터와는 다르다.건축 허가를 포함한 주요 인허가와 전력 확보는 이미 완료됐다. 지난달 20일 광명산단에서 착공식(관련 기사 〈em〉〈strong〉'포항 글로벌AI데이터센터' 첫 삽 떴다〈/strong〉〈/em〉)을 가졌으며, 2028년 상반기 운영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사업 추진 측은 수도권보다 저렴한 토지비용과 단층 구조 설계에 따른 하중 설계·보강 비용 절감, 전력사용효율(PUE) 1.25 수준의 업계 최상위 에너지 효율 등을 강점으로 꼽는다. PUE는 데이터센터 총 전력을 IT 장비 전력으로 나눈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전력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의미다. 국내 선도 데이터센터 운영사로부터 전체 수전용량의 절반인 20㎿ 규모 수요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기획처는 건설 기간 약 4천300명의 고용유발효과와 약 1조2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유치와 연계한 산업 투자 확대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지역활성화 투자펀드는 정부재정, 지방소멸대응기금, 산업은행 등이 출자해 모(母)펀드를 조성하고, 지방정부와 민간이 함께 자(子)펀드와 프로젝트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모펀드 투자액의 최소 10배 규모로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다.2024년부터 이날까지 조성된 모펀드는 총 8천억원 규모다. 이를 통해 10개 사업, 총사업비 4조4천억원 규모의 지역활성화 프로젝트가 선정·추진되고 있다.정부는 모펀드를 통한 마중물 투자와 위험 분담 외에도 지방정부 재정투자심사 단축·면제, 선순위 대출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특례보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방정부 로드쇼를 통한 심화 교육·컨설팅과 운용사·투자기관·지방정부 간 협력의 장(매칭데이) 마련 등으로 펀드 운영을 내실화할 방침이다.한편, 같은 날 전남 영광의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구축 사업도 10호 프로젝트로 함께 선정됐다.이 사업은 영광읍 신하리 일원에 총사업비 1천798억원을 들여 최대 방전용량 80㎿, 최대 저장용량 480㎿h 규모의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진열장 쓸고닦고…홈플러스 직원들 "일할 수 있어 기뻐"
"갑자기 휴업했을 때 직원들이 많이 절망했거든요. 후에 어떻게 되든, 다시 개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반기고 환영하죠. 회사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다 같으니까요."대구경북 지역의 홈플러스 지점에서 영업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한 달가량 닫았던 매장 문을 열게 되면서 다시 출근하게 된 직원들은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6일 전국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대구경북본부 등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의 홈플러스 직원들은 이날부터 다시 출근길에 올랐다. 일부 관리자를 제외한 대부분 직원들은 홈플러스가 전 지점 휴업을 기습 발표한 지난달 13일부터 휴직 상태였다.출근 인력은 기존 인력의 40% 정도로 파악됐다. 홈플러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근무 인력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앞서 지난 3일 각 지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업 재개를 위한 설명회를 열었으며, 근무 희망자 등에 대한 사전 조사를 진행했다는 게 직원들 전언이다.다시 출근하게 된 직원들은 이날부터 물품 진열 등을 진행한다. 복층 매장의 단층화 방침에 따라 대구에서도 칠곡점, 남대구점, 성서점 등 지점에서 단층화 작업이 이뤄진다. 판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신선식품 구역을 중심으로 제품을 진열하고, 비식품 중심이던 다른 층으로는 칸막이 등으로 접근을 제한한다는 설명이다.홈플러스는 7일 전국 67개 지점을 동시에 가개장하고, 오는 13일 정식으로 재개장할 계획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재개장 매장은 대구 남대구점·성서점·수성점·칠곡점, 경북 경주점·문경점·안동점·영주점이다. 