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vs 모로코 경기 '식민지 더비'?…JTBC 구설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8강에서 맞붙은 프랑스와 모로코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유튜브에 올린 JTBC가 썸네일에 '식민지 더비'라는 표현을 썼다, 비판이 일자 뒤늦게 수정한 사실이 전해졌다.JTBC는 10일 프랑스와 모로코의 8강 경기 종료 후, 공식 유튜브 채널에 하이라이트 영상을 업로드하는 과정에서 '또 음바페에 무너진 모로코. 식민지 더비 복수 실패'라는 제목을 사용했다.이 자막을 두고 일각에서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모로코의 아픈 역사를 '식민지 더비'라고 표현한 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영상이 공개된 후 "한일전도 이렇게 할 수 있는 거냐", "외국 언론에서 '식민지 더비'라고 나오면 비판할 거면서 정신이 나갔다" 등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JTBC는 제목을 변경했지만, 캡처본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참고로 프랑스와 모로코는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시대 당시 프랑스는 모로코를 침략한 뒤 식민지로 삼았고, 모로코인들이 수십년 동안 독립운동을 전개한 끝에 1956년 프랑스가 모로코의 독립을 인정했다.이 때문에 모로코 팬들에겐 프랑스를 꺾는 건 단순한 승리를 넘어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 중앙일보 워크아웃 개시…채권자 75% 동의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앙일보가 10일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받았다.이날 금융권 등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을 비롯한 금융채권자는 이날 1차 협의회를 열고 서면 결의를 통해 중앙일보의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워크아웃은 총 금융채권액 가운데 4분의3 이상을 보유한 채권자들이 동의하면 개시되는데, 이날 오후 6시 채권액 기준 75% 이상의 찬성 동의가 나왔다.앞서 중앙일보는 중앙그룹 경영 위기 여파로 신용등급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지난달 19일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장동혁, 경찰청장 대행 면담 무산… 경찰 밑바닥 수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의 면담을 시도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장윤기 사건' 관련 경찰의 부실수사 및 은폐 의혹 등을 추궁하기 위해 전날 김영근 광주경찰청장, 이날 유 직무대행을 만나려 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이에 장 대표는 "대한민국 경찰의 밑바닥 수준이다. 똑똑히 지켜본 국민들이 심판해줄 것"이라고 경찰 수뇌부를 직격했다.장 대표는 이날 오후 국민의힘 지도부와 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런 경찰이 그동안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겠다며 수사를 한 게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현장에는 정희용 사무총장, 신동욱 최고위원, 박준태 당 대표 비서실장, 박성훈 당 수석대변인 등 지도부 다수가 동행했다. 이외에도 조배숙·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함께 청사를 찾았다.장 대표는 이날 유 직무대행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언론 공개 문제에 대한 입장차로 불발됐다. 국민의힘 측은 면담 시 모두발언 등을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청사 보안 규정 등을 들어 이를 거부한 것이다.이들 일행은 경찰과 30분가량 대치를 이어가며 실랑이를 벌였다.국민의힘 지도부 및 의원들은 현장에 있던 보좌진 및 취재진과 강제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를 제지했고, 결국 면담 시도는 50분 만에 최종 무산됐다.장 대표는 유 직무대행을 겨냥해 "이런 태도이기 때문에 자기 식구가 관련돼 있다고 살인사건에서 증거를 인멸하고, 사건을 조작하고, 축소하려고 하는 그 무모함과 뻔뻔함과 대담함이 나오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이런 경찰을 믿고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고 쏘아붙였다.이어 "보완 수사권이 문제가 아니라, 우선 대한민국 경찰부터 완전히 뜯어고치고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동욱 최고위원은 면담 무산 뒤 취재진에 "경찰청장이 뭐가 무서워서 얼굴도 못 내미나. 양심이 있다면 직무대행과 김영근 광주경찰청장은 당장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앞서 장 대표 등 지도부는 전날에도 광주경찰청을 방문해 김영근 광주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끝내 대면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당시 경찰은 "김 청장이 외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들의 청장실 방문조차 거부했다.이에 장 대표는 "국민의 공분을 산 사건 경위를 확인하러 왔는데 청장이 도망갔다"며 "제 식구를 감싸고 사건을 축소하며, 증거를 인멸하는 게 경찰의 현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홈플 성서 점주들 "상인·근로자 벼랑 끝…생존 대책을"
홈플러스 파산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홈플러스의 대구 최대 규모 매장인 성서점 입점 점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단체 대응에 나섰다.홈플러스 성서점 입점 점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0일 오전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장과 면담을 통해 실질적인 생존 대책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성서점 입점 점포 종사자들은 지난 7일 공동 대응을 위한 비대위를 구성했다. 성서점에 입점한 점포 수는 150여개, 이들 점포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모두 300여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입점 점주 50여명이 참여했다.비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홈플러스 경영 위기와 폐점 가능성으로 인해 수많은 상인과 근로자들이 하루아침에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면서 "우리는 점포에 입점하기 위해 보증금과 시설 투자, 권리금 등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자했다. 지금 매장이 문을 닫게 되면 모든 것을 잃고 생계마저 위협받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비대위는 기자회견에 이어 ▷새로운 운영주체가 선정될 경우 기존 입점 상인 계약 승계와 영업권 보장 ▷피해 점주를 위한 긴급 행정지원과 금융지원 창구 마련 등 요구사항을 담은 '연명 탄원서'를 시청 민원실로 제출했다.홈플러스 성서점 부동산은 대구시 소유 재산으로 2002년 12월 홈플러스가 개점하면서 2052년까지 50년간 사용한다는 협약을 맺었고, 이후 협약 변경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는 사용료를 내고 운영해 왔다. 사용기한은 2035년 10월까지 남아 있지만 회사의 파산 위기에 따라 건물을 비워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비대위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문제가 아니라 시민 생존과 지역경제를 지켜야 할 공공의 책임이 함께 걸린 문제"라며 "우리 요구는 특혜가 아니다. 시민 생존권을 지켜 달라는 최소한의 호소"라고 강조했다.
개표소 '올다르크' 경찰 소환…"검증보다 증거 보전 우선"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247만장이 보관된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진입을 홀로 막아서며 '올다르크'라고 명명된 30대 여성이 10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오후 4시 업무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30대 여성 A씨를 소환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난달 17일로부터 약 3주 만이다.출석에 앞서 경찰서 앞에 선 A씨는 취재진에 "법원이나 선관위의 증거보전 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원칙, 절차를 지키지 않고 검증이 진행되면 그 이후 결론이 무엇이든 설득력이 있겠나"라고 개표소 진입을 막은 경위를 설명했다.이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대가가 필요하다면 나도 그 대가를 기꺼이 치르겠다고 결심했다. 그게 게이트를 지키던 날의 마음"이라고 덧붙였다.A씨는 지난달 16일 집회 참가자들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체육단체의 핸드볼경기장 출입에 합의한 뒤, 진입을 시도하자 홀로 문을 붙잡고 2시간가량을 버텼다.A씨는 장 대표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등의 설득에도 "장내 투표지·투표함에 대한 보전 절차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잡은 문을 놓지 않았다.이에 집회 참가자를 비롯한 일부 보수 지지자들은 A씨를 '올림픽공원 잔다르크'의 준말인 '올다르크'라고 부르기도 했다.A씨는 지난 2일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현장에 진입할 때도 2-1 게이트 앞을 막은 바 있다.다만 당시 국조특위 위원들은 경찰의 이동로 확보를 통해 2-2 게이트를 이용했다.
