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기업 M&A 시장 재편…승계 어려움 속 생존 몸부림
최근 대구 지역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사례를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된 흐름이 드러난다. 업종을 가리지 않은 거래 확산, 매각과 투자 전략의 병존, 그리고 기업 승계 시점에 놓인 경영 환경 변화다. 이 같은 흐름은 지역 기업들의 생존 전략과 자본 이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활발해진 기업 M&A지역을 대표하는 건설사인 서한은 대구 동구 신천동 대구 메리어트 호텔 운영사가 가진 지분 매각에 관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고 이달 중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서한은 전체 지분의 30% 이상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매각 대금은 500억~600억원대에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은 앞서 지난해 구미국가산업단지 1단지 내 호텔 개발 사업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건설업 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다각화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유통·금융 부문에서도 매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코스피 상장사 대구백화점은 오너 일가가 보유한 금융 계열사인 대백저축은행을 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매각 대상은 구정모 대표 등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보유한 경영권 지분 70%로 희망 매각가는 약 3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유통 본업인 대구백화점에 이어 금융 계열사까지 매각 대상에 오른 것이다. 다만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동성로 본점 부지는 2017년 영업 종료 이후에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도심 핵심 상권에 위치한 자산임에도 재개발이나 매각 등 가시적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지역 기업들의 M&A 전략은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과 지분 투자를 통한 사업 확장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일찌감치 수익 다각화에 나선 기업으로는 HS화성이 꼽힌다. HS화성은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 21.49%를 보유하고 있으며 KCGI자산운용 지분 4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HS화성은 2023년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한 KCGI자산운용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며 건설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금융·투자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해 3분기 들어 누적 순이익 4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보다 수익성이 2배 이상 개선됐다.◆창업 1세대 고령화 누적이 같은 흐름은 대구경북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지역 창업 기업 1세대 경영자들의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기업 승계 또는 기업 매각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물은 쌓이고, 이를 인수하려는 수요도 동시에 커지는 모습이다.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제조 중소기업 수를 CEO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만 유일하게 증가(11.2%)하고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 CEO는 60대 이상을 기업승계 적정 시기로 인식하나 상당수는 구체적 후계 계획이 없는 등 승계 준비가 미흡한 상태다.매수 시장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지역 자본의 주요 투자처가 부동산이었다면 최근에는 중소기업 M&A로 자금 흐름이 이동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지역 기업 투자도 점차 활발해지는 추세다. M&A 시장 특성상 거래 정보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채 물밑에서 조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체감 거래는 분명히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다만 지역 경제 차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승계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이 지역에 더 바람직하다는 시각과 함께, 사모펀드의 단기 차익 추구로 인한 '먹튀' 논란, 기업 매각 확산이 장기적으로 벤처 창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M&A 전문가인 허수복 퍼시픽경영자문 대표는 "과거와 달리 최근 사모펀드는 기업 가치를 키운 뒤 재매각하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며 "경제가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단기 차익 중심의 투자 방식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종업원지주제도 역시 기업 승계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학원의 '대구 공습'…학생 빼앗기는 수성구 학원가
수도권 대형 학원의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대구 지역 토종 학원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지역 학원가가 자본력·정보력을 가진 학원계의 '신흥 강자'들을 중심으로 구도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동아, 대구백화점 등 지역 토종 백화점이 신세계, 현대, 롯데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에 잠식되는 모양새와 닮았다.◆지역 토종 입시학원 위기수험생·재수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도권 대형 학원들이 지방 진출을 시작하면서 지역 전통 입시 학원들을 잠식하고 있다.대구 지역 입시학원은 수성구 '송원학원'과 '지성학원'이 양강 구도를 이뤘지만 지금은 과거에 영향력이 감소한 모습을 보인다. 2006년 개원 당시 연간 3천여 명에 달했던 송원학원의 학생 수는 현재 1천명 수준으로 줄었다. 지성학원은 건물 전체에서 두 개의 층으로 학원 규모를 대폭 축소해 운영 중인 상태다.반면 수도권 대형 학원은 이른바 '브랜드 경쟁력'을 토대로 지역에서 세를 넓혀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온라인 강의'로 유명한 메가스터디 교육이 운영하는 '메가스터디 러셀'과 서울 대치동 유명 입시학원 시대인재가 운영하는 '다원MDS'가 두드러진다.2021년 대구 수성구에 문을 연 다원MDS는 시대인재와 사실상 동일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돼 학부모들 사이에서 '대구 시대인재'로 불리는 등 인기가 높다. 시대인재는 학원계의 신흥 강자로 매출액이 2021년 1천838억에서 2024년 3천818억으로 두 배 가량 뛰었다.2022년 대구 수성구에 개원한 메가스터디 러셀도 메가스터디와 동일한 온·오프라인 강의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메가스터디 교육의 매출액은 2021년 7천39억원에서 2024년 9천262억원으로 뛰었다.지역 입시 업계에서는 수도권 대형 학원이 가진 정보력과 자본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대형 학원들은 수능 '킬러 문항' 대비해 자체적으로 제작한 교재, 모의고사를 사용한다. 지난해 감사원 조사 결과, 입시 학원이 문항 제작을 위해 현직 중고교사들과 시험 문항을 사고 판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이 논란이 된 바 있다.지역의 한 학원 대표 A씨는 "대형 학원들이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드는 데 연간 500억여원이 든다"며 "지역 학원들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또 다른 학원 원장 B씨도 "서울 본사 강사들이 지역으로 직접 출강을 오고 유명 일타 강사들이 진행하는 온라인 강의를 제공한다"며 "콘텐츠와 강사의 질적인 측면에서 학생, 학부모의 선호도가 타 학원에 비해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자본력·정보력 바탕 인기학령인구 감소로 이전에 비해 재수생이 줄었는데 이마저도 수도권 대형 학원과 나눠 먹기를 하거나 최상위권 학생들은 서울 강남, 수도권 기숙학원 등으로 향하고 있다.최근 수능 만점자, 수석이 수도권 대형 학원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이들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학원 강의는 물론 관리형 독서실, 윈터스쿨(방학 집중 학습 프로그램) 등 대부분이 금방 마감돼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속출한다.고2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3) 씨는 "강의와 교재비가 다른 학원보다 비싸고 강제로 들어야 하는 의무 과목도 있어 솔직히 비용 부담이 된다"며 "그래도 최상위권이 많이 다닌다고 하니 다니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학생들이 몰리다보니 해당 학원을 가기 위해 지역 학원을 발판 삼는 현상도 나타난다. 대형 학원들은 보통 레벨 테스트나 내신 성적을 통해 우수한 학생들을 우선 선발한다.