더해서 구미점의 경우 폐점이 유력한 상황이었으나 타 지역에 추가 폐점이 1곳 발생하면서 이번에 영업을 재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홈플러스는 당초 7일 재개장을 목표로 했으나 긴급운영자금(DIP) 집행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물품 공급을 위한 협의도 밀리면서 '가개장 후 정식 개장'으로 일정 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한 데 따라 협력업체와의 협의 등을 거쳐 7일부터 물품 공급이 본격화하고, 정식 재개장일인 13일까지 매대 정비가 마무리될 전망이다.우선 물품은 신선식품과 자체 브랜드(PB) 제품 위주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기업도 가공식품을 납품하는 데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내달 4일로, 이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홈플러스 안팎에선 이번 영업 재개가 사실상 '시한부 영업'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신경자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대경본부장은 "직원들 반응은 각양각색이지만 다시 매장 문을 열고 일할 수 있으니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며 반기는 이들이 적잖다"면서 "지점마다 다르지만 40~50% 정도 인원이 먼저 출근해 영업하다가 장사가 잘 되면 휴직 중인 직원들에게도 출근을 요청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시로 편입된 군위군을 제외하면 대구에서 유일하게 지방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팔공산 일대 주민들이 상수도 설치를 놓고 상수도사업본부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5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대구 내에서 지방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곳은 동구 팔공산 국립공원 내 갓바위, 동화지구, 파계지구 뿐으로, 이곳은 현재 계곡물과 지하수 등을 생활용수로 충당하는 '마을상수도'를 사용 중이다.이곳 마을상수도는 설치된 지 40년이 넘은 노후 시설이다. 앞서 상수도사업본부는 2024년 대구시 팔공산관리사무소로부터 상수도 관리 권한을 넘겨받으며 이곳에 지방상수도 도입을 추진해 왔다.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는 탓에 언젠가 계곡물과 지하수가 마르거나 부족해질 수 있어 지방상수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팔공산 일대에 산불이 나거나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동화사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급히 진화에 끌어 쓸 물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운영 예산 문제도 있다. 본부에 따르면 팔공산 일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투입되는 한 해 예산은 10억 원 이상이다. 시설 운영비와 직원 4명의 인건비, 약품 등 유지 관리비 등을 포함한 금액으로, 본부가 이곳에서 걷는 수도 요금이 매달 약 4천만 원인 것에 비하면 적자 폭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이에 대해 팔공산 일대 주민과 상인들은 지방상수도 공급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수도 요금이 현재보다 5배 가까이 뛰어 요금 부담이 늘어날 것을 걱정한다. 마을상수도를 사용하는 현재는 1t(톤)당 270원의 요금을 내고 있지만, 지방상수도가 들어오면 1천250원으로 급증한다.불경기 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팔공산 상인과 주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본부는 지난 5월과 6월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나, 응답률이 절반에 그쳤다. 응답한 주민과 상인 대부분도 지방상수도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와 예산 협의를 거쳐 200억 원가량을 투입해 지방상수도 공사를 해야 하는 본부 입장에서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무작정 강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주민들은 상수도 시설 전환 시, 수도 요금 감면 등 직접적인 혜택이나, 국립공원 승격 이후 이렇다 할 부흥책이 마련되지 않은 팔공산에 구름다리를 설치하는 등 지역 발전을 위한 인센티브를 바라고 있다.