"함께 더 멀리"…경주 여성긴업인 대표 경제인 단체 출범
경주지역 여성기업인을 대표하는 경제단체가 출범했다.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북동부지회 경주분과(회장 권미현·이하 경주분과)는 8일 경주시청 대회의실에서 발대식을 개최했다.이날 발대식에는 주낙영 경주시장을 비롯해 임활 경주시의회 의장, 신창해 국민의힘 경주시 당협 부위원장, 손영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북동부지회장, 지역 기관·단체장 및 여성기업인 등이 참석했다.경주 지역 여성기업인들은 하나의 네트워크로 결집해 상호 협력과 성장을 도모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국내 유일의 법정 여성경제단체로, 여성기업인의 권익 보호와 경쟁력 강화, 여성창업 활성화 등을 위해 전국적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경주분과 초대 회장을 맡은 권미현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오늘은 하나의 조직이 만들어지는 날이 아니라 경주 여성기업인의 새로운 연대가 시작되는 날"이라며 "경주분과는 여성기업인의 든든한 성장 플랫폼이자 지역경제와 함께 발전하는 경제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경주는 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품은 도시이자 2025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세계와 연결된 국제도시로 도약했다"며 "이제 그 성장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어야 하고, 그 안에는 여성기업인들의 도전과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손영옥 경북동부지회장은 경주분과 출범의 의미를 축하하며 여성기업인의 연대와 협력,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분과의 역할을 강조했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축사를 통해 경주분과의 출범을 축하하고 여성기업인의 지역경제 기여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이날 행사는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경주분과 설립 경과보고, 개회사, 격려사와 축사, 임원 위촉장 수여, 회원 배지 증정, 비전선언문 낭독, 창립 선언 등 순으로 진행됐으며 여성기업인의 연대와 상생, 지역사회 기여를 위한 실천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경북동부지회 경주분과는 향후 회원 간 교류 확대와 경영역량 강화 교육, 정책 간담회, 여성창업 지원, 지역사회 공헌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경주를 대표하는 여성경제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권미현 회장은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처럼, 경주분과는 회원 간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여성기업인의 성장과 지역경제 발전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며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책임 있는 경제단체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회원 확대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 보호받고 있지만 안전하지 않았다 "신고하면 보복할까 두려웠어요" 작년 스토킹 피해를 겪은 김모 씨(28)는 신고를 망설였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러닝을 하던 중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여러 차례 자신을 뒤따랐고, 편의점과 제과점 앞에서까지 기다리는 모습을 본 뒤에야 스토킹이라는 사실을 직감했지만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범해지는 스토킹에 결국 김 씨는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렸고, 진술 조사와 함께 스마트워치 지급과 순찰 강화 등 신변보호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일상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김 씨는 "헬스장도 가지 못했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일조차 무서웠다"며 "제도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과 실제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고 말했다. 수사 과정에서 들었던 말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거부 의사를 표현했느냐',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느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는 그런 질문들이 너무 상처였다. 그 사람 앞에서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이라고 느꼈졌기 때문이다" 스토킹처벌법은 여러 차례 개정되며 피해자 보호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왔다.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됐고, 접근금지와 통신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구치소 유치 등 단계별 잠정조치도 마련됐다. 신고 직후 경찰이 내릴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와 신변보호 제도 역시 확대됐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잠정조치가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위험도 평가 결과에 따라 적용되는 보호 수준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접근금지나 연락금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에도 "혹시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호소하는 피해자도 적지 않다. 피해자 지원 현장에서는 이러한 불안의 핵심을 단순히 '신고 이후의 공포'가 아니라 '일상의 붕괴'로 본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거지와 직장, 생활반경을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삶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에도 법원의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가 내려진 이후 강력범죄로 이어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제도가 마련된 것과 피해자가 체감하는 안전 사이의 간극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는 "법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가 실제로 '이제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공백을 메운 민간 신변보호 결국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처벌 결과만이 아니다. 신고 직후부터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그리고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안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이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부 피해자들은 민간의 신변보호 서비스를 찾기 시작했다. 대구에서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탐정법인 JBK 백지연 대표는 "스토킹 의뢰인의 상당수는 경찰에 먼저 신고한 뒤 찾아온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혹시라도 가해자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사설 신변보호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사는 시작됐지만 사건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피해자는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스토킹 사건은 물론 학교폭력이나 신변 위협 사건도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불안하다'며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탐정사무소를 찾는 사람은 여성만이 아니었다. 상가에서 사업을 하던 한 젊은 남성은 윗층 입주민의 지속적인 살해 협박을 받았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가해자가 불구속 상태였던 탓에, 사업장을 옮기는 이틀 동안 사설 신변보호 서비스를 이용했다. 탐정사무소는 방탄복을 착용한 요원들을 배치해 이사가 끝날 때까지 의뢰인을 보호했다. 학교폭력도 비슷하다. 사건이 접수된 뒤에도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은 학교에서 계속 마주칠 수 있다. 불안감을 이유로 보호 서비스를 문의하는 사례가 많다. 신변보호뿐 아니라 증거 확보를 위해 탐정을 찾는 사례도 있다. 스토킹 사건은 반복적인 행위와 위협을 입증하는 자료가 중요한 경우가 많지만,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탐정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자료를 확보하는 역할을 하지만, 강제 조사권이나 수사권은 없어 국가기관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의뢰인들이 경찰을 믿지 못해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며 "경찰은 법과 절차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있고, 많은 사건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현실이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수사 결과보다 '오늘 안전하게 집에 들어갈 수 있는지'가 더 절박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경찰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2023년부터 스토킹·교제폭력 고위험 피해자를 대상으로 민간 경호업체와 연계한 신변보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긴급 상황에서 민간 경호 인력을 투입해 경찰 보호를 보완하는 제도다. 