지역의 한 학원 교사 C씨는 "대형 학원들은 애초부터 뛰어난 학생들을 선발해 높은 입결(입시 결과)를 만들고 이를 다시 홍보하는 형태로 운영한다"며 "지역 소규모 학원에서 성적을 올려 대형 학원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지역 학원들은 대형 학원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된 전략으로 '학교 내신 지도'에 집중하고 있다. 본사 중심의 획일화된 대입 콘텐츠가 침입할 수 없는 지역 학교별 맞춤형 내신을 공략하는 것이다.수성구 학원 교사 D씨는 "지역 학원들이 학교별 내신 과목 준비 위주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학교 시험도 점차 수능 문제화가 되는 경향이 있고, 고3은 내신 자체가 수능과 동일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김성숙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지역 학원들이 수도권 학원과 차별화된 강의, 컨설팅 등을 제공하기 위해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며 "앞으로 독과점 현상이 더욱 강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일자리 창출, 교육 격차 완화 등에서 부정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매출이 서울로 대구경북의 토착화된 비즈니스, 지역 경제 측면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신임 부결 땐 의원직 사퇴" 장동혁 '정치 생명' 건 승부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극심해진 당내 불협화음과 관련해 재신임을 묻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장 대표는 "의원직까지 걸겠다"고 밝히며, 대신 재신임을 요구하는 사람 역시 '정치적 생명'을 걸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장 대표는 5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누구라도 내일까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제게 재신임이나 사퇴를 요구하면 곧바로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원들께서 재신임하지 않는다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국회의원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장 대표로서는 자신에 대한 사퇴 내지 재신임 투표 요구가 이어지자 배수진을 친 격이다. 당내에서는 앞서 김용태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장 대표 체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재신임을 묻거나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장 대표는 이날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의 정당성 역시 충분하다며 해당 결정에 대한 당내 비판 역시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한 전 대표에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뒀지만, 어떤 소명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며 "지금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저는 어떠한 하자도 발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가세연, 박근혜 前 대통령 달성 사저 가압류 기망행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운영자 김세의 씨의 달성군 사저 가압류에 대해 터무니없는 법원 기망행위라고 반발했다.박 전 대통령 측 소송대리를 맡은 이동찬 변호사는 5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박 전 대통령과 김 씨의 채권채무관계는 이미 종료됐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적인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이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김 씨는 2021년 12월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쌓이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박 전 대통령의 저서를 출간하면서 출판으로 인한 모든 수익은 박 전 대통령에게 귀속될 것이라고 약속했다.김 씨는 이듬해 2월 박 전 대통령 측에 '당시까지 도서의 판매 매출은 약 19억원이고 인쇄 등에 소요된 비용이 약 12억원'(인세수익 7억원)이라는 사실을 전달했다.이를 바탕으로 박 전 대통령 측은 달성군 사저 매입과정에서 인세수입을 고려한 채무의무를 이행했음에도 김 씨 측이 이제 와서 인세수익은 쏙 뺀 채 채권을 주장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사저에 가압류를 진행한 것은 법원을 기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구체적으로 박 전 대통령은 2022년 사저매입과 관련해 가로세로연구소로부터 1억원, 김 씨로부터 21억원을 빌렸고 도서의 인세수익으로 대여금을 상계해 2022년 4월 김 씨 계좌로 15억원(대여금 22억원-인세수익 7억원)을 변제했다.이 변호사는 "김 씨 측이 사실과 달리 대통령께 지급할 돈이 전혀 없고 변제받을 대여금만 남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법원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김 씨와 가세연이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청구 소송과 관련해 사저 가압류 신청을 인용했다.
강선우·김경 구속영장 신청…강 의원 '불체포 특권' 변수
경찰이 공천 헌금 의혹을 받는 강선우 무소속 국회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다만 실질적인 신병 확보까지는 강 의원의 '현역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5일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배임수재(강선우)·배임증재(김경) 혐의로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신청했다.강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용산의 한 호텔에서 김 전 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받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역구였던 서울 강서구 시의원 후보로 공천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천을 받은 김 전 시의원은 이후 재선에 성공했다.강 의원은 쇼핑백을 받았지만 금품인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강 의원의 전 사무국장 남모 씨와 김 전 시의원의 진술과 엇갈리는 점이 많다고 보고, 증거 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앞서 경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적용도 검토했으나, 공천 업무가 공무가 아닌 당무에 해당한다고 보고 배임수수·증재 혐의를 적용했다.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김 전 시의원은 통상 2, 3일 안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게 된다. 반면 강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으로 불체포 특권이 적용된다. 현재 2월 임시국회 회기 중인 만큼, 강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기 위해서는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야 한다.한편 강 의원은 자신이 요구해 김 전 시의원이 1억3천여만원을 이른바 '쪼개기 후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李, '위례 항소 포기'에…"나 엮으려 녹취록 변조까지 해"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이 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항소 포기와 관련해 "법리상 되지도 않는 사건으로 나를 엮어보겠다고 대장동 녹취록을 '위례신도시 얘기'에서 '윗어르신' 얘기로 변조까지 해서 증거로 내더니"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이 대통령은 5일 오전 12시 46분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서 언론사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이번 발언은 검찰의 '짜맞추기 기소'를 거듭 강조하며, 그간의 수사와 기소 과정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법조계는 검찰이 위례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통령 관련 사건 가운데 위례 신도시와 연관된 혐의 역시 무죄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일 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본부장 등 5명의 피고인과 관련해 "법리 검토 결과와 항소 인용 가능성을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이춘근)은 1심 선고에서 이들의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계파 갈등 넘어 사당화 논란…배현진 윤리위 판단 받는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됐다.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 제명을 계기로 당권파와 친한계 간의 대립으로 해석했으나 제소 배경엔 '사당화' 의혹이 있었다.4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당 윤리위는 지난달 말쯤 배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를 접수 받았다. 이에 앞선 지난달 27일~28일 한 전 대표 제명에 반발하는 성명이 사방에서 쏟아져서다. 겉으론 각기 다른 단체의 성명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서울시당 영향력 아래 있는 인사나 단체의 성명서였다. 