지윤환 동화마을번영회장은 "주민들과 상인들은 대구시 상수도가 공급될 경우 현재보다 상·하수도 요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요금 부담 증가에 따른 합당한 인센티브나 지역 발전을 위한 지원 사업 및 기반 시설 확충 등 상응하는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마을상수도 시설 노후에 따른 문제 등으로 최대한 빨리 지방상수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으나, 주민 한 분이라도 반대하면 공사는 시작될 수 없다"며 "마을 번영회 등과 협의를 거쳐 주민 공청회를 여는 등 의견 청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월 매출 9천만원에도 '심각한 인력난' 문 닫는 젖소농장
지난 4일 경북 영양군 영양읍 상원리의 한 젖소농장.축사 안으로 들어서자 대형 환풍기 소리 사이로 150여 마리의 젖소가 줄지어 서 있었고, 착유시설에서는 갓 짠 원유가 쉴 새 없이 저장탱크로 흘러들었다. 하루 생산량은 2.4톤(t), 한 달 매출은 9천만원 안팎에 달하지만 농장주 최선호(76) 씨의 표정에는 기쁨보다 걱정이 짙었다.최 씨는 32년 동안 키워온 젖소농장을 내년에 처분할 계획이다. 인건비와 사료비, 각종 운영비를 제외하더라도 적지 않은 소득이 남지만, 고령의 부부가 감당하기에는 농장 일이 너무 고되고 일을 이어받을 사람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젖소는 하루도 손을 놓을 수 없다. 정해진 시간마다 젖을 짜야하고 먹이 공급과 분뇨 처리, 축사 청소, 출산을 앞둔 소의 상태까지 수시로 살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일부 작업을 돕고 있지만 농장 운영 전반은 최 씨와 부인 박무자(73) 씨가 책임지고 있다.젖소 먹이를 마련하고자 인근 1만5천평 밭에는 사료용 옥수수까지 심었다. 농장과 옥수수밭을 오가며 사료 생산부터 착유까지 챙겨야 하는 만큼 두 노부부에게 하루는 늘 빠듯하다. 잠시라도 농장을 비우기 어려워 제대로 된 여행이나 휴식도 꿈꾸기 힘들었다.최 씨 부부는 수십 년 동안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도 넘겼다. 박 씨는 과거 축사에서 젖소의 공격을 받아 소 밑에 깔릴 뻔했고, 주변 사람들이 달려들어 소를 떼어낸 뒤에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2000년대 초 태풍으로 마을이 침수됐을 때는 두 해 연속 축사에 물이 들어와 정전이 돼 착유가 어려워지자 주민들이 찾아와 손으로 젖을 짜며 부부를 돕기도 했다.최 씨가 낙농업을 시작한 것은 밭농사만으로 생활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젖소를 키우던 선배의 권유로 농장에 뛰어든 뒤 새벽마다 손으로 젖을 짜 안동 집유소까지 실어 날랐다. 이후 영양지역 낙농가가 늘면서 탱크로리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최 씨는 사육 규모와 원유 생산량을 꾸준히 확대했다.경영 기반은 안정됐지만 농장을 둘러싼 여건은 갈수록 팍팍해졌다. 수입 건초와 배합사료 가격은 환율에 따라 크게 뛰었고, 축산 악취와 가축분뇨 처리 등 환경규제도 한층 엄격해졌다. 축사를 새로 짓거나 시설을 확장하려 해도 인허가와 주민 민원을 넘기가 쉽지 않다.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사람이다. 높은 매출과 안정적인 소득에도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고된 일을 맡으려는 인력을 찾기 어렵고, 자녀에게 농장을 물려주는 방안도 여의치 않다. 농장 규모가 커진 만큼 부부가 일을 줄이고 싶어도 당장 대신할 사람이 없는 형편이다.최 씨는 "젖소를 키운 지 30년이 넘어서야 농장 일이 눈에 들어오고 이제는 돈도 벌 만한 기반을 갖췄는데 나이가 들어 그만둬야 하니 아쉽다"며 "수입이 적어서가 아니라 너무 힘들고 일할 사람이 없어 내년에는 농장을 처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북 의성군 비안향교에 설치됐던 김주수 전 의성군수 공덕비(매일신문 6월 10일)가 결국 철거됐다.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향교 경내에 허가 없이 공덕비가 설치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북도의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졌고, 논란 두 달여 만에 철거가 이뤄졌다.6일 경북도와 의성군 등에 따르면 경북도는 매일신문 보도 이후 공덕비 설치 사실을 확인했고, 지난 6월 11일 의성군에 원상복구를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다. 의성군도 비안향교 측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고 공덕비는 지난달 12일 철거됐다. 의성군은 다음 날인 13일 철거 완료 사실을 경북도에 보고했다.