민간경호를 맡고있는 현장요원 이모 씨(30)는 "수도권은 경찰과 민간 경호업체 간 협력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진 곳도 있지만, 경상권은 아직 그런 연계가 활성화되지 않은 편"이라며 "지역별 편차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피해자들이 서로를 찾는 이유 탐정을 찾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피해자들이 만든 상담 모임을 찾고, 온라인 카페와 오픈채팅방에서 같은 피해자를 찾는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유는 비슷하다. 혼자서는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고, 국가 제도만으로는 당장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얻기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내 돈을 잃었는데 왜 사기가 아니라고 하나요." 경찰을 찾았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송치 결정을 받았던 한모(34) 씨는 가장 답답했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가구 제작업을 하는 한모 씨는 최근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가구 제작을 의뢰받아 납품을 마쳤다. 그러나 약속했던 대금은 제때 지급되지 않았다. 업체는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 일부 금액만 송금한 뒤 다시 연락을 끊었다. 한 씨는 애초부터 대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했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사기로 보기 어렵다", "민사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답을 들었다. 일부 금액이 지급된 점 등을 이유로 형사상 사기 혐의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한 씨는 "내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돈을 줄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며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것과 법적으로 기망 의도를 입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결국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다'는 걸 내가 증명해야 한다는 말이 가장 답답했다"고 말했다. 사기 피해자들이 경찰이나 법률기관 만큼이나 온라인 카페와 오픈채팅방, 피해자 모임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혼자서는 자신의 사건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인지, 형사상 사기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례를 찾고, 계약서와 거래 내역, 문자메시지, 녹취 등 어떤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지 정보를 공유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 대응이나 공동 고소를 준비하기도 한다. 결국 한 씨가 찾은 곳은 같은 피해를 겪은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비슷한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계약서와 거래 내역을 비교하며, 어떤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지, 경찰 신고와 민사소송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경험을 나누는 공간이었다. 혼자서는 막막했던 문제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의 조언을 통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 제도에 닿기 전 마지막 안전망 이처럼 비슷한 피해를 겪은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대응 방법을 공유하는 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피해자 모임과 민간단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만든 상담 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어떤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법적으로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를 함께 찾는다. 세입자 안전네트워크 '꼼꼼'의 정태운 공동위원장은 피해자 모임이 생기는 이유를 "같은 피해가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사기 피해는 한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다.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수법, 같은 가해자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기관과 피해자 모임의 역할이 다르다고 봤다. "국가기관은 법과 제도 안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피해자들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 계약서와 자료를 비교하고, 피해가 반복된 구조를 함께 찾아낸다. 혼자서는 보이지 않던 단서가 여러 사례를 모으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정 위원장은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제도보다 먼저 서로를 찾는 이유로 '공감'을 꼽았다. 그는 "어딜 가도 '왜 그런 계약을 했느냐'는 말을 먼저 듣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피해를 겪은 사람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상황을 이해한다. 함께 사건을 들여다보다 보면 경찰이나 변호사보다 사건 구조를 더 깊이 파고드는 피해자들도 생기고, 각자가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역할을 나누면서 해결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결국 국가가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과 제도가 있다는 이유로 '사기가 맞는지부터 피해자가 증명하라'는 접근이 반복되면 피해자는 도움을 받으러 갔다가 오히려 좌절하고 돌아온다"며 "제도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를 바라보는 관점과 상담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자들이 탐정이나 피해자 모임을 찾은 이유는 국가를 대신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신고 이후의 불안을 견디고, 흩어진 증거를 모으고, 복잡한 절차를 이해하며 다시 일상을 이어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스토킹 피해자는 자신의 위험을 설명해야 했고, 사기 피해자는 피해가 사기였음을 입증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민간은 공권력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국가 제도에 닿기 전 피해자들이 기댈 수 있는 또 하나의 안전망이 되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자필 편지로 박 전 대통령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최씨의 딸 정유연(개명 전 정유라)씨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씨의 자필 편지 사진과 함께 관련 글을 공개했다.최씨는 편지에서 "이 편지가 박근혜 대통령님께 전해 들어가길 바라며 아픈 팔을 부여잡고 썼다"며 "의도치 않게도 그분 곁에 간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재심을 하는 것도, 수없는 고발을 강행하는 것도 저의 억울함보다는 유일하게 곁을 내주셨던 대통령님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그는 "죽기 전에 뵙고 죄송했노라, 용서해 주셔라 전하고 싶었는데, 이미 늙고 병들어 다시 뵐 수 없을 것 같다"며 "저는 그저 늘 그립고 걱정한다"고 했다.그러면서 "대통령님 죄송하다. 이 사람의 남은 후회와 미련은 손주들과 대통령님에 대한 자책뿐"이라며 "부디 제가 살아있는 동안 재심과 소송을 통해 아주 조금이라도 그 명예를 되살릴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최씨는 "10년간의 수감 중에도 꿈에서도 맹세코 배신을 생각한 적 없다"며 "모든 분들께 이 인생을 걸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저는 역사 앞에 당당하고자 대통령님 곁에 섰고, 그것만이 진실"이라고 강조했다.최근 진행한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서는 "제가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쌓여가는 병원비로 인해 병원에서 쫓겨나버릴까 두려워 발악한 것이라고 안타깝게 여겨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10년 치 구상권 청구 당한 수천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딸이 연대보증까지 서가면서 집행정지를 받았는데, 혼자 세 아이를 키우는 양육비에도 허덕이는 딸이 재판까지 겹쳐 본인 변호사비 합의금보다 먼저 병원비를 지급하고 난처한 상황에 놓인 것을 본 저의 마지막 발악이었다"고 해명했다.또 "신자용 검사의 말처럼 3대가 정말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며 "제가 죽기 전에 바라는 것은 그저 하나뿐인 딸에게 병원비라는 빚만은 안겨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그러면서 말미에는 손주 명의의 계좌번호를 공개하며 "부디 제가 딸에게 병원비라는 또 하나의 짐을 지어주지 않도록 마음을 베풀어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남은 시간 재심과 소송에 임하겠다"고 요청했다.정씨도 이어 올린 글에서 "저희는 박 전 대통령을 한 순간도 원망한 적이 없고 비난한 적도 없다"며 "늘 죄송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제가 능력 없는 탓이다. 어머니는 10년간 수감 생활로 현재 상황은커녕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며 "애 키운다는 핑계로 신경 쓰지 못했다"고 자책했다.또 "어머니는 늘 '그분은 죄가 없다. 절대 원망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며 "심려를 끼쳐 저도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최씨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뇌물 등 혐의로 기소돼 2020년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원이 확정돼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해왔다.현재는 척추골절 수술 부위 감염 치료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일시 석방된 상태다.