이에 서울시당위원장인 배 의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한 전 대표 구하기용 연판장'을 돌리려 서울시당을 사당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실제 당시 돌았던 성명서는 '국민의힘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21인 일동' '국민의힘 서울시당 여성 대표 이혜숙 외 당원 일동' '국민의힘 서울시 구의회의장협의회 회장 조동탁'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31인 일동' '2026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청년 예비후보 국민의힘 서울시 청년 당원' 명의로 작성됐다. 모두 서울시당 영향력 아래 있는 인사나 단체였다.특히 배 의원과 비슷하게 친한계로 알려진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21인 성명서 명단과 서울시의원 31인 성명서 명단은 수직관계가 정확히 겹쳤다. 당협위원장은 시의원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시의원 입장에서는 "당협위원장이 했는데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면 거절이 어렵다는 것이다.더군다나 시의원 성명서는 배 의원 지역구 담당인 이성배 시의원이 총대를 멘 것으로 확인돼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이미 성명을 낸 당협위원장 21인의 지역구 담당 시의원 위주로 전화를 돌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는 작업을 진두지휘한 게 배 의원의 직속 시의원이니 사당화 의혹이 촉발된 셈이다.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서울시당 관계자로 이뤄진 수많은 성명서가 조직적으로 배포됐는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꼭대기에 배 의원이 나오니 윤리위 제소까지 이어진 것 아니겠느냐"며 "특히 배 의원 직속인 이성배 시의원이 다른 시의원을 대상으로 동의를 얻었다. 누가 봐도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성명을 낸 당협위원장 21인 영향력 아래 있는 서울시의원은 총 3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성명은 31인 명의로 나갔다. 김혜영·김혜지 시의원 등 2명만 한 전 대표 제명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이다.오신환 전 의원 지역구인 광진을 담당 김혜영 시의원은 "한 전 대표 제명과 관련해 이성배 시의원의 연락을 받았다. 제명 찬반 입장을 표명하기에 앞서 주민들 간에도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기에 주민 의견을 먼저 듣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즉답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주혜 전 의원 지역인 강동갑 담당 김혜지 시의원은 "소신에 어긋나는 성명이라고 판단해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검장 요리해달라"…이만희, 탈세 수사무마 로비 정황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코로나19 사태 당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를 지시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합수본은 코로나19 사태 당시 신천지 고위 관계자들이 법조계와 정치권 접촉을 논의한 녹취를 확보했다.2021년 6월 신천지 2인자였던 고동안 전 총무와 신천지 간부의 통화 녹취에는 이만희 총회장이 이희자 근우회장을 통해 검사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A 국회의원과 신성식 당시 수원지검장에게 접촉하려고 한 정황이 담겼다.고 전 총무는 "(이 총회장이) 이희자 근우회장에게 도와달라고 전화하겠다, A 의원을 통해 수원지검장을 요리해달라고 정확하게 말을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이어 "A 의원을 만나 수원지검장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확인해보고, 확실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다른 건이 아니고 조세포탈 건에 대해 무마시켜라 그렇게 부탁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또 다른 녹취에서 고 전 총무는 "이 회장이 A 의원과 친한 게 맞는다고 했다"며 "A 의원을 만나서 이분이 신성식 그 분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이 회장이) 이번 주에는 급하게 저보고 정장 입고 구윤철 장관(당시 국무조정실장)을 만나러 가자고 하시길래 무턱대고 가는 건 걱정된다고 그랬다"고 말하는 내용도 녹취에 포함됐다.고 전 총무는 수원지검에서 조세포탈 사건을 담당하던 검사에 대해서도 "B 변호사가 이 부장검사랑 엄청 친하다고 한다"며 "그 검사가 '수원지검이 너무 바빠 조세포탈 사건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새로운 부장검사가 누가 될지 모르지만 친한 사람을 찾아서 잘 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했다더라"고 전했다.2020년부터 신천지는 코로나19 방역 방해 혐의와 세무조사 등으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국세청은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신천지 유관 단체인 사단법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한 뒤 법인세·증여세 등 약 48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같은 시기 검찰은 신천지를 코로나19 방역 방해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이 총회장과 간부들을 구속기소 했다.합수본은 신천지가 전방위적 로비를 통해 국면을 타개하려고 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이 총회장이 구속되기 전 신천지 간부에게 "국회의원도 만나고 청와대에 있는 사람도 만나고 판사도 만나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해 나가면 된다"고 말한 녹취도 앞서 공개됐다.신천지 측은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있다.
또 추나 대전…나경원 "범죄자 대통령 만들어 준 사법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른바 '추나(추미애·나경원) 대전'이 또다시 연출됐다. 여야가 고성과 삿대질을 주고 받으며 충돌한 가운데, 추미애 위원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간 신경전이 이어졌다.법사위에서 4일 이재명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선거법 위반 상고심 주심이었던 박영재 신임 법원행정처장을 두고 질타와 두둔이 오갔다.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오늘 민주당 의원들이 하루 종일 한 것은 사법부 압박"이라며 "범죄자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만들어 준 게 사법부"라고 하자 추미애 위원장이 "말을 삼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나 의원은 이에 "무슨 말을 삼가나"라며 발언을 이어갔고, 추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회의가 속개되자 나 의원은 "해도 너무하다"며 "하다하다 발언 중에 정회 당하기는 처음이다. 민주당의 의회 운영 행태가 의회 독재"라고 했다.나 의원은 이후 "방송인 김어준 씨가 김혜경 여사에게 여사라고 안 하고 김혜경 씨라고 발언해도 방송 중단이 안 되는데 우리는 범죄자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고 발언도 이렇게 못 하게 하니까 참 저는 어이가 없다"라고 했다.이후 "코미디 같은 말은 그만두라", "위원장은 품위 유지 의무를 촉구할 수 있다"는 추 위원장과 "끼어들지 말라"는 나 의원의 설전이 이어졌다. 나 의원이 다시 "범죄자 대통령" 발언을 하자 추 위원장은 "발언권을 드리지 않겠다"고 했다.발언권을 두고 나 의원의 항의가 이어지며 여야 의원들은 고성에 손가락질까지 하며 대치를 벌였다. 추 위원장은 항의를 이어가는 나 의원을 향해 "쇼츠 찍기 위해 계속 범죄자 대통령이라고 하는 건가", "쇼츠 그만 찍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후 추 위원장은 나 의원에게 퇴장을 명했지만, 나 의원은 위원장석으로 다가가 항의를 계속했다. 추 위원장이 "퇴거 불응하고 위원장에게 폭언을 계속하는 것은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고 하자 나 의원은 "무슨 선진화법 위반인가"라고 맞섰다.나 의원이 "본인 마음에 안 든다고 마이크를 끄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항의하자 추 위원장은 "나 의원이 이렇게 직접 위원장석에 다가와 폭언을 행사하고 손가락을 내저으며 삿대질을 하는 관계로 도저히 회의를 지속할 수가 없다"며 재차 정회를 선포했다.한편 박 처장은 이날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에 관해 "재판 기록 다 읽었나"라는 전현희 민주당 의원 질문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다 읽었다"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했던, 절차에 맞는 판결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병력을 이끌고 국회 본관에 진입했다가 파면된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최근 귀국한 유튜버 전한길씨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파면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김 전 단장은 전한길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계엄은 합법"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장관이 대한민국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 전 단장은 "3성 장군 선발 과정에서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답한 경우에만 진급이 이뤄졌다"며 "정치권이 군을 이용하고 있다. 