이번 조치는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1항에 따른 것이다.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된 비안향교에서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현상을 변경하려면 사전에 관련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공덕비는 이를 거치지 않은 무허가 현상변경 행위로 확인됐다.비안향교는 고려·조선시대 지방 교육기관이자 유교 제례 공간으로, 현재 경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논란이 된 공덕비에는 김 전 군수가 '군민 중심의 군정을 펼치고 지역 발전과 군민 행복을 위해 헌신했으며 의성의 새로운 도약 기반을 마련했다'는 취지의 공적이 새겨져 있었다. 비문은 경북향교재단 정상영 이사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공덕비는 지난 5월 비안향교 입구에 '의성군수 일송 김주수 공덕비'라는 이름으로 세워졌다. 비안향교 측은 당시 지역 유림들이 뜻을 모아 약 500만원의 제작비를 마련해 건립했다고 설명하며 정치적 목적이 아닌 자발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향교라는 공공성과 상징성을 지닌 문화유산 공간에 현직 자치단체장의 공덕비를 설치한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경북도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문화유산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변경하려면 반드시 관련 법에 따른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번 사안은 무허가 현상변경에 해당해 원상복구를 명령했고, 의성군으로부터 철거 완료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폭염에 경기 취소…숨 고른 사자, 푹 쉬고 반등 가보자
찜통 더위 속 단비다. 폭염 탓에 프로야구 5, 6일 전 경기가 취소됐다. 갑자기 생긴 휴식 기간. 주춤하던 삼성 라이온즈에겐 숨을 고를 기회다. 흔들리던 선발투수진을 재정비하고 부상으로 빠진 자원이 몸을 더 챙길 시간도 벌게 됐다.연이은 폭염으로 스포츠계도 비상이다. 특히 야외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경우가 문제. 골프계와 축구계가 어수선하다. 이런 가운데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긴급 조치를 취했다. 관중과 선수단의 안전을 고려해 이틀 간 전 경기를 취소했다.4일 인천에서 사고가 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도중 한 관중이 온열 질환으로 쓰러져 심정지 응급 저치를 받았다.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고, 보고를 받은 KBO가 이틀 간 전 경기 중단 결정을 내렸다.삼성으로선 '강제' 휴식이 나쁘지 않다. 파죽지세인 KT 위즈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은 데다 연패에 빠진 상황. 더구나 괜찮다던 전력 이곳저곳에 금이 갔다. 체력을 회복하며 아쉬웠던 부분을 되새길 시간이 생겼다. 이틀 동안 잘 추슬러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때다.박진만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부터 손본다. 5일 등판할 예정이었던 크리스 페덱을 7일 두산 베어스전에 내보낼 계획. 이어 8일엔 오스틴 보스가 나선다. 둘은 직전 등판에서 부진했다. 등판 일정이 미뤄지면서 몸을 관리하며 투구 전략을 다듬을 여유가 좀 더 생겼다.애초 페덱과 보스에 이어 등판할 선발은 김백산. 육성 선수(연습생) 출신으로 호투, 눈길을 끌고 있는 대체 선발 자원이다. 하지만 두 경기가 취소돼 등판 일정이 밀리면서 다음 선발은 최원태가 될 전망. 최원태는 오른쪽 삼두근 미세 손상으로 이탈했다 9일 복귀전을 치른다.불펜도 호흡을 고를 수 있게 됐다. 일단 마무리 김재윤의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오른쪽 골반이 불편해 구위가 완전치 않다. 베테랑 김태훈과 이승현도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왼손 필승조 이승민에게 부하가 많이 걸리는 상황에서 이번 휴식은 '꿀맛'일 수 있다.집중력이 떨어진 타선 역시 재정비 대상. 특히 타격감이 좋지 않은 르윈 디아즈와 김영웅에겐 귀한 시간이 될 수 있다. 타선의 활력소 박승규도 시간을 벌었다. 부상을 털고 실전 훈련을 시작, 곧 1군에 복귀한다. 수비 범위가 넓어 외야 수비에도 힘이 되는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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