경북 영천경마공원 개장 앞두고 '특급 수송작전' 펼쳐진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13.5톤(t)의 마필 수송차량 한대가 시속 90㎞ 안팎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급가속도, 급제동도 없다. 운전자는 작은 충격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동행 차량들은 일정 간격을 유지한 채 안전 운행을 돕는다. 대통령 경호 차량을 연상시키는 이 긴장감 넘치는 행렬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바로 '경주마'다.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 영천 온다 한국마사회가 오는 9월 개장을 앞둔 렛츠런파크 영천(영천경마공원)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최고급 경주마 특별 수송에 나선다. 이달 18일과 25일 영천경마공원에서 열리는 실전형 모의경주를 앞두고 부산경남에서 훈련중인 경주마들이 경북 영천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불과 1시간30분 남짓의 이동이지만 준비 과정은 국제 스포츠 선수단의 원정 못지않게 치밀하다. 경주마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다. 혈통과 성장 가능성, 경주 성적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고부가가치 자산이다. 국내 경주마 평균 거래가는 4천만원 수준이지만 우수 혈통의 2세 경주마는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일부 최고급 경주마는 수 억원대 가치를 인정받는다. 벌어들이는 상금도 막대하다. 국내 경마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배 3연패를 달성한 명마 '당대불패'는 현역 시절 30억원의 누적 상금을 기록했다. 또 '위너스맨'은 49억원, '트리플나인'은 42억원이 넘는 상금을 획득하며 국내 경마의 새 역사를 썼다. 경마계에서 우수한 경주마를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부르는 이유다. 여기에 연간 관리비만 4천만원 이상이 들어가고 영양 관리와 전문 훈련비까지 더하면 유지 비용은 억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이동 중 작은 부상 하나가 수 십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흔들 수 있는 만큼 수송 과정은 사실상 또 하나의 경기다. ◆3억원대 최신식 전용 수송차량 투입 이에 따라 마사회는 국제경마연맹(IFHA) 권고 기준을 반영한 최신식 마필 전용 수송차량 13대를 투입한다. 차량 한대 가격만 3억3천만원에 달한다. 내부는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는 무진동 구조와 충격 흡수 마감재를 적용했고 방음 설비와 냉난방 및 환기 시스템을 갖춰 말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체격에 맞춰 폭을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 칸막이를 설치해 주행 중 몸이 쏠리는 현상을 줄였으며 최대 6마리의 경주마가 각각 독립된 공간에서 이동한다. 차량 내부는 CCTV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로 실시간 관리되고 수의사와 수송위원, 조교사, 관리사들이 이동 전 과정을 함께 점검한다. 이번 영천경마공원 운영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권역형 순회경마' 시스템이다. 경주마가 평소에는 부산이나 제주 등 기존 경마장에서 훈련하다가 경주 당일 영천으로 이동해 경기를 치르고 다시 복귀하는 방식이다. 시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말들에게는 수송 과정 자체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수송 준비는 출발 3~4일 전부터 시작된다. 매일 체온과 호흡 상태를 확인하고 정상 체온을 벗어나거나 콧물 등 이상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수송 대상에서 제외한다. 차량 적응 훈련도 반복 실시한다. 이동 중에는 장운동 저하와 산통 예방을 위해 곡물 사료 급여를 제한하고 한여름 폭염에 대비해 환기 장치와 실내 온도도 지속 관리한다. ◆'방심 불가' 수의사·장제사 긴급 투입 영천경마공원에 도착한 뒤에도 긴장은 끝나지 않는다. 차량 문이 열리자마자 수의사와 장제사가 투입돼 심박수와 호흡, 장운동 상태를 확인하고 발굽과 편자의 이상 여부를 꼼꼼히 살핀다. 이후 가벼운 보행 운동으로 굳은 근육을 풀고 체중과 컨디션 변화를 최소 2~3일 동안 집중 관리한다. 단 2분 남짓 펼쳐지는 경주의 승부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십여 시간에 걸친 과학적 건강 관리와 정교한 수송 시스템이 가동되는 셈이다. 마사회는 이번 모의경주를 통해 확보한 수송 및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는 9월 영천경마공원 개장과 함께 안정적 순회경마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영천이 국내에서 새로운 경마 거점으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 경주로 위에서의 화려한 질주 이면에는 한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한 특급 수송작전이 자리하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단순히 동물을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급 스포츠 선수를 돌보는 고도의 과학적 과정"이라며 "이번 모의경주 수송작전을 통해 도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천경마공원 정식 개장시 완벽한 순회경마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영남대학교 최외출 총장이 주한 아프리카 대사단(AGA) 초청을 받아 '새마을학'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며 한국의 발전 경험을 공유했다. 영남대는 최 총장이 지난 3일 서울클럽에서 열린 주한 아프리카 대사단 모임에서 '한국 발전의 핵심 원동력과 공유를 위한 아이디어-영남대학교의 새마을운동 전문가 양성 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약 1시간 동안 특강을 진행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특강은 AGA 의장인 샤픽 라샤디 주한 모로코 대사의 공식 초청으로 마련됐다. 행사에는 모로코, 에티오피아, 르완다, 케냐,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20개국 대사와 외교관들이 참석했다. 최 총장은 강연에서 한국이 절대 빈곤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새마을운동이 수행한 역할과 이를 영남대가 '새마을학'으로 체계화해 국제개발협력 교육 콘텐츠로 발전시킨 과정을 소개했다. 또 단순한 원조를 넘어 현지 핵심 인재 양성과 학위과정 운영, 현지 대학 교육과정 설계까지 지원하는 대학의 국제개발협력 모델을 설명했다. 영남대는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을 중심으로 새마을학 기반 국제협력을 확대해 왔다. 2011년 설립 이후 세계은행(WB),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 8개 국제기구 관계자를 포함해 81개국 1천여 명의 국제개발 분야 인재를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며 양성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월 르완다와 시에라리온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영남대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시에라리온은 현지 공립대학 2곳에 '새마을경제개발학과'를 개설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강연에 참석한 데시 달키 두카모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는 "새마을운동 정신을 세계와 공유하려는 영남대의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아프리카 여러 국가가 영남대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새마을학은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미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실천적 교육외교"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해 국제사회 공동 번영에 기여하는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철수 포항시의회 의장이 10일 최근 원 구성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과 해석이 엇갈리며 시민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원 구성을 둘러싼 논란을 마무리하고 앞으로는 현장 소통 행보에 나서겠다는 뜻도 함께 내비쳤다.이날 김 의장은 '소통과 협치의 포항시의회를 다짐하며 포항 시민들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냈다. 그는 시의회를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조율해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가는 민주적 의사결정 기구이자 시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례와 예산을 심사하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상임위원회를 시의회의 핵심 기구로 꼽으며, 상임위원장직 역시 권한이 아닌 책임을 맡는 자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책임은 오직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포항의 발전을 이루는 데 있다는 원칙을 잊지 않겠다고도 덧붙였다.