군인들이 좌편향 언론에 세뇌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또 "애국 유튜버들이 운영하는 '전한길뉴스'를 보면 진실을 알 수 있다"며 자신이 '자유한길단'에 가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한길 역시 김 전 단장을 "참군인", "국민적 스타"라며 "이런 분이 국회 국방위를 이끌어가면 좋겠다"고 치켜세웠다. 그러자 김 전 단장은 "당분간은 진실을 밝히는 데 집중하겠다"며 "명예를 회복해 복직한 뒤 당당하게 전역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전 단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더불어민주당이 비상계엄을 미리 알고 대응했다는 식의 주장도 폈다. 그는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미리 알고 치밀하게 준비해 대응했다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며 "저도 공감한다. 이것은 부정선거와 함께 음모론이 아니며, 여러분의 노력으로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을 바로잡지 못하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친북·친중의 좌경화가 되고 말 것"이라며 "소리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1년간 적들의 공격이 있었고, 이제 우리가 진실을 무기로 역습해 승리할 때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애국시민 여러분과 함께라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내란 재판에서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 대해서는 "특정 세력에 이용됐다"면서, 박범계·김병주·박선원·부승찬 민주당 의원 등을 '내란조작범'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아들 병역비리 의혹 제기자들, 10년만에 2심 무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 씨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해 재판에 넘겨진 의사 등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1심에서 거액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이후 약 10년 만에 판단이 뒤집힌 것이다.서울고등법원은 4일 양승오 포항세명기독병원 핵의학과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우현 씨 등 5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장휘 씨에 대해선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문서 배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이 사건의 시작은 2011년으로 돌아간다. 그 해 8월 공군훈련소에 입소한 박 씨는 한 달 만에 허벅지 통증으로 귀가했다. 12월 재검 결과 '추간판탈출증'으로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중증 추간판탈출증 환자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박 씨가 멀쩡하게 생활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부터 박 씨를 둘러싼 병역 비리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이에 박 씨는 이듬해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 MRI 촬영을 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양 과장 등은 "박 씨 MRI에서 20대 골수로 보기 힘든 패턴이 보인다"며 "박 씨의 MRI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양 과장의 의혹 제기는 2014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졌다. 이에 박 전 시장은 양 과장 등을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이들은 2014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2016년 2월 1심 재판부는 양 과장 등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양 과장에겐 벌금 1천500만원, 다른 피고인 6명에겐 벌금 700만원∼1천500만원을 각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신체검증을 한다면 박 씨의 병역 비리 의혹을 의학·과학적 의문 없이 규명할 수 있다"는 양 과장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자료를 토대로 유죄 결론을 내렸다. 검찰이 양 과장 등 3명에게 벌금 500만원, 나머지 4명에게 벌금 400만원을 구형한 것보다 더 무거운 형량이었다.이번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기한 여러 의혹의 단서 중 상당 부분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 내에서도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된 바 있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는 공표 당시 해당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사후에 허위로 밝혀지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어 "의혹의 최종적인 진위 여부는 이후 검찰 수사와 장기간의 법원 심리에 의해 밝혀졌다. (당시엔) 의혹의 진위를 추가로 확인하기까지 시간적·물리적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 씨 등이 MRI 사진의 피사체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거나 추가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strong〉◇"불성실한 재판 태도"... 그래도 박주신은 고려대 교수됐다〈/strong〉박주신 씨에 대한 재판은 거의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핵심 증인인 박 씨가 외국에 거주해 신체 검증을 받지 않는 등의 이유로 거듭 지체돼서였다. 법원은 박 씨의 편의를 극진히 봐줬다.박 씨는 공익근무요원 근무를 마치고 2014년부터 영국 등지에서 살며 공부를 했다. 2020년 7월 박 전 시장 사망 직후 귀국한 바 있지만 증인신문과 신체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 씨가 출석을 거부해서였다. 법원은 그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증인 신문 소환에 박 씨가 응하지 않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그러다 지난해 초부터 재판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고려대 공과대학 건축학과 조교수로 임용된 박 씨가 강의를 하기 위해 귀국했기 때문이다. 검찰 측은 법원에 박 씨가 귀국한 사실을 알렸고 법원은 즉시 공판일을 잡았다.하지만 거듭 지체됐다. 2심 재판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재판 진행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박 씨더러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영상으로 증인신문을 받아도 된다'고 허락하기도 했다. 박 씨는 지난해 4월 서울고법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만 진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신변보호요청서를 제출해 실제 증인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비대면 방식인 '영상 재판'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고 했다.피고인 측은 강력 반발했다. 피고인 측은 "영상 증언은 반대 측의 신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법원에 따르면 영상 재판은 증인이 멀리 떨어진 곳 또는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거나 건강 상태가 안 좋을 때,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때 이뤄진다. 박 씨는 이미 귀국해 서울에서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게다가 재판부는 지난해 5월23일엔 검사와 피고인 양측에 증인신문사항을 '사전 제출'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무슨 질문을 할 것인지 미리 재판부에 내라는 것이었다. 피고인 측이 이의를 신청해 재판은 지연됐다.피고인 측은 "피고인 중에는 핵의학 전문의와 치과의사가 포함되어 있다. 박 씨의 신체 상태나 과거 제출된 MRI 영상의 진위 여부를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며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영상으로는 박 씨의 신체 상태나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없어 실질적인 반대신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박 씨는 재판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실질적인 증인신문이나 신체검증을 받은 적 없었다.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영상 증언은 적법한 절차이며 재판의 불공정성을 뒷받침할 객관적 사유가 없다"고 했다.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재판에서 증인신문은 꽃이다. 증인신문기일에 신문하기 직전 즉석 제출하는 게 원칙"이라며 "서울에서 멀쩡히 근무하고 있는 사람에게 영상재판을 허가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일반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이라고 했다.매일신문은 이에 대한 입장을 들으려 지난해 박 씨가 귀국한 뒤부터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고려대 측은 "교수 연구실에 전화기를 두냐 안 두냐는 교수 선택 사항인데 박주신 교수 연구실에는 전화기가 없다. 통화가 불가하다"고 했다.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가운데 연구실에 전화기가 없는 건 박 씨가 유일하다.
"베트남 처녀 수입해 농촌 총각 장가" 진도군수 발언 논란
김희수 전남 진도군수가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전남 서부권 타운홀미팅 생방송에서 외국인 여성을 수입 대상으로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지난 4일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위한 전남 서부권 타운홀미팅이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타운홀미팅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참석해 군민들의 질문에 직접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이 행사는 생방송으로 중계됐다.이 자리에서 김희수 진도군수도 마이크를 잡고 시도지사에게 질문했다.김 군수는 "전국 89개 인구 소멸 지역 중 20%가 우리 전남에 있다. 통합을 빌미로 소멸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며 "2000년대부터 인구 절벽이 예견됐을 텐데 정부도, 학자도, 국회의원이셨던 두 분도 가만히 계셨다. 시군의 열악한 형편으로는 자구책을 하려 해도 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그러면서 그는 "광주·전남이 통합을 할 때 인구 소멸에 대한 것도 법제화해서, 정 뭣하면 스리랑카나 베트남 젊은 처녀들 수입들 해갖고 농촌 총각 장가도 보내고,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람도 없는데 산업만 살리면 뭐 하느냐"고 했다.이같은 김 군수의 '베트남 처녀' 발언에 좌중에서는 군민들의 웃음이 터졌지만, 강기정 광주시장은 손사래를 치며 만류했다.강 시장은 "제가 국회의원 하던 2004년 처음으로 저출생 고령사회기본법이 만들어져, 수십년간 돈은 돈대로 꼬라박았는데 잘 안됐다"며 "여러 해법이 있을 수 있는데 외국인, 결혼·수입 이건 잘못된 이야기다. 지역에 산업이 있어야 출생률도 인구도 늘어난다. 결국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답변했다.한편 김 군수는 지난해 11월 골재채취 업체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는 지난해 11월 3일 뇌물수수 혐의로 김 군수를 불구속 송치했다. 김 군수에게 뇌물을 건넨 골재채취 업체 대표 A씨도 뇌물공여 혐의로 송치했다.앞서 김 군수는 진도항 내 항만시설 사용허가 과정에서 A씨 업체로부터 금품을 주고 받고 부당하게 행정력을 행사, 특정 업체에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를 받았다.피해를 본 업체는 2017년부터 5차례에 걸쳐 진도항 내 항만시설 사용허가를 얻어 토석을 운반했지만, 김 군수가 취임한 2022년 10월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국비 2천533억 투입…대구 도심 교통 병목 구간 뚫는다
정부가 대구 도심의 만성적인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주요 간선도로 병목 구간을 연결하고 입체화하는 대규모 도로 개선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는 5일 도로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5차 대도시권 교통혼잡도로 개선사업계획(2026~2030)'을 확정하고, "6대 광역시에 향후 5년간 국비 1조1천758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대구에는 모두 5개 사업(총사업비 6천538억원)에 국비 2천533억원이 배정됐다.이번 계획에 포함된 대구 사업은 신천대로, 성서공단로, 호국로 등 기존 간선도로의 단절·병목 구간을 연결·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북대구 금호워터폴리스 IC 연결 사업(2.15㎞), 남대구 성서산업단지 입체화 IC 사업(1.1㎞), 호국로 동명동호 입체화 사업(1.3㎞)이 대표적이다.KTX 서대구역 인근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매천대교~서대구역 네거리 구간(1.6㎞) 도로 신설도 추진된다. 서대구역 개통 이후 급증한 교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달서대로 입체화 사업(2.4㎞)을 통해 제4차 외곽순환도로의 연속성도 확보한다. 도심과 외곽을 잇는 순환 기능을 강화해 통과 교통을 분산시키는 역할이다.정부는 이들 사업이 완료되면 대구 도심 주요 축 통행 속도가 개선되고, 산업단지와 주거지역을 잇는 이동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한 도로 확장에 그치지 않고, 도시철도 등 광역교통체계와의 연계성을 강화한 점도 이번 계획의 특징이다.이번 5차 계획은 국가균형성장 전략에 따라 지방권 투자 비중을 대폭 늘렸다. 전체 국비 가운데 지방권 투자액은 9천216억원으로, 이전 계획보다 33.5% 증가했다. 수도권 중심 교통 투자에서 벗어나 비수도권 대도시의 구조적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김용석 대광위원장은 "5차 계획 추진으로 도심지 내 만성 교통체증이 완화되고 국민 이동 편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혼잡 지체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물론 대기오염 감소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5극 3특' 국가균형성장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지방권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AI 고평가 논란에 반도체株 약세…삼전·하이닉스 내리막
국내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을 둘러싼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며 기술주가 급락한 영향이다.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30분 기준 'KRX 반도체' 지수는 전장(9223.63)보다 227.08포인트(-3.00%) 내린 8946.55에 거래되고 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880만주, 1조2564억원을 기록 중이다.같은 시간 지수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84%, 4.56%씩 하락한 16만2600원, 85만9000원을 기록 중이며 ▲테크윙(-4.15%) ▲SFA반도체(-4.10%) ▲피에스케이(-3.99%) ▲케이씨텍(-3.98%) ▲한미반도체(-3.46%) 등 반도체주 전반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앞서 4일(현지 시각) 뉴욕증시는 AI·반도체 테마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가 이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60.31포인트(0.53%) 오른 4만9501.30에 거래를 마쳤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5.09포인트(-0.51%) 밀린 6882.72, 나스닥종합지수는 350.61포인트(-1.51%) 내려앉은 2만2904.58에 장을 마감했다.그동안 시장을 주도한 AI 랠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기술주에 대한 투심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4.36%나 급락했고 엔비디아(-3.41%), 브로드컴(-3.83%), 메타(-3.28%), 테슬라(-3.78%), 아마존(-2.36%), 알파벳(-1.96%) 등이 줄급락했다. 특히 반도체 기업 AMD는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분기 매출 전망을 내놓으며 17%나 폭락했다.서튜이티의 스콧 웰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작년 말부터 시장은 AI 분야에서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구분하기 시작했다"며 "지금도 그런 추세가 이어지는 것 같으나 자연스러운 순환일 뿐"이라고 말했다.