김 의장은 모든 시의원과 서로 존중하며 소통하는 시의회, 시민만 바라보는 시의회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시의회 구성원 모두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민생경제 회복과 지역 현안 해결에 지혜를 모으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그는 "서로 다른 의견은 존중하되, 시민의 행복과 포항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앞에서는 하나가 되는 성숙한 시의회를 만들어가겠다"며 "앞으로 말보다 실천으로, 책임 있는 의정활동으로 시민의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한편 포항시의회 9대는 집행부와의 마찰과 여야 갈등으로 파행을 겪은 바 있다. 10대 시의회 역시 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다수당인 국민의힘 내부 표가 갈리며 민주당·무소속 표로 신임 의장이 선출되는 등 여당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고, 상임위원장직도 야당이 세 자리를 확보하면서 국민의힘 내홍이 원 구성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앙일보가 10일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받았다.이날 금융권 등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을 비롯한 금융채권자는 이날 1차 협의회를 열고 서면 결의를 통해 중앙일보의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워크아웃은 총 금융채권액 가운데 4분의3 이상을 보유한 채권자들이 동의하면 개시되는데, 이날 오후 6시 채권액 기준 75% 이상의 찬성 동의가 나왔다.앞서 중앙일보는 중앙그룹 경영 위기 여파로 신용등급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지난달 19일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재즈가 우리 가락을 앉아서 듣게 했다면, 소울과 훵크는 우리 가락을 다시 서서 춤추게 했다. 재즈가 화성과 즉흥으로 민요를 번역했다면, 소울과 훵크는 브라스·베이스·드럼이 어우러진 강한 백비트로 민요를 움직이게 했다.국악은 크게 정악과 민속악으로 나눌 수 있다. 정악이 궁중과 사대부의 품격 있는 음악에 가깝다면, 민속악은 민중의 생활과 놀이, 노동, 굿, 판소리, 잡가, 농악의 세계에 주로 배치된다. 즉, 민속악은 본래 조용히 감상만 하는 음악이 아니었다는 게 중요하다. 떠들썩했고, 통속적이었고, 절로 몸을 움직이게 했다.그런 점에서 소울과 훵크는 우리 민속악과 절묘한 상성을 보인다.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어났지만 지구촌 시대가 된 덕분에 만나니 찰떡궁합이다. 소울은 목소리의 절절함과 블루지한 창법을 강조하고, 훵크는 리듬 섹션의 반복과 브라스의 찌르는 맛을 살린다. 판소리와 민요가 한과 흥을 오간다면, 소울과 훵크 역시 울음과 춤 사이를 오간다.◆데블스의 민요 솔훵우리 가락을 소울과 훵크로 재해석한 국내 밴드로 첫 손에 꼽을 만한 팀은 데블스다. 데블스는 흔히 록 밴드로 기억되지만, 실제 음악의 질감은 소울과 훵크에 훨씬 가까웠다. 브라스 섹션을 품은 구성, 리듬을 전면에 세우는 연주, 무대 위의 에너지 모두 미국 흑인 대중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보여준다.데블스의 '너만 알고 있어/사랑의 무지개'(1977) 앨범에 수록된 '신고산 타령'과 '뱃노래'는 이 글의 주제에 정답처럼 들어맞는 사례다. 민요 선율은 익숙하지만, 편곡은 전혀 얌전하지 않다. 브라스가 치고 들어오고, 드럼과 베이스가 몸을 흔들게 만든다.이런 음악이 가능했던 배경엔 미8군 무대가 있었다. 1960~70년대 한국의 많은 밴드들이 동경과 선망의 대상인 미8군 무대에 입성해 미국 팝, 록, 재즈, 소울, 훵크를 연주하며 실력을 길렀다. 그들이 대중 앞에 섰을 때 서구 대중음악의 연주법은 이미 손에 붙어 있었다. 문제는 무엇을 연주하느냐였다. 그때 민요는 익숙한 소재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는 재료가 됐다.◆생계형 민요 음반 속 혁신당시 민요는 지금 생각보다 훨씬 큰 음반 시장을 갖고 있었다. 이미자, 하춘화, 김세레나 같은 인기 가수가 반드시 민요를 불렀고, 관현악단이 민요를 연주했으며, 코미디언과 만담가도 민요 메들리를 만들었다. 민요는 고급 예술만도 아니고, 순수한 전통만도 아니었다. 대중 레코드 시장의 중요한 상품이었다.소울과 훵크 밴드들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행보를 보였다. 생계를 위해 민요 음반 반주를 맡는 경우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민요를 자기 방식으로 바꿔 연주하기도 했다. 영화 '고고70'(2008)이 데블스를 모티브로 삼아 보여준 민요 녹음 장면은 그때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자존심을 접고 반주하러 들어간 밴드가, 막상 연주를 시작하자 민요 안에서 새로운 그루브를 찾아내는 장면이다◆신중현 사단의 한국적 그루브신중현 사단은 민요조 선율감과 한국어의 장단을 록·소울·사이키델릭 문법 안에 녹여냈다. 신중현의 '미인'(1974)이 대표적이다. 특정 민요를 편곡한 게 아니라 좀 더 나아가 한국적 선율감과 사이키델릭 록 및 훵크적 리듬감을 비벼냈다.김추자와 김정미도 이 흐름에서 중요하다. 신중현이 만든 곡을 불렀던 이들의 목소리에는 한국 가요의 창법과 소울적 질감이 함께 존재한다. 특히 김추자의 보컬은 한국 대중가요가 흑인음악적 창법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서구의 소울을 흉내 낸 게 아니라, 한국어의 억양과 리듬을 살려 소울풀한 표현을 구현했다.사랑과 평화, 히식스, 키보이스, 검은 나비, 함중아와 양키스, 김트리오, 나미와 머슴아들 같은 밴드들도 동시대의 그루브를 공유했다. 안치행이 이끈 안타프로덕션도 록과 트로트를 결합한 '락뽕'으로 유사한 맥락의 접근을 시도했다. 이들 모두 명시적으로 우리 가락과 흑인음악의 결합을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연주법과 리듬, 창법, 무대 감각 안에 소울과 훵크의 흔적이 들어 있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선율과 말이 얹히니 독특한 질감이 생겼다.◆민요는 원래 움직이는 음악하나 짚고 넘어갈 점은 민요와 민속악을 너무 경건하게만 보지 않는 것이다. 민요는 본래 민중이 불렀고, 민속악은 본래 마당에서 울렸으며, 농악과 굿은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게 본질이었다. 그러니 소울과 훵크, 디스코와 록, 재즈와 힙합을 만났다고 해서 우리 가락이 갑자기 불순해지는 것은 아니다. 원래 갖고 있던 움직임을 다른 시대의 리듬을 통해 살려내는 일에 가깝다.〈3편에 계속〉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7m의 높이, 너비는 20m에 달하는 봉분 앞에 서면 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거대 봉분은 하나가 아니다. 높이 4~7m의 봉분이 이곳저곳에서 솟아 장관을 이루고 있다.◆ 봉분 사이를 걷는 시간 여행분묘를 구경할 수 있도록 돌과 흙길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길을 따라 1시간 정도를 걸으면 봉분들을 얼추 모두 구경할 수 있다. 낮 시간대 방문객은 거의 없어서, 앞장서서 날듯이 걷는 새들을 따라 봉분 사이사이를 걸었다.봉분 너머에는 대구 시내가 보인다. 봉분과 경쟁이라도 하듯 하늘 높게 솟은 아파트가 나란하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국가 지정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는 셈이다.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기에, SNS에서는 '셀프 웨딩 사진' 촬영지로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이곳에는 300기 이상의 분묘가 모여 있다. 무덤 중 일부는 가족묘로 보이기도 한다. 40대 여성과 함께 어린이로 추정되는 인골들이 함께 나와서다. 크기 별로 다른 묘를 한참 구경하며 걷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난다.중간중간 일반 무덤처럼 보이는 작은 무덤은 봉분이 아니다. 이장이 예정된 일반묘가 섞여 있어 산책로를 따라 걸을 때 유의해야 한다. 무덤을 피해 깔린 돌을 따라 걸었다. 잘 깔린 길이 아니기 때문에,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일부 구간은 높은 턱으로 돼 있어 편안한 복장과 신발을 갖춰야 한다.◆ 권력이 잠든 언덕봉분들은 어떤 연유로 이곳에 옹기종기 모이게 됐을까. 이 무덤들의 주인은 5세기 무렵 의 삼국시대의 지배 세력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 근처에는 평리동과 비산동을 지배하던 달구벌 세력 등 여러 세력이 알력 다툼을 하던 때였다. 이들 중 일부가 생전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고, 내세에서도 권력을 유지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높디높은 봉분을 쌓았을 것이다.구경할 수 없는 그 속은 어떨까. 지면 아래로 깊게 땅을 파고, 그 안에 돌을 쌓아서 축조한 '수혈식 석곽형'으로 이뤄져 있다. 벽면은 마치 정교하게 만든 벽돌을 쌓아 올린 듯 정돈된 모습이었다. 시신뿐만 아니라 화려한 말 장식과 귀고리가 종류별로 묻고, 무기와 생선도 함께 넣어 무덤 속을 채웠다. 이 역시 무덤 주인의 권세를 보여주는 증거다.◆ 외로운 소나무… 이젠 없네봉분 사이에 우뚝 선 '나 홀로 나무'는 고분군의 대표 볼거리다. 봉분 주변으로 무리를 지어 식재된 소나무들과 따로 떨어져, 봉분 사이에 홀로 자리 잡았다. 이 나무의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 동호회원들이 종종 방문하기도 했다.이 나무는 지난해부터 시름시름 앓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돼 사시사철 푸르러야 할 소나무가 붉게 물들었다. 다른 나무에 병을 퍼뜨릴 위험이 커서, 결국 올해 나무를 베어내야 했다. 나무가 있던 곳에는 나무 밑동과 솔방울 더미만 남아 있었다. 한평생 외로이 서 있는 나무는 더욱 외로운 흔적을 남긴 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불로동 고분군을 시작으로, 대구 동구의 볼거리를 돌아볼 수 있는 힐링 로드도 준비돼 있다. 팔공산 둘레길의 6코스에 해당하는 곳이다. 고분군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해 봉무정 독좌암까지 이르는 7.2km 산책길이다.나비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나비공원과 경주 최씨의 집성촌인 옻골마을, 만보산책로 등 단산지를 둘러싼 산책로다. 