'피자집 살인' 김동원 1심 무기징역…"피해자 고통 상당"
서울 관악구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다 가맹점 본사 직원 등 3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동원(42)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동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재판부는 "증거에 의하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이 사건은 결과가 중대해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어 "피고인은 범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했고, 특히 일부 피해자에 대한 살해는 당초 계획에 없었음에도 계획 범행이 이뤄지지 않을 것을 염려해 살해한 점을 보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당시 피해자들이 느꼈을 고통과 공포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유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각 5천만 원씩, 총 1억5천만 원을 공탁했지만 피공탁자의 수령 의사가 확인되지 않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재판부는 다만 "검사는 사형을 구형했지만 피고인이 극단적인 반사회적 성향을 이 사건 전에 보인 적이 없고 여러 번의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대부분 중간 수준이 나온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김동원은 지난해 9월 3일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피자 가맹점 매장에서 가맹계약 체결 업무를 담당한 가맹점 본사 임원 1명과 인테리어 시공 담당 업체 관계자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김동원은 2023년 9월부터 가맹점을 운영해 오면서 주방 타일 일부가 깨지거나 주방 출입구 부분에 누수 현상이 발생하는 등 매장 인테리어 하자에 스트레스를 받던 중 본사와 인테리어 업체가 1년 보증기간 경과를 이유로 무상 수리를 거절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검찰은 김동원을 기소하면서 개업 초창기에 발생한 하자에 대해 이미 무상 수리를 받았고 인테리어 하자는 주방 타일 2칸 파손, 주방 출입구 누수 등 경미했으며 당시 가맹점 매출 또한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음에도 계획적으로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또 일각에서 제기된 가맹점 본사의 '한 그릇 배달 서비스 강요', '리뉴얼 공사 강요' 등 가맹점에 대한 갑질 횡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재판 과정에서 김동원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동원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30년간 전자장치 부착, 5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아, 이 옷이요? 3개월 기다려서 받은 옷이에요." 어린이집에서 친해진 엄마의 말에 순간 귀를 의심했다. 해외 직구도 일주일이면 도착하는 시대다. 어떤 옷이길래 3개월이나 기다려야 할까. 그러나 이어진 설명에 눈이 번쩍 뜨였다.오픈과 동시에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 해도 30초가 채 되기 전에 품절되고, 어렵사리 주문에 성공해도 배송까지는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방식. 이른바 '프리오더(Pre-Order)'다. 요즘 아기 옷 시장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오픈 하자마자 20초만에 품절!어린이집 입소를 앞둔 아이를 키우는 김민별 씨(36)는 일찌감치 등원복 준비를 마쳐 놨다. 주변에서 "어린이집 보내려면 준비할 것 많겠다"고 묻지만, 김 씨는 이미 석 달 전 주문을 끝냈다. "3월 입소할 때 이 정도 사이즈면 맞겠다 예상하며 주문해놨다. 다음 주부터 순차 배송된다고 하니 어린이집 갈 때 입히면 딱 될 것 같다."로켓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에 익숙해진 요즘 소비자들에게 미리 주문하고 오래 기다리는 '프리오더'는 다소 역설적인 방식이다. 그럼에도 프리오더는 엄마들 사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프리오더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품을 미리 주문하는 사전 주문 방식이다.실제로 엄마들 사이 인기가 높은 한 브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대부분의 상품이 '품절' 상태로 표시돼 있었다. 업체가 공지한 '○월 ○일 ○시 오픈' 일정에 맞춰 접속해야만 구매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업체의 SNS나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는 오픈 일정표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인기 가수 콘서트 티켓팅보다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온라인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20~30초 만에 바로 품절된다. 기다렸다가 엄마들이 동시에 클릭하는 영향이다. 이번에는 친구에게까지 부탁해서 겨우 성공했다" 며칠 전 어렵게 구매에 성공했다는 유예지 씨(32)는 프리오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힘들게 사는 이유는 뭘까. "예쁘니까요." 답은 단순했다. 유 씨는 "아기 옷이 다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분명 유행은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옷을 살 수는 있지만, 요즘 예쁘다고 하는 디자인이나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거의 프리오더로 판매된다"고 말했다.◆ 구매심 자극하는 배송 방식…어쩌다 이런 구조?"가격 방어도 잘 돼서, 어렵게 구매한 게 아쉽지 않아요."티켓팅에 비유될 만큼 경쟁을 뚫고 구한 아기 옷은 그 자체로 희소성을 갖는다. 실제 중고마켓에는 프리오더로 판매된 아기 옷이 다수 올라와 있고, 대부분 정가보다 웃돈이 붙은 가격이다. 한두 번 입은 옷은 물론 사용감이 있는 경우에도 프리미엄이 붙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재고 부담을 완화하려는 브랜드 전략에서 출발한 프리오더가, 결과적으로는 희소성을 앞세운 또 다른 마케팅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프리오더 특유의 '느린' 배송 방식 역시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장기간 배송을 전제로 한 구조는 소비를 미루기보다 오히려 앞당긴다. 배송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동안 결제는 이미 끝났지만 당장 손에 쥔 물건은 없다. '옷을 샀지만 없는 상태'가 길어지면서 추가 구매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이번 달에만 프리오더로 50만 원가량을 썼다는 이지영 씨(29)는 "옷을 분명 샀는데 바로 받아보는 게 없으니 계속 주문하게 된다"며 "이런 심리까지 이용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알면서도 당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우리 아이만 유행에 뒤처질까 봐 또 사게 된다"고 덧붙였다.◆ 새 소비자 계속 유입…고객 특수성에 관행 반복문제는 상당수 프리오더 업체가 주문 취소나 교환·환불 불가를 전제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배송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구조상, 소비자는 상품을 받아본 뒤에야 사이즈나 색감, 원단을 확인할 수 있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도 교환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청약철회 제한은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개별적으로 제작된 상품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이니셜 각인이나 맞춤 제작처럼 재판매가 어려운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디자인과 제작 방식이 이미 정해져 있고 소비자가 사이즈나 색상만 선택하는 방식의 상품은 주문제작이 아닌 기성품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프리오더'라는 이유만으로 교환·환불을 제한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을 수 있다.이런 판매 방식이 장기화되면서, 프리오더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둘째 아이는 '탈 프리오더'로 키우고 있다는 이인영 씨(41)는 "첫째 때는 프리오더 옷을 정말 많이 샀다. 하지만 점점 피로해지더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인지도 있는 쇼핑몰은 거의 다 프리오더인데, 재고 관리 때문이라고는 해도 주문을 받고 나서도 교환·환불 불가에 동의해야 하고 끝없는 기다림을 견뎌야 한다"며 "옷이 안 맞으면 소비자가 알아서 중고로 처리해야 하는 구조가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품질 문제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소비자는 "만원대 양말이 중국산 저가 제품보다 마감이 못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몇 만원짜리 옷인데 프린트가 번져 있거나 마감이 불량해도 '원래 그런 상품'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하자 여부를 따지기보다, 환불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 소비자가 감수하도록 하는 구조가 더 문제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그럼에도 이러한 판매 방식은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배짱 장사가 가능한 구조'라는 말도 나온다. 아기 옷은 아이의 성장 속도에 따라 짧은 기간만 입고 지나가는 특성상, 한 번의 불만이나 논란이 제기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소비자가 유입되는 구조다. 과거의 문제를 알지 못한 소비자가 다시 시장에 들어오며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디자인이나 분위기에 끌려 구매하게 되는 구조인 건 사실이고, '이상하면 사지 말라'는 반응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교환·환불이 제한되는 관행까지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판매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책 찍어내던 대구 인쇄골목, 이제는 '읽는' 골목으로 변신
계산오거리에서 남문시장으로 이어지는 대로. 형형색색 간판이 덧붙은 골목에서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기획, 인쇄, 제작소라는 이름을 단 오래된 가게들. 불을 켜고 하루를 버티듯 문을 연다.한때 1천여 개 업체가 몰려들었던 대구 인쇄골목이다. 열기는 식은 듯 보이지만, 골목에는 여전히 시간이 남아 있다. 그 흔적을 따라 천천히 걸어본다.〈strong〉◆ 종이와 글자가 모이던 곳, 영남〈/strong〉영남은 인쇄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였다. '추로지향(鄒魯之鄕)'. 유교적 예절과 문화가 융성한 곳이라는 뜻이다. 족보와 문집, 효행록을 찍어내는 목판 인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밖에 없던 배경이다.민간에서 다져진 인쇄술은 근대에 이르러 꽃을 피웠다. 인근 종로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재전당서포'는 당시 대구 인쇄의 중심지였다. 목판과 납활자를 이용해 책을 찍어냈는데, 이곳에서 인쇄된 책 가운데 지금까지 실물이 남아 있는 것만 43종에 이른다. 유학서적은 물론 '대학언해' 같은 언해본, 점술 종합 해설서인 '진본 황극책수' 등 취미서적까지 직접 인쇄·판매했다.이곳에서 일하던 서장환 선생은 대구 독립운동을 이끈 인물 중 한 명이다. 출판부에서 일하며 3·1 독립선언서와 구호를 몰래 찍어 시민들에게 나눴다. 그 죄로 고문을 당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임시정부 포고문과 경고문, 식민 통치를 고발한 '자유신보'를 인쇄하며 항일운동을 이어갔다. 인쇄는 그렇게 저항의 수단이 됐다.〈strong〉◆ 기계와 사람이 모인 자리〈/strong〉인쇄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모이기 시작한 건 1950년대다. 6·25전쟁을 피해 내려온 서울의 인쇄시설과 인력이 대구에 자리를 잡았다. 경상감영이 있던 도시 중심, 많은 유동인구, 사통팔달 교통망은 인쇄업자들에게 매력적인 조건이었다.북성로와 가까웠다는 점도 중요했다. 글자를 또렷하고 촘촘하게 찍어내기 위해서는 섬세한 세공 기술이 필요했는데, 북성로에는 그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기술자들이 모여 있었다. 한때 "탱크도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실력을 자랑하던 이들이다.당시 대구에서는 인쇄기계도 직접 만들었다. 활판인쇄기부터 제단기, 호침기까지 대부분을 자체 제작했다. 그 흔적은 지금도 충남 공주의 보존관인 '책공방 북아트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존된 기계 상당수에는 '대구 제작'이라는 표찰이 붙어 있다.다만 인쇄업체들이 처음부터 남산동을 택한 것은 아니다. 유동인구가 많고 북성로와 더 가까운 중앙로에 먼저 모였지만, 지가와 임대료가 오르면서 하나 둘 남산동으로 이동했다. 지금과 같은 인쇄골목의 형태가 갖춰진 건 1970년대 이후다.기술 변화에도 골목은 빠르게 적응했다. 또렷하게 인쇄가 가능하도록 고무판에 한 번 인쇄물을 찍어낸 뒤 다시 종이에 입히는 '옵셋' 인쇄를 거쳐 1990년대 디지털 인쇄 시대로 넘어왔다. 방식은 바뀌었지만, 골목의 원칙은 같았다. '지금 가장 잘 찍히는 방법'을 택하는 것.〈strong〉◆ 인쇄기가 멈춘 뒤에도〈/strong〉기술은 발전했지만, 인쇄업계는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인쇄물을 찾는 사람은 줄었고, 다이어리나 달력, 현수막을 제작하던 기업들도 사라졌다. 인쇄기가 멈춘 가게가 하나둘 늘었다.계산오거리에서 골목 끝자락까지 걷다 보면, 한때 골목을 채웠던 서점들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인 곳은 두 곳 남짓. 갓 인쇄한 책과 중고책이 도로까지 쌓여 있던 풍경은 이제 기억 속에만 남았다. 골목에는 재개발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부낀다.그렇다고 모든 흔적이 사라진 건 아니다. 남산2동 행정복지센터 옆 작은 역사관에는 인쇄골목의 시간이 남아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금속 활자들. 한글과 한자가 크기별로 정리돼 있다.당시에도 강조가 필요하면 글자 크기를 키우거나 특수문자를 사용했다. 오늘날 디지털 인쇄로는 1초면 끝날 일이지만, 그땐 크기별 활자를 미리 제작해야 했다. 그 활자들 역시 기록관 한쪽 벽면에 차곡차곡 쌓여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인쇄물을 소비하는 문화도 희미하게나마 이어진다. 몇몇 중고서점이 여전히 손님을 맞고 있고, 인쇄골목 초입 '문우관' 옆에는 대형 중고서점도 자리 잡았다. 서점 사이사이로는 작은 카페들이 들어섰다. 젊은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이곳을 '인쇄골목' 대신 '카페골목'이라 부를 정도다.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책장을 하나 둘 넘기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책을 찍어내던 골목은 이제 책을 읽는 골목으로 변하고 있다. 기계 소리가 줄어든 자리에는 커피 향과 이야기가 스며들었다. 찍어내는 일은 끝났지만, 인쇄 골목은 여전히 도시 한켠에서 제 몫의 역할을 하고 있다.