중간중간 휴식지와 화장실도 준비돼 있어 부담 없이 걸어보기 좋다.사람의 키를 몇 배나 넘는 봉분과 도심의 아파트가 한 화면에 담기는 풍경은 불로동 고분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이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봉분 사이를 거닐다 보면, 1천500년의 시간이 의외로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래된 무덤들은 오늘도 도심 한복판에서 묵묵히 대구의 시간을 지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가 대한축구협회 현안 청문회 참고인으로 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과 황희찬을 채택했다. 다만 선수 측과 사전 협의 없이 명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문체위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했으며, 청문회는 오는 22일 개최하기로 했다.청문회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전반을 둘러싼 의혹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예정이다.문체위가 확정한 출석 대상은 증인 13명과 참고인 10명이다. 증인에는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이임생 전 협회 기술총괄이사 등이 포함됐다.참고인 명단에는 박지성 국제축구연맹 분과위원회 위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등 축구계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특히 현역 국가대표인 손흥민과 황희찬도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현역 선수가 축구협회 행정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 참고인으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두 선수를 참고인으로 신청한 인물은 문체위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핸드볼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임 의원이 현역 선수들의 일정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참고인 채택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임 의원은 참고인 채택 이유에 대해 지도자와 선수의 시각에는 차이가 있다며, 해외 무대를 경험한 선수들의 입장에서 축구협회 개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수 측과 별도의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밝혔다.실제 출석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청문회가 열리는 22일 전후 해외에서 소속팀 일정을 소화해야 해 국회에 출석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참고인은 증인과 달리 출석 의무가 없으며, 국회가 출석을 강제할 법적 수단도 없다. 이 때문에 사실상 출석이 어려운 현역 선수들을 참고인 명단에 포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이에 따라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참고인 채택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놀라운 모순·미소 추억…프랑스 작가들이 표현한 한국은?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코리안 크로니클스 쓰리(KOREAN CHRONICLES III)'가 오는 14일부터 대구프랑스문화원 3층 전시장에서 열린다.이번 전시는 프랑스 북부 도시 릴(Lille)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 그룹 '텔레스코피크(TELESCOPIQUE)'의 작품을 소개한다.자비에 뫼리스(Xavier Meurice), 세바스티앵 들로벨(Sébastien Delobel), 스테판 뫼리스(Stéphane Meurice) 등 3명의 작가로 구성된 이 그룹은 회화, 그래픽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 다양한 시각 언어를 결합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으며,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이들은 한국에 체류하며 마주한 사람과 언어, 감정, 문화를 시각적으로 기록한 '코리아 크로니클스' 프로젝트를 2024년부터 이어오고 있다.이번 전시에서는 텔레스코피크가 제작한 총 625점 규모의 '코리아 크로니클스' 프로젝트 작품 중 일부를 선별해 소개한다.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표현 기법 위에 한국어 단어와 다양한 표현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작품 속에는 '놀라운 모순', '미소 추억', '친구 기쁨', '뜻밖의 만남' 등 한국어 표현이 등장한다. 익숙한 언어를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품들은 언어와 문화, 감정의 연결을 탐구하며 한국과 프랑스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지점을 제시한다.전시 기간 중 작품은 순차적으로 교체되며, 전시된 작품과 전시 기념 굿즈를 현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또한 대구프랑스문화원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불 문화예술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향후 대구 지역 작가들의 프랑스 릴 현지 전시도 추진할 계획이다.대구프랑스문화원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대구 시민들이 프랑스 현대 시각예술을 무료로 접할 수 있는 기회이자, 익숙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 행사"라며 "많은 시민들이 예술을 통해 두 나라의 문화적 연결과 우정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8월 21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창간 80년,격동 80년]한국 도약의 발판이 된 포항제철
1973년 6월 9일 포항 영일만. 한국 역사상 최초의 대형 고로(高爐)에서 쇳물이 터져 나왔다. 그 쇳물 한 줄기가 한국 중화학공업의 시대를 열었다. 1958년부터 다섯 차례 무산됐던 꿈이었다. 세계은행은 "불가능하다"고 했고, 국제 차관단은 등을 돌렸다. 선조들의 핏값으로 쌓아 올린 영일만의 용광로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 됐다.◆ 영일만의 기적한 달 뒤인 7월 3일 포항종합제철 준공식이 거행됐다. 박정희 대통령과 3부 요인, 내외 귀빈이 참석했다. 준공식이 열리는 날, 포항보다 오히려 서울이 더 떠들썩했다. 광화문 네거리에는 '慶祝 포항종합제철 준공'이라고 쓴 초대형 아치가 세워졌다.서울에서 포항까지 특별열차가 운행됐다. 포항종합제철소 전경과 최초의 대형 고로에서 첫 쇳물이 흘러나오는 순간을 담은 10원권 기념우표도 발행됐다. 온 나라가 들썩였다.포항제철 건설 구상은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의 미국 피츠버그 철강공업 지대 시찰에서 비롯됐다. 거대한 용광로와 끝없이 이어지는 생산 라인 앞에서 그는 확신했다. 철강 없이는 중화학공업도 없다는 판단이었다.건설의 중책은 박태준에게 맡겨졌다. 만성 적자와 부패에 시달리던 대한중석을 부임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돌려놓은 인물이었다. 박 대통령이 그를 낙점한 이유였다. 1968년 4월 1일,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가 창립됐다.◆ "실패하면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 박태준의 제철보국(製鐵報國)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세계은행(IBRD)은 "채산성이 없다"며 자금 지원을 거절했다. 차관을 약속했던 국제제철차관단(KISA)도 등을 돌렸다. 후진국이 제철업에 뛰어드는 것 자체를 세계가 비웃었다. 박태준은 벼랑 끝에 섰다.낙담한 채 귀국길에 오른 박태준은 하와이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로 확보한 대일청구권(對日請求權) 자금을 포항제철 건설에 전용하자는 것이었다. 원래 농수산 지원 용도로 책정된 자금이었다.국내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밀어붙였다. 박태준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갔다. 정계와 철강업계 지도자들을 찾아가 설득했다. 끈질긴 로비 끝에 일본 제철업계의 기술 지원까지 확보했다.1970년 4월 1일, 착공이 시작됐다. 대일청구권 자금과 일본 상업은행 차관을 합쳐 총 1억 2,370만 달러를 조달했다. 공사비만 1,200억 원.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의 3배였다.39개월간 연인원 315만 명이 동원된 단군이래 단일사업으로 가장 큰 규모의 공사였다. 250만 평의 습지를 항만 준설로 퍼 올린 모래로 메웠다. 해일과 싸워가며 10개 공장, 12개의 부대시설이 세워졌다. 전쟁이었다.박태준은 제철소를 건설할 당시 "선조들의 핏값인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짓는 만큼, 실패하면 모두 우향우 하여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어 속죄해야 한다" 고 말했다. 잘 알려진 포스코의 '우향우 정신'이다. 현장의 직원과 건설 요원들은 밤낮없이 돌관공사를 강행했다. 예정 공기를 한 달이나 단축했다.◆ 세계가 비웃던 나라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준공 첫해, 포항제철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가동 첫해부터 242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투입된 외자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규모였다. 세계 최초로 제철소 가동 첫해에 흑자를 낸 사례였다."한국이 철강 산업을 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비웃던 세계은행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비결은 세 가지였다. 건설요원들이 공기를 단축해 건설비를 낮췄다. 설비와 원료를 최저 가격에 구매했다. 해외 연수로 훈련된 자체 기술진이 1기 설비를 직접 가동했다. 무엇보다 모든 포스코인이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사명감으로 뭉쳤다. 그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포항 1기 설비 준공은 한국 산업사의 분수령이었다. 조강 연산 103만 톤으로 시작한 쇳물은 반세기 만에 3,500만 톤으로 불어났다. 한국의 산업 구조가 바뀌었다. 경공업 중심의 나라가 중화학공업 강국으로 탈바꿈했다. '산업의 쌀'인 철강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자 조선·자동차·건설·기계 등 주력 산업이 일제히 도약했다.한강의 기적은 영일만의 용광로에서 시작됐다. 포스코는 창사 이래 단 한 차례의 적자도 없이 흑자 전통을 이어갔다. 세계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나라가, 세계가 주목하는 철강 강국이 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여름철 재난 상황 대비 안전 점검 실시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여름철 재난상황에 대비해 전국 69개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집중 안전점검에 나선다고 10일 밝혔다.지난 6일부터 시작한 이번 점검은 오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산업단지 내 재해취약지역과 보유시설, 공사현장을 중심으로 극한 호우, 태풍, 폭염 등 여름철 재난사고 예방·대비태세를 중점 점검한다.특히 지난 9일 이상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양주·홍죽일반산업단지를 찾아 산업단지 내 저류지와 배수로, 우수관로 등 주요 시설을 점검했다.또 장마철 폭우 시 우수관로 막힘 예방을 위해 지원시설구역 내 주요 도로와 보행로의 쓰레기, 잡초 등을 제거하는 환경정비 활동도 진행했다.한국산업단지공단은 실시간 기상상황 모니터링과 비상연락망 정비 등 상황관리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이 이사장은 "풍수해는 피해 발생 후 대응하는 것보다 사전에 위험요인을 찾아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입주기업과 근로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 안전관리와 신속한 대응체계를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세의 "영치금 1억 가압류, 감기약도 못 산다" 옥중 호소
배우 김수현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대표 김세의가 구치소 영치금 가압류로 생필품 구매조차 어렵게 됐다고 10일 호소했다. 가세연은 지난 8일 유튜브를 통해 김세의가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편지에서 김세의는 "교도관으로부터 은현장(유튜버 장사의 신)이 공탁금 2000만원을 내고 제 영치금 1억원을 가압류한다는 서류를 받았다"며 "영치금 통장엔 30만원이 있었는데, 가압류로 생수, 휴지와 치약, 칫솔, 의약품도 살 수 없게 돼 생존의 위협에 빠졌다"고 주장했다.영치금은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용된 사람이 생필품 등을 구매할 때 사용하는 돈이다. 김세의는 "최근 며칠 동안 몸살감기와 배탈로 아침과 저녁마다 구토하는 일이 많은데 감기약과 배탈약도 구매할 수 없고, 구매한 우표는 이제 네 장밖에 남지 않았다"며 "두루마리 휴지도 두 개밖에 남지 않았는데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그는 이어 "법원에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을 가압류 범위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앞서 은현장 씨는 지난 1일 유튜브 방송에서 김세의의 구치소 영치금 채권 1억원을 가압류했다고 밝혔다. 은현장 씨는 김세의 명의 계좌 6개와 1억 2000만원도 별도로 가압류한 상태로 알려졌다.은씨는 "김세의가 구치소에서 절대 소시지도 못 사 먹게 하겠다"고 밝혔으며, "김세의가 다른 사람 통장으로 영치금을 받아 생활한다면 법무부에 고소·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김세의는 배우 김수현이 고(故) 김새론이 미성년자였던 시절부터 교제했고 김새론이 숨진 직접적 원인이 김수현 측의 채무 변제 압박이라는 허위 사실을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또 김수현의 사적인 사진을 방송에 무단으로 내보내고 사생활 관련 자료를 추가 폭로할 것처럼 말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한 협박 혐의도 적용됐다.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26일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김세의에 대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후 김세의를 명예훼손과 성폭력처벌법·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현재 김세의는 서울구치소 독방에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그는 혼거실에서 독거실로 옮겨져 수용됐다. 김세의 측이 신변 위협과 안전 문제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이 같은 조처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으며, 자신을 고소·고발한 타 사건의 피해자들로부터 구치소 내 생활 과정에서 위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교정당국에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세의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가압류 범위 제외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 사건의 다음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결혼식 간 지방 하객 "축의금 10만원 눈치" 공감대
지방에서 KTX를 타고 서울 결혼식에 다녀온 한 누리꾼의 하소연이 10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네이트 판에 올라온 글에서 작성자는 대구 등 지방에서 교통비를 직접 부담하며 서울까지 올라갔는데, 축의금 액수를 두고 신랑 신부 측으로부터 불쾌한 말을 들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해당 글에는 "청첩장 받는 순간 반갑기보다 지출 걱정부터 든다"며 "결혼식 한 번 다녀오면 교통비까지 포함해 하루에 20만원 가까이 깨진다"는 공감 댓글이 줄지었다. 지방 하객 입장에서는 KTX 왕복 교통비만 수만 원을 따로 써야 하는데, 축의금 액수까지 지적받으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이 사연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급등한 서울 예식 비용이 있다. 서울 강남권 예식장의 평균 식대는 8만8000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장 대중적인 뷔페식(83.2%)의 전국 평균 식대도 6만2000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축의금 10만원을 내면 식대도 못 건진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하객에게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실제로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축의금 기준선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결혼식 축의금 가격을 올려야 하는 거 아닌지'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고, 작성자는 "이제는 10만원 말고 15만원으로 내는 분위기로 바뀌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인당 식대가 6만~7만원 수준인데 나머지 비용을 충당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한 누리꾼은 "축의금은 축하의 의미이지 식대 정산 개념이 아니다"라며 "손님 초대가 부담이라면 소규모 결혼식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에서 교통비까지 써가며 올라온 하객에게 금액을 따지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집중됐다.지역 간 격차를 보여주는 수치도 눈길을 끈다. NH농협은행이 2023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거래 고객 115만명의 송금 데이터 533만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축의금은 2023년 11만원에서 2025년 11만7000원으로 약 6.9%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13만4000원, 부산 12만8000원, 광주 12만4000원 순으로 집계됐다. 대구경북 지역 하객이 서울 예식장 기준에 맞는 금액을 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져야 하는 셈이다.카카오페이가 1년간 송금 데이터를 분석한 '2025 머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식 평균 축의금은 처음으로 10만원을 돌파했다. 이는 2019년 평균 5만원 수준에서 5년여 만에 두 배 증가한 수치다. 금액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하객 부담도 그만큼 무거워졌다.전문가들은 축의금 문화가 점차 '관계의 척도'처럼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에는 참석 자체에 의미를 뒀다면, 이제는 액수에 따라 인간관계가 평가받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한 소비트렌드 전문가는 "식대 상승과 체면 문화가 맞물리면서 축의금 기준선 자체가 올라가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과도한 부담을 줄이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결혼 서비스 가격 조사'에 따르면 2026년 2월 기준 전국 평균 결혼 비용은 2139만원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2.3% 상승했다. 