8대1 경쟁률 뚫고 온 '필리핀 손'…겨울농사 짓는 외국인들
5일 오후 2시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고평리의 한 감 가공 농장. 작업장 스피커에서 힙합댄스 음악이 흘러나오자 포장대 앞 손놀림이 빨라졌다. 감말랭이를 담고 봉하고, 박스를 접어 테이프를 붙이는 공정이 끊이지 않았다. 직원 6명은 모두 외국인이었다.이들은 필리핀 카빈티시(Cavinti)에서 선발돼 지난해 10월 청도에 들어온 계절근로자들이다. 현지에서 100명을 뽑는 모집에 800명이 몰려 8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었다. 청도군은 2023년 필리핀 카빈티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한 뒤, 올해 투입 인원은 432명으로 늘었다. 첫해 84명에서 514%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겨울에도 사람이 없다'…수확 타이밍을 지키는 손청도는 감·복숭아 산지로 알려졌지만, 겨울 농가의 현금 흐름은 시설딸기와 한재미나리가 만든다. 문제는 '겨울에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일손 부족은 더 이상 봄·가을 농번기만의 사정이 아니다.딸기는 붉은 빛이 80%쯤 올라왔을 때 따야 운송 중 상하지 않는다. 하루만 늦어도 값이 꺾인다는 말이 나온다. 꼭지를 잘못 잡으면 과육이 멍들고, 작은 상처 하나가 상품성을 가른다. 미나리도 시기를 놓치면 품질이 무너지고 납품 단가가 내려간다. 인력난이 곧 품질 하락,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다.이서면 서원리에서 5,500㎡(약 1천800평) 규모로 딸기를 재배하는 김종우(51)씨는 "필리핀 계절근로자들에게 10분 쉬라고 해도 계속 일만 한다"며 "성실하고 부지런한 데다 적막한 농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했다.◆ 필리핀서 월 30만원 받던 근로자, 청도에선 220만원필리핀 카빈티시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30만원대인 반면, 청도에 온 계절근로자들은 월 220만원을 받는다. 임금이 7배가량 높다 보니 신청자들이 몰렸다는 것이 청도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현지 선발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신분 확인, 체력 테스트, 면접 등을 거쳐 성실하고 안정적으로 근무 가능한 근로자들을 뽑는다.최종 선발된 근로자들은 한국에 오면 본인 명의로 통장 2개를 만든다. 급여에서 매월 160만원은 필리핀 은행 계좌로 송금된다. 남은 임금은 국내 계좌로 관리한다. 고향에 먼저 보내야 마음이 놓인다는 말을 현장에서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다. 청도군은 올해 계절근로자 유입으로 인건비를 약 7억원 이상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단이탈 '0명'청도군이 내세우는 성과는 '무단이탈 0명'이다. 청도군은 현지 면접 선발제를 운영하고, 입국 후에도 통역 인력을 붙여 매월 정기 상담을 한다. 월 1회 이상 근로 현장을 점검하고, 마약검사비와 산재보험료도 지원한다.노동 조건·임금 정산·주거 환경·안전 교육 같은 불만이 누적되면 이탈로 번지기 쉽다. 군은 필리핀 출신 유학생을 언어소통도우미로 채용해 농가와 근로자의 불일치를 중간에서 조정하고, 갈등이 커지기 전에 손을 댄다.이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청도군은 2년 연속 법무부 '외국인 계절근로 우수지자체'로 선정됐다. 손형미 청도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사람을 뽑는 것만큼 사람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방문 37%…'손발 맞는 사람'이 다시 온다2024년 기준 청도군의 재방문 근로자는 89명으로 전체의 37%에 달했다. 2년 연속 재방문이 51명, 3년 연속 방문이 38명이다.홍상선(56) 청도로컬푸드협동조합 대표는 "2023년 처음 고용해 보니 손발이 맞고 성실해서 3년 연속 고용했다"며 "재방문 근로자를 배정받으니 서로 스타일을 아니까 말하지 않아도 척척 맞아 고맙다"고 했다. "팀워크가 좋아 자기들끼리 인력배치와 공정설계를 의논하며 주인처럼 알아서 해준다"며 "이 친구들과 쭉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이 마련되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근로자들도'다시 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같은 농가에서 일하는 필리핀에서 온 크리스탈 메이(38)씨는 "사장님이 잘 챙겨주고 편하게 대해줘 동료들과 함께 다시 오게 됐다"며 "내년에도 후년에도 한국에 올 수 있다면 청도군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페르난도(33)씨는 "처음엔 쉽지 않았는데 손에 익으니 할 만하다"며 "사장님이 불러주시면 다시 청도에 오고 싶다"고 말했다.미나리를 재배하는 한 농장주는 "계절근로자가 없었으면 인건비 상승 등으로 딸기와 미나리 가격이 폭등했을 것"이라며 "외국인이 있어 농사 짓고 산다"고 했다. 저출생·고령화로 지역 생산 인력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업 현장의 '마지막 손'이 되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내란 극복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 하나 못 잡겠나"
10년만에 뒤집힌 박원순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단독] 돈봉투 쏟아진 서영교 의원 출판기념회
배현진, 왜 윤리위 제소됐나 봤더니…"사당화 의혹"
장동혁 "누구든 정치적 책임 걸어라, 전 당원 투표 할 것…사퇴 결론 시 의원직도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