결혼 당사자와 하객 모두 고물가의 무게를 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축의금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북 청년의 절반 이상은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결혼은 늦어지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충분한 자산을 갖추기 전에는 결혼할 수 없다고 느끼면서 결혼을 전략적으로 미루고 있었다.경북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개인의 가치관 변화가 아닌 노동시장과 주거환경, 사회적 비교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결과로 분석했다. 특히 저출생 예산의 75% 이상이 출산·육아에 집중된 반면, 청년 자립을 지원하는 예산은 0.35%에 그쳐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결혼은 시작이 아니라 완성"연구진은 오늘날 청년들의 결혼을 '성과화된 결혼'으로 설명했다. 과거에는 결혼이 독립과 사회생활의 '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학력과 취업, 주거, 경제력 등을 모두 갖춘 뒤에야 가능한 삶의 '완성점'으로 인식된다는 의미다.실제 경북 청년의 51.3%는 결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결혼을 결심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장과 충분한 소득, 내 집 마련 가능성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인식했다.심층 면담에서도 이러한 인식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31세 제조생산직 청년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계약직을 전전하다 29세가 되어서야 정규직이 됐다"며 "사회생활은 일찍 시작했지만 삶을 안정시키는 데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33세 사무직 청년은 "혼수와 결혼식 비용만 해도 수천만원이 든다"며 "최소한 7천만~8천만원 정도의 여유자금은 있어야 결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경제적 조건뿐 아니라 사회적 비교도 결혼을 늦추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한 청년은 "아이들끼리도 '너희 집 어디냐', 'LH 임대주택 아니냐'고 묻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불안한 상태에서 결혼을 시작하기보다 차라리 미루는 편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혼 전 자립 예산 고작 0.35%하지만 정책은 출산 이후에 머물러 있었다. 2024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생애주기별 저출생 대응 예산은 모두 7천944억2천8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육아 예산이 51.60%, 출산 예산이 24.03%로 두 분야가 전체의 75.63%를 차지했다.반면 취업과 주거 기반을 마련하는 '결혼 전(성인 이행기 자립)' 예산은 27억5천700만원으로 전체의 0.35%에 그쳤다. 결혼 단계 예산도 4.00% 수준이었다. 결혼해야 출산도 가능하지만 정책은 이미 결혼한 부부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지원하는 데 집중돼 있는 셈이다.경상북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석 대상 저출생 대응 예산은 3억2천900만원으로,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육아와 일부 자립 지원에 편성됐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한 장기적인 주거·일자리 기반을 지원하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저출생 정책 전환 목소리연구진은 청년들의 결혼 유예를 개인의 가치관 변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이유는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높은 주거비, 자산 형성의 어려움, 결혼 이후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 등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이 때문에 단발성 만남 행사나 결혼 비용 지원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장기 주거 지원, 자산 형성을 돕는 금융 정책 등 '성인 이행기' 전반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이정민 부연구위원은 "청년들의 결혼 유예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불안정한 사회 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전략적 대응"이라며 "결혼 자체를 장려하는 정책보다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고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저출생 해법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쉽고 재미있는 사투리] 개구리는 지역마다 이름이 다를까?
여름이 되면 논둑과 개울가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흔히 "개굴개굴"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그렇게 듣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머굴머굴"이라고 듣는다.정말 개구리는 "개굴개굴" 하고 우는 걸까? 아니면 "머굴머굴" 하고 우는 걸까?흥미롭게도 옛사람들은 두 소리를 모두 인정했다. 1938년에 간행된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에는 '개구리'와 '머구리'가 모두 표준어로 올라 있다. 지금은 '개구리'만 표준어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두 이름 모두 널리 쓰였다는 뜻이다.과거에는 표준어를 지키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보존하는 데 표준어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사투리는 문법에 맞지 않는 시골말이라는 편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언어학에서는 사투리를 어느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소중한 지역어로 본다.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언어유산인 셈이다.개구리의 사투리를 살펴보면 지역마다 이름이 무척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머구리, 개고리, 멱장구, 갈개비 등이 있다.먼저 머구리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머굴머굴'로 들은 데서 생긴 이름이다. '머굴'이라는 의성어에 접미사 '-이'가 붙어 '머구리'가 만들어졌다. 이 말은 1463년 『법화경언해』부터 19세기 초 『물명고』까지 문헌에서 확인된다. 함경도 지역에서 특히 많이 쓰였고, 전남에서는 '머거리'라는 형태도 나타난다.경북에서는 더욱 흥미로운 말이 등장한다. 바로 앙마구리와 엉머구리이다. '악머구리'라는 말이 발음 변화로 '앙마구리', '엉머구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개구리인데도 지역에 따라 이름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무척 재미있다.현재 표준어인 개구리도 원래는 '개고리'였다.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개골개골'로 듣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개골'이라는 의성어에 접미사 '-이'가 붙어 '개고리'가 되었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개구리'로 바뀌었다.문헌을 보면 '개고리'는 1576년 『신증유합』과 1690년 『역어유해』에 나타나며, '개구리'는 1748년 『동문유해』 이후 확인된다. 현재도 지역에 따라 '개고리', '깨구리', '꽤구리' 등 여러 형태가 남아 있다.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오늘날 국어사전에서는 '머구리'를 단순히 '개구리의 사투리'로 설명한다. 하지만 『동의보감』에서는 머구리와 개구리를 서로 다른 것으로 구분한다. 머구리는 몸집이 큰 종류, 개구리는 작은 종류로 기록되어 있다. 옛사람들은 울음소리뿐 아니라 생김새까지 구별했던 것이다.평안도에서는 개구리를 멱장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멱을 감다'의 '멱'과 '물장구'의 '장구'가 합쳐진 말이다. 물속에서 첨벙거리며 헤엄치는 개구리의 모습을 그대로 이름에 담아 놓았다.제주에는 갈개비라는 독특한 이름이 있다. '갈'은 옛말로 '물'을 뜻하고, '개비'는 벌레를 뜻하는 말이다. 결국 갈개비는 '물에 사는 벌레'라는 의미가 된다. 지금도 '가람'이나 '걸' 같은 옛말 속에서 '갈'이 물을 뜻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이처럼 우리가 흔히 '개구리'라고 부르는 동물 하나에도 지역마다 서로 다른 이름과 이야기가 숨어 있다. 어떤 사람은 '개굴개굴'을 들었고, 어떤 사람은 '머굴머굴'을 들었다. 또 어떤 사람은 헤엄치는 모습을 떠올렸고, 어떤 사람은 물에 사는 작은 생물이라고 생각했다.사투리는 단순히 표준어와 다른 말이 아니다. 지역 사람들의 귀와 눈, 그리고 삶의 방식이 오랜 세월 쌓여 만들어 낸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신승원 한국방언연구소 소장 sinswon5@hanm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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